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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조너선 아이브
리앤더 카니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14년 4월
평점 :
일정한 슬픔없이 어린 시절을 추억할 수 있을까
지금은 잃어버린 꿈, 호기심, 미래에 대한 희망
언제부터 장래희망을 이야기 하지 않게 된걸까
내일이 기다려지지 않고
1년 뒤가 지금과 다르리라는 기대가 없을 때
우리는 하루를 살아가는게 아니라
하루를 견뎌낼 뿐이다
그래서 어른들은 연애를 한다
내일을 기다리게 하고
미래를 꿈꾸며 가슴 설레게 하는 것
연애란
어른들의 장래희망 같은 것
-드라마 '연애시대' Ep.9 동진 (http://me2.do/Gtcc36Wq 에서)
연애란 어른들의 장래희망 같은 것이라면, 아이들에게 장래희망은 자신이 좋아하는 롤모델을 닮은 사람이 되는 것일 터입니다. 부모님의 장래희망이야 예나 지금이나 큰 변동이 없는 듯 하지만, 아이들의 꿈은 한때는 천시받았던 연예인이 1위를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의 시선을 돌리려고 부모님들이 권하는 것이 바로 위인전이 아닐까 합니다. 아이들의 장래희망이 변한 것에 발맞추어 위인전의 트렌드 또한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김연아 선수, 반기문 UN 사무총장, 오바마 대통령, 빌 게이츠 같은 동시대의 인물들 위주로 출판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보다 친근하고 현실적인 인물들을 통해 아이들의 흥미와 희망을 불러일으키려는 목적에서 이와 같은 인물들을 선택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장래희망을 이루었거나 다른 선택을 해버린 어른들에게 과연 이러한 위인전류의 책들이 과연 얼마나 흥미를 불러일으키느냐에 대해서 저는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간접이든 직접이든간에 많은 경험과 지식을 쌓아오면서 성인이라면 자신만의 가치관를 확립한지 오래이며, 위인전이 아니더라도 필요한 정보나 노하우를 얼마든지 다른 방법을 통해 습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인물 혹은 그렇게 불리거나 불리기를 희망하는 이들에 관한 책은 끊임없이 우리의 관심을 끌려 노력하고 있으며, 일정 부분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럼 故스티브 잡스에 이어 두 번째로 민음사가 출간한 애플의 핵심인물이자 디자이너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인물,『조너선 아이브』를 통해 그 매력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아이브에게 '조니 아이팟'이라는 별명을 안겨 주었으며 이후 수많은 흰색 기술 제품의 등장을 촉진했다. 아이맥이 투명 플라스틱의 진가를 보여 주었다면 아이팟은 흰색의 진가를 보여 주는 걸작이었다. 더욱이 아이브는 스티브 잡스의 견해(잡스는 처음에 흰색 제품을 싫어했다.)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임으로서 그런 변화를 성취해 냈다.
-p.257에서
IT 전문 매체 편집자를 역임하고, 애플 관련 블로그를 운영중인 저자 리앤더 카니는 수년간 맺어온 친분과 (비밀주의로 유명한 애플의 보안에도 불구하고)다양한 관계자 인터뷰를 통해서 꼼꼼하게 조너선 아이브의 삶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그가 묘사한 아이브는 교육자인 아버지, 장인을 키워내는 영국식 디자인 교육, 자신의 재능과 열정이 성공적으로 결합해서 탄생한 디자이너입니다. 영국에서 활동하던 아이브는 당시 애플의 디자인 책임자인 로버트 브러너의 제의로 애플에 입사해서 승승장구를 거듭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돌아온 故스티브 잡스와 의기투합해 아이맥을 시작으로 아이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세상에 선보이게 됩니다. 작가는 이를 묘사하면서 적극적으로 조너선 아이브를 평가하는데 인색하지 않습니다. 작가의 애플에 대한 애정과 아이브에 대한 우정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저자의 평가에 따르면 조너선 아이브는 단지 애플 제품을 만든 일개 디자이너가 아닙니다. 아이맥의 투명 플라스틱과 자연스러운 곡선미, 아이팟의 흰색과 미니멀리즘은 애플의 제품을 뛰어넘어 디자인 세계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저자의 이런 평가는 영국 왕실이 디자인과 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하여 훈장과 기사작위를 인정한 점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이쯤되면 애플의 제품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조너선 아이브의 위대함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문제는 디자인과 큰 관련이 없는 대다수 우리에게 그와 이 책이 가지는 의미입니다.과연 이 책은 애플에 환호하고, 디자인에 관심있는 이들이나 열광할만한 소수를 위한 책일까요?
소크라테스는 아테네의 시민이었다. 아마 그는 노예 소유주였을 것이다. 플라톤은 민주주의에 반대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 알렉산드로스는 재위 기간을 모두 전쟁과 정복으로 보냈다. 카이사르는 당대의 문장가요 교양인이었으나 갈리아에 대해서는 침략자였고 로마 공화정에 대해서는 독재자였다. 중세의 스콜라 철학자들 중 일부는 이단심문관이었으며 또한 마녀재판관이었다. 옥스포드와 캠브리지는 식민 통치를 위해 고전을 가르쳤다. 프랑스 철학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 하이데거는 나치였다.
이런데도 현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문학이 필요하다는 사람들을 보면 저의가 의심스러워진다.
-http://nullmodel.egloos.com/1831261 에서
인신공격의 오류를 품고 있는 인용글에서 보듯이 우리는 너무나 많은 비판이 아닌 비난과 악의 속에서 살아갑니다. 문과와 이과가 서로를 헏뜯고, 창조론과 진화론이 다투며, 보수와 진보가 갑론을박을 거듭합니다. 그 과정에서 이들이 잊고 있는 진실은 우리 모두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았건 간에 긴밀한 상호작용 속에서 서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찍이 철학자 윌 듀란트가 지적했듯이 학문의 시작은 인문학(특히 철학)이었고, 자연과학이라는 딸을 낳았습니다. 자연과학은 다시 사회과학이라는 아들을 낳아서 오늘날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디자인 분야 역시 디자이너만의 전유물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의식하건 의식하지 못하건 간에 우리는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세계 속에서 분명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널리스트를 꿈꾸었지만 유일하게 합격한 패션 회사에서 내키지 않는 디자인 업무에 냉소적이었던 영화 '악마를 프라다를 입는다'의 주인공 앤드리아 삭스(앤 해서웨이 분)처럼 말입니다.
"뭐가 우습니?"
"아뇨. 아니에요.
저 버클들은 저에겐 모두 같게 보여서요.
전 아직 이런 물건들을 잘 몰라서요."
"이런 물건?
넌 이게 너랑 아무 상관 없는거라 생각하는구나.
넌 니 옷장으로 가서, 뭐니 그 울퉁불퉁한 블루색 스웨터를 골랐나보네.
왜냐하면 세상에다 넌 니 가방 속에 든 것에만 관심있다는 걸 말해주려고.
하지만 넌 그 스웨터는 단순한 블루색이 아니란 걸 모르나보구나.
그건 터쿼즈색이 아니라 정확히는 셀룰리언색이란거야.
2002년에 오스카 드 렌타가 셀룰리언색 가운을 발표했었지.
그 후에 입셍 로랑이, 그 사람 맞지?
군용 셀룰리언색 자켓을 선보였었고, 여기 자켓이 필요하겠는데요?
그 후 8명의 다른 디자이너들의 발표회에서 셀룰리언색은 속속 등장하게 되었지.
그 후엔 백화점으로 내려갔고 끔찍한 캐쥬얼 코너로 넘어간거지.
그렇지만 그 블루색은 수많은 재화와 일자릴 창출했어.
좀 웃기지 않니? 패션계와는 상관없다는 니가
사실 패션계 사람들이 고른 색깔의 스웨터를 입고 있다는게?
그것도 이런 물건들 사이에서 고른!"
-영화 악마는프라다를입는다 중에서 (http://me2.do/xWll38Nv 에서)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