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중간의 집 사건 3부작
가쿠타 미츠요 지음, 이정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가쿠다 미츠요의 소설 중에서는 <종이달>이 가장 유명한가? 영화나 일드로도 유명해서 아마 책을 읽은 사람도 많을 것 같다. 아쉽게도 나는 아직 <종이달>을 읽어보지 못했는데 얘기는 아주 많이 들어서 제목과 내용은 대충 알고 있었다. 어쩌다보니 책으로는 계속 미루기만 하고 아직 못 읽어서 아쉬운 작품이었다. 이 책 <언덕 중간의 집>은 그 작가의 신작 소설이고, <8일째 매미>, <종이달>과 함께 사건 3부작이라고 한다. 이번 기회에 작가의 사건 3부작을 다 읽고 싶어서 검색해봤는데 <8일째 매미>는 절판됐더라. 자주 가는 도서관에 혹시 있나 검색해봤더니 있어서 <언덕 중간의 집> 읽기 전에 먼저 읽을 수 있었다. 아직 서평은 쓰지 않았지만^^;; 어쨌든 이번에는 <언덕 중간의 집>이다!!!

 

주인공 리사코는 세 살 딸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주부이다. 어느 날, 리사코는 법원으로부터 영유아 살해사건 형사재판의 보충 재판원으로 선정되었다는 통지를 받는다. 최근 발생한 그 영유아 살해사건은 미즈호라는 30대 여성이 자신의 8개월 된 딸아이를 욕조에 빠뜨려 살해한 사건이었다. 이후 이 소설은 리사코의 육아 일상과 재판 과정이 교차되며 진행된다. 처음에는 리사코 역시 미즈호를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리 육아가 어렵다고 해도 어떻게 자기 딸을 죽일 수 있는 건지. 하지만 보충 재판원으로서 이 사건을 공정하게 판단하기 위해 사건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리사코의 심리에는 변화가 생긴다. 미즈호의 삶에서 자신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리사코 자신이라고 미즈호의 입장이 되지 말란 법이 있을까.

 

어린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이 읽는다면 많이 공감할 것 같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 같다. 육아는 여자의 몫이라는 생각은 일본이라고 다를 게 없나 보다. 끊임없이 울어대고 떼쓰는 아기, 냉정한 남편의 차가운 말들, 시어머니의 무시와 대립, 누구에게도 진정으로 이해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외롭게 홀로 육아를 해야 했던 아이 엄마...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이를 죽여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 상황이 있기 전에 아이 엄마의 입장을 누군가는 알아줬어야 했다. 차가운 말로 비난하고, 비교하며 상처주지 말고, 아이 엄마의 마음을 이해해줬어야 했다. 자신의 잘못에 대한 책임은 반드시 져야 할 것이겠지만 안타까운 마음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8일째 매미>도 그렇고 <언덕 중간의 집>도 그렇고 이 작가는 인물의 미묘한 심리를 잘 다루는 것 같다. 두 작품 다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했다. 특히 이 <언덕 중간의 집>은 지극히 일상적인 언행이 주는 상처를 너무나도 잘 꼬집어내서 보여주고 있어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작가가 의도한 게 말의 애매함? 어떤 말이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이나 상황, 관계에 따라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그런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하는데.. 이 작품을 읽어보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사건 3부작 중 아직 못 읽은 <종이달>을 얼른 읽어야겠다.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