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이, 가족 캠핑 - 가족과 떠나는 캠퍼들을 위한 꼼꼼 가이드
안영숙.이수진 지음 / 위즈덤스타일 / 2012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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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캠핑 인구가 많이 늘긴 늘었나 보다. 등산 장비 때문에 아웃도어 매장에 들렀더니 캠핑용 장비가 참 많이 보인다. 등산용 장비는 안쪽으로 밀려들어가 있고 눈이 많이 가는 곳에는 어김없이 캠퍼들을 위한 장비들이 진열되어 있다. 직장에서도 주로 초등 아이를 가진 동료들이 한창 바깥 잠에 맛이 들었는지 캠핑장비 판매 사이트에 자주 들락거린다. 내 역시 가끔 비박 산행을 하는지라 서로의 경험을 나누게 되지만, 아무래도 등산용 장비와 오토캠핑용 장비는 다를 수밖에 없다. 등산용 장비는 실용성도 중요하지만 무게와 부피가 더 중요한 관건이다. 배낭에 1인용 텐트와 여러 장비를 넣으면 예사 무게가 아닌지라 조금 비싸더라도 가능한 작고 가벼운 장비를 갖추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차량으로 장비를 실을 수 있는 오토캠핑용은 실용성이 더 우선될 것이다. 그러고 보면 등산 경력이 제법 되고 여러 비박용 장비를 갖추고 있는 내 자신도 이 분야엔 초보나 다름없어 동료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처음 산행을 시작할 때 장비 구입에 도움 받기가 쉽지 않았다. 인터넷 관련 카페나 지식관련 사이트를 찾아봐도 자칭 전문가의 조언들이 백가쟁명식인지라 혼란만 더할 뿐이었다. 지나서 생각해 보니 초보의 특성이 뭔지를 알겠다. 일단 저렴하면서 실용적인 것을 찾는다는 것이다. 일견 타당한 듯하지만 '싼게 비지떡'일 가능성이 높다. 깊은 산행을 해보니 장비의 아주 작은 기능적 차이가 생명의 경계를 넘나들 수 있다는 걸 수없이 경험했다. 가벼운 산행이라 하더라도 검증되지 않은 장비는 아주 위험한 사고를 불러 올 수 있다. 뭐 다른 말이 아니라 오토캠핑에는 오토캠핑용 좋은 장비가 있어야 제격이라는 것이다. 애착이 가는 좋은 장비는 아웃도어 이력에 걸맞은 추억을 남겨준다.


괜히 쓸데없는 서설이 길었다. 이번에 읽은 책 <오케이, 가족캠핑>은 가족과 떠나는 캠퍼를 위한 가이드인데, 자신이 추구하는 스타일에 맞게 무얼 어떻게 준비하고 어디서 즐길 수 있는지 꼼꼼히 챙겨주는 책이다. 이 책을 처음 주르륵 훑어보자마자 저자가 여성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진짜로 두 분의 여성이 책을 썼다. 캠핑마니아인 두 분이 초보 캠퍼시절 겪었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이제 막 캠핑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캠핑을 완성해 가는데 도움이 되고자하는 바램으로 책을 썼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책의 내용이 제법 알차고 아기자기하게 친절하다. 텐트와 타트 등 가족 중심의 캠핑장비 구입 요령, 두 여자의 캠핑 경험을 풀어낸 실전 노하우 , 정말 대단한 캠핑요리 레시피, 꼭 가봐야 할 캠핑장 소개 등 초보 캠퍼에게 유용한 정보를 충실하게 잘 정리해 놓았다. 캠핑을 진정으로 즐기는 마니아만이 알 수 있는 비교능력과 노하우는 그저 생기는 것이 아니므로 이런 책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여성이 쓴 책이라고 생각했던 이유는 3장의 '도란도란 캠핑요리 즐겨봐요!'의 레시피가 상당히 고급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밖에 나가면 가족을 위해 남자가 요리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조금은 거칠고 덤성덤성 차리는 게 일반적 가장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앞에 언급한 동료에게 이 장을 보여주니 "에이~ 이렇게 요리 못해요." 그런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아무래도 요리에 익숙한 어머니표 캠퍼에게 더욱 도움될 것으로 여겨진다. 만약 책에 나오는 요리를 남성이 할 수 있다면? 평생 가족에게 사랑받는 가장이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책 14~15쪽)

 

여기까지는 기본적인 생각이고, 두어 개 짚어볼 것이 있다. 첫째, 장비. 저자들은 기본적으로 콜맨, 스노우피크, 코베아를 비교 추천하고 있다. 내 역시 등산용 외산 장비를 여러 가지 사용하지만, 장비 구입 시 인접국가 S사꺼는 별로 매력을 못느꼈던지라 조금 의외로 느껴졌다(순수 개인적 느낌이다). 오히려 이 회사의 장비가 이 정도로 아웃도어 트렌드가 되었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여기서 생각해봐야할 것이 소위 '명품족'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미 각인된 명품을 소유하고 사용함으로써 자기만족을 느끼겠다는데 누가 뭐라 하기 그렇지만, 또한 가족과 함께하는 캠핑에서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지만, 무조건 외제 고급 브랜드로만 업그레이드하는 있는 자들의 돈질은 조금 그렇다. 요즘 웬만한 명품은 '세계의 제조공장'이라는 인접국가에서 만든다는 사실! 난 이쪽 생산품은 상표와 관계없이 신뢰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아웃도어 제품도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는지라 깊이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내 자신도 1인용 텐트를 살 당시 쓸 만한 국산 고어텐트가 없어 구입했을 뿐이지 요즘 같으면 당연히 국산제품을 구입하였을 것이다. 외산 업체만 배부르게 해주는 오토캠핑시대가 되지 않도록 국산업체들의 분발도 요구되지만, 무엇보다 우리들의 의식이 자본주의 허상에서 벗어나야 하는 거라 생각해 본다. 무분별한 고가 장비 경쟁은 자신을 황폐화 시킬 뿐이다.

두 번째, 자신의 쓰레기는 자신이 꼭 처리하자.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캠핑장을 지나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참 아닌 경우를 많이 본다. 즐겁게 캠핑을 했다면 다음 캠퍼를 위해 깨끗하게 정리해주는 것은 기본이다. 그래야 그 다음에 자신도 또다시 상쾌한 캠핑을 할 수 있는 건데, 아직 우리의 레저문화 수준이 성숙하지 못한 탓인지 이게 잘 안 되는 듯하다. 특히 캠핑 요리 후의 음식물 뒤처리는 캠핑장의 환경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보통 캠프장에 음식물 처리시설이나 분리수거시설이 되어있더라도 관리하는 측에서 바로바로 처리하지 못하므로 가져가서 버리는 것이 올바른 캠핑매너가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과일껍질 같은 게 쉽게 썩거나 동물들이 먹는다고 생각하여 길가에 마구 버리는 분들도 있는데, 그건 동물도 안 먹고 환경오염에 불과하다 는걸 알아야 한다. 즐겁게 캠핑하고도 다녀가지 않은 듯 처리하는 것이 캠퍼의 미덕임을 분명히 인지했으면 한다.

 

 ( ㅇㅁ산 정상에서 비박 1인용 고어 텐트로 세팅한 등산팀 , 자고 간 흔적없이 정리한 사진)

 

정말 엉뚱한 이야기를 많이 한 듯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오토캠핑을 왜 할까? 원천적인 물음이지만, 초기에 가졌던 이상적인 생각은 아마도 '가족, 그리고 행복'이 아니었을까 싶다. 일상의 매너리즘에서 벗어나 자신을 찾을 수 있는 가장 밑바탕 자원 '가족'. 도심의 권태로움과 획일적인 여행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가족과 함께 호흡하고 대화하고 행동할 수 있는 공감과 유대의 기회를 얻을 수 있기에 이렇게 오토캠핑인구가 늘어나는 것이리라. 아이에게 아버지를 인식시켜줄 수 있고, 아내에게 가정을 챙기는 멋진 남편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사그라지던 남성성을 일깨워주기 때문이기도 하리라. 이래저래 캠핑은 자연 속에서 충만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기회와, 가족의 유대를 돈독히 할 수 있는 최적화된 아웃도어가 아닐까 한다. 아이가 자라버린 지금의 나에겐 오토캠핑보다 그냥 산행이 더 어울리지만(가족끼리 지리산에 올라 세석산장에서 자고 천왕봉을 다녀왔다), 유소년의 부모들에겐 오토캠핑이 젊은 가족의 트렌드에 맞는 아주 매력적인 시간이 될 것이다.

아무튼, 이 책은 다소 여성적 시각에서 오토캠핑을 바라보고 있지만, 그러기에 그만큼 더 꼼꼼하고 정감있게 경험을 풀어내고 있다. 앞으로 가족캠핑을 나설 계획인 초!보!캠!퍼!에게 길라잡이가 되는 책임은 분명하다고 하겠다. 자~ 준비되었다면! 이제 가족과 함께 저 자연 속으로 떠나봅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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