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근동의 신화와 종교 살림지식총서 218
강성열 지음 / 살림 / 200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 이후 서양 학자들에 의해 발견된(!) 고대 근동 세계는 오늘날의 고대 그리스 문명을 뛰어넘는 찬란한 문명을 일구었다. 하지만 발견된 이상 그것을 발견한 이들의 시선을 뛰어넘기 힘들다. 에드워드 사이드에 의해 명명된 ‘오리엔탈리즘‘은 그런 불편하고 왜곡된 의도를 폭로한다.

역사학의 경우 우리의 시선으로 고대 근동을 보기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다. 전공자도 손에 꼽을 정도로 소수이다. 그러니 왜곡된 시선으로 본 서양의 자료를 이용해야만 했다. 우리 학문이 가진 한계다. 대학에서 동양사를 가르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동아시아사의 확장판이지 본격적 아시아사 연구는 아니다. 즉 중국사와 일본사를 넘어서는 학문 연구는 힘든 실정이다. 여기에 고대 근동 역시 예외가 아니다. 국내에서는 일반대학의 종교학과와 신학대학의 신학과를 중심으로 고대 근동 세계를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지만, 역사학에서의 고대 근동은 아직 요원한 분야이다. 그럼에도 경제적, 종교적, 학문적 관심이 점점 커지면서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를 중심으로 하는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작은 문고본은 그런 관심의 작은 증거물이다.

고대 근동 세계의 거주민들은 제각기 자기들의 삶의 자리에 적합한 문명을 발전시키면서 삶의 안전과 평화 및 풍요를 보증받기 위해 다양한 신들을 섬겼다. 그리고 그 신들을 섬기는 데 필요한 여러 종류의 신화와 제의를 개발하였다. 아울러 그들은 신들의 뜻을 알기 위한 방편으로 신탁과 점술 및 주술을 널리 사용하였다. 특히 죽음-부활 의식을 포함하는 다양하 사후 세계 개념을 발전시킴으로써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하였다. 이것들은 지역별로 다소간의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 예외가 없는 현상들이었다. 시공을 넓혀 보면 명멸한 세계의 많은 종교들도 그러한 전철을 겪었다.

그런데 이들 종교 중에서도 출애굽 해방 이후 광야에서의 유랑 생활을 거쳐 팔레스타인 지역(성경에 나오는 ‘가나안‘ 지역)에 집단 이주한 이스라엘 민족의 종교와 문화는 주변 세계와 구별되는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유대교는)다른 신들의 존재를 배척하는 야웨 유일신 신앙을 확립하였다. 주변 민족들이 여러 신들을 섬기며 성적 표현을 통해 풍요와 다산을 기원했다면 이스라엘인들은 야웨를 중심으로 한 신앙생활을 영위하였다.

둘째, 종교생활의 규범과 표준이 되는 성경을 확정하여 성경 밖의 다른 문서들이나 자료들롭터 비롯되는 위험을 차단하였다. 여타 종교들은 왕권(혹은 국가)과 결탁하여 그와 관련된 자료들을 많이 생성해냈지만 종교생활을 유지해나가기 위한 바탕으로서의 경전을 만들지 않았다. 그런데 이스라엘인들은 경전을 만들어 신앙생활의 기본으로 삼았다.

셋째, 풍요와 안정의 추구보다는 야웨 하나님의 구원 은총에 대한 응답으로서의 성격을 갖는 제의 개념을 강조하였다. 즉 성경의 출애굽기와 레위기에 나오는 것처럼, 제의가 본질적으로 출애굽 구원의 은총에 대한 반대급부로 이스라엘에게 요구되는 것이다. 약소국이었던 이스라엘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의 사이에서 문화적, 경제적 교류와 전쟁을 통한 강압이 있었음에도 자신만의 고유한 종교적 전통을 지켜내고 오히려 강화해 나갔다. 분명 독특한 문화 현상이다. 이점은 여진이나 거란처럼 중국화되지 않고 주체성을 지켜온 우리 문화를 이해하는 비교 자료로 수용할만 하다.

이 책은 90쪽이 조금 넘는 아주 얇은 책이다. 본문은 메소포타미아(수메르, 악카드, 앗수르), 이집트, 시리아-팔레스타인(가나안) 그리고 이스라엘까지 고대 근동의 문화를 종교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분량은 적지만 제법 다양한 신들이 출현하여 결국 내용을 제대로 소화해내기가 쉽지 않다. 솔직히 나는 신들 이름의 대부분을 잊어버렸다. 기억력이 떨어지는 나를 어쩌겠는가. 책의 제일 뒷 장이 이스라엘과 성경에 대한 내용이란 점은 이를 좀 더 강조하고픈 신학 전공인 저자의 의도로 보인다. 즉 기독교가 핵심이란 것이다. 고대 근동 세계에 관심을 가진 이라면 가볍게 읽을만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