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아이들과의 여러 일화를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생각이 넓어지는 듯하다. 어린이를 대하는 꿀팁들도 알게 된다.
“어디까지 떠올려봤어? 이상하게라도 말해봐. 그럼 선생님이 말이 되게 도와줄게.“ 꿀팁 습득 완.

"녹색 어머니 하시는 분들이 힘드실 것 같다. 그런데도아침에 인사를 해주시면 기분이 좋다."
"나는 오늘 꿈이 하나 더 생겼다. 녹색 어머니를 하는것이다. 가만히 보니까 남자도 할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때가되면 나도 아이들한테 인사를 잘 해줘야겠다."
로운이가 본 녹색 어머니들도 나의 지인처럼 반갑게 아이들을 맞이해주었나 보다. 어른들의 격려가 좋은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만들었나 보다. 어른들이 어린이를 보듯이, 어린이도 어른을 본다. 이웃과 이웃으로서. - P64

어린이들이 듣기 싫어하는 말 중에 내가 제일 많이 웃었던 것은 이것이다.
"잘 생각해봐."
수학 문제를 틀렸는데 왜 틀렸는지 몰라서 물어봤을 때,
책 읽다가 어려운 낱말이 나와서 물어봤을 때, 이유를 모르고 혼날 때, 어른들이 "잘 생각해봐"라고 하면 속상하고솔직히 ‘어이가 없다‘고 했다. 어린이들이 글감이 안 떠오른다거나, 이다음에 뭐라고 써야 할지 모르겠다거나 할 때가끔 쓰던 말이어서 나는 깜짝 놀랐다. 나로서는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주려고 말한 건데 당시에 누군가는 싫어했겠구나.
어린이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몰라서 틀렸는데, 생각해봐도 모르겠는데, 자꾸 잘 생각해보라고 하니분통이 터질 만도 하다. 생각은 어차피 ‘스스로‘ 하는 것이기도 하고. 그 말을 들은 후로 나는 질문을 바꾸었다.
"만약에 아무렇게나 쓴다면 뭐라고 쓸 거야?"
"어디까지 떠올려봤어? 이상하게라도 말해봐. 그럼 선생님이 말이 되게 도와줄게."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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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작가가 너무 좋다.

윤서 덕분에 알게 된 것이 하나 더 있는데, 말수가 적은 어린이는 ‘말하기‘가 아닌 ‘듣기‘로 대화한다는 것이다. 내가 말하느라 애쓴 동안 윤서는 듣느라 애썼을 것이다. 그런데도 독서교실에 계속 오겠다고 하니 고마울 따름이었다. - P38

한번은 어머니로부터 ‘오빠보다 친구도 적고 자신감이 없다‘고 걱정을 듣는 열세 살 어린이를 만난 적이 있다. 말수가 적을 뿐 속이 아주 단단한 어린이였다. 초등학교 다니는 동안 마음이 맞는 친구를 만난 적이 없어서 친구랑 노는 데는 별로 관심이 없다고 했다. 오히려 중학교에 가면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고. 노래는 잘 못하지만좋아한다며 뮤지컬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진로‘는 몇 살 때까지 정해야 되는 거냐고 진지하게 묻기도 했다. 동화책을 많이 읽었다기에 청소년 소설들을 보여주었더니 조그맣게 한숨을 쉬었다.
"아.....못고르겠어요. 다 너무 읽고 싶어요."
자신감은 말하기로만 드러나는 게 아니다. 조심스럽지만단호하게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어린이가 자신감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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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추천을 하라고 하면 항상 빠짐없이 말하는 책이 <어린이라는 세계>이다. 그 책의 저자 김소영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는 것을 알고 바로 구매했다. <어떤 어른>. 역시 머리말부터 정말 좋다.

어린이 가까이에서 지내면서 나는 ‘미래‘가 금방 온다는것도, 그 모습이 결코 모호하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린이를 따라서 나도 성큼성큼 미래로 간다. 어린이가 사는 세상이 곧 나의 구체적인 현실이다. 나는 미래를 예측할수 없지만 두 가지 사실만은 알고 있다. 하나는 지금 우리가 어린이를 대하는 방식이 앞으로 우리가 대접받는 방식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또 하나는 미래가 어떤 모습이 될지라도 나아가는 사람은 계속 나아가리라는 것이다. 나는그중 한 사람이 되고 싶다. 이 세상이, 내 미래가 어떻게 되든 나도 끝까지 나아지는 어른이 되고 싶다. 이 책을 읽는분들도 같은 마음이면 좋겠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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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새.

먹을 칠하는 일은 깊은 잠을 입히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왜 오히려 악몽을 견디는 사람들처럼 느껴지는 걸까? p.145

내가 멈춰서 물을 때마다 아버지는 차분한 목소리로 방향을 알려줬어요. 더이상 길이 없는 산속으로 접어들면 나에게 등을 내밀어 업히라고 하고, 그때부턴 당신의 발자국만 쓸어내며 비탈을 올랐어요. 업힌 채로 나는 발자국들이 사라지는 걸 똑똑히 지켜봤어요. 마술 같았어요. 매 순간 하늘에서 떨어져내리는 사람들처럼, 우린 단 한 점의 발자국도 남기지 않으며 걷고 있었어요. p.163


차분하게 기록되어있지만 내용이 충격적이다. 4.3사건의 극히 일부만 몇 줄 묘사된 건데도 너무 충격적이어서 뇌리에 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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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선의 부탁으로 경하는 제주도에 간다. 앵무새에게 밥을 주기 위해, 사실 앵무새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른 채 눈이 세차게 내리는 제주도로 향한다. 그 길에서 경하는 인선과 그의 어머니를 떠올린다.

인선의 어머니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 아직 그 전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전에 겪은 트라우마가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군경의 폭격으로 마을 주민들이 무참히 살해된 그 현장에 열일곱, 열셋 시절 가족의 얼굴을 찾아다녔던 그 순간들이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는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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