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저는 말하기 보다 ‘듣기‘가 훨씬 어려운 행위라는 것을 최근 들어 깨달았습니다. 듣는 사람이 존재함으로써, 만약 상대가 없었다면 혼잣말(모놀로그) 혹은 말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는 것이 대화(다이얼로그)가 됩니다. "아.." 하는 맞장구 하나로 풍성한 커뮤니케이션으로 변합니다. 토론이란 ‘말하는기술을 겨루는 일이겠지만, 뭔가 그것과는 다른 가치관으로 평가의 대상이 되기 어려운 ‘듣기‘라는 행위, ‘상대의 마음이나 생각에 귀 기울이는 자세를 지금 사람들이 가장 잃어가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분명 저는 ‘자기표현‘이라는 말에서 모놀로그적인 ‘일방통행‘의 냄새를 감지하는 거겠지요.
- P58

제가 도착하자 천천히 책상 서랍에서 상자를 꺼내더니 "어디서 받은 건데 난 안 쓰니까 고레 짱 줄게"하며 책상 위에 툭 놓았습니다...
그때 야스다 씨의 회사 사람이 "고레에다 씨, 카르티에시계 받으셨지요. 그건 야스다 씨가 어디서 받은 게 아니라일부러 산 거예요. ‘근데 그 녀석, 시계를 전혀 안 차잖아하고 푸념하셨어요" 라고 알려주었습니다.
시계는 지금도 안 찹니다. 하지만 칸 국제영화제 같은 특별한 행사에 갈 때는 반드시 찹니다. 본인은 레드카펫 같은곳은 절대 걷지 않았겠지만 시계만이라면 괜찮겠죠, 야스다씨.
- P123

그건 <공기인형>에서 인용한 요시노 히로시 씨의 <생명은>이라는 시를 떠올렸기 때문이었습니다.

생명은 그 안에 결여를 품고
그것을 타자로부터 채운다.

영화 속에서 저는 결여란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타자를 향해 열린 가능성이라고, 배두나라는 존재를 통해 소리 높여 선언했습니다.
그런 제가 상실로 인해 의욕을 잃고 있어서 어쩌겠다는건가 하고 깨달은 것이지요..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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