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딸아이가 학교 숙제라며 ‘도서관의 역할‘을 물어왔다. 내 머리 속에 정답이 들어있을리 없으니 이리저리 눈과 머리 굴리며 정답을 찾아야했다. 그리하여 내린 결론은 
1. 책을 보관하고 대출,반납 업무를 하는 곳 
2. 책이나 그와 관련된 문화행사를 진행하는 곳 
3. 지역사회의 독서활성화를 추진하는 곳
4. 궁극적으로는 독서의 생활화를 통해 문화 발전에 이바지하는 곳
나는 이렇게 세가지 정도로 정리해 보았다. 물론 다분히 내 주관적인 생각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주장들이 있을 수 있겠으나 개인적으로는 여기에 만족하는 편이다.

몇 일 전이었다. 지방선거를 위한 유세전이 한창이던 내 고장의 시내를 지날 때였다. 파란색의 점퍼를 입은 어느 연설가가 외쳤다. 지금 시장의 무능을 주장하며 그 근거로 도서관 정책의 문제점을 거론했다. 현 시장 재임 중에 중앙도서관의 리모델링을 추진했는데, 도중에 애초 계획을 변경하여 개인열람실을 없앴고 비용도 훨씬 더 많이 추가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열람실을 없앴고 이점이 여러 공부하는 사람들의 분노를 일으켰다는 내용이었다. 뭐 결론은 시장이 바뀌어야한다는 거? 웃긴 사실은 그들 모두 한때 파란 점퍼를 입던 집단이었던 점이다. 시장이 바른정당으로 당적을 옮기면서 적대시하게 된 것이다.

위와 같은 주장은 도서관 리모델링 공사 때부터 문제시되었지만 결국 관철되었고 도서관은 현재와 같이 변모되었다. 사실 내부 공간은 예쁘게 바뀌었으며 책을 읽고 즐기기에 편리하게 변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일부 시민들은 지역 학생 및 수험생들이 공부할 공간이 줄어들어 도서관이 현실적 역할을 외면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하여 그들은 시내 곳곳에서 집회 및 서명행사를 열었다. 지역 신문을 보니 지금도 이 행사는 진행중인 모양이다. 아마도 현 시장에 대한 평가는 이번 선거를 통해 드러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이미 이 글의 첫머리에서 개인적 답을 내놓았다. 도서관의 본래 기능은 시험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책을 읽고 빌리고 보관하는 곳이어야 한다고 말이다. 시험 공부는 집, 학교 도서관, 독서실 등에서 하면 그만이다. 공공도서관은 그 본래의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 본질을 외면할 때 공공성의 목적은 변질될 수밖에 없다. 이점은 현재 한국의 많은 특수목적고들이 처한 상황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들은 외국어 잘하는 인재양성의 본질을 벗어나 대한 잘보내는  진학교육 양성소로 변질되었고 현 정부들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앞에서 말한 어느 파란색 점퍼의 유세가의 주장에 내 심장이 펄쩍 뛰어올랐다. 아무리 표가 궁해도 그렇지 도서관 기능을 시험 공부하는 곳으로 축소시켜버린 그의 주장도 그랬고, 한때 같은 편이었다가(아마도 도서관 리모델링 표결 때 찬성했던 이들) 당적을 달리했다고 이렇게 다른 말할 수 있는가 해서였다. 나는 현 시장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그의 도서관 정책만큼은 인정하는 편인데...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수도권 내에서도 매우 작은 도시이다. 공단과 같은 세금수입원도 거의 없는 곳이다. 그러니 지역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는 시민 친화적인 복지정책들이 우선시 될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책의 도시‘라는 구호를 외칠까. 그래서 나는 만족하며 살지만. 이 지역에 도서관이 다수 있지만 동별로 더 생기고 지역에 특화된 곳도 세워지길 기대한다. 그리하여 그곳에서 여러 벌레들이 나타나길 꿈꾼다. 책벌레들. 

잡설이 너무 길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8-06-09 1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knulp 2018-06-10 01:15   좋아요 1 | URL
ㅎㅎ 전국이 애서가의 도시라는 말에 빵~ 터졌습니다. 정말 그런거 같네요. 책을 억지로라도 읽어야할 것 같은 부담도 오네요. 주말 잘 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