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칵 마음이 쏟아지는 날 - 아무 일 없듯 오늘을 살아내는 나에게
가와이 하야오 지음, 전경아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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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유일한 멘토, 융 심리학의 제 1인자가 들어주는 삶의 고민들’이라는 소개가 시선을 확 잡아끄는 책 <왈칵 마음이 쏟아지는 날>을 읽었다. ‘왈칵’이라는 부사를 떠올리면 ‘눈물’이 먼저 생각나는데, 뭔가 왈칵 '마음'이 쏟아진다고 하니까 더 슬픈 느낌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시인이자 동화작가인 구도 나오코가 묻고 가와이 하야오가 그에 대해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엮은 책이다. 책에는 힘든 날을 묵묵히 살아내고 있는 지친 사람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위로와 조언이 담겨져 있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흔들리는 마음.. 뜻대로 되지 않는 마음 때문에 힘들고 벅찬 나날들.. 그래도 어쩌겠냐.. 참고 버티고 살아내야지.. 생각하며 사는데, 그런 날들이 모이고 모여 어떤 날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지경이 되었을 때, 왈칵 마음이 쏟아지는 것 같은 날, 그럴 수 있다며 그래도 괜찮다고 다독여주고 내 마음을 받아주는 것 같은 책이었다. 힘들지만 마음을 잘 달래서 또 살아가야지, 라고 생각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었다.

 

내게 어떤 힘든 일이 있을 때, 이것이 나만 겪는 일은 아니라는 거, 나만 이렇게 힘든 건 아니라는 사실이 의외로 힘이 될 때가 있다. 나만 이런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것은 아니야. 이런 고민이 있다고 해서 세상이 다 무너지고 끝나는 건 아니야... 책에 소개된 여러 사례들, 그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정말 마음이란 것은 시도 때도 없이 변하니 종잡을 수 없다. 하지만 결국 내 마음을 결정하고 보듬어주는 것은 나 자신이다. 흔들리는 건 당연하니까 그래도 내 마음 중심 곁에 있어주며 묵묵히 내 마음을 들어주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그저 곁에 있어주는 것 그리고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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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이사카 고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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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처음에 제목을 보고 무슨 뜻인지 참 궁금했었다. 독일어로 작은 밤의 음악이라는 뜻이라던데.... 뭔가 잔잔하고 달콤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클래식에 있어서 문외한인 나는 이 책을 시작할 때부터 끝마칠 때까지도 여전히 제목이 낯설었다. 찾아서 들어보니 모차르트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라서 그런가 클래식을 잘 안 듣는 나도 음악은 너무나 익숙하더라.. 근데 이상하게도 제목이 입에 안 붙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이 책은!!! 이사카 고타로의 연애 소설이다. 그 사실을 알고 나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이사카 고타로가 연애 소설을??? 이었다. ㅋㅋ 연애소설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고 말했던 이사카 고타로가 쓴 연애소설은 과연 어떤 느낌일까? 너무 궁금해졌다.

 

총 6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과 인연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들의 소소한 만남에 대한 이야기.. 단편소설이라기보다는 연작소설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서로 다른 이야기인 것처럼 보이지만 읽다보면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읽는 동안 잔잔하고 편안해서 좋았다. 소설 속이나 드라마 속에서나 만날 수 있는 뜨겁고 특별하기만 한 이야기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 있을 수 있는 조금은 특별한 일들이라 그런가. 담백하고 사랑스러운 느낌이 좋았다.

 

첫 번째 이야기 ‘아이네 클라이네’는 가수 사이토 가즈요시로부터 작사를 의뢰받았다가 가사 대신 쓴 소설이라고 한다. 또, 사이토 가즈요시의 싱글 앨범에 부록으로 두 번째 이야기를 수록하기도 하고, 거기에 몇 편의 이야기가 덧붙여지면서 이 책이 탄생하게 된 것 같다. 다섯 번째 이야기 ‘메이크업’은 읽으면서 이게 연애 이야기가 맞나 싶어서 읽는 동안 어리둥절했는데 읽고 나서는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였다.

 

그때 거기 그 사람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고 생각해본 적 있는가? 만남이라는 그 순간이 참 신기한 것 같다. 우연이 겹치는 것도 신기하고... 그 만남이라는 게 좋았든 싫었든 어쨌든 그 순간 그 자리에 그 사람이 있어서 인연을 맺게 되는 것인데, 그 순간에는 못 느끼더라도 지나고 나서 크게 다가오는 것 같기도 하다. 지금 별 생각 없이 스쳐가는 만남이 특별한 인연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설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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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째 매미 사건 3부작
가쿠타 미쓰요 지음, 장점숙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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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터널을 빠져나온 느낌이다. 터널 끝의 햇살은 눈부시다. 터널을 나와 뒤를 돌아본다. 또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지려고 한다.’ 다 읽고 이 먹먹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고민이었는데, 옮긴이의 글에서 딱 좋은 문장을 발견했다. 그렇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나도 터널을 지나는 것 같았다. 그리고 한 장 한 장 넘기며 터널 끝에 와서 보니 햇살은 눈부시다.

 

최근에 출간된 <언덕 중간의 집>에 관심이 생겨서 살펴보다가 그 책이 가쿠타 미쓰요의 사건 3부작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사건 3부작의 시작이 이 책 <8일째 매미>라는 이야기를 듣고 이 책 먼저 읽어보자 생각이 들어 읽기 시작했다. 이야기는 크게 둘로 나뉜다. 1장은 여자 주인공 기와코가 불륜 상대의 집에서 6개월 된 아기를 몰래 데리고 나와 약 3년 반 동안 도망 다니며 키우는 이야기이고, 2장은 그 아이가 성인이 된 십여 년 후의 이야기이다.

 

기와코는 그저 아기의 얼굴을 딱 한 번만 보고 싶었다. 사랑해서는 안 될 사람을 사랑했던 기와코는, 그 남자의 아내가 낳은 아기의 얼굴을 그저 딱 한 번만 볼 생각이었다. 근데 정신을 차려보니 아이를 안고 도망치고 있었다. 유괴했다는 사실을 숨기고, 친구 집이나 철거 촌을 떠돌다 수상한 종교 집단에서 운영하는 엔젤 홈이라는 곳으로 숨기도 한다. 그러다 마지막엔 엔젤 홈에서 만났던 여자의 고향인 한 아름다운 섬까지 도망친다. 자신이 직접 낳은 아이는 아니지만 그녀에게는 이 아이가 전부였다. 하지만 결국 붙잡히고 마는데...

 

십여 년이 흘러 성인이 된 에리나는 어렸을 때 유괴됐었다는 사실과 그 사건으로 인해 까발려진 자신의 진짜 가족의 치부 때문에 괴로워한다. 왜 하필 자신이었던 걸까. 가족과 유괴범을 증오하고 거리 두며 살아온 시절... 살기 위해 증오하지만 유괴범의 삶과 비슷해진 자신의 처지.. 어느 날 유괴됐을 당시 엔젤 홈에서 함께 자랐던 지구사라는 여자가 찾아오면서 에리나는 지구사와 함께 피하려고만 했던 과거를 제대로 바라보려 한다.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했다. 등장인물들이 너무 외롭고, 답답하고, 불쌍하고, 쓸쓸했다. 어두운 터널을 걷는 느낌.... 체포되는 순간에도 그 아이, 아직 아침을 안 먹었어요.. 라고 말하던 기와코의 모습이 어찌나 안타깝던지.. 하지만 2장의 끝에서 그래도 희망을 봤다. 인생이 그렇게 가혹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것. 희망이 느껴져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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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잘 먹었습니다 - 힘든 하루의 끝, 나를 위로하는 작은 사치
히라마쓰 요코 지음, 이영미 옮김 / 인디고(글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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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술을 마시고 혼자 영화를 보는 등 혼자인 것에 이상한 시선을 보내는 것 같다. 불쌍하다거나, 외로울 것 같다거나, 친구도 없나, 뭐 그런? 혼자 영화를 보러 가면 쑥덕대는 이들이 신기하게도 여전히 있고, 혼밥 레벨 10단계? 같은 것들도 있다. 그래도 예전보다 이상하게 보는 시선이 줄어든 것이 어디냐 싶기도 하다. 일본에서는 우리나라보다 혼밥하기가 더 편한 것 같다. 1인 식당도 많고 ~

 

난 혼밥이 익숙한 편이다. 그래서 이 책 <혼자서도 잘 먹었습니다>라는 혼밥 예찬 에세이가 공감됐고,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인 것 같은데도 읽는 동안 무척 재밌었다. 책 속에는 여러 이유로 혼밥을 시작한 후 예상외의 즐거움을 경험한 사람들의 혼밥 예찬 이야기가 담겨 있다. 총 20개의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각 에피소드가 분량도 짧은 편이고 나눠 읽기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돌솥비빔밥이나 한겨울의 우동, 도시락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다.

 

주인공은 늦은 밤 야근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먹었던 돌솥비빔밥.. 나는 한때 이 돌솥비빔밥을 점심으로 자주 먹었었다. 뜨거워서 먹는 데 꽤 시간이 걸리긴 하는데 그 어떤 메뉴보다 먹고 나면 든든하고 만족스러웠다. 막 내 앞에 놓여 졌을 때 그 지글지글, 바직, 바지직, 타닥타닥 소리... 손이 닿지 않게 조심조심하며 쓱쓱 비벼, 후후 불어가며 열심히 먹었었다. 바닥에 붙은 건 또 왜 그리 맛있던지. 나에게 돌솥비빔밥은 오후를 버티게 해줬던 메뉴였다.

 

우동은 정말 한겨울, 그리고 밤에 잘 어울린다. 두꺼운 우동 면발을 후루룩~ 국물도 후후 불어 후루룩 후루룩~ 도시락은 좀 의외였다. 나는 도시락을 싸서 다녔던 적이 없고, 소풍이나 백일장에는 무조건 김밥이었고ㅋㅋ 나에게 도시락하면.. 편의점 도시락이 제일 먼저 생각나고, 밥 먹을 시간이나 돈이 약간 부족할 때? 찾게 되는 것이지, 이 책의 도시락 에피소드의 제목처럼 느긋한 기분을 만끽하고 싶을 때 찾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근데 그 기분은 알 것 같다. 벤치에 앉아서 날씨 좋은 날에 먹는 도시락의 맛 ~ 그나저나 매일 도시락 싸는 일은 아.. 너무 힘들 것 같다. 난 10분이라도 더 자는 걸 선택할 것 같아....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다 같이 먹는 밥도 맛있지만, 혼자 먹는 밥이 더 맛있고 좋을 때도 많다. 시간과 메뉴를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고, 굳이 어색한 분위기를 띄우려 머리를 쥐어뜯지 않아도 되고, 상대에 식사 속도를 맞추느라 제대로 먹지 못할 필요도 없으니까. 꼭꼭 씹어 먹으며 음식의 맛을 더 음미할 수도 있다. 편하고 만족스러운 시간.... 나에겐 혼밥이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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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중간의 집 사건 3부작
가쿠타 미츠요 지음, 이정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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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쿠다 미츠요의 소설 중에서는 <종이달>이 가장 유명한가? 영화나 일드로도 유명해서 아마 책을 읽은 사람도 많을 것 같다. 아쉽게도 나는 아직 <종이달>을 읽어보지 못했는데 얘기는 아주 많이 들어서 제목과 내용은 대충 알고 있었다. 어쩌다보니 책으로는 계속 미루기만 하고 아직 못 읽어서 아쉬운 작품이었다. 이 책 <언덕 중간의 집>은 그 작가의 신작 소설이고, <8일째 매미>, <종이달>과 함께 사건 3부작이라고 한다. 이번 기회에 작가의 사건 3부작을 다 읽고 싶어서 검색해봤는데 <8일째 매미>는 절판됐더라. 자주 가는 도서관에 혹시 있나 검색해봤더니 있어서 <언덕 중간의 집> 읽기 전에 먼저 읽을 수 있었다. 아직 서평은 쓰지 않았지만^^;; 어쨌든 이번에는 <언덕 중간의 집>이다!!!

 

주인공 리사코는 세 살 딸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주부이다. 어느 날, 리사코는 법원으로부터 영유아 살해사건 형사재판의 보충 재판원으로 선정되었다는 통지를 받는다. 최근 발생한 그 영유아 살해사건은 미즈호라는 30대 여성이 자신의 8개월 된 딸아이를 욕조에 빠뜨려 살해한 사건이었다. 이후 이 소설은 리사코의 육아 일상과 재판 과정이 교차되며 진행된다. 처음에는 리사코 역시 미즈호를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리 육아가 어렵다고 해도 어떻게 자기 딸을 죽일 수 있는 건지. 하지만 보충 재판원으로서 이 사건을 공정하게 판단하기 위해 사건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리사코의 심리에는 변화가 생긴다. 미즈호의 삶에서 자신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리사코 자신이라고 미즈호의 입장이 되지 말란 법이 있을까.

 

어린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이 읽는다면 많이 공감할 것 같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 같다. 육아는 여자의 몫이라는 생각은 일본이라고 다를 게 없나 보다. 끊임없이 울어대고 떼쓰는 아기, 냉정한 남편의 차가운 말들, 시어머니의 무시와 대립, 누구에게도 진정으로 이해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외롭게 홀로 육아를 해야 했던 아이 엄마...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이를 죽여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 상황이 있기 전에 아이 엄마의 입장을 누군가는 알아줬어야 했다. 차가운 말로 비난하고, 비교하며 상처주지 말고, 아이 엄마의 마음을 이해해줬어야 했다. 자신의 잘못에 대한 책임은 반드시 져야 할 것이겠지만 안타까운 마음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8일째 매미>도 그렇고 <언덕 중간의 집>도 그렇고 이 작가는 인물의 미묘한 심리를 잘 다루는 것 같다. 두 작품 다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했다. 특히 이 <언덕 중간의 집>은 지극히 일상적인 언행이 주는 상처를 너무나도 잘 꼬집어내서 보여주고 있어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작가가 의도한 게 말의 애매함? 어떤 말이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이나 상황, 관계에 따라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그런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하는데.. 이 작품을 읽어보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사건 3부작 중 아직 못 읽은 <종이달>을 얼른 읽어야겠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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