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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하는 글쓰기 - 발설하라, 꿈틀대는 내면을, 가감 없이
박미라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이와 비슷한 제목의 책이 있다. 세퍼드 코미나스의 <치유의 글쓰기>. 일기쓰기를 통해서 단절감에서 탈출하게 된다는 논리적, 다소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책이다. 그닥 재미없게 읽어서 이 책을 보고 뜨악했다. 제목도 같은 데 내용도 같은 거 아니야, 하면서.  

저자가 여성학과 가족학 전공자여서 그런지, 여성의 억압된 수다 본능을 끌어내는 게 왜 중요한지 설득력있게 서술한다. 일명 "미친년의 넋두리" 같은 글에 대한 정당성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여성들의 말하기와 글쓰기 방식은 남성들과 다르다. 남성들은 추상과 이성, 논리적 주장에 능숙한 반면 여성들은 구체적 삶, 그것도 자신의 이야기에 더 관심이 많고, 그 화법도 아주 다양하다. 예를 들어 여성들은 '개별 나'가 빠져 있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글, 합리적인 글만 신봉하지는 않는다. 여성들은 산만한 수다글이나 '미친년'의 넉두리 같은 글, 영적인 글, 자기 내면 이야기로 점철된 주관적 글쓰기를 오래전부터 기록해왔다......어쨌든 여성들은 주류가 인정하는 글 이외의 글들을 인정함으로써 자기 정체성을 찾게 됐고 자존감을 되찾았다." 

블로거들이 자신의 일상을 잡다하게 기록하는 것조차 가치있다고 말한다. 그럼 왜 글을 쓰는가. 치유하기 위해서. 뭘 치유하는가. 억압받았던 무의식의 기억이나 분노를 끄집어내 어루만지고 털어내 더 즐겁게 살기 위해서다. 일종의 취미 기능을 하는 도구로 접근한다고 하겠다. 모두가 취미로 글을 쓸 수는 없겠지만 손쉬운 도구임에는 확실하다.  

치유의 글쓰기에도 필수 전제조건이 있는데 솔직함이다. 솔직하게 써야 다쳤던 마음을 어루만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데, 솔직함 이거 힘들다. 혼자보는 일기 폴더에 조차 모호하게 쓰는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발설의 용기, 이건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닌 거 같기도 하다.  

어쨌든 이 책을 읽으면서 글쓰기란 특정한 사람만이 가진 특권이 아니라 누구라도 즐길 수 있는 매체고, 솔직함과 용기를 더불어 갖춘다면 그 어떤 취미생활보다도 재미있고 보람까지 찾을 수 있다고 꼬득인다. 실용적인 작법서가 아니라 글을 쓸 때 마음가짐에 대해 말하면서 너도 얼마든지 시작할 수 있다고 마구 부추기는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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