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14 -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2014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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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명불허전.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트렌드 코리아 2014>는 날 실망시키지 않는다. 시대의 소비 흐름과 현상을 한 호흡에 알 수 있도록 이렇게 잘 정리하고 분석한 책은 보기 드물다. 게다가 상당히 지적이다. 이는 목차만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 해의 간지(干支)와 기대감에 맞추어 10대 키워드를 선정하는데, 올해 갑오년은 청마(靑馬)의 해인지라 '다크호스(Dark Horses, 뱀의 해였던 작년에는 코브라 트위스트였다)'를 핵심어로 뽑았다. 원래 경마용어였던 다크호스는 언젠가부터 "경기나 선거에서 역량은 검증되지 않았지만, 뜻밖의 결과를 낼지도 모르는 팀이나 후보자"를 비유하는 뜻으로 쓰인다고 한다. 지금은 비록 주목받고 있지 못하더라도 시간이 갈수록 박차를 가해 2014년을 승리로 이끌 수 있기를 바라는 희망을 담고 있는 선정이라 하겠다.
또한 이 책은 매년 표지의 기본 디자인은 유지한 채 색깔로써 그 해의 전망을 느낌도록 하는 전통이 있는데, 올해의 테마 색은 파랑, 그중에서도 청바지에 사용되는 군청색인 인디고(Indigo) 블루이다. 파란 색은 긍정과 부정의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으며, 냉정하고 차가운 색이다. 구매의 선택에서 갈수록 냉정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고 있는 한국 소비자의 최근 성향을 담아내었다고 하겠다. 그리고 청바지가 상징하는 저항, 변혁, 자유, 진취성 등 젊음의 아이콘이 키워드 '다크호스'의 느낌(스웨그한 매력, 육체노동에의 회귀, 젊음을 추구하는 중년층, 노동복에서 명품에로의 재해석, 직구의 솔직함 등)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택하였다고 한다. 이것만 봐도 참 섬세한 책이다.

 

스웨그 Swag? 최근 여러 미디어에서 듣거나 보게 되는 단어인데 그 확실한 의미를 알지 못했다. "Dear, got swag?"……. 올해의 소비트렌드 키워드 'Dark Horses'에서 스웨그를 첫 번째 트렌드로 꼽고 있는데 나의 지적인 가려움을 긁는 기회가 되었다. 스웨그란 한마디로 '멋지다', '뻐기다'란 의미라는데, 자신만의 허세를 감각적으로 표현하여 뽐내는 거란 나의 생각과 거의 일치한다. 가벼움, 여유와 멋, 약간의 허세와 치기를 겸비한 스웨그는 지금 젊은이들의 열광 코드를 가장 잘 표현하는 듯하다. "참을 수 있는 ‘스웨그’의 가벼움" 속에는 자기모순이 있을지언정 스스로 만족하면 되는 멋, 본능적인 자유로움, 기성의 것에 선긋기라는 세 가지 문화적 특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예전의 키치 Kitschy문화와는 또 다른 특성이다. 페이크 백 fake bag 이나 스냅백 snapback 등 명품보다 자신이 뻐길 수 있는 '스타일'을 원한다거나, 일베 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극단적 가벼움 속에 소비의 키워드가 숨어있다는 거다. 분석센터는 2014년 '가벼움'의 힘은 중력보다 더 세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한다. 경박하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좋게 말하면 남의 시선이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매력을 추구하는 우리 사회의 한 흐름을 소비 트렌드로 잡아낸 안목과 그 해석에 그저 대단하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10개의 키워드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해석이었다.

 

 

혁신을 위한 혁신에 목메는 시대는 지났다. 하이브리드 패치워크 Hybrid Patchworks. 두 번째로 배움이 되었던 키워드이다. 패치워크란 크고 작은 각양각색의 헝겊 조각을 이어 붙여 커다란 하나의 조각이나 상품을 만들어내는 기법을 말한다. 최근에 많이 듣게 되는 융합이니 통섭이니 복합이니 하는 혁신 영역이 이종 혹은 동종 산업에서 어떻게 교차·믹스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소비트렌드로 자리 잡을지 분석하고 있는데 제법 읽을 만하다.
하이브리드 패치워크는 기존의 제품·서비스에 변형을 가하지 않고 단지 배치를 달리하는 병렬형 패치워크, 다양한 산업간 특성을 하나의 제품이나 서비스 형태로 결합하는 결합형 패치워크, 각 영역의 특성이 마구 뒤섞여 잡종 제품이 탄생하는 교배형 패치워크 등의 3가지 유형으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려 할 것이다. 특히 교배형의 경우 '사고의 유연함'을 강조하고 있는데, '커피맥주'나 '의류앨범'처럼 다소 이상하고 특이한 신제품들은 새로운 시도를 겁내지 않는 모험적 태도가 없었다면 탄생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말한다. 소비자들의 납득 가능성과 신선함 사이에서 적절한 줄다리기가 필요하다는 말에 깊이 공감을 하게 된다. 2014년의 '하이브리드 패치워크' 트렌드는 “핵심역량·제품·서비스를 이리저리 재단해 다른 영역의 그것들과 패치워크 함으로써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시장의 변화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단순히 "협력하라"는 조언을 넘어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실전적 해답을 제시하고 있는데, 구체적이고 실천적이라 창조경제의 핵심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하라. 맞다. 익숙함을 재해석하는 전략은 가장 안전하고도 실패가 적은 ‘혁신’ 방편이 된다는 게 바로 이해가 된다. 해석의 재해석 Reboot everything. 즉, 과거의 것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시간의 재해석', 익숙한 제품을 완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용도의 재해석', 서로 공존하기 어려운 역설적 가치가 혼재하는 '사고의 재해석'은 소비자와 기업에게 창의적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마리가 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최근 히트 드라마 응사(응답하라 1994)나 선배가수의 히트곡을 부르는 불후의 명곡을 보면 바로 이해가 된다. '고전 다시보기'의 바람을 몰고 온 신상보다 더 신상 같은 영화 <레미제라블>이나 <위대한 개츠비>, 인기영화를 아예 새로운 컨셉으로 재구성하는 리부트 영화, 촌스러움의 대명사 몸빼 바지의 화려한 귀환, 건물의 외벽을 활용하는 미디어파사드, 예수의 얼굴을 엉망으로 복원한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불러온 폭발적인 관광객, 가수 없이 콘서트를 치루는 K팝 홀로그램 등은 소비자들에게 가시적인 혁신 없이도 새로움을 경험하게 만들어주었다. 우리는 이제 기존 자산을 새로운 방법으로 재활용하고 재사용하는 브리콜라주 bricolage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새로움이 한계를 만날 때, 기존의 생각에 에지 edge를 더해 새로움을 재가공한다는 '해석의 재해석' 트렌드! 이것은 세상에 없는 기술을 가장 먼저 발명하는 것 이상의 파워를 지닌 '숨겨진 신 성장 동력'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외에도 만지고, 느끼고, 움직이고 싶은 열망을 반영한 <몸이 답이다 Answer is in your body>, 니치에서 초니치로, 틈새시장이 더 세분화된다는 <초니치, 틈새의 틈새를 찾아라 Read between the 'ultra-niches>, 소년 같은 감성을 지닌 신세대 중년 남성들을 다룬 <어른아이 40대 Kiddie 40s'>, 최적화된 비즈니스 생태계가 활성화된 '판2.0 시대'를 예측한 <'판'을 펼쳐라 Organize your platform>, 무작위한 상황이 제공하는 우연한 즐거움을 찾는 <예정된 우연 Surprise me, guys!>, 현대인의 욕망을 짚어낸 <관음의 시대, ‘스몰브라더스’의 역습 Eyes on you, eyes on me>, 솔직하면서도 호감 가는 소통을 고민할 때하는 <직구로 말해요 Say it straight> 등등의 트렌드를 예측하고 있다.
2014년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tapering), 일본 엔화의 기록적인 약세 등으로 우리의 경제는 불확실성에서 긴장하게 될 듯하다. 특히나 적자성 국가 부채가  빠르게 증가하는 점도 상당히 우려된다. 과연 우리는 이런 시대의 장애물을 뛰어 넘을 수 있을까? 이 책 서문의 제목이 “다크호스, - 기대를 뛰어넘는 놀라운 성과를 기대하며”였으며, 서문의 끝으로 “대한민국의 다크호스들이여! 2014년을 예상을 뛰어넘는 승리의 한 해로 만들 수 있도록 힘차게 말을 달리자!”고 김난도 교수는 희망했다. 그의 바램처럼 <트렌드 코리아 2014>에서 선정한 '다크호스' 전략에는 단순한 '리스크에서 벗어난' 상황이 아닌, 우리가 어디로 질주하면 세계 경제의 '우승마'가 될 수 있는지 그 열쇠를 담고 있는 거란 생각을 해 보았다. 또한 나의 지적인 허기를 달래 준 용어들의 성찬이 꽤 즐거웠다고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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