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 원숭이
이사카 고타로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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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역시 이사카 코타로는 범상치 않은 소설가가 맞다.
그동안 일본소설을 많이 읽어왔고 이사카 고타로의 글 또한 내 기준으로 일본소설풍이라는 느낌은 들지만 어딘가 차별화 되면서 읽고 나면 독특한 잔상들이 깊은 여운으로 남는다. 뭔가 딱 부러지게 맞아 떨어지지 않는 그 찜찜함이라고 할까?

게다가 등장인물들의 직업이나 성격도 쉽게 찾아 볼 수 있지 않아 이들의 설정이 글을 읽는 또 다른 묘미를 주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이번에는 서유기의 주인공인 원숭이부터 평범하지 않은 부업(?)을 하는 엔도 지로, 그리고 치밀한 성격이 질릴 정도인 시스템 품질관리 이가라시 마코토까지 이번에도 역시 평범한 캐릭터는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다.
 

그리고 엔도 지로의 부업이란 바로 악을 쫒는 엑소시스트다. 왜 있지 않은가? 옛날 영화를 보면 악에 씌인 주인공들이 괴로워할 때 신부복장을 한 사람이 성수를 뿌리며 악을 퇴치하는 그런 장면 말이다. 옛날도 아니고 현대사회에 그런 일을 부업으로 하는 사람이니 도대체 이 소설에서 저자가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점점 궁금해진다.

또 한가지, 엔도 지로는 누군가 곤경에 처해있거나 고통스러워하면 그것을 참지 못하고 어떻게든 도와주어야 한다고 스스로를 괴로워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솔직히 본인은 그냥 지나치고 싶기도 하는데 더 근본의 자아가 그것을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에게는 왜 그렇게 누군가가 “SOS"를 외치는 것인지.

이야기는 이 엔도 지로와 이가리시 마코토, 그리고 은근슬쩍 나타났다가 사라지지만 이 소설에서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역할인 원숭이와 히키코모리 마사토가 서로 알게 모르게 엮이면서 진행된다. 즉 이들 사이에서도 돕고자 하는 이, 도움을 청하는 이가 있어 서로를 부르고 있는것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사는 이 세계도 마찬가지로 어디선가 “도와달라”고 외치고 있음에도, 혹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바로 곁에서 마음속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데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인간이란 어차피 100% 완전히 악한 사람도 선한 사람도 없기에 어떨 때는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인이 되기도 하고 남에게 엄청난 해를 끼치는 악인이 될 수 도 있음을 저자는 은근히 우리에게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

“바롱과 랑다는 사람의 내면을 표현하는 것 같아. 선한 마음이 바롱, 악한 마음이 랑다.
한 인간에게는 선한 부분과 악한 부분이 공존하고 그 둘이 늘 서로 얽혀 싸운다는 거지.“
“결론이 나지 않는.”
“응. 아마도 균형이겠지. 그것을 표현한 게 바로 바롱 댄스야. 마사토는 이 이야기를 무척 마음에 들어 했어.”

“완벽하게 선한 인간이나 완벽하게 악한 인간은 없다고.” - p. 165

 

자, 그렇다면 귀를 한 번 쫑긋 세우고 마음의 문을 열어보자.
누군가가 간절히 "SOS"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당신에게 그들에게 작은 손은 내밀 여력이 있다면 제발...제발....지나치지 말자.
그들에게는 당신의 작은 도움이 이 세상에서 가장 큰 호의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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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를 위하여 - 그리운 이름, 김수환 추기경
한수산 지음 / 해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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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교신자이다.
그렇다고 다른 종교를 배척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구원을 받아야 지옥으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광신교들이나 사이비교만 아니라면 누구에게나 종교의 자유는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특히 천주교는 영혼의 울림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친근함마저 들고는 했는데 고 김수환 추기경님의 선종은 예상외로 큰 충격이었다. 생전에 관심도 없었고 그저 우리나라의 추기경님이라는 사실 외에는 마음속에 크게 자리잡지도 않았는데 장례식을 보는 내내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신기한 일이 있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수많은 사람들이 누군가의 죽음을 이렇게 슬퍼한다면 그 사람은 어떤 인생을 살았기에 이토록 많은 사람들의 애도속에 삶을 마쳤을까?였다.
평범한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흉내도 낼 수 없었을 그런 고귀한 삶과 타인에 대한 사랑, 용서가 모든 것을 말해주는 듯 하다.

사실 이 책은 소설이다.
고 김수환 추기경님만의 이야기도 아니고, 작가의 상상력에 100% 의존한 소설도 아니다. 고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자신의 이야기가 곁들여지고, 또 어떤 부분은 작가에 의해 형상화 되어 그것들이 서로 엮이면서 개성있는 한 편의 글로 탄생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많은 부분들이 작가의 개인적 체험이 녹아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 그가 연재한 소설로 인해 고문을 당했던 부분, 자신을 알았다는 이유만으로 끌려가야 했던 다른 지인들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어디에도 하소연 할 수 없는 비참함과 인간성 상실의 경험들이 너무도 가슴 아프게 와 닿았다.
그가 당했던 전기고문이나 매질들이 우리 역사에서 전혀 없었던 일이었다면 그저 소설이려니 하고 넘어갔을지도 모르나, 독재정권을 지나 우리나라의 근현대에서 고문으로 희생된 수많은 피해자들의 이야기가 실재라는 것을 알기에 한 사람의 역사서로 보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소설 속 저자는 천주교인이 되기 위해 3번의 시도를 하고 마지막 3번째에 이르러서야 입문에 성공하는데 이전에는 자신의 상처와 아픔만을 호소하였기에 실패했던 것 같다. 죽는 날까지 결코 지워지지 않을 상처투성이의 가슴을 부여잡고 도대체 신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이런 사람들과 세상을 내가 왜 용서를 해야하는지 수십번 고뇌와 번민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고 김수환 추기경님의 삶의 발자취를 조용히 따라가다가 마침내 용서와 화해라는 문을 열고 스스로가 자유로워지는 위치에 올라선 것은 아닐까?
그리하여,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추기경님의 말씀을 온전히 머리와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국 남을 용서한다는 것은 나를 용서하는 것이요, 나의 아픔과 슬픔까지도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것임을 이제서야 알게 된다. 서로 사랑하는 것이야 말로 온전히 나를 사랑할 수 있는 것임을 알게 된 것처럼.
책을 덮자 표지의 고 김수환 추기경님의 환한 미소가 제일 먼저 들어온다.
이제 사랑하는 법을 배웠으니 아낌없이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라며 말씀하시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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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를 위하여 - 그리운 이름, 김수환 추기경
한수산 지음 / 해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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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용서에 대한 깨우침을 주는 독특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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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그네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31
헤르타 뮐러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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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에 호기심이 간 건 노벨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광고 때문이었다. 솔직히 지금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신간들을 보면 별의 별 상의 타이틀이 참 많다. 하나도 모르겠고,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 노벨 문학상이라는 타이틀은 작가나 작품의 상세한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일단 부담없이 선택할 수 있어서 좋다. 그만큼 신뢰도가 크다는 것도 한 몫 할터이고.

 
헤르타 뮐러라는 작가의 이름도 생소하기만 한데, 작품의 내용은 수용소의 비참한 경험에 대한 이야기이니 작품의 표지처럼 음울하게만 느껴진다. 하얀 천으로 눈을 감은 채 온 몸을 웅크리고 있는 표지의 인물이 더 없이 쓸쓸하고 외로워 보인다. 이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말해주려는 것일까?

그동안 수많은 영화를 통해 강제 수용소의 삶에 대해 대강의 밑그림은 가지고 있었다. 어떤 영화는 보는 내내 눈물을 훔쳤을 정도로 인간의 잔혹함과 비참함에 대해 괴로웠던 적도 있었다. 그랬기에 책은 좀 덜 할 줄 알았다.

그런데....이건 완벽하게 나의 착각이었다.
어떻게 글로 써 내려간 이야기가 영화장면보다 더 생생하게 마음을 날카롭게 파고 드는지, 열 일곱 독일 소년이 겪었을 그 생활들이 머릿속에서 자유자재로 그려지는 통해 읽는 동안 책을 몇 번이나 덮었다가 펼쳤는지 모른다. 생각만 해도 끔찍해지는 그 이이기들을 담담하고도 예술적으로 쓰고 있는 이 작가는 어떤 마음으로 글을 완성할 수 있었을까 싶어 수많은 밤들을 아픈 가슴으로 지세우지는 않았을까 혼자 생각해 보았다.

처참하고 끔찍하고, 희망이라고는 존재하지 않는 수용소의 삶.
더욱 끔찍한 것은 인간이 가진 본능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생존의 욕구마저 소멸해 버리는 상태에 이른다는 것이다. 책에 이런 부분이 나온다.

어느 늦은 밤, 한밤중에 점호 장소로 모이라는 확성기 소리를 듣고 사람들이 차례로 줄을 서고 총살을 당할 것이라고 그들은 짐작한다. 그러자 주인공은 되도록 앞자리에 서기 위해 앞줄로 파고든다. 죽기 전에 시체를 트럭에 싣는 일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는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상상이 가는가?
총살을 당할 것임을 알면서 스스로 앞줄로 들어선다는 것을. 죽음의 순간에서는 누구나가 공포에 떨며 살기위해 발버둥치는 것이 인간이라고 난 늘 생각해왔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열 일곱 소년은 죽을 걸 알면서 앞 줄에 서고 싶어했다. 단지 먼저 죽어간 사람들의 시체를 치우는 일이 싫어서.

도대체 어느 정도가 되면 이렇게 자신의 삶마저도 아무렇지 않게 내던져질 수 있는 것인지.... 사실 책을 읽다보면 수용소에서 버틴 사람들이 대단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인간이라는 존재, 희망이라는 것을 잃지 않으려 애썼지만 참 힘들었다.
한 인간을 마음 깊숙한 곳까지 파괴시키고 영혼마저 통째로 오염시킬 수 있는 비극의 삶. 그런 최악의 삶이 이렇게 아름다운 언어로, 글로 탄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당신은 손수건이 있나요?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에서 작가가 청중에게 던진 물음이다. 이 책 숨그네에서도 이 손수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눈처럼 새하얀 아마포 손수건. 소년은 이 손수건이 자신을 수용소에서 보살펴준 단 한 사람(!)이었다고 말한다.
저자에게도 집을 나설 때마다 어머니의 물음에 존재하는 손수건은 그녀가 불친절한 현실과 세상에 저항할 수 있는 힘이요, 위로였을 것이다.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한없는 위로가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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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 2010-08-06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문학동네 편집부의 고우리입니다.
이번에 제작하는 소책자 <헤르타 뮐러 스페셜북>에 독자님의 리뷰 일부를 게재하고 싶어 사용 허가 요청 드립니다. ^^ 보시는 대로 답글 또는 메일kupsch@naver.com로 허락 여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용하려는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한 인간을 마음 깊숙한 곳까지 파괴시키고 영혼마저 통째로 오염시킬 수 있는 비극의 삶. 그런 최악의 삶이 이렇게 아름다운 언어로 탄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고맙습니다.


문학동네 2010-08-09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진행 일정이 급해 답을 기다리지 못하고 게재하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책 나오면 한 부씩 보내드리겠습니다. 메일로 주소와 연락처를 알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영원한 청춘 2010-08-18 02:14   좋아요 0 | URL
아...이제야 댓글을 봤습니다. 저야 영광이지요.ㅎㅎ
위의 메일로 주소와 연락처 보냈습니다. 감사합니다.
 
숨그네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31
헤르타 뮐러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삶은 아름답지 않지만 분명 글은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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