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부 러시아 고전산책 6
막심 고리키 지음, 이수경 옮김 / 작가정신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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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러시아 문학을 읽지 않고서는 뭘 좀 읽었다~ 말하기 힘든 시절이 있었다.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체호프, 푸시킨, 고리키, 파스테르나크, 고골리, 솔제니친, 투르게네프, 숄로호프, 벨린스키……  젊은 그 한 때에 이런 문호의 글을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은 어쩌면 행운이라 말 할 수도 있으리라. 이들의 대단함은 세월이 흐를수록 그 문학적 깊이가 새롭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세상사 이런저런 풍파를 겪어 보니 그들 문학의 근저가 '인간의 본질', 즉 인간다움에 있다는 걸 새삼 인식하게 되더란 이야기다. 그러고 보면 내 정도 되는 나이대의 사람들에게 러시아는 참 이중적 이미지로 남아있지 않을까 싶다. 문화 예술적 측면에서 접근하면 그 풍부하고 유려함에 흠뻑 빠질 수밖에 없건만, 그놈의 이데올로기 시대_미국과 소련의 세력 다툼_를 거치면서 잘못 접근하다가는 다칠 수 있다(?)는 공포감이 머리 한 곳에 자리 잡고 있을 듯하다. 여하튼 러시아의 모스코바와 생떼페테르부르크는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이고, 가능하다면 시베리아 횡단열차 그거 꼭 한번 타보고 싶다.

 

각설하고……. 이번에 읽은 책은 건국대 러시아어문학과_이거 옛날 프로필인데 책에는 이렇게 소개되어 있다. 이수경 교수가 번역한 막심 고리키의 <마부>. 고리키의 초기 단편소설 10편을 묶어놓았는데, 역시 명불허전. 단순한 듯 단순하지 않은 문학성이 나를 기쁘게 했다. 표제작인 「마부」도 대단했지만, '으잉~? 이거 진짜 괜찮다'라고 느낀 작품은 「지난해」와 「시간」이었다. 이 두 작품은 확실히 독특하다. 둘 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신을 관조하게 하는 수작이다. 마치 파스칼의 <팡세>나 몽테뉴의 <수상록>을 읽는 듯한 착각에 빠졌는데, 읽을수록 스스로를 가다듬게 된다. 특히 「지난해」에서 느끼는 아포리즘은 짜리리~ 하기까지 했다. 지난해는 자신의 마지막 날_12월31일_, 영원으로 돌아가기 전에 모든 인간적 특성을 불러 모아 운명적인 죽음의 순간이자 새로운 해가 탄생하는 순간인 밤 열두 시까지 대화를 나누는 내용이다. 위선이 겸손의 손을 잡고 도착하고, 우둔의 정중한 보호 아래 야심이 등장하고, 의젓하나 기력이 쇠한 이성, 감수성 풍부하나 사고의 불꽃이 타오르지 않는 사랑, 이리저리 깨지고 망가진 믿음 등 수많은 인간 감정의 찌꺼기가 의인화되어 나타난다. 희망은 침묵을 지키고 진리는 희미해져 권태만이 함께 하는 자화상. 바로 내 자신의 얼굴 같은 작품이었다.

 

드디어 권태가 도착했다. 모두들 정중하게 그에게 인사했는데 그가 시간의 총애를 받기 때문이었다. 「지난해」169쪽.

 

똑딱, 똑딱! 추의 움직임과 더불어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흘러간 순간은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는다. 시간은 어디서 나타나,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 이런 물음으로 시작하는 작품이 「시간」이다. 똑딱! 한 번에 삶이 조명되고, 똑딱! 한 번에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똑딱! 똑딱!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깊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그렇다면 고리키는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그의 생각을 풀어내고 있을까? 그는 앞으로 나아가려는 '열정'을 삶의 목적으로 꼽고 있다. 삶이 열정적이라면 그 삶에서 멋진 시간이 펼쳐질 것이라 하면서 '자신의 열망을 소유한 인간 만세!'라 했다. 팁으로 자신을 불쌍히 여기지 말라고 조언하네. 이것이 지상에서 가장 도도하면서도 아름다운 용기라 했다. '자신을 불쌍히 여기지 않는 인간 만세! 자신의 시간을 강렬한 도도함으로 가득 채워 아름다운 인생을 살라는 메시지가 꽤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똑딱! 여러분은 행복하다. 똑딱! 고통스런 슬픔이 여러분 마음을 가득 채운다. 삶의 매 순간을 무언가 새롭고 살아 있는 것으로 채우지 않는 한 그 고통은 평생 동안, 당신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 내내 당신과 함께할 것이다. 고통은 유혹적이면서도 위험한 특권이다. 「시간」179쪽.

 

「이제르길 노파」를 읽다가 마치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 잠시 눈길을 멈춘다. 그리고 한 문장에 밑줄을 긋는다. "사람들은 삶을 사는 게 아니라 저울질하며 재기만 하면서 평생을 낭비한다네.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도둑질하고 시간을 헛되이 보낸 후에야 운명을 한탄하기 시작하지. 운명이란 뭘까? 각자가 자신의 운명이야! (218쪽)". 내 자신의 삶이 이러함을 자각한다. 나에게 주어진 유한한 시간의 흐름에 언제나 저울질만 하다가 많은 기회를 놓쳐버렸음을 이제야 나는 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가 회한으로 변하여 바람처럼 잠시 온 몸을 훑는다. 전율이 일고 괜히 자리에서 일어나 하늘 한 번 바라보고 만다.

 

신은 오랫동안 인간의 희생을 참아왔다. 이제 너무 역겨워진 신은 인간의 희생을 거부했다. 「종」78쪽.
신이 나를 용서해도 ......, 사람들은 잊지 않을 것이다! 나는 신이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지상에 사니까...... 「종」81쪽.

 

결국 고리키의 주제는 '인간과 삶'에 대한 성찰이라고 하겠다. 돈의 노예가 되어 타인의 눈물과 노동을 착취하거나 살인을 하고도 무덤덤한 인간 군상에 대한 질타와 인간의 인간다움을 이야기하고 있는 「마부」,「환영」,「종」. 가난이란 단어 속에 스며든, 어둠기만 한 삶의 이면에 깃든 희생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아쿨리나 할머니」와 「푸른 눈의 여인」. 삶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로맨스」와 「아름다움」……. 이 모든 게 '어떻게 살아 왔는가?' 하는 자기반성과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가?'하는 자아성찰로 귀결된다. 1890년대의 작품에서 오늘날 삶에 대한 해답을 구할 수 있다는 이것이 인문학의 진수요 힘이지 않겠는가! (그런데 이러한 것은 젊은 독자들에게 별로 크게 어필하지 않으리란 생각을 잠시 하게 된다. 불꽃처럼 타오르는 젊은 열기로 보면 그저 패배주의적 연약함에 불과하지 않겠는가. 결국 러시아 문학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볼 어느 정도의 연륜이 필요하다고 보겠다.) 어쨌거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자 한다면, 이런 책 꼭 한번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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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의 비즈니스는 침대에서 시작된다 - 1% 부자들의 탈무드 실천법
테시마 유로 지음, 한양심 옮김 / 가디언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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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대인들의 지혜가 집약되어 있다는 <탈무드>! 필독서 중의 필독서로 자자하다보니 누구나 이런저런 형태의 탈무드를 한번쯤은 읽어봤을 듯하다. 그런데 탈무드가 필독서인 이유는 뭘까? 뭐~ 그건 이 책을 어릴 적부터 체득한 유대인들이 보여주는 예사롭지 않은 성과가 바로 정답이 아닐까 한다. 이번에 읽은 책 <유대인의 비즈니스는 침대에서 시작된다 _ 1% 부자들의 탈무드 실천법>의 책머리 첫줄에 그 이유가 바로 나타난다. "세계 인구의 0.25%에 불과하지만, 노벨상 수상자의 20%를 차지하고, 전 세계 억만장자 상위 400명 중에 15%를 차지하는 유대인들"... 그러고 보니 2013년 노벨상도 수상자 8명 중 6명이 유대인이었다. 이스라엘과 디아스포라 인구까지 합쳐 약1500만 명 정도라는 유대인들의 놀라운 업적을 단순히 인종적 우월성으로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유대인들의 선민의식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들이 약 1900년 동안 나라 없이 전 세계에 흩어져 살아 왔다는 걸 감안하면 뭔가 다른 요인이 있을 것이다. 박해와 유랑이라는 운명은 그들의 DNA에 똑똑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인식을 각인시켜주었을 것이고, 많은 학자들은 그 각인, 즉 강인한 체화의 비결이 유대인 부모의 교육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교육의 원천으로 <토라 : 일반적으로 모세 5경_창세기, 탈출기(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_을 말하는데, 십계명을 일컬어 토라라고도 한다네. '가르침 또는 지시'라는 의미>와 <탈무드 - '배움, 학문, 연구'를 의미>를 꼽고 있다.

 

 

  <유대인의 비즈니스는 침대에서 시작된다>... 유대인 부모들은 매일 아이들의 잠자리 베갯머리에서 토라와 탈무드를 읽어주곤 한단다. 어떤 책에선가 읽은 이야기인데, 아이가 처음으로 토라와 탈무드를 익힐 때 그 책에 꿀을 발라 아이에게 입맞춤을 하게 한다고 하더라. 그 이유는 토라와 탈무드의 말씀이 꿀보다 달고 또한 독서가 꿀처럼 달콤하다는 것을 가르쳐주는데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유대인들은 항상 머리맡에 탈무드를 두어 읽고 또 읽어서 현인들의 가르침을 연구하고 그 속에서 삶의 지혜를 찾아내어 부단히 연마한단다. 이 책의 제목도 이러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리라. 그런데 나는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우습게도 박범신의 장편소설 <비즈니스>의 표지였다. 조금 야한 듯한 그 표지가 왜 떠오른담... 내가 속물화되었기 때문일까? 그 소설은 돈의 천박함이 일상화된 사회를 그리고 있었는데, 그러고 보니 이 책도 기본은 '부(富)'의 문제를 논하는 것이다. 탈무드를 보면 유독 '돈'에 대한 냉철한 현세 철학이 많이 언급되어 있다고 한다. '돈은 모든 문을 열어주는 황금 열쇠이자 모든 장애물을 치워주는 황금지팡이이다'는 격언이 바로 유대인들의 돈에 대한 사고방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거란다. 그러고 보니 노벨경제학상의 경우 역대 수상자의 37%가 유대인이다. 그들의 고난한 이산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돈을 번다는 것이 바로 생존과 직결되는 행위였을 터이니 충분히 이해가 된다. 이 책은 이렇게 탈무드의 내용 중 '부'와 관련한 부분을 특화하여 현대 비즈니스와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다. 그러나 가난이 더 불행하게 하는 것은 확실하다."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러면서 <부자의 줄에 서라>며 1장의 문을 연다. 참 좋은 말이 많다. "사람이 존경할 만한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는 자신의 힘으로 생활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좌우된다."거나 성공의 해법을 시간 분배와 활용으로 파악하는 내용도 배울 만했다. 
  2장 <비즈니스는 넓게, 얕게, 많이>는 "인색하지 마라. 인색한 사람에게는 돈도 야박하게 대한다."며 베풂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점으로 출발한다. 당연히 많이 베풀면 주변에 사람이 모이기 마련이고, 기회와 정보와 돈은 대개 많은 사람들 속에서 생긴다는 철학이다. 주위에 좋은 사람이라고 신뢰하면 그는 성공의 길을 절반쯤 간 것이나 다름없다는 이치를 유대인들은 일찍 깨달아 박리다매의 역발상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자원을 이용하되, 그 룰(틀)을 살리는 운용의 묘를 잘 설명하고 있는데, "성의를 다해 정직하게 거래하라." 이것이 유대 상도의 기본이라 하겠다.
  3장 <신용은 최고의 화폐>편은 정직과 함께 책임을 강조한다. 유대 사회에서 신용을 잃는다는 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란다. 그래서 그들은 "평판이 최고의 소개장이다"라는 격언을 금언으로 삼고 있단다. 인도하는 물건은 끝까지 책임지는 탈무드의 가르침은 예나 지금이나 각처에 필요한 교훈이라 하겠다. '사람은 과오를 범하기 쉬운 존재'라 규정하고, 유대교를 성악설이나 성선설이 아닌 '위기대책설'로 파악하는 게 흥미로웠다. 
  4장 <치밀한 계약이 이익을 보장한다.> 당연한 말이다. 유대인 속담에 "계약은 계약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한번 계약한 것은 지켜야 한다는 의미다. 이 장에서는 '속지 않고 속이지 않는다.'는 유대인의 협상 방법이 공부가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앞에 닥친 것을 위주로 계약서를 작성하지만, 유대인들은 장래 예상되는 문제의 처리 방법에 초점을 맞춰 상세하게 계약한다고 한다. 리더라면 읽어볼만한 내용이지만, 요즘의 시각으로 이해 안 되는 부분도 있는 장이다.
  '부'를 중심으로 설명을 하고 있지만 이 책의 마무리는 '지혜'이다. "생활이 궁핍하여 물건을 팔아야 한다면, 금, 보석, 집, 토지의 순서로 팔아라. 마지막까지 팔아서는 안되는 것은 책이다."라는 말의 의미는 결국 <지혜는 마르지 않는 금고>라는 것이다. 그들은 모든 것을 빼앗겨도 머리에 들어있는 지혜만 있으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 지혜의 원천은 물론 <토라>와 <탈무드>이고...

 

  이 책의 편집구성은 상당히 괜찮다. 각 장마다 프롤로그가 있고, '탈무드 실천법'으로 탈무드의 몇몇 경구를 제시한 다음 소제목을 달아 저자가 하고픈 말을 전개한 후, 각 실천법 말미에 간단한 우화를 붙여 잠시 삶의 그림자를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한 장이 끝나면 '머리맡에 두고 읽는 탈무드 지혜'란 제목으로 여러 사례를 들어 생각거리를 던져 놓는다. 그 다음 한 쪽을 할애하여 여러 금언(유대인의 금전, 장사, 비즈니스, 거래, 삶의 철학)을 정리하여 전해준다. 일본인들의 처세서는 이런 오밀조밀한 꼼꼼함이 특징이더라. 
  책의 말미를 읽으면서 탈무드의 지혜가 동양사상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도 했다. 예를 들어 "사람이 없는 장소에서 더욱 인간답게 행동하도록 힘쓰라"는 가르침은 대학과 중용에 나오는 신독(愼獨)이요, 익힌 것을 진정한 자신의 지식으로 만들기 위해 연구·토론하는 것은 논어의 학이시습(學而時習)의 다른 모습처럼 느껴졌다. 고당(古堂) 조만식 선생께서 정신적 유산으로 남긴 세 글자가 용서할 서(恕), 참을 인(忍), 그리고 부지런할 근(勤)자였는데 탈무드의 내용과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책_유대인의 비즈니스는 침대에서 시작된다_이 전체적으로 대단한 책이라곤 생각되지 않는다. 탈무드에서 '부(富)'에 대한 핵심만 뽑아 그 실천법을 알려준다고 하지만 요즘의 시각으로 보면 그저 당연한 수준에서 풀어내고 있다는 느낌이다. 또한 저급한 자본주의의 내음도 느껴지는 게 조금 역겹기도 하다. 먹고 살 정도의 부만 있으면 나에겐 명심보감이나 채근담이 훨씬 더 삶의 지혜와 질을 높여주는 책이라는 인식을 새삼 하게 되었다. 그냥 잘나가는 유대인들이 부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궁금할 때 한번 쯤 읽어볼만한 책이라 느끼면서 독후를 정리한다.

 

사족 : 270쪽 하5, 눈에는 이 단서 ==> 눈에는 이단서... 띄우면 안되는 부분. 이단서(異端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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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머핀 2014-01-23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인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트렌드 코리아 2014 -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2014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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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명불허전.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트렌드 코리아 2014>는 날 실망시키지 않는다. 시대의 소비 흐름과 현상을 한 호흡에 알 수 있도록 이렇게 잘 정리하고 분석한 책은 보기 드물다. 게다가 상당히 지적이다. 이는 목차만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 해의 간지(干支)와 기대감에 맞추어 10대 키워드를 선정하는데, 올해 갑오년은 청마(靑馬)의 해인지라 '다크호스(Dark Horses, 뱀의 해였던 작년에는 코브라 트위스트였다)'를 핵심어로 뽑았다. 원래 경마용어였던 다크호스는 언젠가부터 "경기나 선거에서 역량은 검증되지 않았지만, 뜻밖의 결과를 낼지도 모르는 팀이나 후보자"를 비유하는 뜻으로 쓰인다고 한다. 지금은 비록 주목받고 있지 못하더라도 시간이 갈수록 박차를 가해 2014년을 승리로 이끌 수 있기를 바라는 희망을 담고 있는 선정이라 하겠다.
또한 이 책은 매년 표지의 기본 디자인은 유지한 채 색깔로써 그 해의 전망을 느낌도록 하는 전통이 있는데, 올해의 테마 색은 파랑, 그중에서도 청바지에 사용되는 군청색인 인디고(Indigo) 블루이다. 파란 색은 긍정과 부정의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으며, 냉정하고 차가운 색이다. 구매의 선택에서 갈수록 냉정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고 있는 한국 소비자의 최근 성향을 담아내었다고 하겠다. 그리고 청바지가 상징하는 저항, 변혁, 자유, 진취성 등 젊음의 아이콘이 키워드 '다크호스'의 느낌(스웨그한 매력, 육체노동에의 회귀, 젊음을 추구하는 중년층, 노동복에서 명품에로의 재해석, 직구의 솔직함 등)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택하였다고 한다. 이것만 봐도 참 섬세한 책이다.

 

스웨그 Swag? 최근 여러 미디어에서 듣거나 보게 되는 단어인데 그 확실한 의미를 알지 못했다. "Dear, got swag?"……. 올해의 소비트렌드 키워드 'Dark Horses'에서 스웨그를 첫 번째 트렌드로 꼽고 있는데 나의 지적인 가려움을 긁는 기회가 되었다. 스웨그란 한마디로 '멋지다', '뻐기다'란 의미라는데, 자신만의 허세를 감각적으로 표현하여 뽐내는 거란 나의 생각과 거의 일치한다. 가벼움, 여유와 멋, 약간의 허세와 치기를 겸비한 스웨그는 지금 젊은이들의 열광 코드를 가장 잘 표현하는 듯하다. "참을 수 있는 ‘스웨그’의 가벼움" 속에는 자기모순이 있을지언정 스스로 만족하면 되는 멋, 본능적인 자유로움, 기성의 것에 선긋기라는 세 가지 문화적 특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예전의 키치 Kitschy문화와는 또 다른 특성이다. 페이크 백 fake bag 이나 스냅백 snapback 등 명품보다 자신이 뻐길 수 있는 '스타일'을 원한다거나, 일베 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극단적 가벼움 속에 소비의 키워드가 숨어있다는 거다. 분석센터는 2014년 '가벼움'의 힘은 중력보다 더 세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한다. 경박하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좋게 말하면 남의 시선이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매력을 추구하는 우리 사회의 한 흐름을 소비 트렌드로 잡아낸 안목과 그 해석에 그저 대단하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10개의 키워드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해석이었다.

 

 

혁신을 위한 혁신에 목메는 시대는 지났다. 하이브리드 패치워크 Hybrid Patchworks. 두 번째로 배움이 되었던 키워드이다. 패치워크란 크고 작은 각양각색의 헝겊 조각을 이어 붙여 커다란 하나의 조각이나 상품을 만들어내는 기법을 말한다. 최근에 많이 듣게 되는 융합이니 통섭이니 복합이니 하는 혁신 영역이 이종 혹은 동종 산업에서 어떻게 교차·믹스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소비트렌드로 자리 잡을지 분석하고 있는데 제법 읽을 만하다.
하이브리드 패치워크는 기존의 제품·서비스에 변형을 가하지 않고 단지 배치를 달리하는 병렬형 패치워크, 다양한 산업간 특성을 하나의 제품이나 서비스 형태로 결합하는 결합형 패치워크, 각 영역의 특성이 마구 뒤섞여 잡종 제품이 탄생하는 교배형 패치워크 등의 3가지 유형으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려 할 것이다. 특히 교배형의 경우 '사고의 유연함'을 강조하고 있는데, '커피맥주'나 '의류앨범'처럼 다소 이상하고 특이한 신제품들은 새로운 시도를 겁내지 않는 모험적 태도가 없었다면 탄생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말한다. 소비자들의 납득 가능성과 신선함 사이에서 적절한 줄다리기가 필요하다는 말에 깊이 공감을 하게 된다. 2014년의 '하이브리드 패치워크' 트렌드는 “핵심역량·제품·서비스를 이리저리 재단해 다른 영역의 그것들과 패치워크 함으로써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시장의 변화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단순히 "협력하라"는 조언을 넘어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실전적 해답을 제시하고 있는데, 구체적이고 실천적이라 창조경제의 핵심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하라. 맞다. 익숙함을 재해석하는 전략은 가장 안전하고도 실패가 적은 ‘혁신’ 방편이 된다는 게 바로 이해가 된다. 해석의 재해석 Reboot everything. 즉, 과거의 것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시간의 재해석', 익숙한 제품을 완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용도의 재해석', 서로 공존하기 어려운 역설적 가치가 혼재하는 '사고의 재해석'은 소비자와 기업에게 창의적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마리가 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최근 히트 드라마 응사(응답하라 1994)나 선배가수의 히트곡을 부르는 불후의 명곡을 보면 바로 이해가 된다. '고전 다시보기'의 바람을 몰고 온 신상보다 더 신상 같은 영화 <레미제라블>이나 <위대한 개츠비>, 인기영화를 아예 새로운 컨셉으로 재구성하는 리부트 영화, 촌스러움의 대명사 몸빼 바지의 화려한 귀환, 건물의 외벽을 활용하는 미디어파사드, 예수의 얼굴을 엉망으로 복원한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불러온 폭발적인 관광객, 가수 없이 콘서트를 치루는 K팝 홀로그램 등은 소비자들에게 가시적인 혁신 없이도 새로움을 경험하게 만들어주었다. 우리는 이제 기존 자산을 새로운 방법으로 재활용하고 재사용하는 브리콜라주 bricolage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새로움이 한계를 만날 때, 기존의 생각에 에지 edge를 더해 새로움을 재가공한다는 '해석의 재해석' 트렌드! 이것은 세상에 없는 기술을 가장 먼저 발명하는 것 이상의 파워를 지닌 '숨겨진 신 성장 동력'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외에도 만지고, 느끼고, 움직이고 싶은 열망을 반영한 <몸이 답이다 Answer is in your body>, 니치에서 초니치로, 틈새시장이 더 세분화된다는 <초니치, 틈새의 틈새를 찾아라 Read between the 'ultra-niches>, 소년 같은 감성을 지닌 신세대 중년 남성들을 다룬 <어른아이 40대 Kiddie 40s'>, 최적화된 비즈니스 생태계가 활성화된 '판2.0 시대'를 예측한 <'판'을 펼쳐라 Organize your platform>, 무작위한 상황이 제공하는 우연한 즐거움을 찾는 <예정된 우연 Surprise me, guys!>, 현대인의 욕망을 짚어낸 <관음의 시대, ‘스몰브라더스’의 역습 Eyes on you, eyes on me>, 솔직하면서도 호감 가는 소통을 고민할 때하는 <직구로 말해요 Say it straight> 등등의 트렌드를 예측하고 있다.
2014년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tapering), 일본 엔화의 기록적인 약세 등으로 우리의 경제는 불확실성에서 긴장하게 될 듯하다. 특히나 적자성 국가 부채가  빠르게 증가하는 점도 상당히 우려된다. 과연 우리는 이런 시대의 장애물을 뛰어 넘을 수 있을까? 이 책 서문의 제목이 “다크호스, - 기대를 뛰어넘는 놀라운 성과를 기대하며”였으며, 서문의 끝으로 “대한민국의 다크호스들이여! 2014년을 예상을 뛰어넘는 승리의 한 해로 만들 수 있도록 힘차게 말을 달리자!”고 김난도 교수는 희망했다. 그의 바램처럼 <트렌드 코리아 2014>에서 선정한 '다크호스' 전략에는 단순한 '리스크에서 벗어난' 상황이 아닌, 우리가 어디로 질주하면 세계 경제의 '우승마'가 될 수 있는지 그 열쇠를 담고 있는 거란 생각을 해 보았다. 또한 나의 지적인 허기를 달래 준 용어들의 성찬이 꽤 즐거웠다고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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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갑오년... 청마의 해라고들 한다...

푸른 말이 어떻게 뛰어다닐지... 달리는 말에서 떨어져 본 경험이 있는지라 짐짓 불안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 짜릿한 바람의 스침을 기억한다.

거침없이 달리는 한 해를 바래 본다...

 

1. 불안 권하는 대한민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는다 - Trend Monitor 2014

한국 100만 명, 동아시아 200만 명의 조사 패널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최고의 소비자 조사 기업인 마크로밀엠브레인의 분석서이다.

김난도의 트렌드코리아와는 또다른 맛이 날거라 믿는다.

 

2. 블랙오션 - 그들은 어떻게 이권의 성벽을 쌓는가

이런 책은 조금 불편하다. 하지만 불편하다하여 외면하다가는 호미로 막을일을 가래로도 못막게 된다.... 이권을 장악한 재벌과 이와 결탁한 비호집단들이 다수의 국민을 불법 착취하는 이권경제, 즉 블랙오션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한국 경제의 모순을 파헤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한 대담집.

 

3. 하가쿠레 - 어느 사무라이가 들려주는 인간경영의 촌철살인

요즘 일본 아이들 하는 일은 모든게 불편하다... 그래도 <오륜서> <손자병법> <군주론> <전쟁론>과 더불어 세계 5대 전략서로 꼽히는 책이라 하니... 학부때 읽은 책이지 않나 싶은데...

 

4. 달러와 섹스 - 섹스와 연애의 경제학

아... 이런 책도 경영경제 코너에 있구나... 왠지 미국적이란 느낌이다. 그냥 재밌거리로 읽어볼만 하지 않을까~싶다.

 

5. 런던 비즈니스 산책 - 나는 런던에서 29가지 인사이트를 훔쳤다!

 그닥 땡기는 책은 아니나... 여름에 런던에서 한 주일을 보내야 할 듯하다...

약간의 도움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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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머핀 2014-01-04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인하였습니다. 저도 런던 비즈니스 산책이 끌리네요 ^^
 
[안티프래질]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안티프래질 - 불확실성과 충격을 성장으로 이끄는 힘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안세민 옮김 / 와이즈베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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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마간산(走馬看山). 눈은 750여 쪽에 이르는 끝을 훑고 있으나 머리는 책의 속 내용을 아직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7권의 책을 그 유기성 때문에 하나로 제본하였다는 <안티프래질 Antifragile>. 꽤 시간을 들여 읽었는데도 저자의 함의를 내 것으로 소화하지 못한 나의 아둔함을 탓해본다. 사회와 문화, 역사와 철학, 경제와 금융 등 인문과 사회의 전방위에서 자신의 주장, 즉 불확실성과 충격을 성장으로 이끄는 힘인 안티프래질의 실체를 증명해 보이는 나심 탈레브의 박학다식한 혜안이 내겐 잡힐 듯 말듯한 아지랑이처럼 여겨진다.
철단익강(鐵鍛益强). 이런 류의 책을 읽을 때마다 동양적 사고의 유연성을 새삼 느낀다. 서양 사상들은 하나의 명제를 증명하기 위해 모든 세상사에 잣대를 들이대어 분석·설득하려 하니 그저 둔박한 머리가 아프기만 하다. 이 책 초반의 핵심은 안티프래질('충격을 받으면 깨지기 쉬운'이란 영어단어 fragile의 반대개념)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인데, 시련과 고난이 깊을수록 더욱 강해지고 성장한다는 철단익강(쇠는 두드릴수록 단단해진다)과 일맥상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설득을 위해 엄청나게 많은 예를 들어야 하는 서구의 논증 개념을 고작 사자성어로 표현해내는 동양적 축약이 오히려 삶의 깊이를 제대로 담아낸다는 생각을 했다.

 

바리게이트가 높을수록 우리는 더 강해질 것이다... (1권 2장 '도처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과잉보상과 과잉반응' 아일랜드 혁명가에서... 79쪽)

 

각설하고... 사람들은 모든 시스템이 예측가능(프래질의 핵심 성격)하길 바라지만, 때때로 이런 범주를 넘어버린 쓰나미 같은 예측불능의 일(저자는 이를 '블랙스완'으로 표현한다)이 벌어지는 게 인간의 일상. 그러므로 불확실성, 카오스, 무작위성 이런 거에 열 받지 말고 잘 수용하여 활용하라는 것이 안티프래질의 골자가 아니겠는가~ 어림잡아 본다.
안티프래질 시스템의 메커니즘을 정리해보면 무작위성을 억제하지 않는 것에서 출발하는 듯하다. 만약 억누르면? 이때는 리스크 확인이 어렵게 되고(모든 프래질의 원인),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블랙스완 현상에 속절없이 무너지게 된다. 예측한다고 해서 서브프라임 같은 충격을 막을 수는 없다. 관심을 가져야할 대상은 시스템과 그 시스템의 프래질한 측면이지, 사건 그 자체가 아니다. 그러므로 어설픈 개입을 하지 마라. 의원성 질환(iatrogenics 치료 후 나중에 나타나는, 이익을 훌쩍 넘는 순손실)으로 고통을 받게 된다. 그럼 어쩌라고? 복잡한 모델 등으로 예측하지 말고 단순하게(장하준 교수를 악당 경제학자라 칭하며 이 부분의 이론으로 소개하고 있어 흥미로웠다), 담론을 안티프래질로 옮기라는 거다. 어떤 시스템이 위험한 교착 상태에 빠져있을 때는 오직 무작위적인 행동만이 문제를 해결하고 시스템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거다. 즉, 예측한다고 힘빼지말고, 자잘한 충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내성과 대응력을 키우라는 거다.

 

...... 하지만 구제금융은 리스크 수용의 건전성(생존에 적합하지 않은 기업으로 프래질을 이전하는 것)에 역행하는 행위다. 사람들은 구제금융이 어느 누구도 실패하지 않도록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마저 몰락시키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는 사실을 쉽게 깨닫지 못한다. 지속적인 실패만이 시스템을 보존해줄 수 있다.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대부분의 정부 개입과 사회 정책은 약한 자에게 상처를 입히고 기존 세력을 강화시켜준다. (1권 4장 '나를 희생시키는 것은 다른 사람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에서... 121쪽)

 

4권까지는 그런대로 이해가 되더니만 5권 '비선형성' 부터 조금 어려워진다. 정독이 필요한 지점인데 시간 확보가 어려워 피상적으로 훑고 말았다. 5권과 6권은 프래질한 것이 무너지게 되어있다는 내용을 좀 더 기술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비대칭성은 반드시 비선형성을 띠고 있다는 설명이 쉽지만은 않다.

프래질한 대상의 경우, 충격의 강도가 일정 정도까지 증가하면서 손상은 더 많이 증가한다는데, 이는 작은 충격의 누적효과는 이에 상응하는 단 한 번의 큰 충격이 지닌 효과보다 작다고 한다. 프래질이 왜 비선형성을 띠는지 오목성(프래질, negative convexity) 볼록성(안티프래질)으로 풀어내는 '볼록성 효과' 개념과, 시간이 건설자라기 보다 파괴자로서 프래질한 대상을 무너뜨리는 역할을 충실하게 이행한다는 전제가 녹녹하지 않았다. 7권의 프래질과 안티프래질의 윤리적 관점도 생각거리가 많아 이해도가 떨어진다. 안티프래질(그리고 비대칭성, 볼록성)에 대한 잘못된 이해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숨은 옵션(다른 사람의 희생을 바탕으로 갖게 되는)을 사용해 집단에게 피해를 준다거나, 윤리규정을 자신의 행동에 맞도록 체리피킹(cherry picking)한다는 내용은 좀 더 갈무리가 필요해 보인다.

 

권위라는 것은 존중받을 만하지 않으면, 그리고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아무런 가치가 없다. (7권 23장 '승부의 책임'에서... 586쪽)

 

워낙 방대한 영역에서 너무나 많은 사례를 들어 안티프래질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다보니 따라붙기가 쉽지 않았지만 대충 감은 잡은 책읽기였다. 안티프래질의 속성은 자유로운 영혼, 자연주의적, 생태학적 본능이라고 나름 정리해 본다.(가변성, 비대칭성, 볼록성, 무작위성이라고 어렵게 표현할 수도 있겠고...). 그래야만 어떤 충격을 받게 되더라도 깨지거나 좌절하지 않고, 보다 강해지고 성숙해지는 자기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인생사 불확실성과 예상을 뛰어넘는 충격을 성장으로 이끌려면 어떤 정형적 틀에 메이거나 맹목적으로 따르지 말고, 역경을 받아들이면서 창의적 자신의 길(안티프래질)을 가라고 말하는 책이라고 느꼈다. 맞지도 않는 미래 위험의 예측 대신 현재의 프래질과 안티프래질을 파악하여 맞춤전략을 짠다면 그나마 나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는...
예측가능하고 통제가능한 조직적 시스템이 최선이라 믿고있는 사회에, 카오틱 시스템에서의 적응과 의사결정은 안티프래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법 새로운 통찰력으로 공감하게 되나 보다. 그랬기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이 “세상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해준 책”이라고 극찬했겠지... 하지만 동양적 관념에서 접근한다면 아주 보편적이고 당연한 사실을 참 복잡하게 논증하려한 책이란 느낌을 가졌다. 여하간 다시 한 번 시간을 내어 뒷부분을 정독해 봐야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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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머핀 2013-12-22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인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