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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모털리티 - 나이가 사라진 시대의 등장
캐서린 메이어 지음, 황덕창 옮김 / 퍼플카우콘텐츠그룹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어모털리티?

 

 미국 드라마 중에서 법정 드라마 장르는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은 배심원 제도를 중심으로 변호사와 검사가 박진감 넘치는 논리 싸움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미국이 현실적으로 소송의 천국이라는 배경도 한 몫을 합니다. 제가 즐겨보았던 앨리 맥빌(Ally McBeal) 은 보스턴의 법률사무소를 무대로 여주인공 앨리 맥빌의 일과 사랑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입니다. 그 중에서도 인상 깊게 남아 있는 에피소드는 한 여성 뉴스 앵커가 방송국을 상대로 한 재판입니다. 방송국은 나이를 먹은 그녀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해서 해고했고, 그녀는 참지 못하고 소송을 건 것입니다. 다음은 드라마 중 재판의 마지막 변론 내용입니다.

 

 

원고측 변호사 : 물론 외모는 중요합니다. 아무도 중요하지 않다고 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카메라 앞에 서야 하는 아나운서고, 외모는 중요합니다. 그런데, 그녀를 한번 보세요. 매력적인 여성입니다. 피고는 그녀가 최고의 언론인이라고 "인정"했습니다.

 그리고는 충분하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그녀의 나체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해고했습니다. 피고측의 변명은요? 대중이었습니다. 미국, 바보들의 나라. 사람들은 진짜로 "금주의 연예"를 읽잖아. 잘 모르겠군요. 제가 아는 건 대중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여기 배심원석에 앉아 있다는 겁니다. 그럼, 말씀해 보십시오. 여러분이 대중입니다. 말씀해 주세요.

 

피고측 변호사: 그녀는 나이가 들었다고 해고 당한 게 아닙니다. 그녀가 해임 당한 건 더 이상 자신의 직업상 기능을 수행할 능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좋든 싫든 리모컨과 수많은 채널이 판치는 지금 세태에 여자 아나운서의 역할 중 하나는 육체적 매력입니다.

 제가 그걸 좋아하나요? 제가 내면보다 외양을 중시하는 세상에서 사는 게 행복할까요? 저를 한번 보십시오. 전 졸업파티에 여동생을 데려가야 했던 뚱보입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모든 직업의 사람들 법조인들, 언론인들, 비서들, 데이트 한번 해보려는땅딸막한 십대들에게도 외모는 중요합니다. 현실대로 행동했다고 제 의뢰인을 처벌하시겠습니까? 그러실 수 있겠죠. 그렇지만 그들의 책임이 아니란 걸 알고 계실 겁니다.
   

-앨리맥빌 1시즌 3화에서 발췌, 편집

 

 비록 드라마이긴 하지만, 그 어느 쪽도 밀리지 않는 논리와 감정의 대결을 보면서 참으로 난감했던 기억이 납니다. 논리적으로는 원고측에 동의하면서도, 피고측의 감정적 호소에도 흔들릴 수 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재판은 텔레비전 속 허구가 아니었습니다. 나이란 숫자에 불과하다며, 그 한계에 도전하는 일이 더 이상 소수의 일이 아니라고 말하는 책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책에는 농촌 관련 프로그램인 <컨트리파일(Countryfile)>의 출연진에서 제외된 뒤 BBC가 나이 및 성차별을 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고 승소한 53세 미리엄 오와일리(Miriam O'Reilly) 이야기를 비롯해 다양한 사례가 담겨있습니다. 그 책은 바로 타임지 기자인 저자 캐러린 메이어가 나이를 잊고 사는 풍조에 대해 살펴본 신간, 어모털리티(Amortality)입니다.  

 

 

 

어모털리티는 현존하는 유행인가? 다가올 미래인가?

 

 어모털리티(Amortality) 는 "죽을 때까지 나이를 잊고 살아가는 현상을 의미하는 신조어"입니다. 이것은 저자가 만든 조어로 mortal은 원래 '영원히 살 수 없는'이라는 뜻의 단어인데, 여기에 부정을 의미하는 '어(a)'를 붙여서 '영원히 늙지 않는'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것입니다. 저자는 어모털리티(Amortality)가 이미 확실하게 존재하는 현상이며, 단지 일부만이 이해되고 있을 뿐(p.15)라고 말합니다. 그녀는 어모털리티(Amortality)와 관련해서 심리학 조교수 브라이언 버크(Brian Burke)의 공포관리 이론(Terror Management Theory)에 주목합니다. 인간의 활동 중 많은 부분은 공포심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어모털리티(Amortality) 현상은 결국 죽음과 노화라는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한 현상이라는 주장입니다.    

 

 책은 이러한 주장을 기반으로 다양한 어모털리티(Amortality) 현상을 세세하게 보여줍니다. 노화관리 의료기간인 세네제닉스를 통해서 노화를 극복하려는 최첨단 과학을,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의 입양을 통해서 혼합 인종 가족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가정의 탄생을,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를 통해서 나이에 구속받지 않는 사랑의 신풍속도를 보여줍니다. 뿐만 아니라 어모털리티(Amortality)는 사회의 모습 또한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기존의 종교는 그 세력이 약화되고, 세속적 가치나 뉴에이지 종교 혹은 종교와 과학을 결합하려는 시도에 자리를 빼앗기고 있습니다. 정신 건강을 강조하는 치유문화(Therapy Culture)가 대두되었고, 직업세계에서 은퇴는 무의미한 단어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소비적인 측면에서 보면, 어모털리티(Amortality)는 시간과 연령을 초월해서 오로지 자신을 위한 가치에 중점을 두게 된다고 합니다.

 

 문제는 다양하고 자세한 사례를 통해서 저자가 말하는 바가 대단히 부정확하다는 것입니다. 어모털리티(Amortality)라는 현상이 존재하는 것을 입증하려 했다면, 그에 걸맞는 인과관계를 찾아야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다양한 현상을 묘사하고 있을 뿐입니다. 과연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많은 사례들이 어모털리티(Amortality)만의 전유물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습니다. 저자 또한 "우리를 어모털족으로 만드는 건 유전자가 아니라 사회화(p.27에서)"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단편적인 현상을 나열하기 보다는 어모털리티(Amortality)가 형성되는 사회화 과정을 단계적으로 추적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인 전략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조영남이 될 것인가?  이순재가 될 것인가?

 

춘희: 나이를 헛먹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철수: 컹!!

 

춘희: 항상 몇 년 뒤의 내 나이를 생각해보면 끔찍했는데 막상 그 나이가 됐을 때 담담할 수 잇는 건 나이를 한 살씩 먹어서인가봐. 그럼 그 다음 나이가 그리 낯설지만은 않거든.

 

철수: 무슨 사춘기 소녀라고. 넌 아직도 철이 덜 든 것 같아. 옛날 같으면 그 나이에...

 

춘희: 평균 수명이 길어졌으니까 철도 그만큼 늦게 드는거야 모두.

 

-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 중에서 

 

 

 과학기술의 발달은 평균수명의 연장을 가져왔습니다. 경제발전과 더불어 우리는 그 어떤 시대보다 경제적 풍요를 누리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사회적 풍요가 낳은 부산물인 어모털리티(p.17에서) 현상은 따라서 전국민적 현상이라기보다는 아직은 한정된 사람들만의 전유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히려 오늘날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는 점점 심각해져가는 경제적 양극화와 세대간 차이가 아닐까 합니다. 입시전쟁을 치르는 10대, 스펙경쟁에 내몰리는 20대, 결혼과 육아를 포기하는 30대, 정리해고에 불안해하는 40대, 생활고에 시달리는 노년층의 모습이 우리의 자화상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를 잊고 살아가는 개인이 늘어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어모털리티는 과연 누구일까 고민해보았습니다. 제 머리속에 떠오른 사람은 조영남 형님(이렇게 불리길 바랄 듯 합니다)과 이순재 선생님(이렇게 불러드려야 할 듯 합니다.)입니다. 조영남씨가 세월의 흐름을 거부한 채 영원한 광대로 남고자 한다면, 이순재씨는 세월의 흐름에 순응하여 묵묵하게 배우라는 소명에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과연 여러분이 닮고 싶은 삶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요? 이 책과 함께 곰곰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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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5 10: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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