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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 불변의 법칙
알 리스 & 로라 리스 지음, 김현정 옮김 / 비즈니스맵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알랭 드 보통의 『로맨스』를 아시나요?

 

 우리나라에는 감기에 걸리면 고춧가루를 탄 콩나물국을 먹는 민간 요법이 있습니다. 반면에 미국에서는 단백질이 풍부한 닭고기 수프를 통해 감기를 이겨낸다고 합니다. 이 점에 착안해  잭 켄필드는 마음을 치유하는 글을 모아 『내 영혼의 닭고기 수프(원제:Chicken Soup for the Soul )』라는 제목으로 출간합니다. 이 책은 1993년 출간되어 뉴욕타임즈 190주 연속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큰 반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의 후속작을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로 제목을 바꿔서 출간하자 300만부 이상 판매되었고, 1997년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모르는 이가 드물지만, 『로맨스』를 아는 이는 드물 것입니다. 둘 다 원작인 『Essays in Love 』를 번역한 같은 책이지만, 먼저 출간된 『로맨스』는 대중에게 잊혀진지 오래입니다. 이처럼 제목이 책의 운명을 결정하다 보니, 끌리는 제목을 짓기 위한 출판사의 고심이 얼마나 클지 짐작이 갑니다. 문제는 이러한 열기가 과열되어 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요즘 『1일 1식』이 화제가 되자 이를 모방한 『1일 1독』, 『1일 1선』, 『1일 1행』같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이 반짝 인기를 얻을 수는 있어도, 결국 독자는 내용으로 책을 판단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이번에 리뷰하게 될 책 『홍보불변의 법칙』도 그런 점에서 주의가 필요한 책입니다. 제목에 ~불변의 법칙이라는 책을 흔하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의구심이 먼저 들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의 원제는 『The fall of advertising and the rise of PR』로 2002년에 출간된 원서를 번역한 책입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알겠지만, 원제가 훨씬 효과적으로 책의 내용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목을 바꾼 이유는 얄팍한 상술이 아니라, 오히려 출판의 통일성과 독자를 위한 배려임을 책의 뒤 표지에서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저자의 책들을 모아서 알 리스 스페셜 에디션으로 기획된 시리즈 중의 한 권으로, 『브랜딩 불변의 법칙(원제:The 22 immutable laws of branding)』 을 따라서 모든 제목을 ~불변의 법칙이라는 형식으로 통일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PR은 브랜드를 구축하고, 광고는 브랜드를 유지한다.

 대부분의 광고 프로에는 한 가지 결여된 것이 있다. 바로 '신뢰성(credibility)'이다. 소비자들은 광고가 이야기하는 것을 무작정 신뢰하지 않는다. 하지만 광고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있다. 다른 누군가의 입을 빌려 기업이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면 된다. 예컨데, 판매 중인 제품이나 서비스에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제 3자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홍보, 즉 PR Public Relations이 필요한 것이다. 

-p.8 한국어판 서문에서 발췌, 편집

 

 이 책은 광고에 대한 기존의 시각을 비판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하루 평균 237개의 광고에 노출되는 현실(2002년 기준)과 실적보다는 시상식에서 수상에 목을 매는 광고업계 때문에 광고는 예술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광고는 오직 창의성에만  몰두하게 되어, 정작 제품 판매에는 갈수록 영향력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원제인 침몰하는 광고(the fall of advertising)와 딱 맞아떨어지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 광고계에서는 아마도 델몬트사의 오렌지 주스 광고가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이 광고는 "따봉"이라는 지금도 쓰이고 있는 '전설적인' 유행어를 만들어 냈습니다. 하지만 정작 제품의 인지도를 올리지도 못했고, 판매에도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저자가 광고 대신에 주목하는 것은 홍보 즉 PR Public Relations입니다. 사람들이 제품에 대한 정보를 얻고, 구매를 결정할 때 미디어를 통해서 얻은 정보가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저자의 주장입니다. "최고의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는 어디일까?"라는 질문에 대해 "메르세데스 벤츠"라고 대답을 하는 이들이 그 차를 소유하지도, 몰아본 적도 없음에도 많은 까닭은 바로 미디어를 통해서 정보를 접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떠오르는 PR(the rise of PR)의 힘을 여실히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따라서 브랜드를 구축해야 할 때는 PR을 이용하고, 구축한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광고를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고 저자는 책에서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2002년 그 후 10년...

 

 이 책은 참신한 주장만큼이나 아쉬움의 여지를 남기고 있습니다. 원제목과 함께 감추어진(26페이지 하단에 작게 쓰여진) 이 책의 출간 연도는 2002년입니다. 이 책의 주장과 사례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10년이라는 거대한 시간과 변화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시간을 초월해서 불변의 가치를 얻은 작품들에 고전이라는 명예를 수여합니다. 하지만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과 이를 따라잡으려는 마케팅 분야에서 과연 불변의 법칙이라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과연 2013년에도 여전히 홍보불변의 법칙은 적용되는 것일까요?

 

 PR 즉 미디어를 이용한 전략이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유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변화한 환경입니다. 인터넷을 바탕으로 한 블로그, UCC,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 미디어의 등장은 기존의 매체들이 갖고 있던 한계를 부수며 그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새로운 브랜드가 등장할 때마다 이에 관한 기사, 뉴스, PPL, 블로거의 리뷰, 관련 동영상, SNS의 실시간 반응이라는 거대한 정보의 홍수에 빠져 허우적거릴 지경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PR과 광고의 차이나 효과성에 의구심을 대해 품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02년 출간된 이 책이 광고보다 우위에 있는 홍보의 브랜드 창출에만 집중했다면, 2013년 현재에는 이 법칙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전략 또한  시대에 맞추어 새롭게 쓰여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즉, 홍보 불변의 법칙 또한 업데이트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법칙은 불변하지만, 상황은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홍보 불변의 법칙을 잘 이해하는 것은 이 책만으로 충분하지만,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현재 상황에 적용하는 독자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적어도 이 책의 개정판이 나오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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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2 10: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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