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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이라는 착각 - 대한민국 양극화 쇼크에 관한 불편한 보고서
조준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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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를 바라보는 양극화된 시선

 

 그런데 얼마 전 한비야의 글을 읽으니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청년을 만났더니 꿈이 7급 공무원이라고 해서 한 대 때려줬다는 것이다. 7급 공무원이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일 수는 있어도 어떻게 그것이 꿈일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한비야가 하고자 한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성공한 사람들이 자주 저지르는 실수 가운데 하나가 바로 다른 사람들의 실패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7급 공무원이 어떻게 꿈이냐고? 이룰 수 없으니까 꿈인 것이다.  -59p.에서

 

  위의 글에서 7급 공무원이 꿈이 될 수 있는냐에 관해서 한비야님과 저자 조준현님의 견해가 차이가 나듯이, 양극화 문제에 대해서도 상반된 의견이 존재합니다. 보수주의적인 입장에서는 양극화란 무한경쟁의 글로벌 자본주의 시대에 어쩔 수 없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개인이 보다 많은 노력을 통해 그에 걸맞는 '스펙'을 쌓아가는 수 밖에는 없습니다. 사회와 정부는 이런 개인을 뒷받침하면서 공정한 경쟁의 심판 역할만을 수행하면 됩니다.

 

 반면 진보주의적 입장에서 양극화는 자본주의가 안고 있는 가장 큰 폐해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점입니다.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서 진보주의자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려고 합니다. 즉, 복지를 통해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이처럼 양극화는 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마저 양극화되어 있는 골치 아픈 문제입니다. 이 까다로운 문제에 다양한 경제학 서적을 출간해온 저자 조준현님이 신간 『중산층이라는 착각』을 통해서 용감하게 도전하고 있습니다.

 

 

 

양극화, 통계와 신문기사로 분석하다.

 

 표에서 보듯이 지난 2006년 우리나라의 절대적 빈곤율은 시장소득 기준 10.7%였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2009년에는 12.8%까지 상승했다. 2010년에는 12.1%로 다소 완화됐지만, 금융위기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다. 2010년의 가처분 소득을 기준으로 보면 절대적 빈곤율은 수치상으로는 조금 더 낮아지지만,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에는 다름이 없다. 최소한의 삶의 기준에도 못 미치는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이 그만큼 더 많아졌다는뜻이다. -85~86p.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양극화 문제에 맞서는 저자 조준현님의 무기는 바로 통계와 신문기사입니다. 어느 한 쪽의 의견에 치우치지 않는 객관적인 통계자료와 현시대를 묘사하고 있는 다양한 신문의 기사는 찬반양쪽 어느 사람들이라도 일단은 수긍하지 않을 수 없는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처음 이 책을 훑어볼 때만 해도 뻔히 아는 문제라고 생각했던 다양한 양극화 문제들에 대해서  제가 단지 수박 겉 핥기식의  인상과 선입견만을 갖고 있었을 뿐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 학교현장에 밥 굶는 애 없습니다."라며 무상급식에 반대해 주민투표까지 불사했던 오세훈 전서울시장의 발언처럼 우리는 너무나 많은 정보와 이 정보의 진위를 판단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검색해 본 바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약 49만명의 아동들이 급식지원을 받고 있었으며, 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약 110만명의 아동이 급식지원을 필요로 한다고 합니다.  이 책은 이러한 수고를 대신해  임금, 주택, 의료, 연금, 교육, 문화생활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양극화 현상을 가감없이 전달하고 있습니다.   

 

 

 

양극화,  해법은 과연 있는가?

 

 독일의 극작가 브레히트(Bertolt Brecht)는 『세추안의 선인』이라는 작품에서 '악은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그는 악은 선이 떠난 자리에서 온다고 했다. 그렇다면 양극화는 어디에서 오는가? 고용과 임금의 양극화에서 온다. 부와 자산의 양극화에서 온다. 기업과 산업의 양극화에서 온다. 이 모든 대답이 정답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내가 볼 때 양극화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고 가진 것을 서로 나누면서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사라진 곳에서 온다. -163p.에서

 

 흔히 자연과학에 비해 사회과학은 엄밀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혹은 문제제기는 있지만, 해답은 없다고도 합니다. 모든 사물이 보편적인 법칙에 의해 움직이는 자연계에 비해서 수많은 사람들의 개성과 행동이 불규칙적으로 존재하는 사회는 분명 까다로운 대상입니다. 양극화에 관한 이 책도 탁월한 문제제기에 비해서 해결책은 평범하기까지 합니다. 저자는 일자리가 아닌 일감을 나누는 워크셰어링과 효율적인 복지에서 그 해답을 찾고 있습니다.   

 

 사실 다른 이들의 해답도 정치적 입장과 표현의 차이만이 존재할 뿐, 그 해결책은 대동소이합니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해답을 내놓은 이의 진심이 아닐까요?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B급 좌파 김규항의 글(어떤 사람들은 한없이 사나운 얼굴로 말한다. '세상이 바뀌려면 사회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한없이 온유한 얼굴로 말한다. '세상이 바뀌려면 내가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현명한 사람들은 조용히 말한다. '세상이 바뀌려면 사회구조도 바뀌고 나도 바뀌어야 한다. 둘은 본디 하나다.)이 가슴 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모두의 마음을 모아 우리와 제도를 보다 사람답게 바꾸는 그 날을 꿈꾸어 봅니다. 그것이야말로 자연이 아닌 사회가 가질 수 있는 특별한 아름다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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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1 10: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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