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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노래
김중혁 지음 / 마음산책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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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 작가를 처음 알게 된건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을 통해서였다. 지금도 운영되고 있는 책과 관련된 이 팟캐스트에서 흑임자 역할로 진행자 이동진과 함께 책 이야기를 맘껏 쏟아내고 있다. 재치있는 입담과 듣기 좋은 목소리, 안면 있는 작가들이 게스트로 나올때마다 쑥스러워하면서도 할 질문은 하는 센스까지 갖춘 김중혁 작가. 그런 그가 쓴 에세이라서 서평 책 추천책 중 한권으로 내가 추천하기도 했던 <모든게 노래>.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라는 소재, 그리고 김중혁 작가의 글솜씨까지 합해진 이 에세이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모여있으니 당연히 눈길이 갈 수 밖에. 그렇게 좋아하는 것들이 모여서 조화를 이루기도 어려운데 <모든게 노래>는 썩 마음에 들었다. 아니 꼭 마음에 들었다.

 

 

 


개인적으로 김중혁 작가는 소설가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가 산문집을 낸 것도 알고 있었고, 칼럼을 쓰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왜인지 소설책은 읽어본 적이 있으나 산문집은 읽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산문을 쓸 때의 글솜씨는 어떤걸까 궁금했다. 소설처럼 상상력이 넘치는 글일까? 김중혁 작가의 산문은 철저히 현실에 근거하는 글이다. 자신이 겪은 것, 생각했던 것에 기반을 둔 생활글.(생활툰이라는 용어가 있는 웹툰처럼 생활글이라는 용어 또한 사용가능할 것 같아서 적어봤다) 괄호 안에 따로 적힌 재기발랄한 생각들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는 '술술 잘 읽히는 순함 속에 숨어있는 재치'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빨간책방>에서도 끊임없이 아이팟 이야기를 하면서 음악 얘기도 빼놓지 않더니(김중혁 작가는 빨간책방에서 애플성애자로도 불린다),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노래를 많이 알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나이대가 반영하듯 나와는 많은 세대 차이가 나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지만, 한 가수에 대해서 조금 더 깊이 넓게 아는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 요즘처럼 음원유통 사이트에서 미리듣기가 가능한 1분안에 승부를 봐야하는 치열한 후크송들이 도래하기 전에, 카세트 테이프가 늘어지게 들었고, 더블데크로 누군가에게 녹음을 해 주기도 했으며, 씨디 한 장을 소중히 여겼던 그때의 감성들이 살아있는 그 시절의 음악들이 글 속에 생생히 드러난다. 물론 작가의 경험과 함께.

 

 

 

 

모든 이야기는 노래로 시작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노래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적이 더 많다. 근데 신기한게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가도 음악 이야기로 돌아간다. 한참 소설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그 이야기가 노래 속 한 줄의 가사와 섞여서 자신의 경험을 노래 이야기로 풀어낸다. 부족하거나 한다면 노란 박스안에 글을 더 붙이기도 하면서 글을 풀어내는 능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빨간책방> 속의 그 재치가, 책을 읽는 내내 자동음성지원이 되는 듯해서 더 친숙해진 느낌이라고나 할까.

 

책 속에서 가장 와 닿은 것은 "음악을 들을 때마다 뮤지션들의 시간을 생각한다. 가사를 쓰고, 곡을 만들고, 연주를 하고, 녹음을 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발매를 하는 뮤지션의 시간을 생각한다. 모든 노래들은 시간을 이겨내고 우리의 귀로 전송된 음악들이다" 라는 문단이었다.

 

나는 적어도 어떤 식으로 녹음이 이뤄지는지 믹싱이 이뤄지는지 조금은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의 노력을 조금이나마 모르는 사람들보다는 많이 느낄 수 있었고, 그들의 노고를 위해서라도 한 곡도 마음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렇기에 김중혁 작가의 저 문단은 내가 굉장히 동의하는 바이다. 그래서 나는 적어도 1분 미리듣기로 섣부르게 판단하지 않는다. 조금 시간이 걸릴지라도, 내가 원하는 느낌의 곡이 아닐지라도 충분히 들어본 후에 골라낸다. 조금 더 좋아하는 곡인지 아닌지.

 

 

 

 

 

 

책속엔 이렇게 손글씨와 함께 김중혁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들도 함께 실려있다. 본인 일러스트도 함께.(ㅋㅋㅋㅋ 작가 본인과 일러스트가 너무나도 닮았다) 이런 손글씨에서 느껴지는 한땀 한땀의 기운이 독자를 기분 좋게 한다. 마지막 부분에는 자신이 10년 전쯤에 썼었던 노래 추천 리스트를 실어놓았다. 아는 노래가 루시드폴 뿐이라 나머지 곡들은 직접 찾아들어봤는데, 위에서 적어뒀던 김중혁 작가의 노래의 깊이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덧) 솔루션스, 루싸이드 토끼, W & JAS, 빅베이비 드라이버, 캐스커, 페퍼톤스 등 일반인들은 그렇게 많이 알지 못할 것 같은 인디씬 그룹들을 속속들이 이야기하는 걸 보니, 한국음악에 대한 이해도 또한 높은 듯 하다. 아니, 작가님은 언제 그렇게 많은 음악을 듣는건가요?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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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수업]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인생수업 -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법륜 지음, 유근택 그림 / 휴(休)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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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유엔에서 전세계 156개국을 대상으로 국민 행복도를 조사한 <2013 세계 행복 보고서>가 발표됐다고 한다.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한 리서치를 토대로 하는 이 보고서는 한국이 41위로 동아시아 국가에서 가장 높은 순위였고, 덴마크, 노르웨이, 스위스가 순서대로 1위부터 3위까지였다.

 

행복 / 행복함 / 행복하기.

 

사실 행복을 지표로 나타낼 수 있는 건지는 의문이 따른다. 중학교 도덕책에도 나왔던 "행복은 경제력 순이 아니잖아요"라고 했던 방글라데시의 이야기도 그렇고, 올해 나온 보고서도 그렇고 어떤 것이 더 옳다 그르다 할 수 없는, 그저 지극히 주관적인 감정이 '행복' 아닐까. 행복이 삶의 전부일 수는 없겠지만 누구나 부러워할 인생은 행복한 인생이라고 박제되어 있는 생각 속에서 '행복'은 어쩌면 살아가면서 평생 이루고 싶은 목표일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고민하지만 현재를 살아감에 있어 '행복'을 잊어버리고 살아가곤 한다. 세상에 많고 많은 말들 중에서 우리가 가장 많이 쓰고 있지만 정작 현실에는 행복한 사람들이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만들어지는, 말 그대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꿈이자 로망인 단어 '행복'. 갈수록 살기 팍팍해지는 경제난 속에서 이 단어는 점점 더 멀어져만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듣기만 해도 좋은 말인 '행복하기'가 언제부터 뜬구름 잡는 말로 변했을까. 이 책 <인생수업>은 그 이유를 바로 '욕심'에서 찾는다. 자신의 마음에 들어 있는 욕심 때문에 마음을 놓지 못하고 불평 불만을 늘어놓게 되는 것이라고. 늙어가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속 젊고 싶은 욕심 때문에, 이미 옆에 없는 사람을 계속 옆에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떠올리고 싶어하는 욕심 때문에 마음이 복잡해진다고 말이다.

 

 

 

 

 

 

 

책은 구구절절 옳은 말 뿐이다. 어느 한구석 옳지 않은 말이 없다. 하지만 실천은 쉽지 않다. 책의 모든 것을 이미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처럼 쉽게, 저자인 법륜스님처럼 실천하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특히나 인상깊었던 부분은 죽음과 관련되어 떠나간 사람을 놓아주어야 할 때의 이야기인데, 이때의 스님의 어투는 단호하기까지 하다. 삶과 죽음은 하나의 변화일 뿐임을 받아들여야 하고, 떠난 사람 때문에 살아 있는 사람이 오래 아파할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살아있는 사람 마음 편하자고 과거를 끄집어 내고 되돌이키고 때마다 상기시키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라고 말이다.

 


우선 마음을 편하게 가져야 조금 더 여유를 가져야 행복할 수 있다는 것.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차마 마음의 욕심을 놓지 못하고 조금이라도 부여잡고 있던 것들의 손을 놓기는 아쉽다. 양껏 두 손에 움켜 쥐었던 욕심이란 덩어리를 내려놓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군다나 스님처럼 선을 쌓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닌, 삶의 한 발자국들이 모두 다 욕심의 연장선상에 있는 속세의 사람으로서는 더더욱. 말처럼 쉽지 않은 행복이란 단어는 언제쯤이면 내게 익숙해 질 수 있을까.

 

 

 

 

 

내려놓기 받아들이기 무엇에든 얽매이지 않고 나한테 먼저 만족하기.

비교하지 않기. 내일로 미루지 않기. 걱정하지 않기.

 

 

 

 

 

 

내가 지금 얼만큼 행복한지 되돌아보게끔 만드는 책 <인생수업>

이 글은 스님의 마지막 에필로그에 적혀 있는 마지막 문단이다.

마음의 욕심이 자꾸 내려놓아지지 않을때, 한번씩 생각날 책 같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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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100 아티스트 - 대한민국 음악의 발견
Mnet 레전드 100 아티스트 제작팀 지음 / 한권의책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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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데 있어서 음악이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나는 음악 없는 내 삶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만큼 내 삶 깊숙히 박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음악이다. 그래서 더 관심이 갔는지도 모른다. Mnet이라는 음악방송에서 선정한 100인의 아티스트에 관해서 말이다. 올 초 TV에서 이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하고 소개할때 굉장히 눈 여겨 봤던 기억이 있다. 이후 <윤도현의 MUST>에서 Legend 100인의 아티스트 트리뷰트무대도 꾸며지고 <WIDE 연예뉴스>에서 100인에 대해 짧게나마 짚어주기도 해서 시간이 맞아서 보게 되면 꽤 열심히 보기도 했다. 그래서였나보다. 당연히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전설이란 단어는 주어지면 한없이 영광스러운 단어이긴 하지만, 그 단어가 주는 무게는 엄청날 거라 생각한다. 100인에 선정된 가수들 중에 현존하는 가수들이 더 많은데, 그 가수들은 이 칭호를 받음으로써 더 열심히 자신의 길을 달려나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자신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 대한 일종의 보상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지금까지 잘 해왔으니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이런 느낌이었다. 한낱 독자인 내가 이런 느낌을 받았으니, 언급된 가수 본인은 굉장한 책임감을 갖게 될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 책은 기자와 칼럼니스트들이 글을 쓴 것을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체로 한장 남짓한 분량의 글들이 적혀있는데, 그 사람의 전체적인 가수 인생의 통찰과 대중과 평단의 평가들도 실려 있고, 가수의 장점들을 중점적으로 기술해 뒀다. 유려하게 흘러가는 글을 차근히 읽다보면 이 사람이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떤 식의 곡을 갖고 스타일을 갖고 있는지가 대충 보인다. 그리고 일반인들은 알지 못할 비하인드 스토리도 조금씩 흘러나온다. 아티스트 소개 페이지의 하단에 보면 QR코드가 있다. 그것을 찍으면 바로 연관된 영상을 보여주는 곳으로 옮겨지는데, 거기서는 인터넷으로 연결되어서 직접 그 가수의 음악을 들어볼 수 있도록 해 놓아서 가수를 이해하는데 훨씬 도움이 된다. 아무래도 Mnet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라서 이렇게 연결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이렉트로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점이 굉장히 신선하면서도 편했고, 그것이 이 책의 장점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어렵지 않은 내용이고, 그래서 읽는데 부담이 없다. 아는 가수들이 나오면 반가운 마음에 많은 것을 알게되고, 모르는 가수가 나온다면 괜히 탐구심이 생겨서 검색도 해보고 노래도 들어보게 된다. 그리고 100인에 대해 한번씩 다 훑어봤을때 나는 대한민국 사람인게 퍽이나 좋았다. 이런 사람들이 만들어낸 음악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게 말이다. 물론 지금이야 아이돌 춘추전국시대로 넘쳐나는 아이돌들과 그들을 위한 노래들의 홍수로 꽤나 어지럽지만, 이러한 아이돌 기반의 음악이 나올 수 있는 것 또한 지금껏 잘 버텨온 음악계가 존재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벌써 고인이 되신 분들의 어쿠스틱하면서도 촌스럽지 않은, 세월이 느껴지나 오히려 세련된 느낌의 곡을 듣고 있자니, 왜인지 2013년에서 조금은 동떨어진 어느 세계에서 노래를 듣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 책을 구성하고 100인을 뽑은 집행위원들은 우리나라 가요사를 정리하고 되짚어보는데 의의를 두고 있는 듯 했다. 어디서든 가요와 관련되어서 한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임진모씨의 머릿말에서 보면 "신구의 계통부재를 해소할 수 있는 프로젝트"라고 이야기 한다. 아이돌 음악과 어른들의 음악에는 차이가 있는데, 이 100인들은 그 차이의 교집합 어디쯤에 존재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어서- 혹시나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읽는다면 조금의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을까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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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가는 문 - 이와나미 소년문고를 말하다
미야자키 하야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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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 이름만으로 설레는 좋아하는 애니메이터이자 감독. 

<책으로 가는 문>이란 이 책은 페이퍼를 작성할때부터 콕 찝어뒀던 책이었다. 꼭 읽고 싶다, 생각했었는데 서평단 책으로 선정되어서 얼마나 즐겁던지.

 

페이퍼를 작성할 때 꽤 꼼꼼히 책 소개를 읽어보곤 하는데, 그 때 '그가 읽고 직접 쓴 독후감'이라는 문구가 눈에 확 들어왔다. 내가 이 책을 보고 싶어 했던 마음의 90%가 이 때문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테다. 애니메이션계의 대부는 도대체 어떤 책을 봤던 걸까?란 호기심이 많이 동했다. 꽤 최근작인 '마루밑 아리에티'는 저자가 예전에 읽었던 책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독서법이 따로 있는걸까, 하고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유명인 혹은 유명인이 아니더라도 자신만의 독서리스트를 밝혀두는 책을 읽고 내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책을 찾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게해서 좋은 책을 많이 찾아내기도 하고 그래서 이 책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고.

 

 

 

 

 

생각보다 작은 책의 표지엔 미야자키 하야오가 직접 고른 50권의 책 이름이 새겨져 있다. 오돌토돌한 촉감이 꼭 점자책을 만지는 듯한 느낌도 들고 묘하다. 첫 장을 넘겼을때 의도하지 않게 책이 너무도 쫙 펴져서 당황스러웠던 기억도 살짝.

 

이와나미 문고가 어떤 문고인지는 잘은 모르겠다. 아무래도 내가 일본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거겠지만, 책을 읽어본 바로는 일본 내에서 손꼽히는 어린이 책을 펴내는 곳이라는 곳 정도라는 정보밖에는 없다. 다만, 우리나라 버전으로 비슷하게 바꿔보자면 세계 위인전을 펴내고 어린이 전집 같은 책을 팔던 예의 그런 출판사 같은 느낌. 

 

 

 

 

 

 

 

 

 

 

50권의 책에 관한 코멘트는 길지 않지만, 할아버지가 어린 아이에게 이야기 해 주듯이 '나는 이러이러한 느낌을 받은 책이에요'라고 상냥히 이야기하는데, 내가 못 읽어본 책들도 꽤 되는 듯 하다. 아무래도 한국과 제목이 다를 수도 있고, 워낙에 오래 전에 출판됐던 책들이라 현재에는 찾을 수 없는 것들도 있을테지만 새삼 "저렇게 많은 책들이 한국에 다 있긴 한거야?"란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 나름 책을 많이 읽었다고 자부했던 것 같은데, 이젠 자신이 없다. 그도 그럴것이 이 50권도 400권 중에서 추린 것이라고 하니 말 다 한 것이겠지-

 

저자는 자신이 그 책을 좋아하는 이유도 그리고 머리에 잘 안들어왔던 이야기라는 것도 가감없이 적어놓았다. 역시나, 어른이 되어서도 읽어서 마음이 움직이는 어린왕자가 1번이었고. 아무래도 애니메이터인 본인의 특성상 일러스트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드러내는 부분도 몇 있었는데 그런 부분도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이와나미 문고와 관련된 책이지만, 2부로 넘어가면 미야자키 하야오는 한 곳에서의 책 이야기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어린이책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평소 어린이책에 대해 생각하는, 혹은 생각해 봤던 것들에 대해서. 중간중간 자신이 애니메이션을 만들러 들어왔던 20대의 이야기도 나오고, 꽤나 감명깊게 읽었던 책들에 관한 이야기도 언급된다. 번역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내용보다 책 속 일러스트가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도 꺼내놓는다. 이 이야기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대담 내용을 재구성한 것이라는데, 이런 이야기를 직접 이야기하는 저자도 보고 싶어서 찾을 수 있다면 프로그램을 보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책을 읽으면 이러저러한 효과가 있다고 말하지 말자. 수십 년이 지나고 이러저러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일 뿐이다. 아이가 책만 읽는 것은 외로워서다. 그러니 밖에서 뛰어노는 아이를 불러들여 책을 읽으라고 할 이유가 없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생각이 깊어진다거나 훌륭해지는 게 아니다. 어렸을 때 자신에게 중요한 책 한 권을 만나는 일이야말로 소중한 것이다.

 

옮긴이의 말 속에 있던 '미야자키 하야오'의 말이다. 옮긴이가 격하게 동감했던 것처럼 나도 저자의 의견에 동감해서 그대로 적어 봤다. 옮긴이는 본인의 글솜씨가 어린시절 책을 더 읽었다고 나아졌을까,라 자문하면서 저자의 의견에 동의했다.

 

글쎄. 나도 많이 생각해봤는데, 그건 수십 년이 지난 후 본인만이 알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누군가에게는 미래의 꿈이 되기도, 상상력의 원천이기도 한 책. 책읽기를 즐겨하는 것도 또 하나의 복이 아닐런지.

 

 

 

 

 

뭐랄까 내 안에 서랍 같은 게 있는 듯 했습니다.

언제 읽었는지 기억하진 못하지만 무언가 가득 담겨 있었지요.

 

자신의 애니메이션 원작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렇게 말했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가득 찬 듯한 자신의 마음 속. 이런 마음속이 부러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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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얼굴 - 어느 늙은 비평가의 문학 이야기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지음, 김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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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단, 이 책의 첫인상이 너무도 강렬했다. 같이 도착한 다른책의 두 배 반의 두께, 거기다가 양장인 무게가 꽤 되는 이 책의 비쥬얼은, 왜인지 책 속에 사람을 압도하는 무언가가 있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거기에 책에 관한 정보라도 얻어볼 겸 차례를 펼쳐 읽었을 때의 닥친 2차 당황스러움까지... 비단 나뿐만 아니라 아무런 정보없이 이 책을 열어본 사람들이 받을 수 있는 첫인상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물론 맨 처음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글을 읽어나가다 보면 저자의 글솜씨와 이야기 솜씨에 저절로 책에 빠져들게 되지만 그건 나중 문제고 말이다.)

 

솔직히 비평가 혹은 평론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 우리 나라의 평론가들조차 누가 있는지 잘 알지 못하는데 하물며 독일사람이라니. 근데 검색을 해봐도 최근의 기사는 이 책에 관한 기사들 뿐이었다. 그리고 93세의 나이로 돌아가셨다는 것 뿐. 결국 저자에 대한 많은 정보는 얻지 못한 채 독서를 시작해야만 했는데, 처음 독서를 시작할 때의 망설임과 머뭇거림은 한 페이지를 읽자마자 사라졌다. 책이 두꺼워서 앉은자리에서 다 읽어내지는 못했지만 어디 다닐때 꼭 들고 다니면서 틈틈히 읽어내려갔다. 책이 두꺼워서 무게가 꽤 됐는데도 불구하고 놓기 쉽지 않은 책이었다.

 

 

 

 

특이하게도, 저자는 작가의 초상화를 모으는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호기심 반 관심 반의 가벼운 마음으로 선물 받은 초상화를 집에 걸어두었던 것이었는데, 어느새 이것이 취미이자 즐거움이 되어버렸고, 주변 지인들이 초상화 모으기에 동참하면서 저자와 작가의 초상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만약, 그가 독일로 넘어온지 얼마 안돼 검소한 생활을 하는 중이 아니었다면, 아무것도 걸려 있지 않았던 벽에 멋진 그림이 걸려있었더라면 그랬다면 <작가의 얼굴>이란 이 책은 고사하고, 저자가 작가의 얼굴을 모으는 취미도 갖지 않았었을까. 괜히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많은 책을 읽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작가의 얼굴이 궁금하다'라는 생각은 해 본적이 없는 것 같다. 그저 그 혹은 그녀가 쓴 책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고 감명받고 혹은 다름을 인정하면서 책을 읽어나갔을 뿐 말이다. 요즘엔 책 앞쪽에 저자의 얼굴을 사진으로 넣기도 하고, 직접 일러스트를 그리거나 혹은 누군가가 그려준 일러스트가 들어 있어서 찾으려고 관심을 보이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꽤 쉽게 찾을 수 있음에도. (그래서 사람들이 '연'은 따로 있다고 하나보다)

 

 

이 책이 재미있는 이유는 저자가 가지고 있는 작가에 대한 해박한 지식 때문만은 아니다. 저자 자체가 이야기꺼리가 많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유대인으로서 수용소에 끌려갈 뻔한 경험도 있고, 폴란드 공산당 정부에 몸담아본 경험도 있고, 문학에 관한 비평일을 하면서 겪은 일들도 있어서 그때 겪은 이야기들과 작가에 대한 이야기들을 적절하게 잘 버무려 놓았다. 자신이 어떤 일을 함에 있어 사랑을 담으면, 그것을 전해받는 어떤이들도 그 사랑을 느낄 수 있음을 안다. 저자는 한 명 한 명의 작가에 애정을 갖고 있음이 눈에 선하게 보인다. 자신이 직접 연이 닿아 친하게 지냈던 사람이건 존경하는 사람이건 한 번도 연이 닿지 않아 작품으로만 만났던 사람이건간에 말이다. 그렇게 애정을 갖고 있어 이런 책이 탄생할 수도 있었던 게 아닐까.

 

 

옮긴이는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라는 비평가같은 사람이 우리나라에도 한 명쯤은 있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추면서 옮긴이의 말을 마쳤다. 아마 내가 호호할머니가 되어있을 즈음엔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내 바람도 옮긴이의 바람에 살짝 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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