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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경영을 바꾸다
함유근.채승병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12년 8월
평점 :
이제 겨우 고등학생인 딸이 출산용품 광고 메일을 받자 남자는 매장을 찾아가 강하게 항의한다. 점장도 마케팅팀의 실수라 생각하고 사과한다. 하지만 얼마 후 그동안 딸이 임신 사실을 숨겨온 것이 밝혀지고...... 여기서 우리가 궁긍해해야만 하는 것은 후일담이 아니라 도대체 부모도 모르고 있던 사실을 어떻게 알고 광고 메일을 보낼 수 있었는가이다. 월마트에 이어 미국 할인유통업계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타깃은 수많은 고객의 구매 이력을 분석해 임산부가 보이는 특이 패턴을 찾아내는 예측 모형을 가동하고 있다. 그리고 이 사건은 그 예측 모형에 의해 빚어진 실제 사례이다.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빅데이터 시대의 단면'이다.
- 빅데이터, 경영을 바꾸다 뒷표지에서
마치 드라마나 영화와 같은 이야기지만, 실제 사례라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인 위의 이야기는 빅데이터가 얼마나 놀라운 기술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정보화 시대라는 말에 걸맞게 우리는 수많은 정보에 둘러쌓여 생활하고 있습니다. 구글의 전 CEO 에릭 슈미트는 문명이 시작되면서 2003년까지 인류가 쌓아올린 데이터가 5엑사바이트 수준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하루에도 그만한 양의 데이터까 쏟아져 나온다니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책은 좁은 의미로 이처럼 거대한 규모 안에 다양성을 갖춘 자료가 빠른 속도로 생성-유통 -소비되는 것을 빅데이터라고 정의합니다. 넓은 의미로는 자료와 떼어놓을 수 없는 요소들을 고려해,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도 있습니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관리와 분셕이 매우 어려운 데이터 집합, 그리고 이를 관리 분석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과 조직 및 관련 기술까지 포용하는 용어로 말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는냐는 것입니다. 그럼 이제부터 통계학을 전공하고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함유근님과 물리학 박사이자 연구원인 채승병님의 인도를 따라 빅데이터의 세계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저자들은 이 책의 제목처럼 빅데이터가 경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합니다. 책의 2부에서 저자는 크게 4가지로 빅데이터의 강점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첫번째는 새로운 차원의 생산성 향상입니다. 빅데이터를 이용하면 인력과 물자를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가치를 극대화 할 수 있다고 합니다.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tion - IC칩과 무선을 통해 식품, 동물, 사물 등 다양한 개체의 정보를 관리할 수 있는 차세대 인식 기술) 태그를 책에 부착해서 업무 효율을 50%나 높인 홍콩 대학 도서관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발견'에 의한 문제 해결입니다. 빅데이터를 이용하면, 일상 생활에서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고 이를 기반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 가능해집니다. 질병이나 자연재해에 대비하고, 고객의 요구보다 보다 빠르고 맞춤화된 서비스로 대응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의사결정의 과학화와 자동화입니다. 저자들은 빅데이터의 진정한 의미는 '커다란 지혜'를 얻는 데 있다(180p.에서)고 말합니다. 데이터 속에서 찾은 정보와 지식으로 개인이 지니는 편견과 한계를 뛰어넘어 보다 빠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해집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고객 가치와 비즈니스의 창출입니다. 빅데이터를 통해 기존의 기업들은 보다 업그레이드 된 만족스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신규 사업자들은 차별화 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맞춤형 메일로 매출을 신장시킨 화장품 기업 록시땅, 스마트 인형으로 고객 만족도를 높인 디즈니뿐만 아니라 다양한 빅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생 기업들이 속속 생격나고 있습니다.
이처럼 빅데이터는 '세상을 바꿀 지혜의 쓰레기통'이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놀라운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빅데이터 기술을 IT강국 한국의 기업이 하루 빨리 받아들여 성장하기를 위한 충고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이 책은 삼성경제연구소가 출판하고, 교수와 연구원인 저자가 집필한 만큼 당연히 CEO를 비롯한 비즈니스맨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부분이 이 책의 강점이자 한계를 드러내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빅데이터를 알아야 하는 것은 과연 기업에 국한된 문제일까요?
우리 앞에 밀어닥친 재정 위기, 기후 변화, 에너지, 환경, 안보, 빈곤 문제 등이 산적해 있는데 왜 하필 빅데이터일까? 이런 글로벌 차원의 난제가 부각될수록, 그 해결을 위해 더욱 광범위한 정보가 필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폭증하는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그 속에서 유용한 정보를 추출해낼 수 있는 기술에 대한 갈증이 더해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19p.에서
책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빅데이터는 단순히 기업이 보다 만족스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단순한 수익 창출의 수단으로 보기에는 그 가능성과 필요성이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 대학, NGO, 정부 차원에서 각자에게 필요한 빅데이터 기술을 개발하고 활요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물론 개별적인 노력보다는 서로가 협력해서 기술을 발전시킨다면 더 큰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입니다. 한 가지 걱정되는 점은 책에서 스치듯 언급하고 지나간 개인정보 보호와 정보활용 자유간의 관계입니다.
20여 년 전에 이미 기업이 모든 것의 정점에 선 미래 사회를 보여준 영화가 있습니다. 순직한 경찰을 (누구의 동의 없이) 사이보그로 만들어 범죄자를 소탕한다는 『로보캅』이라는 작품입니다. 요즘 이 영화의 리메이크가 한창 촬영 중이라고 합니다. 과거 로보캅이 보여준 미래 사회와 현재는 얼마나 떨어져 있을까요? 우리는 수차례 포털 사이트와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정보가 해킹을 통해서 유출된 사건을 겪었습니다. 그럼에도 기업의 개인정보에 대한 인식은 그리 변한 것이 없어 보입니다. 사건 후에 뒤늦게 대처하는 정부의 대처도 미흡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기술은 분명 우리에게 편리함을 주지만 결코 행복을 주지는 못합니다. 기술은 목적이 아닌 수단임을, 행복은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진실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