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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 13년 연속 와튼스쿨 최고 인기 강의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지음, 김태훈 옮김 / 8.0 / 201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협상, 그 놀라움에 대하여...
협상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영화 '네고시에이터'가 떠오릅니다. 경찰 내 비리로 누명을 쓴 시카고 경찰관 데니 로맨(Danny Roman: 사무엘 잭슨 분)이 인질극을 벌이며, 다른구역의 인질협상자인 크리스 사비안(Chris Sabian: 케빈 스페이시 분)을 불러들여 숨막히는 두뇌게임을 펼칩니다. 이 영화가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빛나는 까닭은 치열한 액션 속에서도 논리적인 협상 과정을 통해 스토리를 이끌어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동물과 달리 인간은 폭력에 의지하지 않고도 이성을 바탕으로 한 말을 통해서 놀라운 성과를 이루어 왔습니다. 협상이 없었다면, 인류의 역사는 피와 복수의 반복을 통해서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협상보다는 복종과 타협에 우리가 더 익숙해져 있다는 점입니다.
평소에 저는 협상능력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가 이번 달 리뷰도서로 선정되었을 때, 부족한 협상 능력을 채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세계적인 MBA 와튼스쿨에서 가장 비싼 강의를 지면으로 옮긴 이 책을 통해서 협상의 요체에 한 번 다가가 보고 싶습니다.
협상의 원칙과 비밀을 밝히다!
이 책은 크게 2부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1부 통념을 뒤엎는 원칙들에서 협상전략, 관계, 소통, 프레이밍, 감정, 문화 등 협상을 이루는 다양한 요소들에 대해 분석하고 있습니다. 2부 원하는 것을 얻는 비밀를 통해 회사, 흥정, 설득, 자녀교육, 서비스, 사회적 문제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살펴본 바에 따르면 다른 책보다 돋보이는 부분은 풍부한 사례에 있습니다. 변호사와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협상 전문가로 큰 명성을 떨친 저자의 경험담뿐 아니라, 이 강의를 듣고 생활 속에서 실제로 적용해본 학생의 경험담은 이 책의 백미입니다. 각각의 사례들을 떠받치고 있는 명쾌한 원칙을 끊임없이 주지시키면서 저자는 글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 또한 잊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감명깊게 읽었던 내용은 '작은 성공이 어려운 위업보다 낫다'(p.389)는 부분입니다. 저자는 협상에 있어서 커다란 성공보다는 점진적인 접근을 통해서 상호간의 이익과 합의를 도출하라는 주장합니다. 이 글을 통해서 일괄적인 타결과 제로섬 게임을 고집해온 저 자신을 뒤볼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협상의 꽃은 대한민국에서 피어날 것인가?
이 책을 읽어가며 그 내용에 매료될수록, 점점 불편한 느낌이 더해졌습니다. 분명 책의 원칙과 사례는 모두 훌륭하고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이상한 위화감과 패배감이 저를 짓눌러왔습니다.
책의 마지막장을 덮고, 며칠간 그 느낌의 정체에 대해서 생각해보았습니다. 그 감정은 이 책을 활용한다고 해도 나 자신의 협상 능력이 발전하지는 않으리라는 불편한 진실 때문이었습니다. 그 진실은 대한민국을 살아오면서 보고, 듣고, 겪은 나의 삶에서 나온 경험칙이었습니다.
분명 살아오면서 저는 대부분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삶을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가끔씩 일상의 규율에서 벗어난 불합리한 상황에서 대화보다는 고성이, 이성보다는 감정이, 원칙보다는 권력이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것 또한 경험해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협상이라는 아름다운 꽃이 대한민국을 뒤덮을 수 있도록 비옥한 대화와 상생의 토양을 먼저 만들어야 하는 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