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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팔리는가 - 뇌과학이 들려주는 소비자 행동의 3가지 비밀
조현준 지음 / 아템포 / 2013년 7월
평점 :
실미도, 왕의 남자, 괴물, 아바타, 도둑들, 광해, 7번방의 선물과 같은 영화들은 천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공통점을 꼽을 수도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바로 제가 흥행하리라고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고, 대부분 극장에서 관람하지 하지 않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영화 한 가지만 놓고 봐도 저는 대중적인 취향과는 거리가 좀 먼 인물입니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더 대중의 관심과 취향에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나와는 다른 대중의 기호와 그 이유가 늘 궁금했다고 표현해야 할 듯 합니다.
그 결과 자연스레 소비자이자 비전공자임에도 불구하고, 저의 관심은 마케팅으로 흘러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연 마케팅은 어떠한 방식으로 대중을 분석하고, 효과적으로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지 궁금했습니다. 덕분에 다양한 마케팅 관련 도서들도 읽어보고, 강의를 청해 듣기도 했습니다. 마케팅 내용은 정말로 흥미진진했습니다. 다양한 제품과 광고의 흥망성쇄는 그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았습니다. 장르도 코믹, 호러, 멜로, SF로 다양했습니다. 문제는 마케팅을 이해하기는 쉬웠지만, 적용하기는 힘들다는 거였습니다. 제품과 광고, 상황에 따라서 적용되는 이론과 해석이 제각각이었기 때문입니다.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숙제를 떠안은 것처럼 답답한 저에게 한 권의 책이 찾아왔습니다. 소비자가 아닌 마케터의 입장에서도 너무나 많은 예외를 가진 마케팅 이론은 처치곤란한 존재였나 봅니다. 저자 조현준님은 브랜드 매니저로서 TTL, Ting, 소셜커머스 초콜릿 등 다수의 신상품을 만들어 왔습니다. 그리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최신의 이론을 접목하여 마케팅의 본질을 이해하고자 하였습니다. 이 책은 "왜 팔리는가"라는 문제에 대한 저자 나름의 답안지인 셈입니다. 그럼 풀리지 않던 방학 숙제 때문에 고민하다, 어쩔 수 없이 친구의 답안을 슬쩍 참고하던(?) 마음으로 책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케터와 기획자는 항상 묻는다. “왜 저 제품은 팔리는데, 우리 것은 안 팔리는가? 무엇 때문일까?” 이것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왜
팔리는가?’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왜 샀을까?’가 된다.
지금까지의 마케팅 이론으로는 이런 소비 행위에 대한
이유(Why)를 정확히 알 수 없었다는 게 이 책 저자의 고민이자 집필의 시발점이 됐다. 하지만 21세기의 최신 과학인 뇌과학, 진화생물학,
그리고 행동경제학 등의 연구결과들을 보면 우리 소비 행동의 본질을 알 수 있다. 정답은 바로 뇌에 있었다.
-http://www.zurl.kr/83Lh54 책 소개에서
소비자가 바라보는 마케팅이 한계를 가지고 있듯이, 마케터가 바라보기에도 소비자는 불합리한 존재입니다. 이런 소비자의 모습은 책의 1장 마케터를 속이는 두 얼굴의 소비자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러 조사를 통해서 알아낸 소비자의 모습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비합리적입니다. 그들은 좋다고 하지만, 정작 구매하지 않습니다. 광고에 영향을 별로 받지 않으며, 가격이나 맛의 차이조차 구별하지 못합니다. 오직 믿는 것은 브랜드의 가치와 차이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과연 어떻게 소비자를 이해하고, 마케팅 활동을 펼쳐야 할까요?
인용한 책 소개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뇌과학, 진화생물학, 그리고 행동경제학 등의 최신 연구결과입니다. 이들 학문이 주목하는 것은 인간의 뇌, 그 중에서도 비이성적이며 무의식적인 부분입니다. 그 결과 밝혀낸 사실은 진화 과정에서 우리의 뇌는 감정적인 부분이 빨리 작동하도록 진화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불리한 자연환경에서 생존에 유리한 선택을 빠르게 하기 위함입니다. 문제는 고도의 문명을 이룩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뇌는 여전히 '경쟁승리', '새로움 추구', '위험회피'라는 감정적인 동기에 의해 지배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역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마케터가 되려면, 이 세 가지 동기를 효과적으로 공략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뇌과학을 이용한 새로운 해석과 전략이 참신하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그리 유쾌하지 않습니다.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우리의 선택이 결코 우리의 사고와 의지가 아님을 아는 것은 달갑지 않기 때문입니다. 과연 우리 소비자는 마케터의 의해서 조종당하기만 하는 존재일까요? 이런 주장에 일찍이 반론을 제기한 사람이 바로 블링크와 아웃라이어로 유명한 말콤 글래드웰입니다. 그의 저서 『티핑 포인트』는 어떤 상품이나 아이디어가 갑작스럽고 빠르게 유행이 되는 이유를 능동적이고도 사회적인 원인(소수의 매개자, 독특한 메시지, 환경)에 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점은 윤리적 측면입니다. 스티븐 킹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스릴러 소설작가 딘 R. 쿤츠는 서스펜스 블루(원제 Night Chills, 1976)에서 약물과 역하지각광고(우리가 지각할 수 없는 영상이나 소리를 이용한 광고)를 통해서 사람들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범죄집단의 이야기를 다룬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위험성을 단순히 소설 속 이야기로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그 효과성이 입증되지도 않았고 법적으로도 금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하지각광고는 끊임없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00년 부시 대통령 진영에서 미국 대선 캠페인 광고에 몰래 RATS(쥐새끼들)라는 자막을 넣어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마케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요? 무조건 물건이 팔리는 광고가 최고일까요? 현실과 동떨어진 거짓 이미지만을 강요하는 광고가 좋을까요? 저 개인적으로는 '적정 마케팅(appropriate marketing)'이라는 개념이 확립되었으면 합니다. 공학에는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이란 개념이 있습니다. 무조건으로 최고의 기술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이 사용되는 사회 공동체의 정치적, 문화적, 환경적 조건을 고려해 해당 지역에서 지속적인 생산과 소비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기술(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148&contents_id=7805 에서 발췌)을 말합니다. 꼭 필요한 만큼의 소비, 사회와 환경을 생각하는 제품,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상생하는 경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마케팅이야말로 진정한 마케팅이 아닐까 합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