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사랑을 찾아 돌아오다-기욤뮈소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
기욤 뮈소 지음, 김남주 옮김 / 밝은세상 / 2008년 10월

기욤뮈소의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 를 읽으며 영화를 생각했다.

'if only'

이 책은 죽기 하루 전으로 돌아간다는 것에 이프온리와 너무 많이 닮아있었다.

그리고 구해줘, 당신 거기있어줄래요, 사랑하기 때문에 를 모두 다 읽고 읽은 책이기때문에

기대를 많이 했던 것도 사실이었고, 그만큼 실망도 클 수밖에 없었나보다.

그리고 내가 기욤뮈소를 좋아하는 이유는,

기욤뮈소 책의 내용은 모두 엇비슷하더라도 그 내용구성이 탄탄함을 좋아했다.

또한 시점에 있어서 한 시점으로 이어지는게 아니기때문에 지루함도 덜 수 있었고,

그 상황에 따라 다른 인물들을 좀 더 자세히 관찰 할 수 있음에 좋아했는데,

이번엔 시점이 바뀌는 부분에서 뭔가 껄끄러운 점이 없지않았다.

그리고 하나 더, 사랑하기 때문에를 읽으며 예상치 못한 반전을 맛보았기때문에,

이 책에서도 그런 반전을 요구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점점 갈수록 아니, 마지막까지 나의 생각과 맞아떨어지는 점에선 실망스러웠다.

차라리 이 책을 먼저 봤으면 이런 생각도 들지 않았을거라고 생각을 해본다.

반전이라고 나온 에단 휘태커를 죽인 자.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기욤뮈소는 추리소설가가 아니기때문에 그 점에서도 미흡했다는 점은 사실이다.

다음 그의 작품에서는 좀 더 탄탄한 구성과 매끄러운 시점처리를 볼 수 있었으면 한다.

기욤뮈소 말 中

제 소설은 표면적으로는 유쾌하고 가볍지만 근본적으로는 보다 깊이 있는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초현실, 미스터리, 스릴러 등의 요소들은 사실 보다 의미있는 다른 질문들을 이끌어내기 위한 매개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죽음, 인간존재의 연약함, 우연과 운명이라는 것, 흐르는 시간, 회한과 후회 같은 주제들 말입니다.
저는 삶에서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고 봅니다.
인간은 늘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존재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서평]반짝반짝 빛나는-에쿠니 가오리

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2년 2월

정서불안에 알코올중독인 아내 쇼코, 호모인 남편 무츠키, 그런 남편의 애인 곤.

계속 부부관점의 시점때문에 부부의 이야기만 나와있지만,

실제는 이 세 사람의 이야기이다.

이 부부는 원만한 가정생활을 꾸릴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

그 가정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을 나열해놓은 책.

사실, 이 소재를 보고 읽어보고싶어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내가 이 소재를 처음 접했을땐 황당 그 자체여서 뭐야 이작가.

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녀와 나는 시대는 같을지라도 나라의 문화와 차이가 있기때문에,

그걸 인지해가며 어느 정도의 선을 그어가며 읽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인 것 같다.

에쿠니 가오리의 문체는 솜사탕의 달콤함도 스며들어가있고,

양털의 부드러움이 살아있다.

에쿠니 가오리는 표현과 느낌을 있는 그대로,

정말 비비꼬지 않은 그런 표현법을 나도 배우고싶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게 한 책이다.

그다지 우울하지도 그렇다고 많이 기쁘지도 않은 책.

반짝반짝 빛나는

 

 

 

책속 한구절

은사자라고 아세요? 색소가 희미한 사잔데 은색이랍니다.

다른 사자들과 달라 따돌림을 당한대요.

그래서 멀리서 자기들만의 공동체를 만들어 생활한다는군요.

쇼코는 말이죠, 저나 곤을, 그 은사자 같다고 해요.

[서평]7월24일 거리-요시다 슈이치

7월 24일 거리
요시다 슈이치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5년 9월

이 책을 처음 접하게 된 건 북카페 덕분이었다.

이 책 때문에 '요시다 슈이치'란 작가가 좋아졌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그래서 많은 기대를 한 건 사실이다.

또한, 요시다 슈이치의 '악인'에 기대가 많은 내가 설령 실망하진 않을까.

불안불안한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첫장을 펼쳐나갔다.

도쿄 근교 작은 어촌에 사는 혼다 사유리.

그녀는 자신이 사는 도시를  포르투갈의 리스본 거리라고 여기며

제방과 나란히 있는 현도를 '7월 24일 거리' ,

재개발덕에 항구에 조성된 '물가공원'은 '코메르시오 광장'으로 바꿔부른다.

 바로 그곳에서 그녀의 버팀목인 동생 코지와, 여자친구 메구미,

그녀가 짝사랑했던 사토시. '포루투갈의 바다'를 서점에서 들고있던 한 남자.

몇 개의 서평을 보았을 때, 결말이 뜨뜻미지근하다고 했던 서평이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난 여기서 끊어줬다는 거에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질질 끌면 끌수록, 이 책의 결말이 보이는 순간일 수록,

난 이 책에 대한 흥미가 바닥으로 추락해버렸을지도 모르니까.

소소한 일상들을 다룬 이야기들 속의 인물에 대한 감정묘사는 최고의 미덕이라고 볼 수 있다.

[인기가 없는 여자인 이유 열 가지]

1. 나는 인기가 많은 남자를 좋아한다

2. 남이 싫어하는 여자는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

3. 대체로 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4. 가족 관계가 좋다

5. 첫 경험은 열 아홉살

6. 타이밍도 좋지 않다

7. 아직도 순정만화를 읽는다

8. 밤에 타는 버스를 좋아한다.

그것도 타고 가는 것이 아니라 타고 돌아오는 버스

9. 아웃도어를 싫어한다

10. 실수를 하고 싶지 않다

- 요시다 슈이치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던 구절이었다.

여자의 심리를 어찌 이렇게 잘 파악하고 계신지.

얇은 책이지만 책 속의 내용은 절대 얇지않음을.

우리는 어떤 일이든 상상할 수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 p107

"그러니까 나도 한 번쯤은 실수를 해보겠다고"

나는 열차에 올라타면서 그렇게 말했다.

실수하지 않기 위해 내내 움츠리고 있는 것보다

실수를 저지르고 우는 한이 있어도 움직여보려 한다.

- p188

[서평]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이도우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 개정판
이도우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0월

너무나 흔하디 흔한 로맨스소설이 메마른 내 마음에 봄비를 뿌려줄줄은 미처 몰랐다.

이 책을 보는 내내 건피디와 공작가의 알콩달콩한 모습에

연신 입에선 미소가 끊이질않았다.

20대의 사랑과 30대의 사랑.

나는 아직 사랑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환상은 현실 아래에 깔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다.

30대엔 현실적인 사랑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었다.

이 책을 보며 난 '올드미스 다이어리'가 떠올랐다.

건피디를 지현우, 공작가를 예지원으로 떠올리며 열심히 읽었다.

하지만 공작가로 예지원은 잘 떠오르지않는다며 온에어의 김하늘을 넣어보기도 했고,

예전 주말드라마였던 '며느리전성시대'의 서영희를 넣어보기도 했다.

역시 책은 영화나 드라마와는 달라서 내 마음대로 상상하며 읽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처음 공진솔이 사랑을 고백했을 때

' 난… 사랑이 뭔지 이제 잘 모르겠어. 내 마음 들여다보는 일이 이젠 익숙하지 않아요 '

' 시간을 조금만 줄래요? 잠시, 정리할 시간 같은거. 내 마음… 들여다볼게요 '

난 내 마음 들여다보고 있는걸까.

내 마음이 원하는 사랑.

어느 두사람의 어떤 예쁜 사랑을 보며

사랑이 해보고 싶다. 이런 생각든 적 정말 오랜만인데.

이 책을 보며 잠시나마 기억을 회상할 수 있었고

짐시나마 그래, 그땐 그랬었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너무나도 예쁜 사랑을 그린 책이다.

"…인상적이었고 감정이입도 충실히 되고, 기억에 오래 남을 거 같아요.

하지만… 내 책꽂이에 꽂아두고 보관하긴 싫은 시집이었어요.

…너무 건드려요, 감정을…"

이 책이 그런 책이다.

[서평]도가니-공지영

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사전에서 [도가니]는

: 흥분이나 감격 따위로 들끟는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역시나 책 속 내용은 광란의 도가니.

 도가니는 광주의 장애인학교에서 일어난 성폭력 실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현실을 직시한 공지영작가의 날카로운 지적.

너무나도 현실적인 문체때문에 난 책을 읽으면서도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그 장면을 실로 보고 있다는 착각을 일게 만들었다.

불편한 진실.

어쩌면 너무나도 현실적이어서 소설로 덮어버리고 싶은..

너무나도 아픈 상처를 가진 그들을 우리는 외면해왔다.

무관심. 아니, 알면서도 애써 외면한건 아닐까.

그들앞에서 나는 죄가 없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을까.

사람의 마음과 정이 필요한 순수하고도 여린 그들의 마음을 노리개로 이용한

천하의 나쁜놈들은 아직까지도 같은 하늘에 살고있겠지

라는 생각이 들며 온 몸에 소름이 돋고 몸서리가 처진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그들이 겁이 나 그들에게 위로의 손길조차 건넬 수도 못했으면서

우리가 그들보다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다고,

셔츠 깃을 세우고 목을 어찌 그렇게 빳빳하게 들고 다녔나.

그에 반해 아무런 죄가 없는 그들은 어째서 고개를 땅에 박고 다녔나.

그들을 보살펴줄 능력이 분명히 있음에도 그런 대우를 받으며

이 불공평한 나라에서 사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있고 가진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다는게 뼈저리게 부끄러워지게 만들어주는 책인 것 같다.

책을 다 읽었는데도 불구하고 책을 덮지 못했던 이유.

분명한 건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는 경악에 분노에 충격을 금치 못하리라는 것.

 

'저희는 빨리 재판하는 데 가서 우리를 괴롭히던 나쁜 사람들이 훌륭하신 검사님 판사님들께 혼나는 것을 보고 싶어요.

그래서 벌을 받고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정말 반성하는 걸 보고 싶어요.

강인호선생님께 보내는 연두의 편지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