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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 우리는 왜 부정행위에 끌리는가
댄 애리얼리 지음, 이경식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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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애리얼리 부정행위에 관심을 갖다.

 

 《상식 밖의 경제학》의 저자로 널리 알려져 있는 댄 애리얼리는 유명한 행동경제학자입니다. 행동경제학이란 주류경제학이 가정하고 있는 합리적(이성적) 인간이라는 개념을 부분적으로 부정하고, 오히려 인간의 비합리적인(비이성적) 경향성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행동경제학은 그 이름처럼 행동의 실제와 원인, 경제 사회에 미치는 영향, 사람들의 행동을 조절하기 위한 정책에 관해 체계적으로 규명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주류 경제학이 물리학과 수학의 도움을 받았다면, 행동경제학은 심리학 이론과 실험을 통해서 우리의 행동을 분석합니다. 두 권의 책을 통해서 가정과 직장을 비롯한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행동들(공짜, 사랑, 선물, 다이어트)의 감추어진 의미를 분석해온 저자가 이번에 관심을 갖게된 것은 바로 부정행위입니다.   

 

 

 댄 애리얼리가 부정행위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엔론 사태(2001년) 때문입니다. 엔론사(社)는 유명 경제잡지에서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인정받을 만큼 승승자구하던 회사였습니다. 하지만 엔론의 자산과 이익 수치는 교묘한 회계부정에 의한 것임이 밝혀지면서 피해보상과 소송을 거쳐 결국 파산에 이르게 됩니다. 저자는 본의 아니게 부정회계를 눈감아줌으로써 엔론사태에 참여하게 된 지인을 우연히 만나고, 부정행위가 사악한 범죄자만의 문제가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부정행위는 저자와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도 쉽게 저지를 수 있는 일이며,  소수가 아닌 다수의 문제였던 것입니다. 이 책의 제목처럼 우리 모두는 부정행위에 쉽게 흔들리는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인 셈입니다.

 

 

 저는 저자의 이전 책들을 읽어보려다가 경제학이 주는 선입견(행동경제학의 표현을 빌리면 시스템1)의 판단으로 몇 번이나 포기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이번 책을 읽어보니 부정행위라는 딱딱하고 어두운 주제를 시종일관 유쾌하고 쉽게 풀어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연구를 위해서 항공기 탑승을 빨리 하기 위해 장애자인척 했던 경험(183p에서)이나, 유럽 여행 중 기차 티켓을 위조한 사실(229p.에서)을 고백하는 솔직함을 보여줍니다. 댄 애리얼리는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서 지식을 이용하는 사이비가 아니라,  자신도 행동경제학의 지배를 받는 보통 사랑임을 인정할 만큼 깨어있는 학자였습니다. 그럼 '매우 정직한 사람인 동시에 매우 창의적인 사람(239p.에서)'인 한 행동경제학자가 설명하는 부정행위의 진면목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SMORC vs. 퍼지이론

 

 주류경제학에서 내세우고 있는 부정행위에 대한 이론은 '합리적 범죄의 단순 모델(Simple Model of Rational Crime, SMORC)'입니다. 경제학의 비용편익분석을 그대로 차용한 이 모델은 부정행위가 얻을 수 있는 이익과 적발될 수 경우 받게 될 비용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다양한 실험을 통해서 사람들이 단순히 이익에 따라서만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밝혀냅니다. 그가 주장하는 이론은 퍼지이론(Fuzzy Theory)입니다. 퍼지이론은 원래 ‘네’ 또는 ‘아니오’ 등 이분법으로만 나눌 수 없는 인간의 모호(fuzzy)한 사고작용을 수학적인 함수를 동원해 컴퓨터로 나타내고자 하는 이론을 말합니다. 이 이론에 의하면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챙기면서도 동시에 도덕성 또한 유지하려고 합니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케이크를 먹으면서도 보유하려는'(297p.에서) 존재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를 부정행위로 이끄는 요인은 무엇일까요? 댄 애리얼리는 흥미로운 실험과 사례들을 통해 우리를 유혹하는 부정행위의 비합리적인(비이성적) 요소를 보여줍니다. 제약회사 직원들의 엄청난 로비에 무너지는 의사들의 모습에서 공익과 사익간의 이익충돌을, 다이어트 때문에 음식을 참다가 한순간 폭식하고 마는 모습에서 자아(의지력)고갈의 문제를 짚어냅니다. 또한 명품 선글라스를 쓸 때보다 짝퉁 선글라스를 쓸 때 부정행위가 늘어나는 실험결과를 통해서 자신의 모습과 도덕성을 동일시하는 자기신호화 현상을, 불 꺼진 강의실에서 노트북으로 딴 짓을 하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는 모습에서 부정행위도 사회적으로 전염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우리가 부정행위를 하는 이유는 단순한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외부적 환경과 내면의 정신이 상호작용한 결과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서 취해야 할 행동입니다. SMORC 모델은 명쾌한 설명만큼이나 해결방법도 단순합니다. 부정행위를 한 사람을 체포할 가능성을 높이거나, 적발될 경우 처벌의 수위를 높이면 됩니다. 하지만 저자는 퍼지 이론을 따르는 인간에게 이익의 크기나 발각될 가능성이 부정행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부정행위를 줄이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이익충돌, 자아고갈, 자기신호화, 사회적 전염에서 개인이 벗어날 수 도와주는 다양한 수단이 필요합니다. 댄 애리얼리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방법은 서약, 서명, 도덕적 상기자, 감시입니다. 비이성적 행위를 막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역시 우리의 냉철한 이성임을 다시 한 번 생각나게 하는 요구입니다.

 

 

 

그래도 윤리와 문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가 다음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분명하다. 부정직함 및 부정행위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보다 효율적이고 실천적인 방법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경영대학원들은 커리큘럼에 윤리학 강좌를 포함시키고, 기업들은 직원을 모아놓고 윤리를 주제로 한 강연회를 열며, 정부는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전략들이 과연 효율적일까? 도처에서 일어나는 부정행위를 목격한 사람이라면 이런 조치들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금방 알 수 있다. (309p.에서)

 

 

 책의 결말에서 저자가 언급하고 있는 위의 글은 비합리적인(비이성적) 요소를 중시하는 행동경제학의 관점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분명 우리 인간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저자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간이 가진 이성은 기존 경제학들이 가정하고 있는 완벽함보다는 행동 경제학이 제시하는 제한적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에 더 가까울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이러한 사실에 절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과 같이 다양한 분야에서 제한적 합리성만으로도 우리는 자신의 한계인 비합리성을 인식하고 극복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윤리와 규제, 문화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는 저자의 입장에는 신중하게 다가갈 필요가 있습니다. 저자도 부정행위의 사회적 전염에 대해서 걱정하고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에서 개인으로 부정행위가 점점 늘어나는 정도로 인식하는 수준입니다. 반면, 정치학자 데이비드 컬러헌의 입장은 다릅니다. 그의 책 『치팅컬처』에 의하면, 미국 사회에는 이미 '거짓과 편법을 부추기는 문화'가 만연해 있다고 합니다. 부정행위자들이 자신의 이익만을 좇는 이기심과 그에 대한 그럴듯한 합리화를 사회와 제도가 용인하기 시작했다는 말입니다. 치팅컬처가 사회를 완전히 장악했을 때, 우리는 부정행위가 모두 사라지는 천국이자 사회 전체가 붕괴되는 지옥을 경험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바로 이 점이 우리가 여전히 올바른 윤리와 바람직한 문화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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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5 09: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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