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명가 안동김씨 표정있는 역사 4
김병기 지음 / 김영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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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명문가‘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을 좋아한다. 그들은 돈만 많은 부자가 아니요, 한 두 세대 정치 권력을 잡은 이들도 아니다. 누대에 걸쳐 가풍을 만들고 정치나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미친 가문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과연 그들에게는 일반 가문이나 집안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 이에 대한 궁금증을 가진 이들이 이미 좋은 책을 냈다. 이 분야의 훌륭한 선구자인 조용헌은 <5백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와 <조용헌의 명문가>를 냈다. 이어 최효찬도 <5백년 명문가 지속경영의 비밀>과 <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을 출간했다. 전자가 주로 풍수지리나 인물의 입장에서 접근했다면, 후자는 주로 교육적 입장에서 논하고 있다. 큰 틀에서는 명문가들을 중심으로 사회지도층의 올바른 역할에 대해 논하고 있다. 흥미롭게 읽은 책들이다.

반면 <조선명가 안동 김씨>는 조선 후기 최고 가문으로 부상한 안동 김씨 집안만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당연히 누구를 시조로 하여 어떠한 경로를 통해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까지 오를 수 있었는지 앞서 언급한 책들에 비해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고려 초에 시작된 안동 김씨는 조선 전기에야 안동을 떠나 서울에 자리잡게 된다. 그저 그런 평범한 양반 집안이었지만 병자호란을 거치며 세인들에게 명확히 이 집안은 각인된다. 항복을 거부하고 자폭해 죽은 김상용과 화친을 거부하며 끝까지 항거를 주장한 김상헌 두 형제에 의해 가문은 이름을 날리게 된다. 그들의 자손인 김수항, 김창집, 김조순 등이 차례로 정승이나 권력의 정점에 오르며 조선 후기 최고 가문이 된다. 다소 불명예스런 이름이기도 하지만 정조 사후 시작된 세도정치 60년 동안에는 안동 김씨는 왕권을 능가하는 위치에 서게 된다. 이후 김옥균이나 김좌진과 같은 인물도 배출된다.

위와 같은 사실들을 알게 된 점도 좋지만 안동 김씨가 단순히 정치 권력 쟁취를 통해 명문가 된 점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들은 몸소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쳤으며 이를 사회가 인정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왕이나 양반 사대부들도 동의했다. 후손들은 조상의 유산이 자신들에게는 짐이 될 수 있었으나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것이 세도정치의 이름으로 더럽혀지기도 했으나 자신들 어깨에 올려진 전 세대의 업적을 자신의 대에서 바로 갈아 엎지는 않았다. 어쩌면 자신들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조선은 이들 어리석은(?) 후손들 탓에 19세기 변화의 흐름을 놓치고 수동적 개방 및 근대화의 길로 나서게 된다.

재밌게 읽었다. 새롭게 안 사실도 많다. 15명의 정승, 35명의 판서, 6명의 대제학, 3명의 왕비를 배출한 집안이라면 눈길이 가지 않는가? 게다가 왕의 총애를 업고 절대 권력을 휘두른 그들이기에 더 읽고 싶어졌다. 어쩌면 이 책을 통해 조선의 역사에 대한 남다른 시야를 가지게 될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 책은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1000원에 산 것이다. 제값 이상의 가치를 내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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