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랜만이라고 느껴지는 연차. 평일의 쉬는 날.


사진영상기자재전 P&I를 다녀오고, 낮술을 하고, 영화관에 들어갔다. 약간은 취한 상태로.


제목과 대충 읽은 시놉시스를 보고 기대한 것은 그저그런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 영화였다. 킬링타임용의.

-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킬링타임용의 그저그런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버렸다.


세 개의 옴니버스를 관통하는 주제는 사랑, 그리고 에로스와 푸쉬케이다.

- 그리스는 사랑을 신으로 만들었다는 내용과 함께 세 가지의 이야기에서 에로스와 푸쉬케 이야기가 토막토막 나온다.

- 나이가 들수록, 관점이 바뀔때마다 에로스와 푸쉬케의 이야기가 미세하게 조금씩 뒤틀렸다.

- 안토니오 카노바가 1787년 조각한 조각상 <에로스와 푸쉬케의 사랑>이 그림이나 사진으로 잠깐씩 나온다.


3가지 이야기 모두 다 다른 이야기지만 결국은 하나로 이어지는 스토리이다.


영화에서는 사랑만 이야기 하지 않았다. 현재의 그리스 모습이 많이 투영되고 있었다. 불안정한 정치상황, 난민, 이민자, 경제문제.

다프네의 아빠를 보면서 KKK단이 생각났고 한편으로 너무 두려웠다.

- 한국에서도 저런 사람이 있을텐데, 아니 많을텐데. 한국인이 취업 못 하는 이유가 이주노동자가 일자리를 점령해서라는 헛된 소리라든가, 중국인이 제주도땅을 사고 있는데 한국의 땅을 외국인에게 넘길 수 없으니 외국인 부동산 투기를 막자든가.

- 그런 한국인은 쓸데도 없는 자존심과 애국심만 있지.


조금 생각해봤는데 다프네와 파리스의 사랑이 나오는 부메랑의 주인공은 사실 다프네와 파리스가 아니라 다프네의 아빠라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자신이 던진 부메랑이 다시 자신에게 돌아오듯, 다프네의 아빠가 던진 화는 다시 자신에게 돌아왔다.

- 마리아가 그런다. 자신이 못 난것을 남탓하지 말고 핑계대지 말라고.


내가 던진 아픔이 다니 나에게 돌아오는 부메랑, '약하다.'고 말하고,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가 먹던 우울증 약을 그녀가 먹으면서 온전한 진실을 아는 로세프트 50mg, 용기를 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두번째 찬스.


단순히 그리스 풍경이나 사랑이야기가 아니라 진실과 혐오, 인종, 정치까지 고민되는 영화였지만 그래도 좋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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