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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반양장) - 지금 우리를 위한 새로운 경제학 교과서
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장하준, 그가 바라보는 경제학


 하버드대학 경제학 교수이자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경제학 교과서 중의 하나를 집필한 그레고리 맨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경제학자들은 과학자인 척하는 걸 좋아한다. 나도 종종 그러기 때문에 잘 안다. 학부생들을 가르칠 때 나는 의식적으로 경제학을 과학의 한 분야로 묘사한다. 내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두루뭉술한 학문 분야에 발을 들여놨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서이다." 


-p.15, 프롤로그에서


 장하준. 경제 혹은 경제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친숙한 이름입니다. 『사다리 걷어차기』를 시작으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저서를 통해 신선한 경제학적 주장을 펼쳐왔기 때문입니다. (경제학에서 비주류인)역사적 제도주의 경제학자라고 불리우는 그는 경제를 바라볼 때, 한 나라의 제도나 역사를 중요시 여기는 관점을 취하고 있습니다. 비록 그의 이러한 주장이 학계나 독자들에게 치열한 찬반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동시에 출판될 때 마다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행운인지 불행인지 저는 여전히 장하준 교수가 쓴 책을 한 권도 읽지 못하고, 풍문으로만 접해왔을 뿐입니다. 


 그런 제가 이번 신간평가단을 통해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그의 책을 만난다는 설레임 반, 다른 저작들을 읽지 않은 채 오직 이 책으로 리뷰를 해야 한다는 두려움 반을 안고 시작된 독서였습니다. 처음 저의 눈에 들어온 것은 "내용은 쉽고, 말투는 순하지만 내 책 중 가장 래디컬한 책 "이라는 겉표지의 문구였습니다. 과연 장하준 교수는 기존의 경제학이 불변하는(혹은 불변하는 것처럼 보이는)자연과학처럼 보이게끔 우리를 현혹시킨다는 날카로운 비판으로 책을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장하준, 그가 말하는 경제학이란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장하준, 그가 말하는 경제학


 고객이 원하면 어느 색의 차도 다 좋다. 그 색이 검은색이기만 하면. 

                                                                                - 헨리 포드


 백화제방 백가쟁명. 온갖 꽃이 다 같이 피고, 온갖 학파가 논쟁을 벌이게 하라. 

                                                                                -마오쩌둥


-p.115에서



 보통의 경제학 입문서는 내용은 다를지라도 그 형식에 있어서만큼은 대동소이합니다. (암묵적으로 신고전주의의 사상을 기본 전제로 한 채로)희소성의 법칙으로 시작해서 1부는 미시경제학을, 2부는 거시경제학을 담고 있습니다. 반면에 기존 경제학에 대한 비판으로 포문은 연 장하준 교수는 파격적인 형식으로 책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우선 경제학을 모든 분야에서 선택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경제 분야를 다루는 학문'으로 규정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이 책은 고전주의 경제학부터 행동주의 경제학까지 경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이론을 소개합니다. 더 나아가 이 이론들을 칵테일처럼 섞어서 경제 문제를 분석하고, 그 해법을 모색하는 방법론을 취하고 있습니다. 


 경제학의 정의, 다양한 이론 다음에 우리를 맞이하는 것은 '숫자'입니다. 다시 말해서 생산, 금융, 불평등과 빈곤, 일과 실업, 정부, 국제 무역과 같은 실물 경제의 과거와 현재를 풍부한 통계 지표를 통해 살펴보고 있습니다. 이론과 마찬가지로 장하준 교수는 현실을 일차원적 현상으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경제 현실을 나타내는 통계 지표가 갖고 있는 복합적인 모습을 다양한 관점을 통해 균형있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인용한 "백화제방 백가쟁명"이란 말처럼 이 책은 다양한 이론과 관점, 풍부한 통계자료가 풍성한 전혀 새로운 경제학 입문서로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장하준, 그가 행하는 경제학 


 물론 누구나 가장 마음에 드는 이론이 있다. 특정 이론 한두 개를 더 자주 사용한다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니다. 우리 모두 그렇게 하고들 있다. 그러나 부디 '망치 쥔 사람', 더욱이 다른 연장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은 되지 말자. 이 비유를 조금 더 확장해서, 다양한 임무에 맞춰 서로 다른 연장이 달린 스위스 아미 나이프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p.437, 에필로그에서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당황했던 점(?)은 이 책이 장하준 교수가 쓴 책이기는 하지만, 영문판의 번역본이라는 점입니다. 알아보니 다른 대부분의 책들도 영문판의 번역본이었고, 그것도 본인이 아닌 다른 전문 번역가를 통해서 한국어판을 출판하고 있었습니다. 비용과 시간을 고려하면, 전 세계 39개국 36개 언어로 소개된 경제학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최적의) 선택이자 경제적(합리적인) 선택일 것입니다. 또한 제도주의 경제학자인 그도 실제 현실에서 자신의 책을 출판할 때는 (그가 비판해 온)신고전주의적 경제학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저자 역시 이러한 활용이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상황과 상관없이 하나의 이론, 하나의 해법만을 강요하는 현실입니다. 우리의 현실이 바로 그렇습니다. 아니 어쩌면 정책 따로 현실 따로 돌아가는 더욱 최악의 상황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 이번 정부를 지지하는 이들은 작은 정부와 감세를 통해 신자유적인 경제체제를 더욱 강화하길 바랬을 것입니다. 하지만 늘어가는 국가 채무와 연일 발표되는 증세에 아무런 반응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늘어나는 예산만큼이나 다양한 분야에서 복지 예산은 감축되고 있습니다. 이 또한 그 누구도 말하지 않습니다. 장하준 교수가 주장한 것처럼 '그들이 말하지 않는 것'도 문제겠지만, '우리 또한 말하지 않는다면'  지금 현재 과연 누가 말하고, 누가 듣고, 누가 행하고 있는 것일까요?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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