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설명하는 명료한 이론으로 무장한 전문가들이 자신의 예측에 대해 가장 큰 자신감을 보였고, 가장 정확하지 않은 예측을 했다.
테틀록의 조사 결과는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장기적 안목으로 세세하게 예측하는 것이 한마디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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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저는 말하기 보다 ‘듣기‘가 훨씬 어려운 행위라는 것을 최근 들어 깨달았습니다. 듣는 사람이 존재함으로써, 만약 상대가 없었다면 혼잣말(모놀로그) 혹은 말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는 것이 대화(다이얼로그)가 됩니다. "아.." 하는 맞장구 하나로 풍성한 커뮤니케이션으로 변합니다. 토론이란 ‘말하는기술을 겨루는 일이겠지만, 뭔가 그것과는 다른 가치관으로 평가의 대상이 되기 어려운 ‘듣기‘라는 행위, ‘상대의 마음이나 생각에 귀 기울이는 자세를 지금 사람들이 가장 잃어가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분명 저는 ‘자기표현‘이라는 말에서 모놀로그적인 ‘일방통행‘의 냄새를 감지하는 거겠지요.
- P58

제가 도착하자 천천히 책상 서랍에서 상자를 꺼내더니 "어디서 받은 건데 난 안 쓰니까 고레 짱 줄게"하며 책상 위에 툭 놓았습니다...
그때 야스다 씨의 회사 사람이 "고레에다 씨, 카르티에시계 받으셨지요. 그건 야스다 씨가 어디서 받은 게 아니라일부러 산 거예요. ‘근데 그 녀석, 시계를 전혀 안 차잖아하고 푸념하셨어요" 라고 알려주었습니다.
시계는 지금도 안 찹니다. 하지만 칸 국제영화제 같은 특별한 행사에 갈 때는 반드시 찹니다. 본인은 레드카펫 같은곳은 절대 걷지 않았겠지만 시계만이라면 괜찮겠죠, 야스다씨.
- P123

그건 <공기인형>에서 인용한 요시노 히로시 씨의 <생명은>이라는 시를 떠올렸기 때문이었습니다.

생명은 그 안에 결여를 품고
그것을 타자로부터 채운다.

영화 속에서 저는 결여란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타자를 향해 열린 가능성이라고, 배두나라는 존재를 통해 소리 높여 선언했습니다.
그런 제가 상실로 인해 의욕을 잃고 있어서 어쩌겠다는건가 하고 깨달은 것이지요..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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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다 읽은 당신은 무언가 늘 찾아서 배우는 나를 보고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살고 싶고, 인생 전체는 되는 대로 살고 싶다"라고 했는데, 나는 하루하루는 되는 대로 살면서도 인생 전체는 성실하게 살고 싶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비현실적인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거나, 성공하고자 하는 욕심을 버리면 인생을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공연히 발이 저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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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다가 H가 말을 건넨다. 출근하다 대학자의 인터뷰기사를 읽었단다.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기자의 물음에 대학자는 ‘파겁()‘의 경지에 이를 수 있어야 한다고 대답했단다. 파겁은 익숙하여 두려움이 없고 겸손하고 관대해지는 경지를 말한다.

"정말 대단하지 않아요?"
"...."

딱히 대꾸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얼마나 잘 알기에 두리움이 없을 수 있을까. 그런 경지가 있기나 한가. 그건 종교 아닌가.
하긴 어떤 이에게 공부는 이미 종교다. 각자가 가진 두려움의 무게와 깊이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지만, 연구자에게는 공부는 기댈 수 있는 언덕이자 신념이기도 하다. 글쎄, 나는 그렇게까지 거창한 의미는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내 몫이 있겠지.
내 속도대로, 자신에게 크게 실망하지 말고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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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모테나시, 접객의 비밀 - 마음으로 손님을 대한다 북저널리즘 (Book Journalism) 11
최한우 지음 / 스리체어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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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실은 제 딸아이가 오늘 생일인데요. 이 녀석이 한 해 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오늘은 그 녀석이 많이 그리워서 아내와 함께 생전에 아이가 좋아하던 이 식당 예약을했습니다. 그러니 저희 딸아이가 앉을 자리를 하나 받고 싶은데…… 기다리시는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그러면 자리 옮기는 게 조금 어렵지 않을까 싶네요."
아주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캐스트가 활짝 웃으며 답했다.
"아, 네. 손님, 얼마든지요. 그럼 오늘 같이 오신 따님을위해 의자도 아동 의자로 바꿔서 드리겠습니다."
너무 고마웠다. 마치 아이가 진짜로 와서 함께 옆에 앉아 있는 듯했다. 아내도 옆에 놓인 아동 의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딸아이의 웃음소리를 기억하려고 하는 듯했다. 그때 요리가 나왔다.
"아……. 저희는 2인분을 예약했는데요. 이건 저희가주문한 게 아닌데요?"
캐스트는 A씨 부부의 접시와 함께 주문도 하지 않은 어린이 세트를 가져왔다.
"이건 오늘 같이 오신 따님을 위해서 저희가 준비한 서비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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