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째 매미 사건 3부작
가쿠타 미쓰요 지음, 장점숙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긴 터널을 빠져나온 느낌이다. 터널 끝의 햇살은 눈부시다. 터널을 나와 뒤를 돌아본다. 또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지려고 한다.’ 다 읽고 이 먹먹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고민이었는데, 옮긴이의 글에서 딱 좋은 문장을 발견했다. 그렇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나도 터널을 지나는 것 같았다. 그리고 한 장 한 장 넘기며 터널 끝에 와서 보니 햇살은 눈부시다.

 

최근에 출간된 <언덕 중간의 집>에 관심이 생겨서 살펴보다가 그 책이 가쿠타 미쓰요의 사건 3부작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사건 3부작의 시작이 이 책 <8일째 매미>라는 이야기를 듣고 이 책 먼저 읽어보자 생각이 들어 읽기 시작했다. 이야기는 크게 둘로 나뉜다. 1장은 여자 주인공 기와코가 불륜 상대의 집에서 6개월 된 아기를 몰래 데리고 나와 약 3년 반 동안 도망 다니며 키우는 이야기이고, 2장은 그 아이가 성인이 된 십여 년 후의 이야기이다.

 

기와코는 그저 아기의 얼굴을 딱 한 번만 보고 싶었다. 사랑해서는 안 될 사람을 사랑했던 기와코는, 그 남자의 아내가 낳은 아기의 얼굴을 그저 딱 한 번만 볼 생각이었다. 근데 정신을 차려보니 아이를 안고 도망치고 있었다. 유괴했다는 사실을 숨기고, 친구 집이나 철거 촌을 떠돌다 수상한 종교 집단에서 운영하는 엔젤 홈이라는 곳으로 숨기도 한다. 그러다 마지막엔 엔젤 홈에서 만났던 여자의 고향인 한 아름다운 섬까지 도망친다. 자신이 직접 낳은 아이는 아니지만 그녀에게는 이 아이가 전부였다. 하지만 결국 붙잡히고 마는데...

 

십여 년이 흘러 성인이 된 에리나는 어렸을 때 유괴됐었다는 사실과 그 사건으로 인해 까발려진 자신의 진짜 가족의 치부 때문에 괴로워한다. 왜 하필 자신이었던 걸까. 가족과 유괴범을 증오하고 거리 두며 살아온 시절... 살기 위해 증오하지만 유괴범의 삶과 비슷해진 자신의 처지.. 어느 날 유괴됐을 당시 엔젤 홈에서 함께 자랐던 지구사라는 여자가 찾아오면서 에리나는 지구사와 함께 피하려고만 했던 과거를 제대로 바라보려 한다.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했다. 등장인물들이 너무 외롭고, 답답하고, 불쌍하고, 쓸쓸했다. 어두운 터널을 걷는 느낌.... 체포되는 순간에도 그 아이, 아직 아침을 안 먹었어요.. 라고 말하던 기와코의 모습이 어찌나 안타깝던지.. 하지만 2장의 끝에서 그래도 희망을 봤다. 인생이 그렇게 가혹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것. 희망이 느껴져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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