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왕 - 트랙의 왕, 러닝슈즈의 왕
이케이도 준 지음, 송태욱 옮김 / 비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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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해 전에 우연히 일본 드라마 <육왕>을 재미있게 봤어. 그때 제목 보고 ‘육왕’이 뭔가 했어. 드라마 보면서 육상왕인가 했지. 달리기 하는 사람이 나왔거든. 이 책 《육왕》은 드라마 원작 소설로 일본에서 2016년에 나왔어. 그래서 내가 몇해 전에 드라마를 본 거야. 이케이도 준 소설은 드라마로 많이 만들어졌어. 다 본 건 아니지만. 은행과 동네 공장 그리고 큰 기업하고 하는 싸움, 그런 이야기가 많군. 하나 더 있어. 꿈과 도전이야. 그런 거 생각하기는 쉬워도 이루기는 어려워. 돈과 시간이 드니. 시간보다 돈을 더 생각해야 할지도 모르겠어.


 한국도 한복을 입고 버선을 신는 사람 많이 줄었어. 한복은 빌려 입거나 버선 안 신을지도. 일본도 일본 전통옷이나 다비라는 일본 버선 신는 사람 그리 많지 않겠지. 일본 버선을 만드는 회사 고하제야는 거의 백년이나 된 오래된 곳이야. 사장 미야자와는 집안 일을 이어 고하제야를 했는데, 갈수록 매출이 줄어 은행에서 돈 빌리기가 쉽지 않았어. 그때 거래 은행원 사카모토가 앞으로를 생각하고 새로운 일을 해 보지 않겠느냐고 해. 미야자와도 앞으로를 생각하고 뭔가 새로운 걸 해야겠다 하지만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어. 미야자와는 백화점에서 딸이 사다달라는 브랜드 운동화를 사면서 거기 진열된 러닝슈즈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자기 회사에서 만드는 지카타비를 떠올렸군. 버선과 신발은 많이 다를 것 같은데, 러닝슈즈는 달리는 사람 발에 편하고 무게도 가벼워야 좋지. 마라톤은 오랜 시간 달릴 테니 땀도 잘 흡수해야겠어.


 미야자와는 고하제야를 생각하고 러닝슈즈를 만들려고 했어. 예전에 미야자와 아버지도 그 일을 했지만, 잘 안 됐던가 봐. 그때 만든 운동화 이름이 육왕이었어. 그때와 지금은 기술이 다르기도 하지. 잘 생각하면 좋은 러닝슈즈 만들지도 모르지. 미야자와는 이번에 만드는 러닝슈즈 이름을 육왕이라 해. 내가 미야자와 처지였다면 새로운 거 왜 해 그냥 돈 조금 벌지 했을 거야. 그러다 안 되면 문 닫는 거지. 나 같은 사람은 사업하면 안 되겠지. 할 마음도 없어. 여기에는 이케이도 준이 자주 쓰는 게 거의 나와. 그렇다고 재미없지는 않아. 은행원 사람 라이벌 스포츠 용품 회사에 마라톤 선수 이야기도 나와. 쉽지 않아 보이는 걸 해 나가는 모습 소설에서 보면 즐겁지. 하지만 일이 늘 잘 되지는 않아. 당연한가. 어떤 일이든 장애물이 자꾸 나타나고 그걸 하나하나 넘어가야지.


 스포츠 용품을 만드는 회사는 성적이 좋은 선수하고만 계약하려 하는군. 모기 히로토가 마라톤에서 다치고 경기에 나가지 못하게 되자 신발을 후원해주는 아틀란티스가 계약을 끊어. 그 일은 고하제야에 좋은 기회로 돌아오는군. 고하제야에서 만든 러닝슈즈 육왕을 마라톤 선수 모기한테 후원하게 돼. 그것도 처음부터 잘 된 건 아니었군. 육왕을 운동 선수가 신기에 좋게 완성한 게 아니어서. 밑창 소재와 그걸 만들 사람을 찾고 함께 일하게 돼.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어. 고하제야는 장애물을 여럿이나 넘었군. 사람은 진심으로 대하면 마음이 움직이는 것 같아. 이케이도 준은 돈보다 사람 사이의 신뢰가 더 중요하다 여겨. 그런 게 소설에 나타나기도 해.


 이 소설에 나온 것 같은 육왕이 진짜 있다면 달리기 하는 사람한테 좋겠다 생각했는데 어떨지. 선수가 신는 러닝슈즈는 보통 사람이 신는 것과 조금 다를 것 같기도 해. 선수가 아니어도 달리기가 취미인 사람도 러닝슈즈 신겠어. 운동선수가 어떤 회사 신발이나 옷을 입고 좋은 성적을 거두면 옷이나 신발도 광고가 되겠군. 그것도 이해 관계로만 하면 안 되지. 실제 여기에 나온 아틀란티스와 비슷한 곳 있을지도. 운동 선수를 그저 자기 물건 팔려는 사람으로 여기는 일. 난 선수를 생각하는 고하제야 같은 곳이 더 많기를 바라. 육왕을 신고 모기 선수가 역전 마라톤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고하제야에는 또 시련이 찾아와. 그런 일은 자꾸만 나타나는군. 난 사장 미야자와가 회사를 파는 거 아닌가 했는데 다행하게도 그러지 않았어.


 오래되고 낡았다고 해서 다 없애야 하는 건 아니지. 일본 버선을 백년 동안 만든 회사 고하제야도 마찬가지야. 앞으로 버선이 덜 팔릴지 몰라도 회사가 아주 없어지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 이런 거 현실을 생각하지 못하는 건지도. 일본은 전통을 지키고 새로운 것도 하려는 것 같아. 그런 거 많이 아는 건 아니지만. 오래 이어온 것에서도 배울 건 많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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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찾아와도

더위를 생각하지 않으려 했지


더위든 추위든

생각하면 더 덥고 더 추워


지나가길

지나간다고

믿어야지


믿지 않아도

지구는 돌고

시간은 가





*아직 여름도 아닌데, 이제 사월인데 여름 같은 날도 있다고 합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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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4-04-14 07: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정말 봄,, 가을이 없어요.
벌써 더운 느낌이 들어요 ㅠㅠ
희선님 말씀처럼 지구는 돌고
지나간 길은 지나간다고 믿고 살아야겠어요^^

희선 2024-04-16 00:05   좋아요 1 | URL
지난주에 덥다가 어제 비가 와서 괜찮을 듯하네요 알맞은 때 비가 온 것 같기도 하고... 잠깐 서늘했다가 이번주엔 더워질지도 모르겠네요 아직 여름이 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번 여름은 더 더울까요


희선
 




296 나는 무엇을 잘하는 사람일까? 어떤 능력이 있을까?




 이번주에는 좋은 걸 써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첫날부터 뭐라 써야 할지 알 수 없는 물음이. 정말 난 할 말이 없구나. 물음에 대답하는 거 아주 못한다는 거 알았다. 이건 지난주에 있던 물음 대답이기도 하구나. 그때는 이게 생각나지 않았는데.


 난 잘하는 게 없다. 잘하는 건 그만두기다. 안 하기인가. 이건 그렇게 좋은 게 아니구나. 어릴 때는 그냥 뭐든 하려고 했지만, 지금은 하기도 전에 못할 거다 하고 안 한다. 내가 할 만한 것만 한다. 그게 나쁜 건 아니지 않나. 하고 싶지 않은 거 해서 스트레스 받는 게 더 안 좋다. 하고 싶어도 잘 못하는 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건 그만두지 않는구나. 글쓰기.


 글을 써도 사람이 괜찮아지지도 않는데. 책을 보고 글을 써도 그때만 조금 좋게 생각하고 시간이 가면 다시 안 좋게 돌아간다. 잠깐이라도 괜찮은 것도 다행인가. 늘 안 좋은 건 아니니. 그렇게 생각하자.


20240408








297 진하게 각인된 어린 시절 추억 한 조각이 있다면?




 어린 시절 기억, 그렇게 좋은 건 없어. 우울한 기억은 조금 있으려나. 그것도 잘 모르겠어. 지금 생각하니 언제부턴가 어릴 때 일은 별로 생각하지 않게 된 것 같아. 아니 그렇지도 않나. 잠이 안 올 때 이런저런 것들이 떠올라. 어떤 건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거기도 해. 그런 건 왜 생각나는지.


 진하게 새겨진 기억 없어. 또 없다고 하다니.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 걸지도 모르겠어. 더 생각하면 떠오르기도 할까. 그럴지도 모르겠군.


20240409








298 나를 동물에 비유한다면 어떤 동물이 어울릴까?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동물과 비슷한지 모르겠어요. 이런 거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고양이하고 비슷하다 생각하고 싶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 거예요. 개에 가까울지도 모르죠. 그렇다고 개처럼 누군가한테 막 달라 붙지는 않는군요. 좀 거리를 두고 살피는 건 고양이와 비슷한가. 그럴지도.


 고양이 잘 모릅니다. 그냥 귀엽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살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어떤 동물이든 다르지 않습니다. 제가 돌볼 자신이 없어서. 저 자신도 잘 돌보지 못하는데 뭘 돌보겠습니까. 동물도 사람이 돌보는 건 아니겠군요. 사람이 동물한테 주는 것보다 사람이 동물한테 받는 게 더 많을지도 모르죠.


 동물, 없네요. 이번에도 없다는 말을 하는군요.


20240411








299 영화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어?




 영화를 잘 안 봐서 말이야. 영화와 상관있는 이야기 없어. 이번주도 없다는 말만 하겠구나 하는 생각했는데 정말 그러네. 난 정말 없는 게 많군. 이 말도 한번 했지. 없어도 되지만.


 어릴 때 영화 보기는 했는데, 그때 본 것도 텔레비전 방송으로 해주는 거였어. 영화관에 영화 보러 간 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일 거야.


 세상에는 좋은 영화 많겠지. 원작 소설이 있다고 하면 소설을 보는 편이야. 그건 일본 소설인가. 영화와 소설은 조금 다를지라도. 영화를 보고 자기 삶을 돌아보는 사람도 있겠지. 영화가 있어서 살아가는 사람도.


 얼마전에 들었는데, 미하엘 엔데 소설 《끝없는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영화 다시 만든다고 하더군요. 영화 봤는지 안 봤는지 모르지만, 노래는 들어봤어. 영화 안 봐도 음악은 라디오 방송 같은 데서 틀어줘서 아는군. 이 말 왜 했느냐고, 그냥이야. 생각나서.


 밑에 올린 노래 THE NEVER ENDING STORY ~君に秘密を教えよう~(끝없는 이야기 ~네게 비밀을 알려줄게~)는 예전에 본 일본 드라마 주제곡이야. 그 드라마는 원작이 소설로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이야. 그 소설 다 봤어. 다음 것도 나왔으려나. 찾아보기는 해야 할 텐데. 이건 내가 일본말로 첫번째로 본 소설이야. 그전에는 만화만 보다가 이 소설을 시작으로 소설도 보게 됐어.


20240412





 사월 하루하루 잘 가네요. 우울한 날들.




희선








https://youtu.be/Fsa8qCQJ1gg




THE NEVER ENDING STORY ~君に秘密を教えよう~

끝없는 이야기 ~너한테 비밀을 알려줄게~




Turn around 君だけに 秘密を教えよう

ぼくらは いますぐ旅に出かけなくちゃね


돌아서봐 너한테만 비밀을 알려줄게

우리는 지금 바로 떠나야 해


Make believe I’m everywhere

探し出して ページめくると

開くとびら never ending story


어디에든 있다고 믿어

찾아서 페이지를 넘기면

열리는 문 끝없는 이야기

 

Ah… Story… Ah…

 

Reach the stars もし君が 信じてくれたら

Dream a dream 夢は夢じゃ なくなっていくんだ


만약 네가 믿는다면 별에 이르러

꿈은 꿈이 아니게 되는 꿈을 꿔


世界中のSecrets

呼んでいるよ 雲の向こうで

虹をこえて never ending story


온 세계 비밀이

부르네 구름 저편에서

무지개 너머 펼쳐지는 끝없는 이야기


Ah… Story… Ah…


Show no fear 怖がって いたら消えちゃうよ

君が 見てるすべて 僕とも会えない


두려워하지마 두려워하면 사라질 거야

네가 보는 모든 것이 나와도 만날 수 없어


何度だってBrand new

未来へ行こう 君が笑えば

道は続く never ending story


몇번이고 새로워져

앞날로 가자 네가 웃으면

끝없는 이야기로 길은 이어질 거야


Ah…

Never ending story

Ah…

Never ending story

Ah….

Never ending story

Ah…

Never ending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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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이었던가

아니 오늘 아침이었던가

이상한 꿈을 꿨어


언제나 꿈은 이상하지

하늘을 보니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올랐어


구름은 가벼울 텐데

자꾸 피어오르는 구름은

무거워 보였어


처음엔 구름이 하늘로 올라갔는데

구름이 늘어나자 조금씩 밑으로 내려왔어

그건 구름이 늘어나는 거였을까


구름구름

구릉구릉

그르릉그르릉

무슨 소리지


이상한 소리를 듣고

그게 뭔지 보기 전에

잠이 깼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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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2 0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4-14 04: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설 보다 : 여름 2023 소설 보다
공현진.김기태.하가람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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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소설 보다 봄 2023’은 두꺼웠다. 늘 그러려나 했는데, 그렇지는 않구나. 단편소설이 실릴 테니. 《소설 보다 여름 2023》에는 여전히 단편소설 세 편이 실렸다. 세 작가 다 처음 봤다고 생각했는데, 책 보면서 이번 소설이 두번째인 작가가 있다는 거 알았다. 소설 제목 <전조등>(김기태)은 생각나지만 작가 이름은 잊어버렸다. 소설 제목은 생각나도 어떤 이야기였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예전에 읽고 쓴 걸 보니 평범한 ‘나’라는 말이 보였다. 단편소설 기억할 때도 있지만 읽고 잊어버리기도 한다.


 이번 ‘소설 보다 여름 2023’ 두번째에 실린 김기태 소설 <롤링 선더 러브>는 시간이 흐르고 떠올릴까. 처음부터 이런 말하면 미안하지만, 이 소설 나중에 생각나지 않을 것 같다. 조맹희 서른일곱살 여성이 나오고 사랑이 하고 싶다면서 텔레비전 방송에 나가게 된다. 연애 예능 방송인가. 텔레비전 방송에는 별 게 다 있구나. 그런 방송에서 만나고 사귄 사람 끝까지 갈까. 방송이 아닌 데서 만나도 헤어지는구나. 사람은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겠다. 오랜 시간 함께 할 사람을 만나는 건 쉽지 않겠다. 그런 거 생각하고 사람을 만나지는 않겠다. 첫눈에 마음에 들어 아주 빠르게 결혼까지 가는 사람도 있겠다.


 첫번째는 공현진 소설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다. 제목 보고 세상이 멸망하는 이야기가 나올까 했던 것 같기도 하다. 단순하구나. 그런 게 나오지 않는다고 세상이 괜찮을까. 실제 지금도 세상은 멸망해가고 있을지도. 인류는 언제까지 살려나. 대멸종이 찾아왔을 때 살아남는 사람이 있을지. 난 수영 못해서 세상이 물에 잠기면 죽겠다. 곽주호와 문희주는 수영을 배운다. 꿀벌이 사라졌다는 기사를 보고 언젠가 세상이 물에 잠길 때를 대비한 걸지도. 곽주호와 문희주는 수영반에서 꼴찌였다. 취미로 배우는 곳에서도 잘하는 사람 못하는 사람을 나누는구나. 그건 어디에서나 마찬가지던가.


 곽주호는 눈치가 없는 사람이다. 그래도 회사에서 사람이 사고로 죽었을 때 그대로 일하면 안 된다고 여겼다. 회사 사람은 그걸 받아들이지 않겠지. 회사는 사고가 나면 벌금을 내고 다시 기계를 돌린다. 다른 사람도 먹고 살려면 일해야 한다. 주호는 그런 게 잘못됐다 여기고 기계를 멈추어서 일을 쉬어야 했다. 회사는 여전히 안전을 생각하고 켜두어야 하는 센서를 꺼두고 기계를 돌릴 거다. 주희는 지구를 생각하고 물건을 덜 사려고 하는데, 새로운 걸 배울 때 물건을 많이 산다. 날마다 물건을 버리려고 한다. 그런 거 보니 나도 버려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니멀리즘은 아니고 되기 어렵지만. 왜 희주가 일을 그만둬야 했는지 자세한 건 나오지 않았지만, 주호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학교에서 일어난 일도 바로 잊으면 안 된다 했을 것 같다. 잊지 않아야 한다고 하는 주호와 희주가 이상한 게 아닌데.


 마지막 소설 <재와 그들의 밤>(하가람)에서 ‘나’가 말한 추자 씨는 그저 아는 사람인가 했다. 추자 씨는 ‘나’의 엄마였다. 엄마가 아닌 이름으로 말할 수도 있겠지. ‘나’는 뜻대로 되지 않는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쉬려고 집인 울산에 돌아온 것 같다. 그날 산불이 나고 ‘나’와 추자 씨가 함께 살던 아파트가 불에 탈지도 몰랐다. 이 소설 보니 언젠가 동해에 산불 났을 때가 떠오르기도 했다. ‘나’는 아파트가 타 버리기를 바랐을까. 그건 아닐 거다. 아니다 생각하고 싶은 건지.


 이 소설은 ‘나’보다 추자 씨와 덕미 씨 이야기가 더 보이기도 한다. ‘나’가 보는 두 사람인가. 추자 씨는 한해 사이에 달라졌다. 그동안은 그런 일이 없었지만, 덕미 씨를 만나고 달라진 거 아닐까 싶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갈까. 어떻게든 살아가겠지. 지금은 힘든 거 안 해도 되지. 앞으로 다른 힘든 일을 해야 할지도.




희선





☆―


 곽주호와 문희주는 성인 기초 수영반 꼴찌였다. 선수도 아니고 수영을 배우려는 강습반에 꼴찌라는 게 있을 수 있다고 곽주호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자기가 그 반에서 꼴찌로 여겨진다는 것도 전혀 알지 못했다. 애초에 못한다는 게 뭔지 몰랐다. 못하는 것이 꼴찌로 여겨질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해되지 않았다. 수영을 못하니까 배우는 게 아닌가. 곽주호가 등록한 수영 강습반 전단지에는 ‘왕 기초반’이라고 큼직하게 적혀 있었다.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에서, 공현진,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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