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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종말에서 살아남는 법 -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생존 매뉴얼
제임스 웨슬리 롤스 지음, 노승영 옮김 / 초록물고기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괜찮은 서바이벌 입문서 

 몇 년간 증가해온  세계적인 규모의 기상이변, 자연재해,  치명적인 테러와 인재(人災), 급속한 전염병과 기아는 우리에게 충분한 불안감을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실질적인 생존기술을 알려주는 책 『세상의 종말에서 살아남는 법』이 5월 신간평가도서로 선정되었습니다. 이번 달에는 제가 추천한 책이 한 권도 선정되지 않아서 조금은 아쉽지만, 선정된 책들도 관심이 있던 터라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베스트셀러 소설 『패트리어트』 작가이자 SurvivalBlog.com 운영자인 생존 전문가 제임스 웨슬리 롤스가 가르쳐주는 필수적인 생존 도구와 기술이 담긴 책입니다.       

  저자 소개에 의하면 롤스는 미 육군 정보장교를 지냈으며 생존대책 컨설턴트로서 포춘 500대 기업 경영자, 성직자, 사업가, 펀드 매니저 등을 자문했습니다. 현대 생존대책 운동을 대표하는 롤스는 ‘로키 산맥 서부 모처’의 산악 지대에 자리 잡은 (풍족하고 자급자족이 가능한) 은신처에서 가족과 살며 자신의 주장을 실천하고 있다고 합니다.     

 서바이벌에 문외한인 제가 살펴본 바로는 이 책은 괜찮은 서바이벌 입문서입니다. 우선 저자 자신이 생존에 관한 전문가이며, 자신의 삶 속에서 생존주의를 실천하며 살고 있습니다. 책의 구성과 내용 또한 탄탄합니다.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마음가짐(1장)으로 정신을 가다듬은 후, 생존을 위한 은신처에서부터 식량, 동력, 통신, 자급자족과 물물교환에 이르기까지 꼼꼼하게 알려줍니다.  책의 번역 또한 환경 단체에서 일하는 노승영님이 맡아, 생소한 서바이벌 관련 단어를 꼼꼼하게 주석을 달아서 읽기 편하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다만 미국인 저자가 쓴 책이기에 한국의 환경과 정서와는 약간 괴리감이 느껴지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특히 다양한 총기에 관한 내용은 총기 소지가 쉽지 않은 우리나라에는 적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한 점을 감안해서 읽는다면, 생존주의 개념을 이해하고 재난에 대비하기 위한 전반적인 준비서로서 손색이 없습니다.    

 

생존주의 뒤에 숨겨진 개인주의

 이 책은 분명 생존주의에 관한 매뉴얼이지만, 읽다보면 극단적 상황에 대처하는 개인주의적인 생각과 행동을 군데군데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른 모든 사상이 그러하듯 개인주의는 긍정적, 부정적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개인주의는 대부분 긍정적인 의미로 다가옵니다.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개인의 자유와 생존을 추구하고, 여력이 있으면 기꺼이 남을 도우라고 저자는 말합니다.저자의 이런 생각은 다음과 같은 문장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아무리 백만장자라도 손수 일하는 법을 배워하며, 손을 더럽힐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p.31에서   

 "마르도록 쓰고 닳도록 입자. 있으면 있는 대로 없는면 없는 대로 살자." -p.35에서  

"내 조언은 (지금이든 어려운 시기든) 넉넉하게 베풀되 거리를 유지하라는 것이다" -p.145에서    

 하지만 극한의 상황을 상정한 이러한 개인주의는 사회보다는  본인과 그 가족에게 더 무게를 둘 수 밖에 없습니다. 집단의 이익에 반하는 개인의 이기주의 또한 허용할 수 밖에 없는, 이러한 개인주의는 그래서 개인의 총기 소유와 자기 방어를 당연시하게 됩니다.    

"이를테면 롤스파 생존주의자 중에서 자금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대개 자동차를 휘발유, 경유, LPG, 전기용으로 넉대까지 소유한다." -p.31에서  

"당신에게 자유가 소중하다면 자신의 후손의 자유를 위해 싸우는 것을 두려워 말라" -p.35에서     

"풍요로운 시대에 비축하는 것은 사재기가 아니다." -p.301에서      

종말에 대비하기에 앞서 종말을 상상해보자.

  세상의 종말이 어떻게 다가올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너무나 끔찍하고 허무한 상황이지만, 그 때를 상상해 보는 것은 의외로 필요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상상력이 부족하다면, SF소설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SF거장 14인이 그린 핵전쟁 이후의 세상을 그린 단편집 『최후의 날 그후』는 종말 이후의 끔찍한 세상을 체험하게 해주는 훌륭한 타임머신 역할을 합니다다. 특히 인간이 사라지고 홀로 작동하는 어느 가정집의 자동화 시스템의 하루를 보여주거나, 반대로 문명은 사라지고 그에 대한 단어만을 기억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는 레이 브래드버리의 작품은 절제되어있기에 더욱 섬뜩합니다.  

 우리는 대부분 아주 먼 미래가 아닌 가까운 시기에 종말이 다가온다면 그것은 바로 우리 자신의 어리석음 때문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자기는 제 3차 세계대전의 무기는 알 수 없지만 제 4차 세계대전의 무기는 분명 새총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해야할 일은 종말에 대비하기보다는, 종말을 상상하고 '지금 여기'에서 서로 대화하고 이해하며 배려하는 삶과 사회를 만들어가는 일이 아닐까하는 소박하지만 거창한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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