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첫 심리 공부 - 자녀 관계, 부부 관계부터 고독감, 자존감까지
강현식 지음 / 유노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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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내용이 다르다. 비난을 하고자 함은 아니다. 하지만 저자가 심리학자다 보니 의심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제목만 봤을 때는 육아 관련된 책으로 생각했다. 엄마로서 아이의 심리에 대한 이야기쯤으로 생각했다. 생각한 대로 말하자면 아이의 심리 분석쯤 되려나? 물론 10가지의 레슨 중 첫 이야기는 아이에 대한 내용이 맞았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아이를 상대하기 위한 심리적 이야기가 내용이 아니었다. 그냥 편하게 정리한 심리학 서적이었을 뿐이었다.

악의적으로 말하자면 저자가 책을 더 많이 팔기 위해 육아에 대한 내용이라면 기꺼이 지갑을 열 엄마들을 공략하기 위해 저렇게 제목을 지은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몰아붙이기에는 책 내용이 썩 나쁘지 않았다. 이해하기 쉽도록 명확하게 잘 설명하였고, 사례를 들면서 설명을 해 놓아 곧잘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그리고 이론에 대한 설명도 빠지지 않고 했으나 복잡해지지 않도록 잘 풀어주어 지루해지지 않도록 잘 정리되었다.

뭐 이쯤 되면 저자가 책을 많이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 편집자가 책을 많이 팔기 위해서 그랬던 것으로 넘어가도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다만, 나처럼 이든 저든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괜찮겠으나 진짜 육아 서적쯤으로 생각하고 책을 읽었다면 큰 배신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쯤이야 콘텐츠로 커버될 수 있다고 저자가 생각했기에 제목을 저렇게 짓도록 내버려뒀을 것이라 생각한다.

책을 읽어야 하는 독자는 굳이 엄마여야 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여자만 읽어야 하는 책도 아니다. 독자층을 노리고 적은 건 제목밖에 없다. 그 나머지 부분은 독자가 누구든지 간에 크게 상관없는 내용이다. 심리학 책은 많으니 저렇게 하니 눈에 띄기는 한다. 책은 총 10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목차를 레슨으로 구분하고 강의하는 것처럼 정리했다.

원래 학문이라는 게 시간이 지나면 진리라 믿었던 것들이 거짓이 되고 새로운 진리가 만들어 지고는 한다. 이 책도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진실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아니다 라고 말한다. 대표적으로 칭찬, 긍정 등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알고 있던 내용들도 저자는 아니라 한다. 칭찬도 많이 하면 독이 되고 긍정도 계속되면 부정이 된다고 한다. 물론 이게 맞다는 것은 아니다. 언젠가 새로운 이론이 나오면 뒤집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한번 깊게 생각하는 계기는 만들어 주었다.

책을 읽으며 한참을 생각해 보고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건 이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심리적으로 가장 좋은 건 자존감을 살려주고 스스로 본인을 컨트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 하지만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수긍이 필요하고 과거보다는 미래 지향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줘야 한다. 이건 내가 변화시키고자 하는 상대방일 수도 있고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저런 심리상태가 유지가 되어야 정신이 건강해질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심리학 책은 볼 때마다 늘 비슷한 생각이 든다. [심리라는 것이 참 단순 명료한가 보다. 저렇게 쉽게 정리가 되는 것을 보니] 하지만 사람의 심리는 복잡 다난하여 저렇게 쉽게 정리되는 내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참고사항으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책은 책일 뿐이다. 만능으로 생각하고 모든 심리 분석이 이 책 한 권으로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을 말이다. 이 책을 첫 심리책으로 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점을 꼭 상기했으면 한다.

"너 그동안 나 만나면서 외롭다고 느낀 적 있어?"
"형 만나면서? 아니 한 번도 그런 생각 안 해 봤는데. 그러고 보니 진짜 신기하네. 왜 형을 만나서는 그런 생각을 못 했을까?"
"나도 그래. 널 만나면서는 외롭다는 느낌을 받아 본 적이 없거는, 그 이유는 우리가 자신의 마음, 특히 감정을 숨기지 않고 소동했기 때문이야. 오늘도 너는 기분이 나빴지만 그 마음을 했고 나도 마음을 전달했잖아. 우린 20년 이상을 이렇게 지냈지. 그러니 함께 있어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거야."

- 본문 P235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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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아르테 미스터리 1
후지마루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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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의 말에도 나와 있는데 라이트 노벨 같은 분위기인데 반해 내용이나 의식은 밝은 편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어둡다고 할 수 있겠다. 소재 중 민감한 부분인 죽음과 그 이후에 대한 이야기를 써나갔는데 심지어 아동학대, 유아 살인 등 심각한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이다. 가볍게 쉬어가는 이야기로 생각했다가 깜짝 놀랐다고 번역자는 후기에 남겼는데 나도 마찬가지였다. 베스트셀러 순위에도 제법 높은 위치에 있고 표지를 보니 가벼운 판타지겠구나 생각하지 않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할 듯하다.

구성 자체가 판타지로 보기에 충분해 보인다. 밑도 끝도 없는 사신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는 전개에 순식간에 지나가는 첫 번째 에피소드까지 넘기고 나면 전형적인 러브 스토리의 판타지물이구나 하고 생각이 든다. 하지만 두 번째, 세 번째 에피소드를 넘기고 나면 당황함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어두운 내용으로 전개가 이루어질 것이라곤 생각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인공 여자의 비밀이 드러나는 순간은 놀라게 된다. 반전 이야기에 많이 접한 사람들이라면 예상할 수 있을법한 반전이다. 하지만 반전에 포함되어 있는 이야기는 예상을 뛰어넘는다. 설마 저런 이야기로 소설을 구성했을 줄이야 하고 놀라게 된다. 확실히 어두운 면을 많이 자극하는 소재로 책이 이루어져 있다. 자극을 유도하는 전개는 아니다. 하지만 충분히 자극적일 수밖에 없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만약 죽음에 이르렀을 때 망자가 한이 남아 있는 경우 이를 해소시켜 성불에 이를 수 있게 할 수 있다면? 그리고 이를 도와주는 전문적인 직업을 가진 이들이 있다면?이라는 주제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이러한 일은 단기 알바로만 할 수 있고 알바 기간이 끝나면 기억 자체가 사라진다. 거기다 망자의 한이 해소되도록 이루어진 사건이 망자가 성불이 되어 사라지게 되면 무효화되어 모두의 기억에서 사라진다면?

위의 질문에 대한 답변 같은 이야기가 이 책의 주제다. 물론 철학으로 끌어올려 답하진 않았다. 그렇다면 이 책은 소설로서 재미라는 가치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적당한 선까지만 진지함을 유지하였다. 그래서 언뜻 보면 라이트 노벨과 같은 소설이 무거움을 지닐 수 있게 된 것이다.

삶과 죽음 그리고 못다 한 미련 우리나라 정서로 이야기하자면 한이라는 그 부분까지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설렁설렁 보기 위해 집어 든 책에서 그 정도로 생각하게 할 줄은 몰랐다. 더군다나 일본색을 거의 내지 않았기 때문에 주인공 이름만 살짝 바꾸면 국적을 알 수 없을 정도다. 일본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도 크게 거북한 마음 없이 볼 수 있을 것 같다.

"말도 안 돼. 그런."
절망하며 깨달았다. 아아, 또 실수했구나.
사람은 언제나 잃고 나서야 후회한다.
언제나 잃고 나서야 소중했음을 깨닫는다.
알고 있었는데, 행복은 반드시 망가진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그런데 또 실수하고 말았다.
이날, 아사쓰키 시즈카는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 본문 P60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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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카의 장갑
오가와 이토 지음, 히라사와 마리코 그림,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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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와 이토는 소설을 쓰면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 번역된 책은 이것을 포함 총 9권이 된다. 다들 다양한 특성들을 가지고 있다. 강점을 가지고 있는 글 쓰기 방법이 있으나 항상 그 방법으로 글을 쓰지 않는다. 확실히 먹힐 것 같은 글쓰기 이후 도전을 하고 다시 주력 문체로 돌아가는 등 강약 조절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있다. 본인의 스타일을 확립하고자 하는 것인지 한 가지 스타일에 매몰될까 두려워 그러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같은 문체로 글을 쓰지 않는다. 언뜻 보면 같은 작가가 맞나 싶은 작품들이 종종 나온다. 이 책이 바로 그렇다. 그 이전에 나온 책은 첫 번째 작품과 동일한 문체로 쓰여 있어 쉬이 같은 작가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말해주지 않으면 같은 작가라고 생각 들지 않게 쓰였다.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닌 작가의 의지와 관련된 문제라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옳고 그름은 판단할 수 없으나 개인적인 호감에 대한 의견은 제시할 수 있고 나의 의견은 썩 호감 가는 방식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작가의 주력 분야야는 음식에 대한 묘사와 거리에 대한 묘사다. 마치 눈 앞에서 음식을 만들 듯 묘사를 하고 거리에 대해 그림 그리듯 설명한다. 그리고 따듯함을 느낄 수 있게 글을 쓰기 때문에 글을 읽고 있으면 훈훈함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그런데 편차가 너무 심하다. 본인이 잘하는 문체로 글을 쓰는 경우 재미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의 전체적인 스토리는 억지 감정으로 감동을 만들고 있다. 감동의 스토리는 맞는데, 그다지 와 닿지 않는다. 이 책을 읽고 자격 없는 국가의 국민이 쓴 글이라고 분개하는 글도 있었다. 이 책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점령당한 나라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점령당한 나라의 사람들이 점령국에 배우자를 잃고 상처를 극복해 나가면서 참고 기다리다 독립 이후를 쓰고 있다. 모티브가 된 나라도 라트비아라고 하는 실제로 존재하는 국가이다. 일본에 나라를 잃고 똑같은 운명을 당한 우리나라 사람으로 침략국이 감히 저런 이야기로 글을 쓰다니 하고 분개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첫 부분은 몰입되지만 서서히 몰입감이 떨어지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소설이라는 것은 읽는 이의 지식과 경험에 따라 느끼는 감정이 달라진다. 점령국의 지식과 경험이 100년 동안 내려와 뇌리에 박혀 있는 나로서는 안타까운 마음보다는 왜 저런 이야기를 썼을까 하는 의구심만 강하게 든다. 자기반성일까? 그렇게 보기에는 침략국의 악행을 적지 않아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단지 괜찮은 소재라는 이유로 글을 쓴 것 같은데 글을 보고 있노라니 차라리 한국에 번역을 하지 말지 뭐 하러 한국어판을 출간하게 했을까 생각했다. 분노의 감정까지는 느끼진 않았으나 그리 고운 시선으로 글을 읽지는 않았다. 몰입이 떨어진다고 봐도 좋을 듯하다.

오가와 이토의 번역된 책을 모두 보았다. 썩 잘 쓴 글에 속하진 않으나 감정에 호소하고 담담한 척하며 감정을 자극하게 글을 쓴 편이다. 어떻게 보면 충분히 먹힐 듯 한 소재이긴 하다. 하지만 와 닿지도 훈훈함을 느끼지도 않았다. 그냥 씁쓸함만 느꼈을 뿐이다.

그러나 오해하지 마세요.
아직 겨울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루프마이제공화국의 현실은 실로 엄혹했습니다. 사람들이 살해되고, 어딘가로 끌려가고, 폭행을 당하는 일이 일상다반사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마리카가 어떻게 웃을 수 있는지 이상하게 여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리카만 그런 것이 아니라 루프마이제공화국 사람들은 힘든 때일수록 더 활짝 웃습니다.
운다고 해서 해결되는 일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웃으면 자신보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습니다. 슬퍼한다고 해서 나아질 것은 없습니다.
루프마이제공화국 사람들은 그렇게 서로 용기를 북돋워주면서 살아갑니다.

- 본문 P200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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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북소리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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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여행 기록문이라고 하기에는 독특한 책이다. 보통 여행기라고 하면, 이 지역의 특산물은 어떻고 어떻게 여행해야 하며 어떤 여행지를 가야 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러한 기록에는 굉장히 인색하다. 여러 도시를 방문하고 다양한 구경을 했으나 정작 그것에 대해서는 거의 적혀있지 않다, 단지, 그 지방에서 어떤 일을 했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만 기록하고 있다. 사실상 여행기 또는 여행 안내서가 아닌 여행을 하면서 있었던 일을 적는 에세이의 성격 이외에 정보전달의 목적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글을 작성하기 위해 단기 이주라고 하는 구실이 필요했을 뿐이다. 외국에 나가서 생활한 경험은 소재일 뿐 목적이 될 수는 없었다.

이 책을 정확히 정의하자면 장편 소설을 쓰면서 느끼는 감정과 타지에서 겪게 되는 이야기라고 하면 어느 정도 말이 맞을 것 같다. 장편 소설을 쓰면서 느끼는 많은 고통과 그 힘든 과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리고 때에 따라서 느끼는 정신적 고통과 괴로움을 글로 새겼다. 이런 정신적인 부분 이외 생활하면서 느꼈던 갖가지 감정은 하루키의 심적 부담을 크게 괴롭게 만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힘들다 괴롭다 쓰고 있지만 문체로 고통이 드러나 보이거나 날카로운 감정의 편린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정신적인 고통을 말할 때는 문체부터가 달라져 있거나 살짝만 닿아도 베일 것 같은 날카로움이 묻어나 있다.

어떻게 보면 배부른 투정으로 보일 수도 있다. 이 책에 나오는 경험은 하루키가 작가로 대성을 하게 되는 두 가지 작품인 [노르웨이의 숲]과 [댄스 댄스 댄스] 집필의 중간이고 엄청나게 성공을 거둔 때다. 작가로 첫 소설부터 상을 타고 그 이후로 꾸준히 인기를 끌고 먹고 살만 했는데, 이 소설로 대작 소설의 반열에 올랐는데 뭐가 아쉽겠느냐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쥐었다는 부러움 가득한 시선을 받았을 것이다. 사실 맞다. 이를 계기로 하루키는 명실공히 일본 최고의 작가로 떠오르게 된다. 우리나라도 허둥지둥 이 작가의 책들을 번역하여 발행하게 되고 전 세계 각지에서 번역이 되어 팔리게 된다.

배부른 투정은 이 상황을 하루키는 못 견뎌했다는 것에 있었다. 무엇이 부족해서 이러한 상황이 힘들었을까? 여기서 하루키와 일반인들의 인식차가 벌어지게 된다. 보통 사람들은 바로 직전과 같은 질문을 한다. 뭐가 모자라서 그럴까 하는 질문 말이다. 하루키는 무엇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넘쳐서 힘들어했다. 그는 본인이 빚은 그릇보다 넘치게 내용물이 들어차는 경우 힘들어했다. 그릇을 키우고 부와 명예는 온당히 본인 것이다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스스로 파멸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하루키는 어리둥절해하며 흘러넘치는 걸 치켜보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것을 못 견뎌한다. 흘러넘치지만 조심히 그릇으로 흡수하고 결국 본인 것으로 만들었지만 그릇을 키웠다기보다는 그릇이 내용물을 흡수할 수 있도록 체질을 바꿨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래서 현재까지 유명 작가 행세하는 데 어리둥절해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니 이 책을 단순히 유럽 여행기로 생각해서 읽으면 안 된다. 큰 이유는 여행기라는 관점에서 보면 재미가 없다. 여행을 빙자한 에세이 책이라 봐야 이해가 된다. 그리고 왜 하루키는 에세이에서 그런 말을 할까라는 궁금증을 이해하게 된다. 이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도망이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 더 유명해져서 돌아온다. 하지만 그 3년의 세월 동안 체질을 바꿔서 적응한다. 그 바뀐 체질이 쿨함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원래도 쿨했을 그가 더 쿨해져서 왔다. 아마 그러한 편이 본인의 정신 건강을 가장 잘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라 생각한 것 같다. 이후 더 유명해졌지만 이처럼 방황하진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하긴 뭐 지금은 70 먹은 노인이 되었으니 더 이상 방황은 없을 것 같다.

내게는 지금도 간혹 먼 북소리가 들린다. 조용한 오후에 귀를기울이면 그 울림이 귀에서 느껴질 때가 있다. 막무가내로 다시여행을 떠나고 싶어질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문득 이렇게도 생각한다. 지금 여기에 있는 과도적이고 일시적인 나 자신이, 그리고 나의 행위 자체가, 말하자면 여행이라는 행위가 아닐까 하고,
그리고 나는 어디든지 갈 수 있고 동시에 어디에도 갈 수 없는것이다.

- 본문 P502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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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북소리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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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여행 기록문 이라고 하기에는 독특한 책이다. 보통 여행기 라고 하면, 이 지역의 특산물은 어떻고 어떻게 여행해야 하며 어떤 여행지를 가야 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러한 기록에는 굉장히 인색하다. 여러도시를 방문하고 다양한 구경을 했으나 정작 그것에 대해서는 거의 적혀있지 않다, 단지, 그 지방에서 어떤일을 했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만 기록하고 있다. 사실상 여행기 또는 여행 안내서가 아닌 여행을 하면서 있었던 일을 적는 에세이의 성격 이외에 정보전달의 목적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글을 작성하기 위해 단기 이주라고 하는 구실이 필요했을 뿐이다. 외국에 나가서 생활한 경험은 소재일 뿐 목적이 될 수는 없었다.

이 책을 정확히 정의하자면 장편 소설을 쓰면서 느끼는 감정과 타지에서 겪게 되는 이야기 라고 하면 어느정도 말이 맞을 것 같다. 장편 소설을 쓰면서 느끼는 많은 고통과 그 힘든 과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리고 때에 따라서 느끼는 정신적 고통과 괴로움을 글로 새겼다. 이런 정신적인 부분 이외 생활하면서 느꼈던 갖가지 감정은 하루키의 심적 부담을 크게 괴롭게 만든것 같지 않아 보인다. 힘들다 괴롭다 쓰고 있지만 문체로 고통이 드러나 보이거나 날카로운 감정의 편린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정신적인 고통을 말할때는 문체부터가 달라져 있거나 살짝만 닿아도 베일 것 같은 날카로움이 묻어나 있다.

어떻게 보면 배부른 투정으로 보일 수도 있다. 이 책에 나오는 경험은 하루키가 작가로 대성을 하게 되는 두 가지 작품인 [노르웨이의 숲]과 [댄스 댄스 댄스] 집필의 중간이고 엄청나게 성공을 거둔 때다. 작가로 첫 소설부터 상을 타고 그 이후로 꾸준히 인기를 끌고 먹고 살만 했는데, 이 소설로 대작 소설의 반열에 올랐는데 뭐가 아쉽겠느냐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쥐었다는 부러움 가득한 시선을 받았을 것이다. 사실 맞다. 이를 계기로 하루키는 명실공히 일본 최고의 작가로 떠오르게 된다. 우리나라도 허둥지둥 이 작가의 책들을 번역하여 발행하게 되고 전세계 각지에서 번역이 되어 팔리게 된다.

배부른 투정은 이 상황을 하루키는 못 견뎌 했다는 것에 있었다. 무엇이 부족해서 이러한 상황이 힘들었을까? 여기서 하루키와 일반인들의 인식차가 벌어지게 된다. 보통 사람들은 바로 직전과 같은 질문을 한다. 뭐가 모자라서 그럴까 하는 질문 말이다. 하루키는 무엇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넘쳐서 힘들어 했다. 그는 본인이 빚은 그릇보다 넘치게 내용물이 들어차는 경우 힘들어했다. 그릇을 키우고 부와 명예는 온당히 본인 것이다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스스로 파멸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하루키는 어리둥절해 하며 흘러 넘치는걸 치켜보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것을 못견뎌 한다. 흘러 넘치지만 조심히 그릇으로 흡수하고 결국 본인 것으로 만들었지만 그릇을 키웠다기 보다는 그릇이 내용물을 흡수할 수 있도록 체질을 바꿨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래서 현재까지 유명 작가 행세하는 데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니 이 책을 단순히 유럽 여행기로 생각해서 읽으면 안된다. 큰 이유는 여행기라는 관점에서 보면 재미가 없다. 여행을 빙자한 에세이 책이라 봐야 이해가 된다. 그리고 왜 하루키는 에세이에서 그런 말을 할까라는 궁금증을 이해하게 된다. 이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도망이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 더 유명해져서 돌아온다. 하지만 그 3년의 세월동안 체질을 바꿔서 적응한다. 그 바뀐 체질이 쿨함 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원래도 쿨했을 그가 더 쿨해져서 왔다. 아마 그러한 편이 본인의 정신 건강을 가장 잘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라 생각한 것 같다. 이후 더 유명해졌지만 이처럼 방황하진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하긴 뭐 지금은 70먹은 노인이 되었으니 더이상 방황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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