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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도서관 - 천천히 오래도록 책과 공부를 탐한 한국의 지성 23인, 그 앎과 삶의 여정
장동석 지음 / 현암사 / 2012년 2월
평점 :
"다른 사람의 책장엔 어떤 책이 꽂혀있고, 어떤 책을 즐겨 읽을까."
사람의 호기심이란 때론 사생활적인 부분까지 파고 들어갈 때가 있는데, 내 경우는 책과 음악에 관해서이다. 다른 것들은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지만, 어떤 종류의 책을 좋아하는지,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책은 뭔지,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은 무엇인지는 꼭 궁금하다. (마찬가지로 음악도) 그러나 현실 여건상 이런 건 대놓고 물어보기 뭣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는 '우회전법'을 쓸 수 밖에 없는데, 그 방법이란 천천히 사람들을 알아가면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조금씩 캐치 해 내는 것이 전부다. 그래서 나는 '누구의 추천'이라면 눈길부터 가는 게 사실이다. 혹시 내가 모르는 책을 알려주지는 않을까, 나와 같은 책을 추천한다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책을 광범위하게 읽지 않는 내게는 도움이 많이 된다. 그리고 내가 이런 이야기를 꺼내고 있는 이유는.. 이것들이 책과 연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트레일러에는 특이하게도 사람의 이름들이 쭉 나열된다. 내가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는데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다는 게 함정..;;) 그렇게 나열되다가 제목인 '살아있는 도서관'이란 글씨가 나오면 책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한 줄로 요약해 보자면, "나열된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책'에 대한 이야기"라고. 나를 바꾼 책, 꼭 읽어야 하는 책, 내가 쓴 책 등등.. "천천히 오래도록 책과 공부를 탐한 한국의 지성 23인, 그 앎과 삶의 여정"인 이 책의 카피는- 보지 않아도 내가 좋아할 수 밖에 없는 필요충분조건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읽어본 <살아있는 도서관>은 왜 제목이 '살아있는' 도서관이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단순히 책을 추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책과 함께 있었던 이야기를 하는 인터뷰이들의 이야기들은 흥미로웠다. 책을 읽었던 때의 이야기나 시대 이야기, 책을 읽음으로써 얻은 것 그리고 지금 내게 미친 영향 등등.. 살아있는 이야기들이었다. 사실 이야기가 재미있는 건, 입을 통해 전해지는 그 사람의 기억이기때문 아닌가. 뭐 난 여기의 인터뷰이들만큼 평생을 독서에 매진하거나 몰두하지는 않았다. 그저 시간이 날 때마다 조금씩 읽었던 게 전부인 일반 사람이다. 그리고 요즘들어서는 조금 가벼운 내용들을 주로 읽다보니까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책의 제목들이 언급될 때마다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그래서 전공했을 적의 일들도 생각이 나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인터뷰이들이 말을 하는 것 하나하나가 참 깊이가 있다는 걸 느꼈다. 책을 일상으로 접하는 분들이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말하는 것의 느낌이 아닌 글을 읽는 듯한 느낌이라고 하면 어떤 느낌인지 전해질까.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들조차 여러가지 생각을 할 만한 대답을 내 놓는다. 그런 조리있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뭔가 엄청 부러웠다. 물론 정리하는 인터뷰어의 능력이 아예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역시 책의 힘은 여전히 첨단 기기들을 앞서는 듯 했다.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간단하게 책 추천을 받을까 해서 집어들었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