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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지만 매일 씁니다 - 사소하지만 꾸준히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귀찮 지음 / 아멜리에북스 / 2023년 7월
평점 :
언젠가 인터넷 책방에서 이 책 제목 《귀찮지만 매일 씁니다》 ‘사소하지만 꾸준히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를 봤다. 그때는 그렇구나 했는데, 시간이 흐르고 이렇게 만나게 됐다. 작가 귀찮은 여러 가지 한 것 같은데 난 이 책으로 처음 알았다. 이름이 귀찮이라니. 누군가 귀찮이란 이름을 듣고 사람은 귀찮은 일이 생겨야 한다면서 이름이 좋다고 했단다. 난 싫은데, 귀찮은 일. 예전에도 그런 일 없기를 바랐고, 지금도 그런 일 없기를 바란다. 사람은 하기 싫어도 그걸 해야 하는구나. 꼭 해야 하는 귀찮은 일 아니면, 안 하고 싶다. 이런 나 정말 게으른 거겠다.
귀찮은 귀찮지만 한해 동안 날마다 쓰고 그렸다. 날마다 조금이라도 쓰는 거 그리 쉽지 않다. 이걸 한번 봐야지 한 건 일기에 뭘 쓰면 좋을까 생각해서였다. 날마다 비슷하고 일기도 비슷하게 쓴다. 혼자 쓰는 것보다 누군가한테 보여주는 글을 쓰면 조금 다르기는 하다. 그러고 보니 그런 거 하기도 한다. ‘함께 쓰는 일기’. 이건 물음에 답을 쓰는 거다. 그 물음은 어떤 일기장에 있는 거다. 내가 산 다섯해 짜리 일기장에도 그런 물음이 있다. 그걸 샀을 때는 그날그날 쓰고 싶은 거 쓰려고 했는데, 그건 안 쓰고 물음에 답을 쓰게 됐다. 물음에 답 쓰기 처음에는 할 만했는데 갈수록 대답하기 어렵고 말하고 싶지 않은 게 나와서 참 힘들다. 그런 물음에 재치있게 답을 쓰면 좋겠지만, 난 그런 거 잘 못한다.
이 책 《귀찮지만 매일 씁니다》에는 귀찮이 문경에서 개 마루와 동생과 함께 사는 모습이 담겼다. 문경 하니 문경새재가 생각나는구나. 그 문경이 맞겠지. 이곳은 시골이다. 나이 많은 사람이 더 많다. 귀찮과 동생이 여기에서 가장 젊은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이름이 귀찮이지만, 부지런해 보인다. 텃밭을 가꾸기도 하니 말이다. 채소는 심어두면 잘 자라기는 하지만, 때에 맞춰서 심어야 하는 것도 있었다. 마늘, 삼동초. 마늘은 알아도 삼동초는 모른다. 김장하려고 무와 배추 씨도 뿌렸다. 정말 부지런한 거 아닌가. 난 김치 못 담그는데. 무는 김장 담글 건 빼고 열무를 뽑아 물김치를 담갔단다. 귀찮은 여러 가지 일을 하기는 해도 속도가 빠른 것보다 천천히 하는 걸 좋아했다. 꼭 그런 일만 있는 건 아니었다. 하고 싶은 것만 하지 않는지도. 하기 싫은 것보다 할 수 있으려나 하는 일도 가끔 했다.
사람들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지 못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게 맞는 말이기는 하다. 세상에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사는 사람이 아주 없지 않을 거다.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사는 사람은 누군가한테 기생하는 거겠지. 기대는 게 아니고 기생이다. 나도 그런 면 없지 않을지도. 다른 사람 귀찮게 하거나 힘들게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그랬을까. 이런 말하니 창피하구나. 귀찮은 채식주의다. 텃밭을 가꾸는 건 그것 때문인가. 음식도 잘 만들어 먹는다. 지금 사는 곳은 상하수도 시설이 없단다. 아직도 그런 곳이 있다니 하고 놀랐는데, 사람이 많이 살지 않으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시골이 예전과 달라졌다 생각했는데, 아주 시골도 있겠지. 귀찮이 사는 곳에는 사람 숫자가 많지 않은가 보다. 전기가 끊기는 때도 있다니. 귀찮은 거기에 오래 살고 싶다는데, 이웃이 오래오래 살기를 바라야겠구나.
날마다 쓰고 그리다니 대단하다. 그런 게 책으로 나와서 더 좋을 듯하다. 누구나 귀찮처럼 하지는 못해도 날마다 뭔가를 쓰는 건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림 그리고 싶은 사람은 그림을 그리면 되겠다. 난 써야지. 내가 쓰는 일기 재미없지만, 조금이라도 써야겠다. 남한테 보여줄 거 아니니 재미없으면 어떤가. 일기를 쓰다가 다른 게 떠오를지도 모르지. 그런 일 별로 없었지만. 난 꾸준히 성실하게 하는 것에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어떤 결과가 되지 않는다 해도. 자신이 산 증거니 그것만으로도 괜찮지 않을까.
희선
☆―
좋은 생각이 떠올랐을 때, 그 생각을 표현하려면 반드시 평소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야 한다. 그게 아무리 형편없는 글과 그림이래도 날마다 그리고 써야 진짜 좋은 생각이 났을 때 그 생각을 놓치지 않고 나타낼 수 있다. 아홉 번의 형편없는 글 없이 열 번째의 좋은 글은 나올 수 없다. (34쪽)
가금 멋진 것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난 절대 그럴 수 없는 인간이라는 걸 안다. 허접한 이야기라도 계속 쓰고, 그걸 죽 보여주는 일을 되풀이하지 않으면 어떤 ‘감’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내 안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35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