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경십서 1 : 손자병법, 오자병법 - 중국의 모든 지혜를 담은 10대 병법서
신동준 역주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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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준씨의 최근 저술활동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작년과 올해 이 분 책을 본 것이 <신의 한수>, <춘추전국의 영웅들>, <후흑학>_이 책은 인간사랑(譯)과 위즈덤하우스(著)에서 같은 제목으로 출간했으나 다른 책이다_, <열국지 교양강의>, <팍스 시니카>, <조조 사람혁명>, <삼국지, 군웅과 치도를 논하다>, <인물로 읽는 중국 현대사>, <장자>, <사마천의 부자경제학>, <대여대취>, <한비자>, <조조의 병법경영>. 여기에 <무경십서 武經十書>란 간단치 않는 대작을 저술하시다니 어찌 대단하다하지 않겠는가! 이 분의 저서를 전부 읽은 것은 아니지만 제법 많은 책을 손에 들어봤는데 중국고전, 특히 춘추전국시대를 관통하는 탁월한 안목과 해박한 지식에 늘 감탄한다.

 

<무경십서>는 예전부터 병법 칠서(七書)로 잘 알려진 <손자병법孫子兵法>, <오자병법 吳子兵法>, <사마법 司馬法>, <울료자 尉繚子>, <당리문대 唐太宗李衛公問對>, <육도 六韜>, <삼략 黃石公三略>의 기존 <무경칠서 武經七書>에 저자가 독자적으로 <손빈병법 孫臏兵法>, 제갈량의 <장원 將苑>, 단도제의 <삼십육계> 세 권을 더하여 <무경십서>라 칭하고 이렇게 주해서를 펴낸 것이다. 이번에 읽은 1권은 가장 잘 알려진 손자병법과 오자병법을 한 권으로 엮었다. 이 두 병법서는 무경십서 중에서도 가장 뛰어나 흔히 이 둘을 합쳐 "손오병법(孫吳兵法)"이라 부르기도 하며, 그 지략과 지혜를 오늘의 현실에 접목시키는 수많은 해설·응용서가 나오고 있다.

 

손자병법은 일반적으로 춘추시대 오나라 합려(闔閭)를 섬기던 명장 손무(孫武)가 저자로 알려져 있으나, 그 실존여부에 대해서 강한 의문을 품는 사람도 많다. 수천 년 동안 최고의 병서로 취급되어 오면서 워낙 많이 소개되었는지라 안읽어본 사람이 없을 터지만, 이 책은 조조의 <손자약해孫子略解>를 근거로 하고 있다. _저본은 《손자십가주》_ 당시 부풀려진 손자병법을 조조가 손질하여 원형에 가깝게 복원해내고 정밀한 주석을 가했기에 신동준씨는 조조를 사실상의 저자로 보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조조의 기본 입장과 사상을 모르면 제대로 된 해석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 원문에 조조의 주석을 괄호 형식으로 첨가하고 있다. 작금의 손자병법 관련서 중 주해서는 원문의 기본 취지를 알리는데 초점을 맞추느라 조조의 주석을 생략하고 있고, 처세서는 사례 중심으로 풀어가느라 원문 이해가 생략된 것이 문제였다는 인식에서 이 무경1서의 손자병법을 풀어가고 있는데 나름 흥미로운 해석이었다. 

 

그 옛날 대학 본고사가 있던 시절, 모 대학의 국어 시험에 손자병법의 지피지기(知彼知己)가 시험에 나온 적이 있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 아니라 '백전불퇴(百戰不殆)'였음을 그 시험에 틀리고서야 나는 알았다. 물론 이 틀림이 나를 중국 고전의 세계에 뛰어들게 하긴 했지만... 현재 13편 2책이 전해지는 손자병법은 병가의 성전(聖典)으로 불리며, 그 기저에 도덕경으로 상징되는 도가사상과 한비자로 대표되는 법가사상이 면면히 흐르고 있다는 기술이 마음에 들었다. 또한 조조가 주석한 정병과 기병 奇兵의 용병술을 애덤 스미스 <국부론>의 '보이지 않는 손'과 비교하는 대목(77쪽)에서 어떤 영감을 얻는 성과가 있었다. 어쨌거나 이 책은 조조의 탁월한 주석을 잘 살린 책이라 하겠다. 특히 193자 밖에 안되는 손자약해 서문은 처음 읽어본 듯하다.

 

적이 가까이 이르지 않으리라 기대해서는 안되고, 스스로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 적이 가까이 올지라도 공격하지 않으리라 기대해서는 안되고, 늘 적이 감히 침공하지 못하도록 만반의 방비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 손자병법 제8편 구변(九變) 중에서-
군주는 한때의 노여움으로 전쟁을 일으켜서는 안 되고, 장수 또한 한때의 분노로 전투를 해서는 안 된다. 나라의 이익에 부합하면 움직이고, 그렇지 못하면 바로 멈춘다. - 손자병법 제12편 화공(火攻) 중에서-

 

무경2서의 오자병법은 손자병법과 달리 병도 및 전략과 같은 큰 밑그림보다는 전술, 즉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길 것인가' 하는 현실적 방법론을 중시하고 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오자병법이 손자병법보다 오늘날의 경쟁적 사회에 더 부합하는 게 아닌가 싶다. 손자병법이 첫머리에 병도를 역설한 뒤 전략과 전술 등의 용병술을 차례로 언급하고 있는데 반해 오자병법은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사전 준비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데, 이는 손자병법에서 찾기 어려운 대목이다. 손자병법의 백미가 지피지기와 부전승에 있다면, 이 오자병법의 가장 큰 특징은 장수가 병사를 자식처럼 아낀다는 부자지병(父子之兵)과 '인화(人和)'에 있다고 하겠다. 또한 손자병법이 인간의 호리지성(好利之性) 위에 서 있다면, 오자병법은 인간이 명예를 추구하는 호명지성(好名之性)을 통찰하고 있다는 비교도 괜찮았다.

 

오자병법의 핵심은 참 간단하지만 울림은 간단하지 않다. 제1편 <도국> '부국강병으로 나아가라'편만 보더라도 '문덕을 닦고 무비에 힘쓰라', '백성과 화합하라', '예의를 가르쳐라', '원인에 따른 처방을 하라', '정예병을 육성하라', '백성의 생업을 보장하라', '뛰어난 신하를 곁에 두라'는 말은 오늘의 우리나라 현실에 딱 맞는 맞춤형 조언처럼 보인다. 대선을 앞두고 우리가 후보들에게 요구하는 사안들이 모두 이런 것 아니었던가. 이외에도 제2편 <요적> 지피지기부터 실천하라, 제3편 <치병> 먼저 치밀하게 준비하라, 제4편 <논장> 기본덕목부터 갖춰라, 제5편 <응변> 응변의 원리를 터득하라, 제6편 <여사> 상으로 투지를 고취시켜라는 병법은 확실히 큰 틀을 중시하는 손자병법과 궤를 달리하는 실전적이고 꼼꼼한 가르침이라고 하겠다.

 

무릇 나라를 잘 다스리고 무력을 키우려면 반드시 예를 가리치고 의를 고취해 백성으로 하여금 부끄러움을 알게 해야 한다. 사람들이 부끄러움을 알게되면 크게는 적과 싸우기에 족하고, 작게는 적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에 족하다. 싸워서 이기기는 쉬워도 이를 지키기는 어렵다. - 오자병법 제1편 도국(圖國) 중에서-

 

손자병법과 오자병법은 이렇게 큰 틀의 전략과 방략을 배울 수 있는 상호보완의 병법서가 아닌가 한다. 아는 만큼 이해되고 보이는 법!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고전에서 엿보는 지혜는 청량한 바람처럼 여유로운 판단력과 지략의 밑바탕이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전쟁하여 이기는 것보다 전쟁하지 않고 이기는 것을 최선으로 여기는 손자병법이나, 상하간의 유대감과 인화를 부국강병의 요체라고 한 오자병법은 시대를 뛰어넘는 필독서임에는 틀림없다.
손오병법 관련서들이 워낙 많이 출간되었는지라 그 중요한 비중에 비해 특별한 흥미를 느낄만한 내용은 없었지만, 주제어와 관련된 전례(戰例)와 상례(商例)를 적절히 덧붙여 현 시대상황을 이해하도록 한 부분은 나름 괜찮았다. 하지만 명저(名著)로 남으려면 여기서 한 번 더 가다듬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표현이 조금은 거칠다는 느낌, 전례와 상례에 마음이 끌려 들어가지 않는다는 느낌은 후발서적으로써 감수해야할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아닐까 한다. 그래도 이만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즐거움은 이를 상쇄하고도 남았다는 걸 기억하면서 무경십서 1권의 소감을 마무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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