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경십서 1 : 손자병법, 오자병법 - 중국의 모든 지혜를 담은 10대 병법서
신동준 역주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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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준씨의 최근 저술활동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작년과 올해 이 분 책을 본 것이 <신의 한수>, <춘추전국의 영웅들>, <후흑학>_이 책은 인간사랑(譯)과 위즈덤하우스(著)에서 같은 제목으로 출간했으나 다른 책이다_, <열국지 교양강의>, <팍스 시니카>, <조조 사람혁명>, <삼국지, 군웅과 치도를 논하다>, <인물로 읽는 중국 현대사>, <장자>, <사마천의 부자경제학>, <대여대취>, <한비자>, <조조의 병법경영>. 여기에 <무경십서 武經十書>란 간단치 않는 대작을 저술하시다니 어찌 대단하다하지 않겠는가! 이 분의 저서를 전부 읽은 것은 아니지만 제법 많은 책을 손에 들어봤는데 중국고전, 특히 춘추전국시대를 관통하는 탁월한 안목과 해박한 지식에 늘 감탄한다.

 

<무경십서>는 예전부터 병법 칠서(七書)로 잘 알려진 <손자병법孫子兵法>, <오자병법 吳子兵法>, <사마법 司馬法>, <울료자 尉繚子>, <당리문대 唐太宗李衛公問對>, <육도 六韜>, <삼략 黃石公三略>의 기존 <무경칠서 武經七書>에 저자가 독자적으로 <손빈병법 孫臏兵法>, 제갈량의 <장원 將苑>, 단도제의 <삼십육계> 세 권을 더하여 <무경십서>라 칭하고 이렇게 주해서를 펴낸 것이다. 이번에 읽은 1권은 가장 잘 알려진 손자병법과 오자병법을 한 권으로 엮었다. 이 두 병법서는 무경십서 중에서도 가장 뛰어나 흔히 이 둘을 합쳐 "손오병법(孫吳兵法)"이라 부르기도 하며, 그 지략과 지혜를 오늘의 현실에 접목시키는 수많은 해설·응용서가 나오고 있다.

 

손자병법은 일반적으로 춘추시대 오나라 합려(闔閭)를 섬기던 명장 손무(孫武)가 저자로 알려져 있으나, 그 실존여부에 대해서 강한 의문을 품는 사람도 많다. 수천 년 동안 최고의 병서로 취급되어 오면서 워낙 많이 소개되었는지라 안읽어본 사람이 없을 터지만, 이 책은 조조의 <손자약해孫子略解>를 근거로 하고 있다. _저본은 《손자십가주》_ 당시 부풀려진 손자병법을 조조가 손질하여 원형에 가깝게 복원해내고 정밀한 주석을 가했기에 신동준씨는 조조를 사실상의 저자로 보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조조의 기본 입장과 사상을 모르면 제대로 된 해석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 원문에 조조의 주석을 괄호 형식으로 첨가하고 있다. 작금의 손자병법 관련서 중 주해서는 원문의 기본 취지를 알리는데 초점을 맞추느라 조조의 주석을 생략하고 있고, 처세서는 사례 중심으로 풀어가느라 원문 이해가 생략된 것이 문제였다는 인식에서 이 무경1서의 손자병법을 풀어가고 있는데 나름 흥미로운 해석이었다. 

 

그 옛날 대학 본고사가 있던 시절, 모 대학의 국어 시험에 손자병법의 지피지기(知彼知己)가 시험에 나온 적이 있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 아니라 '백전불퇴(百戰不殆)'였음을 그 시험에 틀리고서야 나는 알았다. 물론 이 틀림이 나를 중국 고전의 세계에 뛰어들게 하긴 했지만... 현재 13편 2책이 전해지는 손자병법은 병가의 성전(聖典)으로 불리며, 그 기저에 도덕경으로 상징되는 도가사상과 한비자로 대표되는 법가사상이 면면히 흐르고 있다는 기술이 마음에 들었다. 또한 조조가 주석한 정병과 기병 奇兵의 용병술을 애덤 스미스 <국부론>의 '보이지 않는 손'과 비교하는 대목(77쪽)에서 어떤 영감을 얻는 성과가 있었다. 어쨌거나 이 책은 조조의 탁월한 주석을 잘 살린 책이라 하겠다. 특히 193자 밖에 안되는 손자약해 서문은 처음 읽어본 듯하다.

 

적이 가까이 이르지 않으리라 기대해서는 안되고, 스스로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 적이 가까이 올지라도 공격하지 않으리라 기대해서는 안되고, 늘 적이 감히 침공하지 못하도록 만반의 방비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 손자병법 제8편 구변(九變) 중에서-
군주는 한때의 노여움으로 전쟁을 일으켜서는 안 되고, 장수 또한 한때의 분노로 전투를 해서는 안 된다. 나라의 이익에 부합하면 움직이고, 그렇지 못하면 바로 멈춘다. - 손자병법 제12편 화공(火攻) 중에서-

 

무경2서의 오자병법은 손자병법과 달리 병도 및 전략과 같은 큰 밑그림보다는 전술, 즉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길 것인가' 하는 현실적 방법론을 중시하고 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오자병법이 손자병법보다 오늘날의 경쟁적 사회에 더 부합하는 게 아닌가 싶다. 손자병법이 첫머리에 병도를 역설한 뒤 전략과 전술 등의 용병술을 차례로 언급하고 있는데 반해 오자병법은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사전 준비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데, 이는 손자병법에서 찾기 어려운 대목이다. 손자병법의 백미가 지피지기와 부전승에 있다면, 이 오자병법의 가장 큰 특징은 장수가 병사를 자식처럼 아낀다는 부자지병(父子之兵)과 '인화(人和)'에 있다고 하겠다. 또한 손자병법이 인간의 호리지성(好利之性) 위에 서 있다면, 오자병법은 인간이 명예를 추구하는 호명지성(好名之性)을 통찰하고 있다는 비교도 괜찮았다.

 

오자병법의 핵심은 참 간단하지만 울림은 간단하지 않다. 제1편 <도국> '부국강병으로 나아가라'편만 보더라도 '문덕을 닦고 무비에 힘쓰라', '백성과 화합하라', '예의를 가르쳐라', '원인에 따른 처방을 하라', '정예병을 육성하라', '백성의 생업을 보장하라', '뛰어난 신하를 곁에 두라'는 말은 오늘의 우리나라 현실에 딱 맞는 맞춤형 조언처럼 보인다. 대선을 앞두고 우리가 후보들에게 요구하는 사안들이 모두 이런 것 아니었던가. 이외에도 제2편 <요적> 지피지기부터 실천하라, 제3편 <치병> 먼저 치밀하게 준비하라, 제4편 <논장> 기본덕목부터 갖춰라, 제5편 <응변> 응변의 원리를 터득하라, 제6편 <여사> 상으로 투지를 고취시켜라는 병법은 확실히 큰 틀을 중시하는 손자병법과 궤를 달리하는 실전적이고 꼼꼼한 가르침이라고 하겠다.

 

무릇 나라를 잘 다스리고 무력을 키우려면 반드시 예를 가리치고 의를 고취해 백성으로 하여금 부끄러움을 알게 해야 한다. 사람들이 부끄러움을 알게되면 크게는 적과 싸우기에 족하고, 작게는 적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에 족하다. 싸워서 이기기는 쉬워도 이를 지키기는 어렵다. - 오자병법 제1편 도국(圖國) 중에서-

 

손자병법과 오자병법은 이렇게 큰 틀의 전략과 방략을 배울 수 있는 상호보완의 병법서가 아닌가 한다. 아는 만큼 이해되고 보이는 법!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고전에서 엿보는 지혜는 청량한 바람처럼 여유로운 판단력과 지략의 밑바탕이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전쟁하여 이기는 것보다 전쟁하지 않고 이기는 것을 최선으로 여기는 손자병법이나, 상하간의 유대감과 인화를 부국강병의 요체라고 한 오자병법은 시대를 뛰어넘는 필독서임에는 틀림없다.
손오병법 관련서들이 워낙 많이 출간되었는지라 그 중요한 비중에 비해 특별한 흥미를 느낄만한 내용은 없었지만, 주제어와 관련된 전례(戰例)와 상례(商例)를 적절히 덧붙여 현 시대상황을 이해하도록 한 부분은 나름 괜찮았다. 하지만 명저(名著)로 남으려면 여기서 한 번 더 가다듬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표현이 조금은 거칠다는 느낌, 전례와 상례에 마음이 끌려 들어가지 않는다는 느낌은 후발서적으로써 감수해야할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아닐까 한다. 그래도 이만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즐거움은 이를 상쇄하고도 남았다는 걸 기억하면서 무경십서 1권의 소감을 마무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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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청소법 - 걸레 한 장으로 삶을 닦는
마스노 슌묘 지음, 장은주 옮김 / 예담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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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 출간되는 스님들의 글을 읽으면 조금은 단순하군요. 그런데도 수행자 특유의 깨달음과 여유로움이 철철 흘러넘치는 게, 거친 삶을 따라가기 바쁜 나의 어수선한 마음에 탁! 탁! 정신을 바짝 들게 하는 죽비소리 같습니다. 수행자의 삶은 단조로워야 한다던가요? 단조로움은 있는 그대로를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는 수행의 지혜이겠지요. 법정스님의 <오두막 편지>에 소개되었던 소창청기(小窓淸記)의 글귀가 생각납니다. “구름은 희고 산은 푸르며 시냇물은 흐르고 바위는 서 있다. 꽃은 새소리에 피어나고 골짜기는 나무꾼의 노래에 메아리친다. 온갖 자연은 이렇듯 스스로 고요한데 사람의 마음만 공연히 소란스럽구나."... 소란스레 들뜬 마음을 내려놓고 가만히 자신을 들여다보면 정말 단순함에서 삶의 철학이 꿰뚫어지나 봅니다. 그러기에 저토록 울림 있는 여유를 선사하는 거겠지요.

 

일본의 마스노 슌묘(枡野俊明)란 스님의 <스님의 청소법>이란 책을 읽었습니다. 스님들은 수행에서 청소도 중요한 작무(作務)라는군요. 아침 근행(勤行, 시간을 정하여 부처님 앞에서 독경하거나 예배하는 일) 후 일제히 청소를 하고 아침 공양을 한답니다. 그 외에 오전 중과 점심 후, 하루에 최소 세 번은 청소를 한다는군요. 마루를 청소할 때는 걸레를 손에 쥔 여러 명의 수행승들이 나란히 줄지어 동시에 출발하여 십 수 미터나 되는 마루를 맹렬한 기세로 달려 나가면서 걸레질을 한다는데, 초등학교때 친구들과 골마루 닦던 옛날이 생각나는군요. 바람으로 먼지가 날리는 날이면 하루에 다섯 번씩 청소하는 일도 흔하답니다. 이러니 법당은 늘 깨끗하지 않을 수가 없겠지요. 윤이 나는 복도를 볼 때의 상쾌함은 무엇에도 견줄 수 없답니다. 그 곳에는 자신들의 마음이 닦인 증거가 있기 때문이랍니다. 책은 이렇게 풀어나갑니다.

 

좌선이 '정(靜)의 수행'이라면 청소는 동(動)의 수행입니다. (58쪽)

 

스님에 의하면 "청소란 마음을 닦는 것! 행복에 이르는 길은 새로운 것을 얻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뭔가를 내려놓는 것"이라고 합니다. 무심히 몸을 움직이다보면 얻는 게 있다는군요. 고작 청소라 해도 한결같이 손을 움직이고 몸을 움직이는 동안에 이를 수 있는 경지가 반드시 있답니다. 그러고 보니 비질하다가 깨어진 기왓장이 있어서 대나무 숲으로 던졌는데 그 기왓장이 대나무에 부딪히는 소리를 듣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향엄스님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이 책에도 비슷한 고사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저마다의 근기가 다르니 깨닫는 방법도 다른 거겠지요. 마음의 흐림을 제거하면 언젠가는 저절로 진실이 보이는 법, 그래서 매일매일 청소를 한다는군요. 자신의 마음을 닦듯이. 찌든 때를 벗겨내듯이...

 

‘필요 없는 물건을 처분한다. → 더러움을 제거한다. → 정리 정돈한다.’의 순서로 해나가면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습니다.(83쪽)

 

일단 각각의 물건이 있어야 할 모습을 재점검하여 있어야 할 곳에 있게 하여 깨끗하고 심플한 공간을 만들라고 합니다. 필요 없는 물건을 모두 버리고 심플한 상태가 되었을 때, 잃어버렸던 자신을 되찾을 수 있답니다. 본래의 자신을 되찾으면 자유로운 경지에 접어든 답니다. 청소를 하고 환경을 바꾸고 심플한 상태가 되면, 사람의 마음은 저절로 변하고 풍요로움이 보이고 우주의 대진리를 깨달을 수 있답니다. 그때까지 덮여 있거나 깔려있던 흐림이 제거되어 마음의 거울이 깨끗해진다는군요. 아마 '본래의 자신'과 만날 수 있다는 말인가 봅니다. 이거야말로 청소를 통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깨달음의 전언 같습니다. 그래서 스님은 이렇게 권하는군요. "지금 바로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먼 곳을 보지말고 발밑을 보세요.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뭔지, 그것을 찾아봅니다(212쪽)."라고...

 

무심히 청소하는 것은 곧 수행이다!!! 그렇군요. 그래서 육조혜능(六祖慧能) 조사와 관련하여 우리에게 잘 알려진 신수스님의 글을 소개하고 있군요. 몸은 보리수요(身是菩提樹), 마음은 맑은 거울과 같으니(心如明鏡臺), 자주자주 부지런히 털고 닦아서(時時勤拂拭) 티끌과 먼지가 묻지 않게 하라(勿使若塵埃)... 무심히 청소를 한다는 것은 '행동을 닦는 것', 즉 다름 아닌 '수행'이라는 겁니다. 이 정도 소개되면 책에는 없어도 혜능조사의 깨달음도 엿봐야지요. 보리는 본래 나무가 아니요(菩提本無樹), 거울 또한 형상 없다네(明鏡亦非臺). 본래 한물건도 없거니(本來無一物) 어느 곳에 티끌과 먼지 있으리오(何處惹塵埃)...

 

결국 진정한 행복으로 가는 길은 새로운 무언가를 얻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뭔가를 내려놓는 것이라는 게 핵심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 나는 마음을 닦고 있다'라고 생각하면 귀찮은 청소시간이 바뀌게 된답니다. 부끄러워지는군요. 제 책방은 정말 답이 없답니다. 이리저리 잡동사니가 꽉 쌓여있어 쉽게 치우질 못하고 있는지라... 필요 없는 물건을 버리고, 더러움과 먼지를 깨끗하게 닦아내다보면 정말 잃어버렸던 내 자신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눈앞의 물건을 바르게 비추는 맑은 마음은 맑은 환경에서 생겨나는 법이라니 마음을 다잡아 주변 정리를 하긴 해야겠습니다. 청소를 통해 얻게 되는 작은 감동에서 저도 마음의 여유와 감사의 시간을 가져봐야겠습니다. 그래서 좋은 연(緣)이 엮이도록 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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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공부가 사교육을 이긴다
김민숙 지음 / 예담Friend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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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공부가 사교육을 이긴다>는 책을 선물 받아 읽어보았다. 이 책은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도 아이를 우등생으로 키운 한 어머니의 기록이다. 저자는 그저 두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엄마이자 주부라고 하지만, 느리고 산만하고 때론 바보라고 놀림을 받던 아이를 전교 1등 수재로 거듭나게 한 엄마이다 보니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을 읽고 나자 몇 가지 느낌이 우후죽순 떠오른다. 두서없이 떠오르는 대로 적어보면, 우리네 '엄마표 교육'의 분투가 눈물겹다. 스토리는 달라도 동생가족의 자녀교육과 유사하다. 맹자의 맹모삼천지교가 생각난다. 아이는 엄마의 거울이다. 아이의 능력은 부모가 결정한다. 결국 아이의 교육은 부모의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 등등... 이런 생각 속에서도 '과연 부모의 노력만으로 아이가 다 잘 될까?' 하는 의문부호를 찍게 된다.

 

이야기를 조금 다르게 풀어보자. 언젠가 미국 대통령 오바마가 우리나라에 왔다간 이후, 그는 연설 때마다 우리나라 부모와 학생들의 교육열을 소개하곤 했다. 우리의 교육열은 이렇게 미국의 대통령도 인정할 만큼 대단하고 , 우리 아이들의 수준도 세계 최상위권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3년마다 진행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의 2010년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15살 학생들의 읽기와 수학 능력이 교육 선진국인 핀란드를 앞섰다고 한다. 그동안 열세였던 과학도 2006년보다 무려 8계단이나 올라 일본을 바짝 뒤쫓고 있다. 이런 성과에 대해 OECD는 주기적인 학업성취도 평가와 정규수업 이외 방과 후 교육활동 등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는데, 그건 실상을 잘 모르는 입바른 분석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나라 교육의 진정한 힘은 '엄마'이다. 아이가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게 새벽부터 밤까지 철저히 관리하는 '아줌마'의 위력을 모르니 공교육이 잘되어 좋은 성과를 내었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아파트 같은 라인의 초6 아이는 학원을 10개가 넘게 다닌다. "빡빡한 일정표가 질려 힘들지 않아?" 하고 물었더니 자기 친구는 14군데를 다닌다며 괜찮지만 피곤하다고 답을 한다.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이다. 믿기 힘들지만 사실이다. 아이의 교육 때문에 어머니가 직장이나 하던 일을 그만두는 민족은 한국인과 유대인 밖에 없다고 하는 말도 들리니 우리의 교육열이 이래저래 대단한 건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교육열과 성과에 비례하는 실속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거리이다. 사교육비의 과도한 경제적 부담, 얽매인 획일적·강제적 교육에 의한 창의력·상상력의 상실, 의사나 변호사만 꿈꾸는 똑똑한 아이들을 보면서 우리 교육이 '진짜교육'인지 정말 모르겠다.

 

아무래도 돈 있는 집안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높은 수준의 다양한 체험학습을 꾸준히 받다보니 그 경험 축척에 의해 보통 아이들 보다 조금씩 앞서나가는 게 현실이다. 물론 공교육에서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엄청난 지원을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맞춤형 교육이 될 수는 없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슬프지만 이런 작금의 현실에서 엄마와 아이의 노력만으로 전교 1등 우등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교육당국이나 많은 부모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될 것이 틀림없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홍보(?) 가치가 아주 높은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런 책을 읽어도 아마 많은 학부모는 "그래도 있는 집 아이가 나을 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당연하다. 같은 의지와 열의를 가지고 있다면 아무래도 있는 집 아이가 더 나을 것이다.

 

이야기의 방향을 다시 틀어보자. 처음 이 책을 읽고 생각한 것은 책의 내용이 내 동생집 이야기의 70% 수준이라는 거다. 그래서 동생에게 "너거 집 아이 공부시킨 거 책으로 한 번 내자. 자료 좀 준비해 봐라."고 이야기 했다. 동생은 IMF 구제금융 받을 때 굴지의 기업에서 사람 짜르는 일을 했다. 마음 약한 녀석이 그 일을 못내 마음 아파하더니 그만 지가 그만두고 말았다. 그 뒤로 쭈~욱 업자가 되고 말았다. 있는 돈 다 까먹고 아이들 공부는 정말 사교육 없이 두 부부가 번갈아 가면서 시켰다. 책은 전부 도서관에서 빌려 읽혔고 영어공부는 선교사 비슷한 분에게 공짜로 배웠다. 그런데 큰 녀석이 두각을 나타내더니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과고에 들어갔다. 둘째는 더 똑똑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생의 프라이버시상 더 깊게 이야기는 못하겠지만, 결국 부모의 의지가 아이를 밝고 똑똑하게 키웠다고 나는 믿는다. 가난은 다소 남루함이겠지만 좌절은 아니라는 걸 동생에게서 확인했다.

 

먹고 살기도 바쁘고, 아이를 가르칠 능력도 없다고 하겠지만, 마음이 통하면 눈물과 땀의 대가를 얻어낼 수 있는게 교육이 아닐까 한다. 떠밀리는 삶 속에서 아이가 자존감을 높일 수 있도록, 아이가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책에 이런 말이 있다. "공부에는 돈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엄마의 사랑과 노력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관심과 사랑으로 자녀를 믿어주는 것이 자녀에게 존경받을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란 말도 기억에 남는다. 크게 부담 없이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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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과학 - 위대한 석학 16인이 말하는 뇌, 기억, 성격, 그리고 행복의 비밀 베스트 오브 엣지 시리즈 1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존 브록만 엮음, 이한음 옮김 / 와이즈베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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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지'란 재단((Edge Foundation Inc.)이 있는 모양이다. 이 재단은 세계를 움직이는 석학들이 모여 자유롭게 학문적 성과와 견해를 나누고 지적 탐색을 벌이는 비공식 모임으로, 과학과 인문의 단절로 상징되는 '두 문화'에 반기를 들고 새로운 지식과 사고방식, 즉 '제3의 문화'를 추구한다고 한다. 요즘 회자하는 통섭(consilience, 統攝) 학문이나 융합과학의 개념이 여기서 나온 듯하다. 멤버의 면면히 정말 대단하다. 『이기적 유전자』의 리처드 도킨스, 『언어 본능』『빈 서판』의 스티븐 핑커, 『총, 균, 쇠』의 재레드 다이아몬드, 『생각의 지도』의 리처드 니스벳, 『몰입의 즐거움』의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루시퍼 이펙트』의 필립 짐바르도, 『생각에 관한 생각』의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인지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 등 이름만 들어도 짜릿한 분들이다. 가히 “지적 활동의 중심지”라고 평가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엣지재단에서 그동안의 지적 성과를 담은 글들을 편집하여 마음, 문화, 생명, 우주, 생각의 다섯 분야로 집대성하였는데, 그 1권이 <마음의 과학>이다.


<마음의 과학>은 '마음'에 논의의 초점을 맞추고 18편의 글이 실려 있다. 원래 이 글들은 온라인 엣지(edge.org)에 실렸던 거라 한다. 첨단을 달리는 이론심리학자, 인지과학자, 신경과학자, 신경생물학자, 언어학자, 행동유전학자, 도덕심리학자가 '마음'에 관한 새로운 사고방식을 탐구한다. 처음 책 표지를 봤을 땐 참 재미없겠다, 좀 어렵겠다 싶었다. "위대한 석학 16인이 말하는 뇌, 기억, 성격, 그리고 행복의 비밀"이란 부제나, "당대 최고 석학들이 모인 지식의 토론장, 엣지가 집대성한 최첨단 지식 프로젝트"란 띠지의 카피를 보더라도 쉽지 않은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엮은 분은 엣지재단을 주도하며 '지식의 전도사', '지식의 지휘자'라고 불리는 존 브록만(John Brockman)인데, 그의 서문을 읽을 때만 하여도 '아~ 이 책, 머리 아프게 괜히 잡은 거 아니냐?'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그런데 실제 읽어나가자 '야~ 이 책 대단하다!!!'는 느낌이 팍팍 와 닿는다. 역시 석학은 명불허전이다. 테마 하나하나가 신선하고 미래지향적이며, 정말 통섭의 진수가 무엇인지 느끼게 된다.


18개 주제 모두가 흥미로웠지만, 가장 관심이 간 것은 로버트 새폴스키의 "톡소: 인간 행동을 좌우하는 기생생물"편 이었다. 톡소플라즈마(Toxoplasma)라는 원생동물은 흔히 '고양이 기생충'이라 하여 포유동물 세계에 살면서 포유동물의 행동을 바꾸는 기이한 특징을 보인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놀라운 대목은 서로 독자적인 두 연구진이 톡소에 감염된 사람이 무모하게 과속을 하다가 자동차 사고로 사망할 확률이 3~4배 높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는 것이다. 또한 오토바이 사고로 죽는 사람들이 톡소에 감염되어있을 비율이 높은 듯 하다는 것이다. 설치류의 실험 결과, 톡소가 공포와 불안의 신경회로를 망치는 모양이다. 한마디로 겁을 상실했다는 건데 미국 군대에서도 여기에 관심이 많은 듯하고(영화 Universal Soldier가 언뜻 떠오르넹), 톡소 감염과 정신분열증 사이에 통계적 연관성이 있다는 내용도 주목할 만했다. 정신분열증과 임신 중에 집고양이를 기른 산모 사이에도 연관성이 있으며 그에 관해서도 많은 문헌이 있다고 한다. 톡소의 정신의학적 상태에 부인할 수 없는 한 가지가 있으니, 그게 바로 고양이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이외에도 제프리 밀러의 "성선택(sexual selection)과 마음"도 재미있었다. 우리 마음이 생존 기계가 아니라 구애 기계로 진화했다는 주장인데, 진화 관점을 지금까지의 생존 위주에서 구애 위주로 바꿈으로써 마음의 수수께끼를 어떻게 하면 이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한마디로 짝을 고르는 성선택도 진화를 촉진한다는 이야기인데 역시 흥미롭다. 인지발달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앨리슨 고프닉의 "놀라운 아기"편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아기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경험에 마음을 연다. 아기가 선천적으로 프로그램화되어 있지 않은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게 하는 능력을 보면 "아기는 아기일 뿐"이라는 고정관념이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니컬러스 험프리의 "지닐 만한 자아"는 사이코메트리 초능력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 수술로 뇌 뒤쪽의 일차 시각피질을 전부 들어낸 눈먼 원숭이의 관찰에서 시각피질에 광범위한 손상을 입은 사람도 어느 정도 시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을 찾아내는 내용인데, 무의식의 시력(맹시 盲視)에 대하여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외에도 <엑스맨>의 뮤턴트(mutant)나 <토탈리콜>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들도 있어 흥미로웠고, 인지과학도 지적인 호기심을 채워주었다.


마음은 본래 체화해 있다.
생각은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
추상 개념은 대개 은유적이다.
(조지 레이코프의 "몸의 철학"에서... 313쪽)


정말로 지적인 책이다. 문학소설이나 단편적 통섭학에서 느끼지 못한 지적 허영을 충분히 충족할 수 있는 책이었다. 특히 미래지향적 융합과학 연구의 흐름을 탐색하고자 하는 이에겐 보배와 같을 것이다. 하긴 이 정도의 지적 수준에 올라있는 분들은 엣지 사이트에 바로 접속하여 읽어보겠지만, 이렇게 문서화된 책으로 한번 보는 것도 좋을 듯하여 '반쪽'에게도 추천하였다. 과학적 진보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읽을 볼 것을 권해 본다(수준이 좀 높다는 것을 감안하시길... 그래도 흥미롭다). 아 참, 여기서 하나 짚어둬야 할 게 있는데, 이 책의 곳곳에서 촘스키의 여러 이론이 인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히 노엄 촘스키(Noam Chomsky)가 시대의 지성인게 확실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 촘스키에 대해 공부 좀 해야겠다. 어쨌거나 이 책은 마음에 대해 평소 생각하고 있는 사고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었다.

 

사족 : 책 겉표지를 벗겨내면 하늘색의 양장표지가 나오는데 참 깔끔하다. 이게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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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이, 가족 캠핑 - 가족과 떠나는 캠퍼들을 위한 꼼꼼 가이드
안영숙.이수진 지음 / 위즈덤스타일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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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캠핑 인구가 많이 늘긴 늘었나 보다. 등산 장비 때문에 아웃도어 매장에 들렀더니 캠핑용 장비가 참 많이 보인다. 등산용 장비는 안쪽으로 밀려들어가 있고 눈이 많이 가는 곳에는 어김없이 캠퍼들을 위한 장비들이 진열되어 있다. 직장에서도 주로 초등 아이를 가진 동료들이 한창 바깥 잠에 맛이 들었는지 캠핑장비 판매 사이트에 자주 들락거린다. 내 역시 가끔 비박 산행을 하는지라 서로의 경험을 나누게 되지만, 아무래도 등산용 장비와 오토캠핑용 장비는 다를 수밖에 없다. 등산용 장비는 실용성도 중요하지만 무게와 부피가 더 중요한 관건이다. 배낭에 1인용 텐트와 여러 장비를 넣으면 예사 무게가 아닌지라 조금 비싸더라도 가능한 작고 가벼운 장비를 갖추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차량으로 장비를 실을 수 있는 오토캠핑용은 실용성이 더 우선될 것이다. 그러고 보면 등산 경력이 제법 되고 여러 비박용 장비를 갖추고 있는 내 자신도 이 분야엔 초보나 다름없어 동료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처음 산행을 시작할 때 장비 구입에 도움 받기가 쉽지 않았다. 인터넷 관련 카페나 지식관련 사이트를 찾아봐도 자칭 전문가의 조언들이 백가쟁명식인지라 혼란만 더할 뿐이었다. 지나서 생각해 보니 초보의 특성이 뭔지를 알겠다. 일단 저렴하면서 실용적인 것을 찾는다는 것이다. 일견 타당한 듯하지만 '싼게 비지떡'일 가능성이 높다. 깊은 산행을 해보니 장비의 아주 작은 기능적 차이가 생명의 경계를 넘나들 수 있다는 걸 수없이 경험했다. 가벼운 산행이라 하더라도 검증되지 않은 장비는 아주 위험한 사고를 불러 올 수 있다. 뭐 다른 말이 아니라 오토캠핑에는 오토캠핑용 좋은 장비가 있어야 제격이라는 것이다. 애착이 가는 좋은 장비는 아웃도어 이력에 걸맞은 추억을 남겨준다.


괜히 쓸데없는 서설이 길었다. 이번에 읽은 책 <오케이, 가족캠핑>은 가족과 떠나는 캠퍼를 위한 가이드인데, 자신이 추구하는 스타일에 맞게 무얼 어떻게 준비하고 어디서 즐길 수 있는지 꼼꼼히 챙겨주는 책이다. 이 책을 처음 주르륵 훑어보자마자 저자가 여성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진짜로 두 분의 여성이 책을 썼다. 캠핑마니아인 두 분이 초보 캠퍼시절 겪었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이제 막 캠핑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캠핑을 완성해 가는데 도움이 되고자하는 바램으로 책을 썼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책의 내용이 제법 알차고 아기자기하게 친절하다. 텐트와 타트 등 가족 중심의 캠핑장비 구입 요령, 두 여자의 캠핑 경험을 풀어낸 실전 노하우 , 정말 대단한 캠핑요리 레시피, 꼭 가봐야 할 캠핑장 소개 등 초보 캠퍼에게 유용한 정보를 충실하게 잘 정리해 놓았다. 캠핑을 진정으로 즐기는 마니아만이 알 수 있는 비교능력과 노하우는 그저 생기는 것이 아니므로 이런 책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여성이 쓴 책이라고 생각했던 이유는 3장의 '도란도란 캠핑요리 즐겨봐요!'의 레시피가 상당히 고급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밖에 나가면 가족을 위해 남자가 요리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조금은 거칠고 덤성덤성 차리는 게 일반적 가장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앞에 언급한 동료에게 이 장을 보여주니 "에이~ 이렇게 요리 못해요." 그런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아무래도 요리에 익숙한 어머니표 캠퍼에게 더욱 도움될 것으로 여겨진다. 만약 책에 나오는 요리를 남성이 할 수 있다면? 평생 가족에게 사랑받는 가장이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책 14~15쪽)

 

여기까지는 기본적인 생각이고, 두어 개 짚어볼 것이 있다. 첫째, 장비. 저자들은 기본적으로 콜맨, 스노우피크, 코베아를 비교 추천하고 있다. 내 역시 등산용 외산 장비를 여러 가지 사용하지만, 장비 구입 시 인접국가 S사꺼는 별로 매력을 못느꼈던지라 조금 의외로 느껴졌다(순수 개인적 느낌이다). 오히려 이 회사의 장비가 이 정도로 아웃도어 트렌드가 되었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여기서 생각해봐야할 것이 소위 '명품족'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미 각인된 명품을 소유하고 사용함으로써 자기만족을 느끼겠다는데 누가 뭐라 하기 그렇지만, 또한 가족과 함께하는 캠핑에서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지만, 무조건 외제 고급 브랜드로만 업그레이드하는 있는 자들의 돈질은 조금 그렇다. 요즘 웬만한 명품은 '세계의 제조공장'이라는 인접국가에서 만든다는 사실! 난 이쪽 생산품은 상표와 관계없이 신뢰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아웃도어 제품도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는지라 깊이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내 자신도 1인용 텐트를 살 당시 쓸 만한 국산 고어텐트가 없어 구입했을 뿐이지 요즘 같으면 당연히 국산제품을 구입하였을 것이다. 외산 업체만 배부르게 해주는 오토캠핑시대가 되지 않도록 국산업체들의 분발도 요구되지만, 무엇보다 우리들의 의식이 자본주의 허상에서 벗어나야 하는 거라 생각해 본다. 무분별한 고가 장비 경쟁은 자신을 황폐화 시킬 뿐이다.

두 번째, 자신의 쓰레기는 자신이 꼭 처리하자.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캠핑장을 지나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참 아닌 경우를 많이 본다. 즐겁게 캠핑을 했다면 다음 캠퍼를 위해 깨끗하게 정리해주는 것은 기본이다. 그래야 그 다음에 자신도 또다시 상쾌한 캠핑을 할 수 있는 건데, 아직 우리의 레저문화 수준이 성숙하지 못한 탓인지 이게 잘 안 되는 듯하다. 특히 캠핑 요리 후의 음식물 뒤처리는 캠핑장의 환경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보통 캠프장에 음식물 처리시설이나 분리수거시설이 되어있더라도 관리하는 측에서 바로바로 처리하지 못하므로 가져가서 버리는 것이 올바른 캠핑매너가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과일껍질 같은 게 쉽게 썩거나 동물들이 먹는다고 생각하여 길가에 마구 버리는 분들도 있는데, 그건 동물도 안 먹고 환경오염에 불과하다 는걸 알아야 한다. 즐겁게 캠핑하고도 다녀가지 않은 듯 처리하는 것이 캠퍼의 미덕임을 분명히 인지했으면 한다.

 

 ( ㅇㅁ산 정상에서 비박 1인용 고어 텐트로 세팅한 등산팀 , 자고 간 흔적없이 정리한 사진)

 

정말 엉뚱한 이야기를 많이 한 듯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오토캠핑을 왜 할까? 원천적인 물음이지만, 초기에 가졌던 이상적인 생각은 아마도 '가족, 그리고 행복'이 아니었을까 싶다. 일상의 매너리즘에서 벗어나 자신을 찾을 수 있는 가장 밑바탕 자원 '가족'. 도심의 권태로움과 획일적인 여행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가족과 함께 호흡하고 대화하고 행동할 수 있는 공감과 유대의 기회를 얻을 수 있기에 이렇게 오토캠핑인구가 늘어나는 것이리라. 아이에게 아버지를 인식시켜줄 수 있고, 아내에게 가정을 챙기는 멋진 남편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사그라지던 남성성을 일깨워주기 때문이기도 하리라. 이래저래 캠핑은 자연 속에서 충만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기회와, 가족의 유대를 돈독히 할 수 있는 최적화된 아웃도어가 아닐까 한다. 아이가 자라버린 지금의 나에겐 오토캠핑보다 그냥 산행이 더 어울리지만(가족끼리 지리산에 올라 세석산장에서 자고 천왕봉을 다녀왔다), 유소년의 부모들에겐 오토캠핑이 젊은 가족의 트렌드에 맞는 아주 매력적인 시간이 될 것이다.

아무튼, 이 책은 다소 여성적 시각에서 오토캠핑을 바라보고 있지만, 그러기에 그만큼 더 꼼꼼하고 정감있게 경험을 풀어내고 있다. 앞으로 가족캠핑을 나설 계획인 초!보!캠!퍼!에게 길라잡이가 되는 책임은 분명하다고 하겠다. 자~ 준비되었다면! 이제 가족과 함께 저 자연 속으로 떠나봅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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