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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을 입다 먹다 짓다
박정호 지음 / 한빛비즈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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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으로 의(衣) , 식(食), 주()를 짓다.


 “어떻게 하늘에게 선택받은 천재를 범재가 이길 수 있나요?”


형운이 그렇게 물었을 때, 사부는 전혀 망설임 없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하늘이 부여한 재능이라 해도 그것을 담는 그릇은 사람이다. 그러니 그것을 이길 방법은 사람이 쌓아올린 것을 활용하는 것이지.”


“사람이 쌓아올린 거라니, 그게 뭔데요? 뭐 천재가 익히는 것보다 더 뛰어난 검술 같은 건가요?”


똑같은 수준의 기술을 터득한다면 범재가 천재를 이길 수 있을 리 없다. 그래서 떠올린 가능성이었지만 사부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뭐, 그것도 하나의 수단이긴 하지만 하늘 아래 절대적으로 뛰어난 기술 따윈 없는 법이다. 무공이건 기환술이건 마찬가지다.”


“그럼요?”


“돈이다.”


“…네?”


눈이 휘둥그레진 형운에게, 사부는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말했다.


“인간이 쌓아올린 것들은 돈으로 가치가 매겨지고 거래되게 마련이지. 우리는 돈으로 하늘의 재능을 능가할 것이다.”


- 소설『성운을 먹는 자』중에서


  철학 사조 모더니즘과 경제 체제 자본주의의 공통점은 바로 '숫자'입니다. 철학자 김용옥은 모더니즘을 '숫자로 표현할 수 있는 것만을 다루는 것'이라고  정의한 바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자본주의는 모든 것의 가치를 화폐라는 단위로 나누고 거래하는 경제 제도입니다. 숫자를 활용하다보니 자본주의는 합리적이지만 비인간적이라는 인상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경제를 다루는 책들은 아무래도 딱딱하고 선뜻 손이 가지 않습니다. 잘 표현해봐야 '의무와 필요에 의해서' 읽게 되지, 호기심이 동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이런 까다로운 독자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서 작가들은 다양한 시도를 해왔습니다. 경제 현상을 직접 다루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경제기사, 영화, 문학작품 등 소재에 신경을 쓴 책은 쉽게 발견할 정도입니다. 아예 인문학이나 심리학 같은 다른 분야와의 크로스 오버를 시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책들은 순간의 흥미를 유발할 수는 있지만, 경제라는 주제와는 벗어나 샛길로 빠지기도 쉽습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번에 선정된 『경제학을 입다 먹다 짓다』는 우리 주변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의식주 문제’를 통해 친근하게 독자에게 접근하면서도 경제라는 주제에 집중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고 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우리를 둘러싼 의식주 문제는 모두 경제 문제다.'라는 부제를 얼마나 잘 풀어냈느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삶 속에 숨어 있는 경제상식을 찾아라.


 의식주에 대한 고민은 일상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고민거리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의미에서는 일상의 소소한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입고, 먹고, 거주하는 문제는 단 하루도 우리의 삶에서 빗겨간 적이 없는 문제라는 사실이다. 


-p.6, 프롤로그에서


 의식주(衣食住)는 인간 생활의 삼대 요소인 옷과 음식과 집을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의식주는 우리에게 공기와 물처럼 가까우면서도 당연한 존재입니다. 동시에 '의식주와 관련된 여러 문화나 현상들은 그 태동부터 경제 원리를 투영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책은 우리에게 옷에 달린 단추, 지퍼, 벨크로 같이 우리 일상에서 흔히 쓰는 것들조차 초기에는 유효수요의 부족으로 고생했다는 진실, 음료수 환타가 제 2차 세계대전 때문에 콜라 공급이 끊긴 독일에서 제조한 대체품이라는 역사, 보험회사가 초고층 빌딩을 선호하는 이유가 고객들로부터 웅장한 건물을 통해 신뢰를 얻기 위함이라는 경제 심리학적 견해까지 다양한 사례를 알려줍니다. 이 과정에서 저자의 자세한 해설과 함께 의식주 문제를 경제학적 관점에서 생각하는 기회와 만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부분은 감자, 참치, 시금치를 통해 설명한 '기준점 효과'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이에 따르면 인간은 이미 알고 있는 정보를 기준점으로 삼아서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악마의 음식으로 불렸던 감자, 고양이 사료로 쓰였던 참치, 실수로 철분 함량이 잘못 알려져서 인기를 끈 시금치의 사례를 통해서 기준점 효과를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변화와 혁신을 위해서는 기준점을 되돌아보라'는 저자의 제안은 경제적 사고를 단순히 경제 분야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두루 활용할 수 있음을 깨우쳐 주었습니다. 변화를 원하는 자, 우선 자신의 환경과 마음부터 점검하고 볼 일입니다. 


       

초심자를 위한 경제학적 배려가 아쉽다.


 그러나 리카도의 비교우위이론은 각국이 비교우위를 가지는 상품을 특화하여 생산한 후, 다른 나라와 교역하게 되면 모든 국가에 경제적 이익이 발생한다는 이론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p.215에서


 이 책은 KDI 전문연구원인 저자 박정호님이 네이버 캐스트에 연재하고 있는 의식주 경제학이라는 칼럼을 묶어서 낸 것입니다. 책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독서 중간 중간에 연재물 또한 살펴보았습니다. 책은 칼럼의 내용을 의식주라는 기준으로 나누어 재배치 했다는 점만이 다를 뿐 대동소이한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모니터를 통해서 연재 내용을 보는 것이 삽화도 흑백이 아닌 컬러사진으로 볼 수 있고, 가독성 또한 뛰어났습니다. 웹컨텐츠를 출판물로 변형할 때 생기는 어쩔 수 없는 문제점으로 치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편집과 내용을 더해서 얼마든지 보완이 가능한 문제이기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내용을 간추린 핵심 정리를 추가하고, 찾아보기 용이하게 색인을 첨부하고, 관련 경제학자를 소개하는 코너들을 보강해서 출판물의 장점을 살렸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봅니다.     


 내용 수준의 격차 또한 단점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분명 이 책은 초심자를 주독자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많은 부분에서 최신 이론인 행동 경제학의 내용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쉽고 흥미롭기에 이해에는 무리가 없지만, 문제는 다른 이론들과의 격차입니다. 예를 들면, 최신 이론은 다수 설명하면서도 무역에 관해서는 초기 이론인 리카도의 비교우위이론만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근대 무역이론인 헥셔·올린의 정리나 레온티에프의 패러독스, 현대이론인 기술격차이론이나 신무역 이론등을 자세히 소개했으면 더욱 좋았을 듯 합니다. 약간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강점 또한 분명합니다. 경제는 우리 삶 속에 있으며, 우리 삶 속에서 경제를 생각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며 글을 마칩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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