전출처 : killjoy > 살해당한 아들을 둔 아버지의 편지

<민노당홈피관리자> - 민지네에서 퍼옵니다. 아래는 꿀땅콩님의 코멘트이며 원문 번역도 꿀땅콩님이 하였습니다. 원제는 <살해 당한 아들을 둔 아버지의 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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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인들이 참수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닉 버그.

그의 참수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자 부시 행정부는 이를 이용해서 추락한 전쟁찬성 여론에 다시 불을 붙여보려고 했습니다. 체니와 부시는 앞다투어 기자회견을 갖고 잔인한 테러리스트들과의 일전을 선포했고 전쟁의 정당성을 알리기에 바빴지요. 테러에는 응징 뿐이라는 목소리는 미국 내에서도 높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그러한 정략적 움직임은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바로 닉의 아버지 때문입니다. 가장 슬픈 순간에 자신의 슬픔을 공동의 슬픔으로 이해한 아버지. 그 아버지의 이 편지는 분노로 또 다른 실수를 할 뻔한 미국인들에게 경종을 울렸고, 닉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던 부시 행정부에게 치명타를 안겨주었습니다.

이 편지를 다시 읽으면서 저는 부시라는 이름 대신 노무현을 넣고, 닉이라는 이름 대신 김선일을 넣어 봅니다. 어렵게 자란 착하기 그지 없는 아들을 잃은 두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가슴이 저며옵니다. 이라크에서 일을 하면서 이라크인들을 진정으로 이해했던 두 아들. 부시와 럼스펠드를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던 건강한 그들. 그들은 너무나 닮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아들이 죽음을 통해서 또 다른 죽음을 막고자 하는 두 아버지의 너무나 닮은 용기를 봅니다.

비록 나의 아들이 죽지는 않았지만, 나의 오빠 혹은 형이 참수를 당하지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 이 비극을 목격한 우리 모두가 우리 김선일 씨를 가슴 깊은 곳에 기억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용감한 아버지들이 정부의 무능과 인명 경시와 침략에 일갈하는 그 자리에 우리 모두 같이 있기를 바랍니다.

김선일씨의 명복을 빕니다.
절대로 당신의 죽음에 대해서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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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부시는 결코 내 아들 닉의 눈을 바라보지 않았다.
--내 아들의 생명을 앗아간 살인자들보다도 나는 생명을 앗아가는 정책을 만든 이들을 더욱 비난합니다.

마이클 버그
2004년 5월 21일 금요일
The Guardian

내 아들 닉은 나의 스승이자 영웅이었습니다. 그는 너무나도 친절하고 다정했습니다. 아닙니다. 사실 내가 만난 어떤 사람보다도 친절하고 다정했다고 말해야겠습니다. 그는 그에게 총 쏘는 법을 가르치려한다는 이유로 보이스카웃을 그만두었었습니다. 닉은 언제나 내게 필요한 힘이 되어주었었고, 지금도 내가 그에 대해서 전세계에 말할 수 있는 힘을 주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나에게 왜 내 아들의 비극적이고 잔인한 종말의 책임을 부시 행정부에게만 묻느냐고 묻습니다. 그들은 내게 질문합니다. : “당신의 아들을 죽인 그 5명의 살인범들에게 책임을 물어야하는 것 아닙니까?” 나는 그 살인범들을 부시만큼이나 비난한다고 대답했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틀렸었습니다.: 지금 나는 확신합니다. 나의 아들을 만난 살인범들은 분명 내 아들과 접촉하면서 얼마나 내 아들이 특별한 사람인지 점점 깨달았을 것이라는 것을. 나는 그들이 내 아들에게 잔인한 짓을 하는 그 순간, 그 행위에 그들이 늘 해온 만큼 집중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안도합니다. 나는 그들도 결국 내 아들을 존경하게 되었다고 확신합니다.

나는 그 칼을 휘두른 사람 역시 닉의 숨결을 느꼈을 것이고 그가 죽이는 것이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결국 깨달았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나는 또한 그 장면을 지켜보던 다른 살인범들 역시 내 아들의 눈을 보았을 것이고, 최소한 전 세계가 이 사건을 바라볼 시선을 어렴풋이나마 느꼈으리라고 믿습니다. 나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살인범이 되었던 그들이 정확히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고 확신합니다.

하지만 부시는 내 아들의 눈동자를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그는 내 아들을 몰랐으며 그렇기에 그는 누구보다도 악한 자입니다. 그는 스스로도 아버지이지만 또 다른 아버지인 나의 고통, 내 가족의 고통 그리고 나아가 전세계가 겪어야 할 슬픔을 알지 못합니다. 그는 그저 정치꾼일 뿐이고 자신이 저지른 행동의 결과를 스스로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정책결정자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조지 부시는 내 아들의 마음과 미국인들의 진정한 마음을 보지 못합니다. 그의 정책으로 죽어가는 이라크인들의 마음은 말할 것도 없지요.

도날드 럼스펠드는 스스로가 이라크 죄수들에 대한 학대의 책임을 지겠다고 합니다. 어떤 결과도 물지 않고 책임을 진다는 것이 가능합니까? 닉이 바로 그 결과를 짊어졌습니다.

나는 나의 아들을 죽인 살인범들보다도 앉아서 타인의 생명을 앗아가고 타인의 생을 파괴하는 정책을 만드는 이들을 더욱 참을 수 없습니다.

닉은 군인은 아니었지만 군인이 가져야 할 훈련과 봉사정신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는 이라크에 이라크인을 돕기 위해 갔고 어떤 개인적인 이익도 바라지 않았습니다. 닉은 단 한 사람이었습니다만 그의 죽음으로 그는 이제 수없이 많은 이들이 되었습니다. 스스로가 위험에 처할 수 있을 때에도 자신이 진심으로 해야한다고 느끼는 일을 하기 위해 온 몸을 던지는 행위는 옳습니다.: 그의 이러한 정신을 그를 알고 있는 모든 이들이 알게 되었고, 이들은 또 이 정신을 전파합니다. 그리고 세계는 이 정신을 나누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치욕적인 9월 11일날, 미국이 공격받던 그날 우리는 무엇을 했어야 할까요? 아마도 우리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그 일을 했어야할 듯 합니다. 바로 타인을 적이라고 규명하는 것을 중단하고 처음으로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는 것을 말입니다. 이 작은 지구에서의 평화적인 공존에 여러 가지 단서들을 붙이는 짓을 그만두고 우리는 처음으로 인류가 자율적이고도 자유롭게 살 권리를 존중하기 시작했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진정으로 다른 국가들의 주권을 존중했어야합니다. 타인들의 삶을 통제하는 기준들을 만들며 정작 우리 자신들을 위한 기준은 분리해내는 짓을 중단했어야합니다.

조지 부시의 무능한 리더쉽이야 말로 대량 살상 무기입니다. 부시의 무능한 정부는 내 아들을 불법적으로 억류했고, 일련의 무능한 행정착오들을 가져왔으며 결국 닉을 악화되는 폭력의 도가니 속으로 밀어넣었습니다. 아마도 닉이 억류되지만 않았더라면 나는 그를 다시 안아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들은 닉을 (미군이) 팔루자를 포위했을 때까지 억류했던 것이 아니라 이라크 죄수들에 대한 학대가 세상에 알려질 때까지 억류했고 결국 그 보복으로 내 아들의 인생은 막을 내려야만 했습니다.

내 아들이 하던 일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단 한 명의 평화를 위해 일 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곳에 나는 이제 수 천의 그들이 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닉은 그의 신념에 따라 행동했습니다. 이제 이 땅에 남은 우리 역시 신념에 따라 행동할 때입니다. 우리는 이제 대서양 양 쪽에 있는 악인들에게 우리가 이 전쟁에 질려있다는 사실을 알려야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제 자살테러단에도 지쳐있으며 서로를 죽이는 일을 중단할 줄 모르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계속되는 평화협상 결렬에 대해서도 지쳐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예견된 결론을 내기 위해 계속되는 평화 협상들에도 질려있습니다. 우리는 바로 지금 평화를 원합니다.

많은 분들이 닉과 우리 가족을 위해 기도해주셨습니다. 그분들에게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나는 그분들에게 기도 속에 평화에 대한 기원도 넣어달라고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기도와 함께 행동 역시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바로 지금 평화를 요구해달라고 말입니다.

 

George Bush never looked into Nick's eyes

Even more than the murderers who took my son's life, I condemn those who make policies to end lives

Michael Berg
Friday May 21, 2004
The Guardian

My son, Nick, was my teacher and my hero. He was the kindest, gentlest man I know; no, the kindest, gentlest human being I have ever known. He quit the Boy Scouts of America because they wanted to teach him to fire a handgun. Nick, too, poured into me the strength I needed, and still need, to tell the world about him.

People ask me why I focus on putting the blame for my son's tragic and atrocious end on the Bush administration. They ask: "Don't you blame the five men who killed him?" I have answered that I blame them no more or less than the Bush administration, but I am wrong: I am sure, knowing my son, that somewhere during their association with him these men became aware of what an extraordinary man my son was. I take comfort that when they did the awful thing they did, they weren't quite as in to it as they might have been. I am sure that they came to admire him.

I am sure that the one who wielded the knife felt Nick's breath on his hand and knew that he had a real human being there. I am sure that the others looked into my son's eyes and got at least a glimmer of what the rest of the world sees. And I am sure that these murderers, for just a brief moment, did not like what they were doing.

George Bush never looked into my son's eyes. George Bush doesn't know my son, and he is the worse for it. George Bush, though a father himself, cannot feel my pain, or that of my family, or of the world that grieves for Nick, because he is a policymaker, and he doesn't have to bear the consequences of his acts. George Bush can see neither the heart of Nick nor that of the American people, let alone that of the Iraqi people his policies are killing daily.

Donald Rumsfeld said that he took responsibility for the sexual abuse of Iraqi prisoners. How could he take that responsibility when there was no consequence? Nick took the consequences.

Even more than those murderers who took my son's life, I can't stand those who sit and make policies to end lives and break the lives of the still living.

Nick was not in the military, but he had the discipline and dedication of a soldier. Nick Berg was in Iraq to help the people without any expectation of personal gain. He was only one man, but through his death he has become many. The truly unselfish spirit of giving your all to do what you know in your own heart is right even when you know it may be dangerous; this spirit has spread among the people who knew Nick, and that group has spread and is spreading all over the world.

So what were we to do when we in America were attacked on September 11, that infamous day? I say we should have done then what we never did before: stop speaking to the people we labelled our enemies and start listening to them. Stop giving preconditions to our peaceful coexistence on this small planet, and start honouring and respecting every human's need to live free and autonomously, to truly respect the sovereignty of every state. To stop making up rules by which others must live and then separate rules for ourselves.

George Bush's ineffective leadership is a weapon of mass destruction, and it has allowed a chain reaction of events that led to the unlawful detention of my son which immersed him in a world of escalated violence. Were it not for Nick's detention, I would have had him in my arms again. That detention held him in Iraq not only until the atrocities that led to the siege of Fallujah, but also the revelation of the atrocities committed in the jails in Iraq, in retaliation for which my son's wonderful life was put to an end.

My son's work still goes on. Where there was one peacemaker before, I now see and have heard from thousands of peacemakers. Nick was a man who acted on his beliefs. We, the people of this world, now need to act on our beliefs. We need to let the evildoers on both sides of the Atlantic know that we are fed up with war. We are fed up with the killing and bombing and maiming of innocent people. We are fed up with the lies. Yes, we are fed up with the suicide bombers, and with the failure of the Israelis and Palestinians to find a way to stop killing each other. We are fed up with negotiations and peace conferences that are entered into on both sides with preset conditions that preclude the outcome of peace. We want world peace now.

Many have offered to pray for Nick and my family. I appreciate their thoughts, but I ask them to include in their prayers a prayer for peace. And I ask them to do more than pray. I ask them to demand peace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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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미국 중심 외교, 이제 그 장막을 걷어야 한다

 

김보영 기자

김선일씨가 결국 죽임을 당했다.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의 바람과 달리 '파병방침 불변'이라는 정부의 꿋꿋한 방침 아래 희생된 첫 민간인으로 기록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테러범들이 한국 정부에게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를 읽는 동안 공포의 가쁜 숨을 몰아쉴 수밖에 없었던 김선일씨에게 조국, 대한민국은 무엇이었는가. 무고한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존재 이상, 이하도 아니었음을 우리는 모두 확인했다.

나보다 한 살 많은 김선일씨의 죽음을 보면서 생각난 것은 우습게도 고등학교시절 국사 수업 시간이다. 그 때 우리는 '우리 민족은 매번 다른 나라의 침략을 받을지언정 다른 나라를 침략하지 않았다'고 배웠다. 이를 듣고 어떤 친구는 "우리 민족은 바보 같다"고 투덜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한 역사 덕에 그동안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테러 뉴스는 단지 '국제' 뉴스에 지나지 않았다. 누가 그것이 국내 뉴스가 될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국민을 죽음으로 내몬, '대한민국'

세계 3위 규모의 파병을 결정하면서 정부는 줄곧 '평화와 재건'을 위한 파병이라고 주장한다. '평화와 재건을 위한 파병'인 만큼 김선일씨의 죽음으로 파병 입장에 어떠한 변화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라크 사람들에게는 외국 군대의 주둔 자체가 치욕스러운 것이라고, 이라크를 접해본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데도, 정부는 귀를 막은 듯 오로지 '평화와 재건을 위한 파병'이라는 공허한 외침을 반복할 뿐이다.

정부의 말대로 '재건'을 위해서라면 건설 인력을 보낼 일이지, 왜 군대를 보내는가. 또 '평화'를 위해서라면 이라크 국민들의 요청이 있을 경우, 군대를 보내야 맞는 것 아닌가. 정작 해당 국가는 우리를 반기지 않는데, 오히려 그들을 매주 수십 명씩 희생시키는 등 갖은 만행을 일삼고 있는 미국의 요청에 의해 군대를 보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만으로 죽임을 당할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물론 테러범들의 만행은 결코 정당화 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테러 위협이 날로 증가하는 미국에게 "스스로 무덤을 팠다"고 비판하는 것처럼, 우리 역시 우리 스스로 무덤을 팠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파병 찬성론자들은 여전히 '국익'을 논할 것이다. 파병으로 미국의 비위를 맞춰주면 북한 핵 문제를 원만히 풀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햇볕정책을 이끌었던 김대중 대통령은 핵문제의 해법은 미국과의 동맹보다 오히려 북한과의 대화에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우리가 파병으로 미국의 비위를 맞춰준다 해도 핵 문제의 해법은 고도로 계산된 그들의 손익계산서 아래 이뤄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결코 자신들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우리와의 의리를 지키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에 반해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는 이미 현실로 나타났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이유만으로 죽음의 그림자가 드러워지는이 현실로….

실익 없는 '미국중심 외교'

이것은 우리 정부의 '미국중심외교' 태도가 초래한 결과이다. 파병 찬성론자들이 말하는 국익도 미국중심외교라는 틀 안에서만 국익일 뿐이다. 세계는 점점 다극화하고 있으나 우리는 여전히 미국중심의 외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외교통들은 미국중심의 외교에 길들여진 사람들로 가득하다. 정부뿐만 아니라 언론도 마찬가지다.

"미국에는 각종 언론사의 특파원이 바글거려도 세계 최대 규모의 국가연합체인 유럽연합 사무국에는 상주하는 특파원 하나 없다"는 우리나라 유럽연합 대사의 하소연이 미국중심 외교의 단면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겠다.

비단 이라크전뿐만이 아니다. 이미 우리나라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 계획(MD, Missile Defence)에 편입되면서 중국의 군사적 1차 공격대상국이 됐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 계획은 중국을 가상적대국으로 삼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은 중국에 가장 인접해 있는 남한을 미사일 방어 체제의 최일선 전진기지로 고려해 왔고, 김대중 정부에서 이를 거부하려 했으나 결국 받아들임으로써 현실화됐다. 이로써 중국과 미국 간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경우, 우리 나라는 중국의 제1차 공격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이는 북한만이 우리 군사 경계의 대상이었던 범위를 넘어선 것이지만, 그런데도 정부의 외교정책은 여전히 미국중심 외교에서 벗어날 줄 모른다. 우리나라가 아무 이유 없이 중국의 제1차 공격 대상이 되고 있음에도 말이다.

'미국중심 외교'는 '국익'은커녕 우리의 목숨을 점점 죄어오고 있다. 김선일씨의 희생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첫 사례이다.

정부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김선일씨의 희생 및 테러범들의 위협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보다 오히려 '미국중심의 외교'라는 우리 외교의 한계가 매우 적나라하게 드러난 일이 이번 김선일씨 사건이다.

이렇게 사건의 본질이 명백한데, 유독 정부여당과 조중동은 여전히 '미국중심 외교'에 집착하고 있다. 그 곳에 더 이상 국익은 없다. 국민을 죽음의 위협 속에 빠뜨리는 정부는 더 이상 국민을 위한 정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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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성명서] 2004년 6월 23일

이라크인에 대한 맹목적인 증오와 폭력을 부추기는 것이야말로 가장 야만적 행위다

- 이라크 침략전쟁에 동참한 노무현정권에게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이 있다 -


1. 침략전쟁에 동참한 노무현정권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말한다. "무고한 민간인을 해치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습니다". 너무나도 가증스러운주장이다. 그렇다면 이 모든 사태의 원천이며 수많은 "무고한" 이라크인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미국은 아무런 근거도 명분도 없이 침략전쟁을 감행하여 무고한 이라크인을 대량 살육하였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꼭두각시 정권을 내세워 노골적으로 이라크를 강점하려 하고 있으며, 미국의 천인공노할 만행에 처절하게 저항하는 모든 이라크인들의 목소리를 무참히 짓밟았다. 그렇다면 미국의 침략과 점령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한국군 파병은 무슨 근거로 용납될 수 있단 말인가?
또한 피랍사건이 발표된 후 오히려 노무현정권이 보인 오만방자한 태도가 죽음을 재촉했다는 것도 명백한 사실이다. 노무현정권을 마치 정의와 진리를 실현하는 사도라도 된 것인양, 파병강행의 입장을 더욱 더 세차게 몰아붙였다. 이라크인이 반대하더라도, "평화와 재건을 위해 파병하기 때문에 우리는 정당하다"는 식의 논리로 온 국민을 기만하려는 더욱 뻔뻔스러운 작태를 서슴지 않았다. 어떤 논리를 대더라도 이 사태의 책임이 침략전쟁에 동참한 노무현정권에게 있다는 사실을 숨길 수 없다.

2. 이라크인에 대한 맹목적인 증오와 극단적 폭력을 부추기는 모든 주장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또한 고 김선일씨 사건을 계기로 극히 무분별하게 이라크인에 대한 증오와 "복수"를 운운하며 극단적인 폭력을 부추기는 모든 주장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예컨대 조선일보는 "네티즌 의견 중에서 '김정일한테 양해구하고 전군 다 파병해라'라는 글이 네티즌으로부터 가장 공감을 많이 받고 있다"는 둥의 기사를 대량 유포하고 있다. "네티즌"의 이름을 팔아, 극단적 증오와 폭력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류의 모든 행동은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야만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지금의 이라크 전쟁이 이라크와 세계인에게 극단적 폭력을 가하고 있기 때문에 침략전쟁과 점령, 파병을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여론을 "복수와 더 큰 폭력"으로 몰고 가려는 세력이야말로, 전쟁으로 인한 죽음과 고통이 진정 무엇인가를 아주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 세력이며, 야만이 도래하기를 기대하는 가장 위험천만한 세력이다.

3. 고 김선일씨와 모든 이라크인의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

우리는 고 김선일씨의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그의 죽음에 슬퍼하는 모든 국민의 애절한 심정에 함께 한다. 또한 우리는 이라크에 대한 미국과 UN의 경제봉쇄, 침략전쟁, 저항세력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 등으로 인해 목숨을 잃고 삶의 터전을 빼앗긴 모든 이라크인의 고통에 대해 그 아픔에 함께 하고자 한다.

지금도 이라크 현지에서는 미국이 저항세력 색출을 명분으로 무차별 폭격을 가하고 있으며, 매번 수십명 이상의 무고한 이라크인들의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 더 이상의 죽음이 벌어지지 않기를 기원하는 모든 국민의 목소리는 미국의 이라크 점령과 학살이 중단되어야 하며 한국군의 파병이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는 입장으로 모이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시종일관 무시하고 국민을 기만하려는 데에만 몰두하고 있는 노무현 정권에게는 민중의 심판만이 남았을 뿐이다.

2004년 6월 23일
사회진보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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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6시 현재 이라크 추가파병 찬반을 묻는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 라이브 폴에서 파병 반대 입장이 점차 줄어드는 반면 찬성 입장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다음> <네이버> <야후코리아> 세 곳을 대상으로 22일 밤 9시(1차), 23일 오전 11시30분(2차), 23일 오후 6시, 세 시점별 파병반대 추이를 보면 다음과 같다.

<다음> : 71.1% → 63% → 47.8% (찬성 49.9%)
<네이버> : 61.9% → 56.3% → 36.8 % (찬성 61.2%) - 네이버의 경우 3차 조사 시점에서 질문내용이 바뀜. 기존부대도 철수 18.8%, 추가파병 철회 18.0%, 기존 정부방침대로 파병 13.8%, 전투병도 파병 47.4%
<야후> : 60% →37% → 37% (찬성 63%)


위에서 보여지듯 23일 새벽 2시 김씨 사망 사실이 보도된 이후 포철사이트 세 곳 모두에서는 파병의견이 계속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김씨 사망 사건을 계기로 파병 입장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묻는 <다음>과 <야후> 결과를 살펴보면 파병 '반대'에서 '찬성'으로 바뀐 경우가 그 반대 경우보다 2배 가량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이는 김씨 사망 소식이 일차적으로 네티즌의 '분노'를 야기시킨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네이버에서 실시중인 라이브 폴 결과를 살펴보면 전투병도 파병해야 한다는 의견이 47.4%에 달해, 김씨의 사망 사건을 주도한 이라크 무장단체에 대한 네티즌들의 적개심도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23일 저녁 7시 현재 세 포털 사이트 라이브 폴 결과는 파병찬성 의견이 반대 의견보다 우세로 역전된 상황에서 점차 그 간격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에서는 "일부 언론에서 김씨의 사망을 놓고 '보복을 선동'하는 보도태도를 보여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조갑제 "노 정부 최선을 다했다... 파병 후 복수" 운운

조갑제 <월간조선> 편집장은 23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김선일씨 살해-대한민국은 응징해야 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김씨 피살 사건과 관련 파병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현 정부의 태도를 지지하고 나섰다.

조 편집장은 해당 글에서 "노무현 정부는 이번 사건에 대한 처리에 있어서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며 "정부의 방침대로 파병은 더욱 단호하게 변함없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 편집장은 파병 이후 "우리 군대가 이라크에 가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라크 주권당국과 협조하여 김선일씨 살해범들을 색출, 처벌하는 일"이라며 "정당한 복수를 주저하는 국가는 국민들뿐 아니라 적(敵)이나 우방으로부터 경멸을 당한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죽음에 관한 '미국 책임론'에 대해서는 "미국은 지금 인류의 안전에 도전하고 있는 일부 이슬람 과격분자들을 제거하기 위한 정의로운 전쟁을 국제사회의 대표자로서 수행하고 있다"며 "김씨는 인류와 국가의 대의(大義)를 위해 희생된 셈"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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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4-06-23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더 추세를 지켜봐야겠지만, 현재 여론에 이상기류가 조성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내일자 [조선일보] 사회면 톱기사 제목을 보십시오.

"테러 응징못하면 문명국 아니다"
분노한 시민들, 상황파악 못한 정부에 비난 빗발

정말 제목을 절묘하게 잡아놨습니다.

흥분한 국민들의 감정을 자극해서 파병의 당위성을 부각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노무현 정부의 잘못을 여기에 결부시킴으로써 이중적 효과를 얻겠다는 뜻입니다. 최소한 파병을 정당화할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모든 잘못을 노무현 정부에게 전가함으로써, 노무현 정부를 고립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지요.

TV도 마찬가지입니다. 파병찬성론과 파병반대론을 "공평하게"(?) 다루고 있는데, 실제로는 김선일 씨에 대한 국민들의 애도의 감정을, 김선일 씨의 "부당한 죽음"과 결부시킴으로써, 결국 알게모르게 테러응징론 쪽으로 유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때문인지 포털 사이트 여론조사에서는 점차 파병찬성론이 파병반대론과 격차를 벌이면서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반면, 파병반대론은 한차례 더 냉정하게 사고해야 얻을 수 있는 결론이기 때문에, 파병찬성론보다 정서적 호소력이 부족합니다.  

자칫 이렇게 하다가 911 테러 이후 미국에 불어닥쳤던 메카시즘적인 테러응징론이 우리나라에서도 세력을 얻게 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이탈리아에서도 자국인 피살 이후 파병찬성론이 비등해졌다고 합니다.

당장 해야 할 일은 파병반대 집회에 꾸준히 참석하고, 여론의 기류를 바로잡기 위해 각종 포털 사이트 여론조사에 참여하고, 여기저기 인터넷 사이트에 파병반대를 호소하는 글을 남기는 일일 듯합니다. 우선 이 일에 모두 동참해주시길 바랍니다.


balmas 2004-06-24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금 SBS 마감뉴스를 봤는데, 해설위원이 근엄한 표정으로,
일부 여야의원들이 파병원칙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말하면서, 제 2, 제 3의 희생을 막기 위해서는, 파병이 관철되어야 한다고, 내뱉더군요.
하루가 멀다하고 미국 민간인들이 참수되고, 미군이 이라크에서 지옥같은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을 보면서도 저런 소리를 하는 걸 보면, 정말 저 사람들이 제 정신 가진 인간들이 아니라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KBS나 MBC도 같은 입장이라면, 정말 큰 일이 아닐수 없습니다.

조선인 2004-06-24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 SBS의 반동지수는 한없이 올라가는 거 같습니다.
민영방송 출범을 끝까지 반대했던 교수님이 생각나네요.

balmas 2004-06-24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BC와 KBS는 좀 제정신을 차려야 할 것 같은데, 정말 걱정입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참여가 정말 중요할 때인 것 같습니다.
다행히 민주노총, 화물연대에서 파병철회 투쟁에 동참을 선언했습니다! 정말 고무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전출처 : 물만두 > 김선일씨를 애도하며...

먼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고인의 명복을 빌 자격도 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고인이 고통없이 가셨기를 바랍니다. 또한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올립니다.

대통령께 한 말씀 드립니다.

당신이 대통령이 아닌 외아들을 가진 이 땅의 아버지이기를 바랍니다.

또한 당신이 대통령이 되기 전에 인권 변호사였음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자국민 한 명의 생명도 구하지 못하는 당신이, 그리고 우리 나라 모든 사람들이 무슨 자격으로 남의 나라 국민을 위한다고 총을 앞세워 그 땅을 밟으려는 것인지요.

그들이 싫다고 합니다.

가지 말아야 합니다.

안중근 의사가 테러리스트였습니까?

국제 사회의 약속이 중요하다고요?

그 국제 사회의 약속 때문에 우리가 분단된 국가에서 살고 있는 거라는 걸 아십니까?

우리는 누군가 우리를 돕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점령을 당했고 식민 지배를 당했던 사람들입니다.

우리의 역사는 약자의 역사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가지 말아야 합니다.

당한 자만이 당하는 사람의 심정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돈이 그렇게 중요합니까?

국민의 생명과 다른 나라 사람의 생명보다 국가의 이익이 중요합니까?

그렇다면 당신은 왜 인권 변호사였습니까?

그때와 지금의 자리에서 바라 본 세상은 다른가요?

당신이 진정 그때의 인권 변호사 노무현이라면 그 자리로 돌아오십시오.

적어도 지금의 당신 모습보다 그때의 모습이 더 당당했음을 기억하십시오.

그리고 부끄러워 하십시오.

당신이 지금 하는 일이 예전 당신이 그렇게 싫어하던 사람들 모습 그대로라는 것, 그렇게 비춰진다는 것, 그렇게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십시오.

당신은 김선일씨의 희생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당신이 그가 대한민국의 국민이기 때문에 희생당한 그 나라의 대통령이기 때문입니다.

제발 파병을 철회하십시오. 지금 있는 군대도 철수하십시오.

그것만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길임을 빨리 깨달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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