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독서 - 개인주의자 문유석의 유쾌한 책 읽기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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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쓰는 판사
문유석 판사 하면 유명하다. 재판으로 유명해야 할 것인데 작가로 유명세를 탔다. 법관이라면 딱딱한 책을 썼을 것이라 예상되지만 의외로 그가 쓴 책들은 에세이, 소설 등 문학 종류다. 에세이야 누구든 흔하게 낼 수 있지만 소설은 굉장히 의외다. 물론 법정 활극 소설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 소설이 드라마화되는 기염을 토해내고, 심지어 극본을 직접 쓰는 놀라운 모습을 보인다.

어떻게 보면 골 때리는 판사라고 볼 수 있다. 판사는 한 없이 위엄을 갖추고 있고, 옛날에는 영감이라는 칭호를 받는 우러러보는 직업이다. 그리고 개개인이 헌법기관으로 법에 의한 보호를 받는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직업이다. 그런 판사가 소설을 쓰고, 극본을 쓰고 책을 낸다니 판사 세계에서 보면 기행을 저지르고 있다보 보일 것 같다.

# 이번엔 어떤 책을 썼을까
문유석 판사가 쓴 책들은 다 읽어 보았다. 판사임에도 어려운 책을 내지 않았기 때문에 술술 잘 읽히는 책만 내서 그런지 딱히 어려움 없이 다 읽었다. 물론 소설은 그리 썩 잘 지은 책이라 볼 수는 없다. 뭐 그래도 판사가 이 정도면 훌륭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은 든다.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에 떠도는 판결문은 한 번쯤 읽어 보았을 것이다. 판결문의 글을 보면 무슨 뜻인지 도통 이해하지 못하게 쓰인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맞지 아니하지 아니할 수도 있다]이런 류의 마무리가 많았다. 그런 식으로 글을 썼다면 보통 사람들은 책을 집어던졌을 것이다. 그만큼 법정에서 쓰는 용어와 현실에서 쓰는 용어는 괴리가 많다. 그런데 저자는 쉽고 간결하게 글을 썼다. 너무도 간결하여 진짜 판사가 쓴 게 맞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판사에 대해서 개인주의에 대해서 그리고 법정에서 일어나는 내용으로 소설까지 썼다. 법원을 많이 우려먹은 셈이다. 여기서 다시 법정을 끌고 온다면 충분히 우려낸 사골에서 한번 더 국물을 뽑아 먹겠다는 심산일 텐데 다행히 이번에는 다른 주제로 글을 썼다. 책에 관한 책을 썼다. 이런류의 책은 많다. 하지만 이 골 때리는 판사는 어떤 책을 들고 어떤 내용을 썼는지 궁금했다.

# 문유석 판사가 좋아하는 책
재미있는 책을 좋아한다. 복잡한 이론서 난해한 철학 서적 이런 것 만 볼 것 같은 사람이 바로 판사이다. 그런데 저자는 그런 예상을 가뿐히 뛰어넘는 독서 목록을 가지고 왔다. 무협지부터 순정만화까지 [난 재미있는 것만 읽어]라고 주장하는 저자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물론 저런 책만 읽었다는 말은 아니다. 다양한 방면의 다양한 책을 읽었다. 꼭 어렵고 난해한 책만 읽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오히려 지은이가 복잡하고 난해하게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기 위함으로 보이는 책은 살짝 보고 읽는 것을 포기했다고 한다. 죽은 책이라는 말까지 덧붙일 정도로 썩 좋아하지 않았다. 필독서 그리고 어느 사상가의 복잡한 책도 꼭 볼 필요는 없다고 한다. 어려운 책이면 쉽게 풀어쓰는 이런 시리즈로 내용만 알면 되지 힘들게 읽을 필요 있냐고 주장한다.

# 유쾌한 독서 이야기
책 읽기는 놀이다. 쾌락이 없으면 그건 놀이가 아니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필독서라는 이름으로 꼭 읽어야 하는 책이라 이름 붙혀 강요하지 말라고 한다. 나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책 읽기는 게임하기 운동하기와 같은 하나의 놀이어야 한다. 여러 가지 놀이 중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많이 주는 순위에서 상위권을 달리는 놀이라고 할까?

저자는 그 점을 이야기한다. 본인은 독서가 쾌락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이런 이런 재미있는 책을 읽었다고 말해주고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책은 공부나 노동이 되지 말았으면 한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본인을 즐겁게 하고 좋은 영향을 주는 유쾌한 행위이고 꼭 그러했으면 한다.

나에게 책이란

운동신경 제로의 꼬마에게 방구석에서 허풍선이 남작과 가르강튀아를 따라 대모험을 떠나게 해주던 날개.

부잣집 도련님 친구의 천장까지 가득찬 서가 앞에서남의 인생을 빼앗고 싶은 리플리의 심정을 느끼게 하던 동경.

세로글씨의 누렇게 바랜 책장을 넘기며 제갈량, 양산박 호걸, 오다 노부나가, 사이토 도산을만나러 가게 해주던 타임머신.

맹수의 포효에 몸을 떨며 비니키우스의 품속으로 파고드는작은 새 같은 리기아를 보며 조숙하게 찾아온 사춘기.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중 나는 어느 쪽 인간일까고민하게 하던 중2병이 대학 문에 들어선 후 접한, 암호 같은 줄임말로 불리던 모피어스의 빨간약들.

하지만 어느 이즘보다 먹고사니즘이 중하기에억지로 머리에 쑤셔넣어야 하던 지식의 파편들.

밥벌이는 하면서도 변하는 세상의 가속도를 감히 따라잡아보려번지르르한 실용적 지식만 찾아 헤맨 어리석음의 증거들.

뒤늦게 아무 써먹을 데 없어도 가슴을 설레게 하던옛 기억을 떠올려 재회하는 고전이라는 이름의 첫사랑들.

하지만 속절없이 <아는 형님〉 〈왕좌의 게임 다시보기와카톡방, 페북에 넘쳐나는 석 줄짜리 언어들에뒷전으로 밀리곤 하는 퇴기.

언제나 사랑했고,

언제나 쉽게 버렸던 친구.

널 읽고 싶어.

마지막 장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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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윤정 옮김, 무라카미 요오코 사진 / 문학사상사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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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 하루키의 술에 대한 애정
하루키의 에세이를 보면 언제나 술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하다. 특히 맥주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언제나 어디서나 맥주를 먹었다는 내용을 글에 써넣는다. 그리고 그 술에 대한 애정이 맥주에 한정하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술에 대한 예찬을 하고 맥주, 와인, 정종 등 각종 술에 대해 좋은 글을 쓴다. 뭐 술로 인한 숙취로 고생한 적이 없다고 할 정도로 술이 센 사람이라 그런지 애정도 남다른 것 같다.

술에 대한 애정이 술 원산지를 가보고 싶다는 욕망으로 번져 원산지를 여행까지 하게 되었고 그중 위스키에 대한 여행 후 쓴 책이 이 [위스키 성지여행]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하루키의 특성상 여행과 함께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였으니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여행기를 써달라는 의뢰를 마다하지 않았을 것이다.

# 위스키 그것도 몰트 위스키
위스키 중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아는 메이커는 아마도 발렌타인일 것이다. 그중에서 17년 산을 가장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고급술인 발렌타인 17년 산이 비싼 소주처럼 취급받는 묘한 위치가 되어 버렸다. 그럼 몰트 위스키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흔한(?) 발렌타인이나 조니 워커 등 각종 위스키들은 블랜디드 위스키이다. 여러 증류소에서 나온 위스키 원액을 섞어 만들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몰트 위스키는 증류소 한 곳에서 나온 위스키를 말하며 다른 위스키 원액과 섞지 않은 술을 의미한다.

그래서 스코틀랜드에서는 아일레이를 갔고 아이리시 위스키를 맛보기 위해 아일랜드로 갔다. 아일랜드는 위스키가 최초로 제조된 곳으로 하루키는 성지라 칭했고 지금 가장 유명한 위스키는 스코틀랜드 위스키이기 때문에 2곳을 여행한 여행기를 썼다. 오로지 술을 위한 그것도 몰트 위스키를 위한 여행으로 위스키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이루어진다.

# 하루키 여행기 같지 않은 책
하루키 여행기는 보통 지극히 주관적이다. 그리고 뭔가 뚜렷한 목적도 없다. 물론 관광지를 찾아다니지도 않는다. 필 꽂히는 대로 여행을 시작하고 찾아보지 않고 덤벼든다. 그리고 고난과 역경을 거친다. 거기서 발생하는 재미를 소소히 읽어 나가는 것이 묘미인데 이 책은 뚜렷한 목적이 있다. 아마도 배우자랑 같이 가는 여행이라 나름 편한 방법을 찾은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일반적인 여행기라 볼 수 있을 만한 요소가 다분하다. 가장 대표적으로 많은 사진들을 책에 넣었다. 사진을 찍은 것은 하루키의 아내다. 사진작가를 데리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게 하는데 아내 보고 찍으라 했다. 그런데 나름 훌륭하게 찍었다. 그리고 굉장히 뚜렷한 목적이 있다. 그것은 술이다. 하루키의 팬이라면 그런 여행기가 많다고 할만한데, 그 여행기는 여행기라 볼 수 없었다. 대표적으로 우동을 먹으러 다니는 여행기를 쓴 적 있는데 오로지 먹는 이야기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야 여행기라 보다는 먹방 투어로 밖에 볼 수 없다.

# 하루키의 여행책
책 한 권 분량은 아니다. 내용이 너무 짧고 사진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어느새 절반 어떻게 하다 보니 전부 읽게 되었다. 종이 질도 두껍고 아무래도 하루키의 아내가 사진을 찍었으니 사진의 퀄리티를 위해서 종이질도 좋게 하고 하다가 그런 책이 된 것 같다.

하루키의 팬이라면 적극적으로 구입해서 볼만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구입해서 보기에 다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들 아일레이 위스키의 특별한 맛에 관해 이런저런 자잘한 분석을 하지. 보리의 품질이 어떻다느니, 물맛이 어떻다느니, 이탄의 냄새가 어떻다느니 하고, 분명 이 섬에서는 질좋은 보리가 나지. 물맛도 훌륭해. 이탄도 풍부하고 향이 좋아.
그건 틀림없는 사실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아일레이 위스키의 맛을 설명할 수 없어. 그 매력은 해명할 수가 없는 거지.
가장 중요한 것은 말이지, 무라카미 씨, 가장 나중에 오는 건사람이야. 여기 살고 있는 우리가 바로 아일레이 위스키의 맛
을 만드는 거야. 섬사람들의 퍼스낼리티와 생활양식이 이 맛을만들어 내는 거지. 그게 가장 중요해. 그러니 모쪼록 일본에돌아가서 그렇게 써 주게. 우리는 이 작은 섬에서 정말 좋은위스키를 만들고 있다고."
그런 연유로 나는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신묘한 무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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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하나의 재즈 에세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와다 마카코 그림, 김난주 옮김 / 까치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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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재즈?
재즈는 상당히 매니악한 음악이다. 대중음악이긴 한데 사람들이 굉장히 어렵게 느낀다. 그렇게 된 주요 원인을 찾다 보면 쓸데없이 말이 길어질 텐데, 간단히 정리하면 발전단계에서 난해한 형태의 재즈가 나타났고 사람들이 그 형태를 듣고 재즈는 어려운 음악이라는 선입견이 뇌리에 박혔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대부분의 음악은 재즈이고, 영화에서 나오는 연주곡의 대부분이 재즈다. 심지어 광고 그리고 대부분의 영상 매체에서 재즈음악이 흔하게 쓰인다. 그러나 사람들 대부분은 그게 재즈 음악인지도 모르고 소비한다. 그 음악은 난해하지도 복잡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 무엇에 대해 쓴 글인가
진짜 오로지 재즈에 대해서만 썼다. 그것도 재즈가 뭔지에 대해 쓴 것도 아니다. 재즈 뮤지션에 대해서 썼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재즈에 대해서 잘 모른다. 그런데 심지어 재즈에 대한 이야기도 아닌 재즈 뮤지션에 대한 이야기라니 참 대중성 없는 책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나는 재즈를 좋아해서 즐겨는 듣지 못해도 가끔은 듣고 있어서 하루키가 말하는 재즈 뮤지션에 대해서 대충은 알고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경우는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도통 알 수 없을만한 그런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심지어 후속작이라고 한다. 이 책 전에 재즈 에세이라는 책이 있었다고 한다.

# 누가 읽을까
과연 이 책은 누가 읽을까? 이 질문에 대해 내가 이 책에 호기심이 있어 읽을 거라고 답할 사람은 많이 없을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는 뮤지션에 대한 책을 읽어야 할까라고 답할 것이다. 나조차도 재즈에 대해 이해도가 없다면 이 책을 왜 읽나 싶을 것 같다. 재즈 애호가나 혹은 어느 정도 재즈에 대한 이해를 하고 있지 않다면 이 책을 읽어도 이해 못한다.

그렇게 보면 친절한 책은 아니다. 하루키는 에세이에서 재즈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재즈 음반만 수천 장이 있다고 늘상 이야기해왔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언젠가 이런 책을 낼법하다고 하루키의 팬들은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재즈에 대한 이해도 없고 하루키의 팬도 아니라면 아주 생뚱맞은 책이라고 황당해할 법도 하다.

# 권할만한 책인가
다른 사람에게 권할만한 책은 아니다. 재즈에 대한 이야기도 객관적이라기보다는 주관적으로 본인의 감상평을 적었다. 재즈에 대해서 크게 적지도 않았다. 뮤지션이 많은 사람이 알만한 사람들도 아니다. 재즈 입문서로도 바람직하지 않고 에세이로서도 권하기 바람직하지 않다.

어느 정도 재즈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한 번쯤 읽어보라고 권할만하다. 하지만 정보를 얻기 위함이라기보다는 이런 평도 있을 수 있네라는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난 하루키가 소개한 인물 중 딱 절반 정도만 알만했다. 나머지는 이름도 들어본 적 없을 정도로 생소했다. 하루키의 재즈에 대한 애정이 깊다는 것을 알만했다.

내가 생각하는 재즈관 역시 이 사운드와 비슷하여 아주 개인적이며 사적이다.
진화가 거의 없다. 게다가 무수한 기억이 오랜 세월에 걸쳐 그 주위에 들러붙어서터무니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일도 있다.
그러니까 내가 이 책에서 다룬 뮤지션들에 대한 나의 견해가 나와 맞지 않더라도, 크게 마음 쓰지 말기를 바란다. 나는 그저 음악을 즐기고, 문장을 즐길 뿐이 다. 만약 만사가 순조롭게 잘 흘러가서 내가 느끼는 보금자리의 온기를 그대도 느 낄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기쁨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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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스토리콜렉터 49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황소연 옮김 / 북로드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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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것을 기억하는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모든 것을 기억하는 이라는 것에 별 다른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냥 집착처럼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라는 뜻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모든 것을 기억하는]이라는 뜻은 정말로 모든 것을 기억한다는 의미였다. 자신이 보고 느낀 모든 것을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한다는 뜻이었다.

예상하지 못한 소재에 놀랐다. 아 저런 소재로 글을 쓸 수도 있구나. 이런 점에서 내용을 보지 않고 책을 고르는 것이 좋은 점도 있다. 다른 서평들을 보니 모든 것을 기억하는 것에 굉장히 기대를 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치밀한 두뇌게임으로 생각해서 보다가 중반까지 빠르지 않은 전개에 실망하다가 중반부터 빠른 전개에 재미를 느꼈다는 글을 보았다. 확실히 모든 책이나 미디어 등 이런 것들은 기대를 하면서 보면 기대와 다른 전개에 실망을 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아무런 기대 없이 봐야 가장 높은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 주인공은 어떤 사람
전진 형사로 그 전직은 미식축구 선수로 별로 연관성이 없는 직업에 몸 담고 있던 사람이다. 1년 전 일가족이 몰살되는 살인 사건으로 충격을 받고 경찰을 그만두고 사설탐정으로 근근이 먹고사는 일을 하고 있다. 죽지 못해 사는 정도로 소설 내에서 굉장히 암울한 사람으로 나온다. 충격으로 급격하게 살이 찌고, 촉망받던 경찰에서 거리의 노숙인으로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살인범도 찾지 못하고 뜻하지 않은 연쇄살인에 연루되면서 여기서 이루어지는 사건들이 주된 이야기인데, 주인공으로 인해 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주인공이 본인 때문에 모든 사건들이 벌어지는 것으로 자책을 했으나 실상 주인공 때문이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나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되는 이야기다.

# 이야기 전개는 어떨까
이야기를 정말 잘 풀어가게 글을 썼다. 소설이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이 넘치게 진행되지는 않으나 사실 그렇게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각하지 않는다. 긴장감이 계속 이어지면 글을 읽는 것이 노동으로 느껴질 만큼 쉽게 피로하게 된다. 그렇다고 긴장감이 없으면 소설을 읽는데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

이 소설은 그 중간을 잘 지켰다. 적절히 긴장감이 느껴지고 적당하게 루즈하게 풀어주는 것을 반복하여 소설 읽는데 편안함을 줬다. 추리소설로 범인이 누굴까 하는 궁금증을 끊임없이 유발하여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잘 구성되었다.

# 시리즈물 첫 번째로서의 책
책을 거의 읽을 즈음 시리즈로 나와도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다 읽었을 때는 시리즈로 계속 나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하고 찾아보니 역시 2개의 시리즈가 더 나온 것을 알 수 있었다. 마무리가 2권이 나올 것을 암시하도록 끝을 맺었고 2권이 기다려지도록 글을 썼다.

마치 RPG에서 파티원을 모으는 듯한 기분으로 1권이 끝을 맺는다고 할까? 2권, 3권은 어떻게 글을 풀어나갈까 궁금하기까지 하다. 소재의 독특성과 캐릭터의 개성이 너무 뚜렷하여 셜록 홈즈나 뤼팡과 같은 캐릭터로 성장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데커는 계속 고개를 끄덕일 뿐 입을 열지는 않았다.
보거트가 말했다. "자, 생각해볼 거지?"
"아니."
"데커." 재미슨이 반박하려고 입을 열었다.
"생각 안 할 거야. 왜냐하면…… 왜냐하면 할 거니까."
보거트와 재미슨은 놀란 시선을 교환했다.
데커는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오늘밤은 그냥… 여기있을래. 나 혼자."
보거트는 벌떡 일어섰고, 그와 동시에 재미슨이 말했다. "그럼우린 내일 다시 올게요. 앞으로 다시는 혼자 있을 일 없을 거예요. 그동안 충분히 혼자 있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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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색기계 - 신이 검을 하사한 자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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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장르는
작가는 쓰네카와 고타로라는 인물이다. 사실 잘 모르는 작가다. 책을 쓴 지 10년은 넘은 것 같은데 작가가 쓴 다른 책을 읽지 못했다. 작가는 호러소설을 써서 데뷔했다고 한다. 그때 호러소설 대상을 수상하면서 데뷔했고, 이 책은 추리소설상을 받았다고 한다. 이외에도 꽤 많은 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쓰는 책마다 상을 타는 작가의 그 이력도 특이하지만, 이 책이 받았다는 상이 정말 특이하다. 추리소설 상을 받았다고 하는데, 아무리 봐도 이 책은 추리소설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심사위원들도 많은 갈등을 했다고 한다. 추리소설상을 줘야 맞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치열한 논의 끝에 주기로 결정되었다고 하는데, 이유가 이 책이 추리소설이든 어쨌든 잘 쓴 책이라서 라고 한다.

# 금색기계는 과연 무엇
제목에 나오는 저 금색 기계 때문에 이 책의 정체성이 모호해지는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다. 금색 기계가 무엇일까? 책을 보기 전까지는 무언가의 은유이거나 한자로 특이한 다른 뜻이 있으려니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니 그게 아니었다. 단순하게 금색으로 된 기계를 뜻하는 말이었다.

시대는 1700년대인데 금색 기계라니 뭐 단순한 기계면 그러려니 할 텐데 심지어 안드로이드다. 300년 전에 안드로이드라니 그것도 최첨단 안드로이드란다. 인간과 가까운 감정을 느낄 수 있고 운동 능력도 사람보다 좋다. 피부가 기계라는 것 빼고는 인간과 다를 바 없도록 만들어져 있다. 여기서 진지하게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장르가 추리소설이 맞는 건가? 하지만 추리소설이라 한다.

# 추리소설의 요소는 충분한가
[몇 가지 단서를 동원하여 수수께끼를 풀어 나가는 과정을 보여 주는 소설]이라는 사전적인 의미로 볼 때 이 책은 추리 소설이라고 보기에 많이 부족하다. 우선 책을 보면서 사건이 하나도 궁금하지 않았다. 책이 재미있고 재미없고의 문제가 아니다. 추리 소설 특유의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잘 쓰여진 책은 맞는데 추리 소설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갖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

시간의 흐름이 복잡하다.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정신없이 움직인다. 등장인물도 다양해서 중심인물이 누구인지 중반까지 혼돈이 온다. 결국은 금색 기계가 중심인물이었지만 중반까지 알수가 없다. 저런 시간의 흐름으로 점점 더 긴장감을 주는 소설도 있지만, 이 책은 긴장감을 주진 못했다. 추리 소설이라 하기 어색하기 따름이다.

# 특이한 판타지 소설
이게 적절한 표현일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판타지 소설이다. 그렇다고 추리 판타지라는 이름 붙이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가. 추리 소설의 형식을 띄긴 했다. 사건을 추적해 가면서 벌어지는 일이니 하지만 추리 소설이라 부르긴 약하다. 판타지 소설이라는 말이 적절하긴 하지만 참 애매한 게 판타지적인 요소가 단지 금색 기계 하나밖에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 판타지라고 보기에도 약하다. 하지만 판타지냐 추리냐 둘 중에 고르라 한다면 판타지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럼 결론은 특이한 판타지 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재미없지는 않다. 그렇다고 특출 나게 재미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런 책도 있었다 정도로 기억에 남았으면 한다.

그녀는 그 빛을 살짝 어루만지다가 깊은어둠 속으로 밀어냈다.
- 고맙습니다. 드디어 종막을 맞는군요.
그는 감사를 표했다.
- 아니요, 저야말로요. 정말로 고마웠어요. 푹 쉬세요.
그녀는 속삭였다.
번갯불 덩어리는 한없는 암흑의 허공으로떠나갔다.
그의 눈에서 녹색 불빛이 꺼졌다.
그녀는 들꽃을 따 와서 그의 가슴에 올렸다.
밤이 찾아오자 보름달이 하늘 높은 곳에서빛났다.
달빛이 동굴을 나선 그녀를 비추었다.

- 본문 P838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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