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 뛰어넘기 - Learning Fable Series 데이비드 허친스의 학습 우화 시리즈 3
데이비스 허친스 지음, 김철인 옮김 / 바다출판사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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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종의 학습 우화다. 혼자 읽어도 무방하지만 여럿이 함께 읽고 책 내용을 나눌 때 극대화할 점이 많은 책이다. 늑대에게 희생 당하는 양들이 좌절과 반목을 경험하면서 자신들의 지난 날의 잘못을 깨닫고 협력하여 늑대로부터의 위협을 벗어난다는 지극히 간단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의 자신과 우리를 되돌아 볼 수 있고, 우리 조직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반성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런 의미에서 팀원들이 한단계 도 도약하기 위한 토론 교재로 사용하기에 적합니다. 당연히 어린 학생들과 함께 나누어도 좋다. 간단하지만 깊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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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살무늬토기의 추억 - 문학동네 소설 2001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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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김훈의 시작은 <칼의 노래>였다. 처음 보는 글쓰기 형태인데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글의 무게가 읽는 나를 힘들게 만들었다. 주인공의 고뇌(혹은 작가의 문제의식)가 고스란히 독자인 내게 전해져 왔다. 이렇게 부담스러운 책은 처음이었다. 그렇게 나는 김훈의 글에 포섭되어 <현의 노래>, <공터에서>, <흑산>, <강산무진> 등등 그의 소설들을 섭렵했다. 그런데 도저히 그의 첫 작품인 <빗살무늬토기의 추억>은 구할 수가 없었다. 물론 도서관에는 있었지만 애정하는 작가의 잭이니만큼 소장하고 싶었다. 그렇게 이 책의 구매는 10년 여가 연기되었다. 그 기다림은 결국 포기되었고 도서관을 찾았다.

문학잡지인 <문학동네>에 2회 연재된 김훈의 이 소설은 독특하게도 주인공의 생각을 에세이식으로 서술했다. 이런 서술 방식은 이후 그의 소설만의 확고한 형태가 되었다. 그만큼 무겁고 두껍다. 장편「빗살무늬토기의 추억」은 한 소방소장이 화재진압 과정에서 부하 소방관의 사고사를 계기로 부하의 삶을 되새기는 회고 형식의 글이다. 전문용어들이 툭툭 튀어나와 글읽기를 방해하는데 그것은 신문사 사회부 사건기자를 지낸 바 있는 작가의 체험과 관련 수험서 읽기 또한 지인의 경험에 따른 것이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소설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저자 김훈만의 질긴 사유로써 사물의 본질을 파고드는 문장들이다. 그의 내밀한 묘사는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것은 여성작가들의 섬세함과는 다른 결의 그만의 축성법이다.

˝질료의 죽음과 함께 불꽃도 죽는 것이어서, 그것들의 삶과 죽음, 생성과 소멸은 같은 축 위에 놓여 있었지만, 불은 타오름으로 질료를 죽였고 질료는 스러짐으로 불꽃을 타오르게 하다가 이윽고 저 자신의 죽음으로 불꽃을 죽이는 것이었다‘(11쪽)
˝불 속에서 살아서 뛰쳐나간 사람의 돈을 불 속에서 죽어버린 사람이 훔쳤다면 산 자에 의하여 문제가 제기될 수는 있었지만 문제는 다만 하나의 가설로서 접수될 수 있었을 뿐, 그 가설이 부딪치고 비벼져야 할 상대쪽이 죽고 없으므로 가설은 그저 떠도는 가설일 뿐이었다.˝(138쪽)

나는 이 문장들을 몇 번이고 읽고 또 읽었다. 이해가 안 되기도 했지만 이해하고서도 곱씹어야 문장의 맛이 살아났다. 그래서일까 장편이라 하기엔 다소 얇은 책이지만 쉽게 책장을 넘기지 못했다. 이런 문장이 책 전체에 넘쳐난다. 분명 여기서 김훈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훈의 책의 또 다른 특징은 3인칭의 전지적 작가 시점이 없다. 이 책 역시도 그래서 1인칭의 흐름이 이어진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겉만 1인칭이지 실제로는 전시적 시점에서 모두를 주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이 생긴다. 그것인 주인공이 주변인들을 설명하는 하는 대목에서는 더욱 두드러진다. 주변인의 과거사는 물론 생각, 관념 모든 것들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김훈이 좋다. 물론 다른 위대한 작가들도 많지만 김훈 역시도 자신만의 탄탄한 기반을 잘 구축했기 때문이다. 마흔 끝머리에 등단한 그지만 그만큼 탄탄한 내공의 바탕이 있어 지금에 이른 듯하다. 그의 첫 책을 나는 가장 마지막에 읽었다. 거기서 그의 원형을 발견했다는데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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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글쓰기를 부탁해 - 꿈과 끼를 찾는 십대를 위한 글쓰기의 모든 것
한경화 지음, 유영근 그림 / 꿈결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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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마음을 또는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것은 축복이다. 내가 아는 것을 좀 자랑할 수도 있고 내가 모르는 것을 무릎 탁 치며 배울 수도 있다. 아니 적어도 공감하고 공감 받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그런 이들과 함께 나눈 시간은 소중하다. 특히나 교직에 있는 내가 학생들과 특별한 주제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형언할 수 없는 줄거움을 준다. 솔직히 지금까지 깊이 경험해보지 못한 바다. 몇 번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일회성이 강했고 뿌리내리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의 독서동아리를 소중히 생각한다.

독서동아리 활동이 충실해지면서 다른 생각이 슬몃 들었다. 지금까지 책을 읽고 그에 대한 감상문을 쓰는 활동은 잘 진행되고 있는데, 이 학생들의 수준을 한 단계 올리려면 다른 작업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읽고 말하기를 했으면 다음은 글쓰기 아닐까 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래서 짧지만 자신의 생각으로 된 글을 써보면 어떨까 하고 동아리 학생들에게 던지니 정말 확! 물어버린다. 이제 나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는 것이다.

나의 어쭙잖은 글쓰기를 넘어 바탕이 제대로 된 글쓰기 방법과 전략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이 책을 골랐다. 중학생 수준의 학생들에게 딱 적합한 주제들로 구성되어 있다. SNS나 웹툰 쓰기, 시나 소설 쓰기, 각종 감상문 쓰기, 자기소개글, 비평문과 연설문 등. 교과서는 물론 최근 사회가 요구하는 글에 대한 작성법을 중학생 수준에 맞게 소개한다. 고등학생들이 보면 얼핏 유치해 보일 수도 있으나 이 책의 제목처럼 중딩 수준이거나 초등 고학년이면 충분히 소화해낼 수준의 책이다. 너무 큰 기대를 하면 안 되며 이제 막 글쓰기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권한다. 즐거운 도전거리가 풍부하다. 단 글쓰기를 충실히 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진 학생이라는 전제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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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위한 수업 - 행복한 나라 덴마크의 교사들은 어떻게 가르치는가 행복사회 시리즈
마르쿠스 베른센 지음, 오연호 편역 / 오마이북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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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오연호가 직접 쓴 글은 아니다. 마르쿠스 베르센이라는 덴마크의 언론인이 쓴 것을 오연호가 기획. 편역했다. 이 책은 오연호의 전작이었던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 시리즈의 연속 편이라 보면 된다. 덴마크라는 거울을 통해서 우리 사회, 우리 교육의 현실을 보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그는 대체 왜 이런 시도를 하고 있을까?

대단한 지하자원이 있는 것도, 세계적 기업이 많은 것도, 엄청난 역사를 가진 것도 아니지만 덴마크는 어떻게 행복지수 1위의 나라가 되었을까? 이런 의문을 가지고 시작한 오연호의 덴마크 탐구는 그들이 현재와 같은 사회를 만들게 된 데는 교육의 힘이 작용했다고 믿고 있는 듯하다. 물론 덴마크의 힘은 교육 외에도 정치, 사회,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나왔지만 저자가 직접 파고들어 눈으로 확인하고 실천 중인 교육 분야가 가장 먼저 눈에 띈 듯하다.

한국에서 교육을 논한다면 누구와 면담하면 될까? 대학의 교육학과 교수? 지역의 교육을 총괄하는 교육감? 학교를 운영하는 교장? 작금의 한국 현실에서 이들은 우리 교육계를 대표하는 인물들이다. 그리고 사회와 교육계에서 존경을 받는다. 그런데 교실에 있지 않은 그들이 교육계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다. 최전선에 있는 교사들의 의견에 귀 기울였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 교육부의 정책에 대해 일선 교사들이 불만 많다는 것은 안다. 그만큼 한국의 교육계는 불신의 골이 깊고 서로 함께 하려는 힘이 약하다. 그래서일까? 근래 들어서는 교육단체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그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덴마크인인 저자는 한국 사회를 잘 아는 이다. 한국의 문제점을 덴마크 교육과 교사들을 통해 조언한다. 이래라저래라 꼬집어 말하지는 않는다. 10여 명의 덴마크 교사들의 활동을 소개하며, 학생들이 자립적이며 사고하는 민주시민으로 자라도록 어떻게 교사가 지원하는지 안내한다. 사회와 역사의 풍토가 다르기 때문에 덴마크의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그렇지만 덴마크 교사들이 조언하는 바는 힘이 있다. 그것은 한마디로 말해 ‘삶을 위한 수업‘을 하라는 것이다. 즉 10대라는 개인이 어떻게 성숙된 시민으로 성장해 나갈지 함께 고민하고 실천하는 직업이 교사인 것이다. 여기에 나는 교장이라서, 곧 퇴직할 것이라서, 선배인데 하지 않는다. 책 속의 주인공들은 나이와 경력에 관계없이 자신의 소신과 교육관을 그대로 실천한다. 교사가 1명뿐인 섬마을 학교 할머니 선생님도 예외는 아니다.

거울은 나를 비추는 도구지만 책은 거울의 그런 기능을 넘어 남을 통해 나를 보게 한다. 오연호의 시리즈들은 그런 힘들 가지고 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결코 가볍게 놓아 버릴 수 없다. 교사로서 인생 선배로서 무언가 하게끔 만드는 책들이기도 하다. <삶을 위한 수업>은 학생들을 위한 수업이지만 그 주인공은 교사들일 수 있다. 수업을 설계하고 진행하는 주체가 교사이니. 하지만 누가 주인공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훌륭한 수업은 교사와 학생이 함께 성장하는 수업이기 때문이다. 배우고 가르치는 일은 결코 분리될 수 없다. 교학상장의 힘을 믿는다.

오로지 좋은 성적과 좋은 대학 진학에만 매몰된 우리 한국 교육의 현실은 분명 정상적이지 못하다. 그것이 옳지 못한 줄 알면서도 우리는 소리 내 반대를 외치지도 못하고 교육개혁을 통해 더 비정상의 굴레에 갇히고 있다. 덴마크가 100점짜리 사회는 아니겠으나 우리가 변화를 꿈꾼다면 저들의 시도와 의식은 배울만하다고 여겨진다. 제발 교장 연수로 해외를 그만 나갔으면 좋겠다. 거기에 들어갈 시간과 돈으로 책을 사서 토론 활동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선진학교 견학을 수 십 년째 다니고 있지만 우리 교육계의 핵심은 전혀 변하지 않고 있지 않은가. 덴마크 어느 교장의 말처럼 한국에서는 10년이 넘도록 왜 아직도 견학 오는지 모르겠다는 핀잔은 듣지 말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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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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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여름 나기 - <바깥은 여름>을 읽고

사람살이는 예상 밖의 변수로 인해 어느 방향으로 진행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온전한 개인의 삶도 그렇거니와 그를 둘어싼 환경은 그 복잡성을 더한다. 그래서 어떤이는 청년의 미래를 함으로 예단하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청년의 미래는 어떻게 변할지 우리는 전혀 알 수 없다. 그래서 인생은 살만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한편으로는 그런 불안정성 때문에 두려움에 사로잡히는 게 우리네 인생이다.

여기 단편 모음집인 김애란의 <바깥은 여름>을 보라. 누구나 행복을 꿈꿨겠지만 극단적 상황에 내몰린 이들의 안타까움이 잔뜩 묻어나는 이 책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을 잃은 부모, 자신의 분신인 애완견을 하늘로 보내는 아이, 이별을 통보해야 하는 연인, 사고로 남편을 잃은 어느 여인까지. 소설은 평범한 우리 이웃을 소개하는 듯하면서도 그들의 쓰린 내면을 극명히 드러낸다. 차마 이웃들은 알기 어려운, 아니 알아도 어찌할 수 없는 아픔을 지닌 그들을 소개하며 읽는 이들의 가슴을 아리게 한다.

그래서일까? 제목이 ‘바깥은 여름‘이다. 지금 주인공들의 삶은 피폐하고 무너진 차가운 계절의 한가운데 있다. 하지만 바깥은 뜨거운 여름이다. 작가의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불편한 마음 한가득 안아야만 책을 덮을 수 있다. 아니 우울감이 내면에 자리잡아야 책을 읽었다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김애란의 글은 그랬다.

<바깥은 여름>을 읽자니 정리되진 않지만 내안에 독서의 편린들을 남겼다. 첫째는 이 책이 죽음과 이별이라는 헤어짐을 다룬다는 점이다. 책 전체에 어떻게든 이별의 조각들이 들어있다. 특히 가족의. 남은자들에게는 혹독한 형벌을 안기는 그런 류의 이별들이다. 둘째, 김애란의 글에는 어린이들이 중심으로 등장할 때가 많다. 아이의 죽음이든 어떤 행위든. 어린 아들 잃은 엄마가 우연히 찾은 아이의 마지막 글씨(실은 ‘엄마아빠‘를 쓴 낙서다)는 어떤 의미를 던질까? 셋째, 이 소설 속 인물들은 무언가 결핍을 안고 있는 듯하다. 물론 극적 상황에 내몰린 이들의 반응이기도 하겠으나 그 인물들 자체가 가진 결핍도 무시 못한다. 조손가정의 노찬성도 그랬고 다문화가정의 재이도 그랬다. 불안함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 넷째, 김애란의 문체다. 이것은 많은 이들이 인정하는 대목이지 않을까 싶다. 감정의 묘사와 비유적 표현들은 이야!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만들었다. 남자 작가들에게서는 느끼기 어려운 예리하고 섬세한 표현은 그녀의 격을 한단계 높여준다.

<바깥은 여름>은 분명 좋은 글이다. 인간의 아픔과 고뇌를 잘 드러낸다. 가령 김훈이 거대한 담론을 지닌 글을 쓴다면 김애란은 한 개인의 내밀함을 잘 묘사한다. 그들은 대척점에 있는 듯하면서도 서로를 바라보게 한다. 좋은 글이 가진 힘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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