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수도사들에게는 ‘아케디아Akedia‘라고 부르는 상태가 있었다. 아케디아는 ‘정오의 악마‘라고 불리기도 했는데, 이 악마는 수도사들에게 어느 오후면 찾아와, 온 세상이 멈추어버린 것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창밖에 지나가는 구름, 저녁을 향해 가는 태양이 거의 정지 상태와 같이 느리게 흘렀다. 수도사들은 어느 순간 그 정체된 느낌을 더 이상 견딜수 없어 방 밖으로 뛰쳐나가고, 태양만을 쳐다보며, 자신을 둘러싼 수도 생활 전체에 염증을 느꼈다.

작은 일상이 부드러워질 수 있는 건 어쩌면 그러한 거대함과 연결되어 있을 때가 아닌가 싶다. 작은 것일수록 거대한 것과 만난다. 작은 기쁨일수록 거대한 것에 뿌리내리고 있다. 작은 마음들이 알고 보면 거대한 마음으로부터 온다.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자주 거대한 것을 잊는다. 그래서 거대한 것과 나를 이어주는 것들을 좋아한다. 음악, 영화, 문학, 풍경 중에서도 그런 거대함의 감각을 일깨워 주는것들을 말이다. 그런 것들과 함께 남은 생도 살아가고 싶다.

행복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발굴하거나 발명해야 하는 것 같다. 내가 아는, 행복을 누리는 모든 사람이 그렇다. 심지어 타고난 천성으로 모든 걸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행복을 느끼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오래전부터 자기만의 행복을 발굴한 결과 그런 삶을 얻었다는 걸 알았다. 그에게는오랜 싸움의 과정이 있었다. 그리고 삶의 어딘가에 숨어 있던 행복을 끄집어내어 드러나게 하고, 삶 속에 안착시키는 법을 알게 되었다.

삶에 대한 근본적인 믿음,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 같은 것 이 키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옛날보다 돈이 많아져서도, 잘생겨져서도, 대단한 성취를 이루었거나 사랑을 많이 받아서도 아니다. 그보다는, 어쩌면 내가 어떤 ‘시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런 마음이 길러진다는 느낌이다.

인간이건 동물이건, 우리는 감각에서 시작되어 감각에서 끝난다. 처음 눈으로 부모를 확인하고 살결을 느끼며 삶은 시작된다. ‘엄마‘와 ‘아빠‘를 소리 내어 부르면서, 세상은 언어로 체계가 잡혀간다. 인생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고들 하지만, 실은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순간들은 동물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인간과 나누는 가장 중요한 순간 역시 동물과 나누는 그것과 그리 다를 게 없다. 바라보고, 만지고, 부르고, 함께 웃거나 울던 나날은 모두 감각의 기억이고, 그 장면들은 그 자체로 온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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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9-09-03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의 책장님, 감기는 조금 어떠세요.
이번주에는 비가 계속 온다고 하는데, 바람이 조금 차갑습니다.
빨리 좋아지셨으면 좋겠어요.
편안한 밤 되세요.^^
 
행복한 이기주의자 (스페셜 에디션) - 나의 가치는 내가 결정한다
웨인 W. 다이어 지음, 오현정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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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이기주의자‘가 되기 위한 10가지 마음가짐

1. 먼저 나를 사랑한다
나를 사랑하는 정도가 나의 가치를 결정한다

2.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벗어난다
이 세상의 절반은 나와 생각이 다르다

3.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다
나의 발전을 가로막는 것은 과거의 나다

4. 자책도 걱정도 하지 않는다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현재뿐이다

5. 새로운 경험을 즐긴다
내가 원한다면 다른 이유는 필요하지 않다

6. 모든 선택의 기준은 나다
세상이 정한 옳고 그름에서 벗어난다

7.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다
세상의 기준으로 나를 평가하지 않는다

8. 미루지 않고 행동한다
행동하는 사람이야말로 현재를 사는 사람이다

9.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누구보다 나를 신뢰하며 독립적인 삶을 산다

10. 내 안의 화에 휩쓸리지 않는다
화로 생긴 스트레스는 결국 나를 향한다

우주의 모든 이치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오직 한 사람,
바로 당신에게로 향해 있다.
_월트 휘트먼 Walt Whit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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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쐬고 오면 괜찮아질 거야 -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우울, 불안, 공황 이야기
제시카 버크하트 외 지음, 임소연 옮김 / 더퀘스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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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혹시 마음의 병을 가지고 있나요, 『바람 쐬고 오면 괜찮아질 거야』

 

 

 

 

『하나, 책과 마주하다』

누구나 우울함과 불안감은 가지고 있다. 단지, 깊이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우울, 불안 그리고 공황까지 남들에게 말못할 마음의 병을 가진 이들이 많다.
『바람 쐬고 오면 괜찮아질 거야』는 베스트셀러를 쓰고 문학상을 받은 31명의 작가들이 가지고 있었던 마음의 병을 허심탄회하게 풀어낸 책이다.
청소년소설 분야의 베스트셀러이자 『렛 잇 스노우』의 저자인 모린 존슨도 불안증 환자였다.
어느 날, 심각한 불안이 크게 찾아와 그녀를 심적으로 고통스럽게 했다고 한다.
불안이라는 것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찾아온다. 불안하면 더 불안해지고 그 불안이 더 더 불안해진다.
허나 그녀는 이대로 있을 순 없단 생각에 강박적일 정도로 관련 내용을 찾아 헤맸고 결국 답을 얻게 된다.
유발된 원인은 개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불안증에 시달리면서도 삶을 살아간다는 것, 그것만 봐도 불안증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다.
처음에 그녀가 느끼는 불안의 수준은 그저 긴장감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가슴이 미친듯이 두근대고 전기충격이 팔을 타고 내려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밤이면 공황발작이 찾아와 잠깐 잠들었다가도 발작을 일으키며 벌떡 깨는 것이다. 그렇게 이유도 모른 채 그녀는 세상 모든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그녀는 불안증을 통해 뭔가를 배우고 뭔가를 실행에 옮기기 시작한다.

불안증은 자신의 주위를 맴돌 뿐 자신의 일부는 아니기에 나 자신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불안증은 말그대로 멍청한데 평소 틀린 말을 잘한다면 그것 또한 불안증의 한 증세이다.

결국 불안증은 내면의 자신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달린 것이다.

그녀는 불안증이 다가오면 "넌 정말 멍청해. 너같은 멍청한 놈한테 지지 않을거야."라고 혼잣말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조금씩 변화된 행동 덕에 그녀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제껏 둘러보지 않았던 그녀의 삶과 그녀가 처한 상황을 천천히 둘러보자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사실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맨 먼저 빨리 빨리 돌아가던 자신의 삶의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 일명 '할머니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즐길 법한 느리고 지루한 일을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꼭 강조하게 싶은 게 있다고 한다. 바로 명상이다! 누구나 아는 답이지만 매일매일의 명상이 그녀의 삶을 완벽하게 바꿔놓았다고 한다. 덧붙여, 의사의 도움을 받아 약을 먹으며 치료를 받았고 요가같은 운동을 했다고 한다.

또한, 명상과 함께 강조하고 싶은 것이 불안증이 결국 끝날 것임을 분명하게 인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표현하지 않아도 많은 이들이 불안증을 겪고 있을텐데 이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고 그녀는 말한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일을 겪지는 않겠지만 혹여나 자신과 같은 불안증을 겪고 있다면 자신의 경험담이 꼭 도움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인다.

나도, 당신도, 우리 모두 불안이라는 감정은 가지고 산다. 앞서 말했듯이 깊이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우리의 삶이 완전하지 않기에 당연히 불안할 수밖에 없다.

불안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고 말했는데 정말이다. 불안은 불안을 먹고 산다.

그만큼 내적으로 나 자신이 단단해져야 이겨낼 수 있다는 의미이다.

개인적으로 불안한 감정을 가진 이들에게 한 가지 조언해주고 싶은 것은 신경쓰고 싶지 않은 일에는 관심두지 않는 게 정답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나는 저자와 같은 불안증 환자는 아니지만 그간 많은 심리학을 읽어왔고 나 또한 경미한 불안감이 아닌 지독한 불안감에 빠질 법한 경험이 있어서이다.

마음의 병을 가진 이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 '더 빨리, 더 빨리'라는 사회에 살고있어서이다.

그런데 마음의 병을 가진 이들이 스스로 잘 풀어낸다면 다행이지만 풀어내지 못하고 남에게까지 위해를 끼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자신의 아픔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국, 하고 싶은 말은 마음의 병이라는 것을 가장 먼저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그 시작인 것이다.

그리고 마음 한 켠에 묵혀놓은 이야기를 털어놓자. 당신이 믿을 만한 사람이면 된다. 가족이든, 친구든, 연인이든, 지인이든, 의사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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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함 내려놓기 - 남보다 예민해서 힘든 사람들을 위한 내 안의 바늘 길들이기
오카다 다카시 지음, 홍성민 옮김 / 어크로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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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삶의 고달픔이나 행복도에서는 신경학적인 것 이상으로 심리사회적 예민함이 중요하다. 마음에 상처를 입은 사람이 목숨까지 끊는 사건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오히려 심리사회적 예민함이 더 크게 작용한다.

신경학적 예민함과 심리사회적 예민함이 사회적응도, 삶의고달픔, 행복도와 얼마나 상관있는가를 살펴보면, 사회적응도에서는 비슷한데 삶의 고달픔과 행복도에서는 심리사회적 예민함이 강한 상관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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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데 있는 유쾌한 상식사전 3 : 언어.예술 편 가리지날 시리즈
조홍석 지음 / 트로이목마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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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난 스토리텔링이 한가득, 『알아두면 쓸데 있는 유쾌한 상식사전 -언어·예술 편-』

 

 

 

 

 

『하나, 책과 마주하다』

 

갖고 있으면 '알짜배기'가 되는 책이 있다. 이 책이 그 중 하나인데 이번에 나는 3편인 언어·예술 편을 읽었다.

1편이 일상생활 편이고 2편이 과학·경제 편이던데 다음 달에 두 권 다 읽어볼 생각이다.

총 4부로 언어, 미술, 음악, 영상매체로 구성되어 있다. 무엇보다 재미난 스토리텔링으로 읽는 내내 지루함이 전혀 없다.

그 중 언어와 음악에 관한 에피소드 하나씩을 풀어볼까 한다.

우리나라의 정식 영어명칭은 KOREA인데 가끔씩 COREA라는 단어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일본의 JAPAN과 우리나라의 COREA를 볼 때, 일본이 알파벳 순서상 우리나라가 먼저 소개되는 것이 싫어 C를 K로 바꾸었다는 말이 있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대부분 라틴어계열 국가에선 C로 게르만어계열 국가에선 K로 표기하는데, 우리나라의 KOREA는 1891년 미국, 영국 정부의 결정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혹시 우리나라 영문명칭 KOREA의 유래에 대해 모두가 알고있으려나?

솔직히 나는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엄마가 사주셨던 근현대사 책을 통해 알게되었다.

우리나라는 실제 500여 년간을 '조선'으로 불리우다 1897년부터 14년간은 '대한제국' 그리고 이후부터 '대한민국'이 되었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우리나라의 영문명칭은 KOREA인데 '대한민국'이 아닌 '고려'의 의미가 내포된 느낌이 나지 않는가?

과거 당나라, 송나라의 활발한 교역이 이루어진 때인데 당시 고려라는 국호가 중동 지역까지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연스레 고려는 COREA가 되었고 COREA라는 영문명칭이 이슬람 권역까지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영문명칭에 대한 역사는 이렇다.

대한민국이라는 자랑스러운 이름이 있는데, 외국인들에게는 여전히 우리나라는 '대한민국'이 아닌'코리아'로 불려지고 있다.

앞으로 우리가 외국인을 만난다면 'KOREA' 혹은 'SOUTH KOREA'라고 소개하겠지만 '대한민국'이라는 명칭 또한 알려주는 게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음악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은 무궁무진하다.

가슴이 쿵쾅거리는 신나는 리듬이 스트레스를 날려주기도 하고 잔잔하고 조용한 리듬이 심신의 안정을 주기도 한다.

음, 나는 가요보다는 재즈를, 재즈보다는 발라드를, 발라드보다는 클래식을 듣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발레나 오페라 공연이 있으면 종종 보러 가곤 하는데 오페라에 관한 이야기를 잠깐 해볼까 한다.

서양 클래식 음악하면 단연 오페라가 자연스레 떠오르는데 상류층만 즐기는 고급 문화였다 생각하지만 과거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연에 속했다고 한다.

연기, 합창 그리고 음악 반주가 어우러진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고대 올림픽 같은 대형 스포츠 행사에 널리 활용되었으며 이후 로마시대에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중세시대에는 신이 주신 최고의 악기는 사람의 목소리라는 생각이 각인되면서 악기로 연주하는 대신 아카펠라로 대체되기도 했지만 연기, 노래 그리고 무대 미술이 어우러진 복합 예술로 발전하게 된다.

클래식의 아버지, 바흐와 클래식의 어머니, 헨델이 등장하였고 이후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등장하게 된다.

어렸을 때부터 모차르트 음악을 많이 들어서 그런지 가장 익숙한 음악이자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이다.

또한, 아마데우스라는 영화를 인상깊게 본 지라 지금도 생각날 때면 영화USB를 꺼내 가끔씩 보기도 한다. (중략)

카라얀의 이야기도 빠뜨릴 수 없다. 가장 좋아하는 지휘자를 묻는다면 단연 'Karajan'이라 대답할 것이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돌아가신 분이지만 우연히 그분이 지휘하신 영상을 보고선 푹 빠져 그분의 공연 영상들을 엄청나게 찾아서 본 적이 있다.

당시 베토벤, 모차르트, 차이코프스키 등 지휘한 곡들 음원을 다운받아 들었었는데 지금까지도 간간히 듣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재미난 스토리텔링으로 책 한 권 읽는 데 시간이 금세 뚝딱이다.

다 아는 사실일 수도 있으나 의외로 상식에 약한 이들이 많은데 알아두면 유용하기에 상식과 관련된 책을 찾는다면 정말 추천한다.

어찌저찌 무더운 여름도 이제 가시고 선선한 가을 바람이 오기만을 고대하고 있다.

이번에는 여름 휴가없이 보내는지라 한밤중이나 주말에 독서로 달래곤 했는데 선선한 가을이 오면 체크해놓은 전시회도 보러 가고 공연도 보러 갈 예정이니 그 때만을 손꼽아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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