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인 - 천 가지 성공에 이르는 단 하나의 길
조지 레너드 지음, 강유원 옮김 / 여름언덕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생각 하나. 친구 중에 주유소 컨설턴트 하는 놈이 있다. 어느새 명퇴를 생각하는 나이이다. 녀석이 가진 특기는 냅다 비수를 꽂는 것이다. 한 시간 전후에 나이가 많고 이런 저런 일에 바쁜 주유소 주인을 컨설팅에 끌어들이려면 도발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적한 곳에 위치한 주유소의 주인을 보자, 녀석은 냅다 "주유소 하기 싫으시죠? 세상 사는 것도 별거 없죠?"했다고 한다. 주인은 녀석을 빤히 바라보다가 잠깐있다가 식사나 하자고 했다고 한다. 식사 시간 내내 녀석의 훈수는 계속 되었다. 긍정적으로 보아라.패배감을 버려라...

녀석이 전해준 식사를 다 마치고 주인이 한 이야기가 인상적이다."저는 퇴직하기 전에 현대자동차의 자기계발 강사였습니다. 오랫동안 제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해온 이야기를 직접 듣는 입장이 되니 만감이 교차하는 군요." 십년간 번 돈으로 자기 사업을 시작해서 밑천을 날린 친구 녀석의 마음도 무거웠으리라. 아는 게 아는 것이 아니다.

생각 둘. 얼마 전에 종강 한 도올 선생님의 [요한복음 강해]에는 어처구니 없는 도올식 영어 학습법이 나온다. 고전적인 노트에 단어쓰고 예문적고 달달 외우는 방식이다. 그리고 5형식만 배우고 계속 책을 읽으면 된다고 한다. 명강사 한일 선생의 기초 영문법이 뜨는 이 마당에 왠 시대착오적인 이야기인가?

도올 선생님의 핵심은 이 말 한마디에 요약된다."영어 공부의 비결은 첫째도 아둔, 둘째도 아둔, 세째도 아둔이다. 미친 놈처럼 외우고 또 외워라." 그럼에도, 그 아둔함의 철학은 힘이 아주 쎄서, 예순의 나이에도 산스크리트어와 히브리어 공부에 뛰어들게 했다. 관광 영어에서 벗어나려면 우린 삶과 일체된 과정에 있어야 한다.

내가 엉뚱한 이야기를 한 것 같지만 이 책 내용이 그런 이야기다. 달인의 길은 평생 가는 길이기에 기나긴 슬럼프를 즐겨야 한다. 어둡고 절망적인 순간에도 연습에 연습을 거듭해야 한다. 이 이상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이 책을 펼친다면 무척 실망하게 되리라. 구체적인 지침이나 테크닉조차도 없는 무척 엉성한 책이니까.

그럼에도 이 탄산이 날아간 콜라같은 이 책을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시간이 되신다면 [천천히 책읽기를 권함] 같은 책도 같이 읽으시길 바란다. 목표를 향해 불나방처럼 달려가고, 슬럼프에 빠진 자신을 용납하지 못해 누구나 패배자가 되는 이 세상에 새로운 삶을 살라고 외롭게 서있는 이정표와 같은 책이다. 

끝으로  내가 이 책에 매료된 것은 이런 부수적인 것들 때문인데,

우선 옮긴이가 [공산당 선언: 젊은 세대를 위한 마르크스 입문서]를 쓴 강유원 선생이란 점이다. 저자는 철학 강사와 웹사이트 기획 등 조금은 이질적인 영역을 함께 사는 사람이다. 이력만으로도 삶의 고단함이 느껴지는 그런 사람이다.그 속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모습이야말로 언젠가 진중권 선생이 말한 앙겔루스 노부스가 아닐까? 

 둘째, 저자 조지 레오나르드의 매력이다. 그는 컨설턴트이자 게슈탈트 심리학자이기도 하다. 젊은 시절 전시 비행사였으며 40이 넘어 합기도 수련을 시작해서 합기도 도장을 운영했다. 사실 이 책의 많은 내용은 합기도 수련에서 온 영감을 통해 빚어진 것이다. 전에 읽은 [습관의 법칙]처럼 노년에 이르러 쓴 책들은 조금은 풀빠진 옷처럼 느슨하지만 변함없는 길에 대한 체험에서 우러나온 강한 통찰이 있다. 새삼 그런 걸 많이 느끼게 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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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05 15: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연못 2007-11-12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알라딘 리뷰어로 살면서 가장 황당한 느낌을 받을 때란 가장 시시껄렁한 글을 쓰고 이벤트에 당첨되는 때일 것입니다. 반면 밤을 새워 또는 여러 날의 고민을 안고 진중하게 쓴 글은 한번도 뽑히는 적이 없었습니다. 이런 내적인 고충과 현실적인 성과의 괴리는 묘한 무기력을 선물합니다. 그래도 처음엔 어깨에 힘을 빼고 쓴 글이 좋은 글이고 많은 사람과 소통을 할 수 있는 글이 역시 좋은 글이고...하는 합리화를 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벤트가 펼쳐진다는 것도 모른채 북북 장난처럼 적어놓은 글이 당첨되었다는 통보가 뜬금없이 올때는 황당하다는 느낌이 어쩔 수 없이 듭니다. 그리고 이런 황당함과 부끄러움은 제 리뷰 위에 힘들게 채워놓은 다른 리뷰어들의 성실한 리뷰를 읽을 때 마침내는 마음 속에 부담과 그늘을 만듭니다. 여하튼 [만화 서양미술사]는 정말 사고싶었던 책이었는데 받게되어 너무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얌체가 된 것같아 죄송한 심정이군요.더 좋은 [달인]리뷰 쓰신 여러 분들께도 앞으로 행운이 함께 하시길 빕니다.최근에 읽은 리뷰 중에서 가장 좋은 리뷰들이었습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