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2월 1주

지난 주에 <푸치니의 여인>을 개봉했는데 이탈리아는 장인들의 손길이 가득한 나라인 것 같습니다. <시크릿 가든>에서 현빈이 이태리 장인이 한 땀 한 땀 정성들여 만든 물건만 썼는데 이태리제에 길들여지면 다른 물건들은 눈에 안 들어올 것같아요. 이탈리아 영화의 탐미적 영상에 길들여지면 왠만한 영화는 눈에 안 들어 올 거 같아요. 영상도 격정적이고 인물의 심리도 격정적인 영화가, 쌀쌀한 이번 주에 어떨지요.  

푸치니가 <서부의 여인>을 작곡하는 과정을 미스테리 형식으로 담은 영화입니다. 커다란 사건이 없이 자칫 밋밋하게 보일 수 있지만 아주 시네마틱한 영화랍니다.  영화는 대사나 줄거리가 중요할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정황'을 만드는 게 영화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대사 없이 음악과 인물들의 움직임을 잡아내는 롱테이크와 클로즈업의 효과적 사용으로만 이 영화는 내러티브를 훌륭하게 전달합니다.  

 

 

 

 루치노 비스콘티 역시 탐미적 영상을 추구했죠. 특히 후기 작품이 그런데요. <이노센트(순수한 사람들)>은 아내가 바람을 핀다는 심증만을 가진 남편의 시선이 두드러진 영화입니다. 권태기에 있는 한 부부의 이야기인데요. 아내가 바람을 피우는 것 같은 심증을 갖고 아내와 아내의 애인데 대한 질투의 눈빛과 남편의 심경을 표현하는 미장센은 이 영화의 볼거리입니다.  

<푸치니의 여인>처럼 움직이는 회화를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킵니다. 마치 19세기 박물관 속 주인공들이 다시 살아 움직이는 것 같기도합니다. 이 영화에서는 넘치는 빛과 바람에 하늘거리는 옷들도 에로틱합니다.  

 

 

 역시 비스콘티 영화인데요. 말러 교향곡5번 3악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흐릅니다. 주인공 역시 작곡가고 베니스로 요양을 옵니다. 여기서 이 병들고 시들어가는 작곡가는 한 소년을 보고 사랑에 빠집니다. 물론 소년은 아무것도 모르죠. 늙은 작곡가는 소년을 멀리서 그저 지켜볼 뿐입니다. 소년의 웃음, 해변에서 달릴 때, 식당에서 마주칠 때도 남자는 소년한테서 시선을 거둘 수 없습니다.  

이 나이든 작곡가의 시선과 관객의 시선이 일치하면 남자의 고통이 얼마나 처절한지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림같은 베니스 골목에서 몰래 소년을 훔쳐볼 때 남자의 얼굴이 트랙인 되었나 줌 아웃되면서 소년은 또 다른 골목으로 들어서고 남자는 소년을 놓칠까봐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알수 없는 힘에 이끌렸듯이 남자는 자신이 죽어가고 있는 것도 잊은 채 소년을 훔쳐보는데 몰두합니다.  

이런 거 보면 누가 이탈리아 사람이 직설적이라고 했는지, 믿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모두 누군가 혹은 무언가에 대한 격정이 표현되는 영화인데 그 격정이 참 거시기합니다. 자신말고는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측면이 있어서 말하기 뻘쭘한 걸 세 영화 모두 잘 잡아내고 있으니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