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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시미즈 레이나 지음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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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잘 모른다. 그저 "어, 저건 특이하다", "인테리어가 예쁘다" 정도로 이야기하는 정도의 내 수준은.. 건축에 대해선 문외한이라 해야 옳을 것이다. 그런 문외한이 보더라도 굉장히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속 서점들의 모습-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게 잘 나타나 있고, 대체로 전에 사용하던 용도에서 벗어나 기존의 것을 많이 무너뜨리지 않는 선에서 적절히 조화가 된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다. 보고 있자니 눈이 황홀해지면서 직접 내 두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은 느낌- 한동안 눌러뒀던 여행본능이 꿈틀거릴정도로.

 

 

 

 

 

 

 

 

생각보다 책이 크고 무겁고 하얬다. 새하얀 첫 표지를 넘기면 보이는 첫번째 서점이 그리스 산토리니에 있는 바다와 잘 어울리는 서점- 이 첫번째 서점부터 내 마음을 확 사로잡았다. 나나나나나나~ 포카헹 스웨헹의 CF에 등장하곤 했던 그 파란 바다와 하얀 지붕들과 잘 어울리는 그런 서점. 산토리니라는 이름만으로도 모든 근심과 걱정을 날려버릴 수도 있을 것만 같은데, 거기에 내가 좋아하는 책까지 함께 있다니... 이곳이 정녕 천국인가요.

 

 

 

 

 

 

 

 

 

 

기차역을 개조한 영국의 바터북스, 1906년에 문을 연 포르투갈의 렐루서점, 성당에서 서점으로 변신한 네덜란드의 셀레시즈 도미니카넨, 극장에서 탈바꿈한 서점 아르헨티나의 엘 아테네오 그랜드 스플렌디드, 그 유명한 밀라노의 10 꼬르소 꼬모 북샵. 이런 서점이 있었다면 매일 출근도장을 찍었을 것 같은 중국의 키즈 리퍼블릭. 가로수길에 가면 있을 법한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눈에 띄는 타이완의 VVG 썸띵, <두번째 파리>라는 에세이를 읽었을 때 눈에 띄었던 서점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에 선정되어 엄청나게 반가웠던 파리의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등등. 책을 보면서 이리 저리 넘기면서 마음에 들었던 서점들을 헤아려보니 이렇게나 많다.

 

 

 

 

 

 

 

 

 

마음에 드는 공간이 한 두군데가 아니었는데, 그 중에서 몇 군데만 말해보자면... 우선 파리의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라는 서점. 위에도 잠깐 언급했지만 내가 가장 감성적으로 읽었던 <두번째 파리>라는 책에 소개가 돼 있는 서점이다. 티파사라는 작가가 파리에서 직접 살면서 느꼈던 점들을 굉장히 감성적으로 풀어낸 글들이 내게 콕 와서 박힌 책이었는데, 책 속에서 작가가 굉장히 자주 갔었던 장소였다고 소개됐었다. 어렸을 때 꼭 이 서점과 같은 다락방을 갖고 싶었던 꿈이 있다면서. 서점 어디쯤 자신의 집인양 누워서 고르륵 거리고 있다던 그 서점, <두번째 파리>의 책에서부터 눈여겨 보고 있었는데, 여기에 소개가 돼서 얼마나 반갑던지. 100년이라는 시간의 먼지가 빼곡히 안보이는 곳에 정겹게 쌓여 있는 모습이 다른 곳들보다 정겨운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또 마음에 들었던 곳은 중국의 '키즈 리퍼블릭'. 나 어렸을 적엔 저런 서점이 없었으니, 내가 아이를 낳아서 같이 서점에 갈 수 있을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즈음엔 꼭 한국에도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보면서 참 탐이 났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라 색감 하나하나에까지 신경 쓴 티가 역력하던데, 한국에는 이런 서점 어디 없나.

 

 

 

 

 

 

 

 

 

 

 

한국에는 앤티크,라고 할 수 있을만큼의 건물이 뭐가 있을까. 요즘 <꽃보다 할배>나 <꽃보다 누나>를 보면서 느끼는건, 한국에도 저렇게 독특한 모양새로 그 긴 역사를 품고 서 있는 건물들이 아직까지 존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역시나 이전에는 다른 용도로 사용되었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책들이 가득 들어찬 모습을 하고 있는 네덜란드의 셀레시즈 도미니카넨과 아르헨티나의 엘 아테네오 그랜드 스플렌디드. 시간의 흔적에서 느껴지는 낡음과 멋스러움의 그 어디쯤에 존재하는 겉모습과 책과 묘한 시너지를 일으켜서 보고 있는 내내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웅장함까지. 건물의 재활용이라는 측면에서도, 역사의 보존이라는 측면에서도, 관광의 측면에서도 어느 하나 충족하지 않는 부분이 없는 이런 건물은 역시 사랑받아야 마땅한 듯 하다.

 

 

 

 

 

 

 

 

 

글보다 그림이 더 많아서 펼치는 순간 압도되는 이 책은, 보고 있으면 이런저런 상상으로 기분이 즐거워진다. 그리고 꼭 가봐야 할 곳에 하나씩 이름을 적어넣어본다. 언제든 해외에 나가게 될 일이 생긴다면 무조건 가봐야 하는 곳에 말이다.

 

계속되는 안타까움.. 한국에도 이런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단순히 책을 사는 곳이 아니라, 자꾸 오프라인 서점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 할 것만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를 느끼면서 관광할 수 있는 그런 곳- 구 서울 시청이 현재는 서울도서관으로 이름을 바꿨다. 집에서 거리가 좀 되기에 자주 찾는 곳은 아니지만 광화문 근처에 가면 꼭 한번씩 들러보는 곳이다. 이런 곳이 조금씩 늘어날 수 있기를 이 책을 보면서 생각해봤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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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 - 이윤기가 말하는 쓰고 옮긴다는 것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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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의 제목에 등장하는 '조르바'. 그때문에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라는 제목을 봤을 때 조금 긴장했었다. 예전에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을 당시, 책 초반에는 책을 읽어나가기 조금 힘들었기 때문이다. 책의 두께에서 오는 압박감은 차치하더라도 왜 잘 읽어지지 않았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저 탄력이 붙기 시작하자 시간이 어떻게 지나는지도 모를만큼 책에 몰입했던 기억만 난다.(그러니까 내겐 <그리스인 조르바>는 꽤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책을 펼쳐보기 전부터 조금 긴장했던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기본적으로 이 책의 큰 틀은 이전 알라딘 신간평가단때 읽었던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의 틀과 다를바가 없다. 그래서 익숙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일단, 읽기가 쉬웠다. 이윤기의 책이 언제나 그랬듯,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글들이 독자들을 반기기 때문이다. 책을 처음 봤을 때 가졌던 첫 느낌은 '어려우면 어떡하지?'라는 막연한 두려움이었는데, 내가 잠시 잊고 있었다. 이윤기라는 작가가 어떤 글을 쓰는 사람이었는지를.

 

 

 

 

 

나는 아무리 화려하고 기억에 많이 남고 두고두고 회자되는 글이라고 할지라도, 가독성이 떨어지면 일단 읽기를 포기하고 집어치운다. 독서란 것은 엄청나게 많은 활자들과 그 활자들로 인해 만들어지는 이런저런 생각들 때문에 전체적으로 굉장히 피곤한 작업인데, 아무리 좋은 글인들 눈에 들어오지 않으면 제대로 기억할 수조차 없으니까 말이다. 가독성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들도 더러 있겠지만, 나는 가독성이 가장 먼저다. 무슨 책을 읽을지 둘러볼때 고려하는 것 중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가독성이고.

 

가독성이라는 것은 편집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과 글로써 이루어지는 것 두 가지가 존재하는데 이윤기는 두 말 할것 없이 후자쪽이다. 굳이 어떤 편집을 하지 않더라도 눈에서 피로가 느껴지지 않는 가독성이 존재하는데, 이건 보통 내공으로는 가능하지 않다는 것. 이윤기의 글은 자신의 느낌을 명확하게 전달함에 있어서, 돌려말하기나 에둘러서 어물쩡 넘어가기 같은 것은 전혀 없이 읽는이에게로 직진한다. 그러나 달려가서 곧바로 부딪히는 것이 아니라, 완급조절을 통해 여유를 아는 직진이라는 느낌. (말이 좀 두루뭉술한가.) 정확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그에 있어서 읽는이를 설득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읽고 나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결국 여기서 이야기하는 것은 어떤 것이다- 주제를 툭 던져주는 그런 글.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에는 굉장히 글을 잘 쓰는 이윤기가 고민하고 생각하고 이야기해주고 싶은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개중에는 맞춤법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해 줄 말이 없다고 한 발 물러서는 이야기도 있고, 자신은 어떤 작가가 되고 싶었다며 과거를 회상하는 글들도 있었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난 뒤 한 생각은, 이윤기라는 사람이 글을 잘 쓰는 것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이윤기는 글에 대해서 굉장히 진지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적어내는 어떤 것에 대해서 굉장한 책임감도 가지고 있으며, 틀린 것은 언제든 바로잡을 준비가 되어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있어서 거부감도 없고 자신의 자리에서도 늘 고민한다. 누군가가 '글 잘 쓰는 방법이 뭔가요?'라고 물어보면 아직 답을 모르겠다고 이야기하는 그런 사람이 이윤기다. 국어 사용에 한치의 오류도 허용하지 않으려 계속 노력하는 모습이 꽤나 인상 깊었다.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에도 지름길은 없는 듯 하다. 그저 왕도만이 존재할 뿐. 남의 글을 가져다 낯선 것을 익숙하게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어떤것이 더 나을지 또 고민하고, 말들을 찾고 사용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책 속에는 어떤 길이 나와있지 않다.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전함으로써 같은 길을 걷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발자국을 내 주었을 뿐. 고개 숙인 벼는 역시나 아름답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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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좋은 질문 642
샌프란시스코 작가집단 그로토 지음, 라이언 옮김 / 큐리어스(Qrious)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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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책소개에 나와 있는대로 문자 그대로 '신기한 책'이었다. 생각했던 것처럼 이라고 해야할까 생각했던 것보다 라고 해야할까. 책은 정말 '질문'만 가득한 책이었으니까 말이다. 책의 구성은 아주 간단했다. 책의 저자인(저자라고 하기에는 질문을 보낸 35명의 다른 작가들이 있으므로 맞지 않는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일단 그 질문들을 정리하고 편집장에게 보낸것은 포 브론슨이라는 작가이기 때문에 저자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아서 저자라고 하기로 한다) 포 브론슨이 왜 이 책을 만들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앞의 몇 장 가량을 할애했을 뿐, 그 뒤로는 소위 글감이라고 해야할 질문들만 가득가득 자리했다. 1번의 질문부터 642번의 질문까지. 질문의 아래쪽에는 여분의 자리를 두었다. 한 페이지에는 많게는 4개, 적게는 2개의 질문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고 나머지는 여백으로 두었다. 책의 저자는 이 글감들을 통해서 생각나는 것이 있다면 책에다 그대로 적어두기를 원했다. '책'이라는 범주를 넘어서서 그저 글감들이 모여 있는 자신의 노트 정도로 여겨지길 바랐기 때문이다. 나는 포 브론슨이 바라는대로 글을 적어보지는 않았다. 그저 마음에 드는 질문들에 체크를 해 두었을 뿐.

 

책의 제목이기도 한 642라는 숫자. 애초에 왜 질문이 642개여야만 하는지 제대로 나오지는 않는다. 왜인지 642이라는 숫자에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가 숨어 있을법한 느낌이 큰데, 아무래도 그런건 없는 듯 하다. 포 브론슨이 이런 일을 제의한 편집장에게 왜 642여야만 하냐고 물었지만, 그저 642개의 질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대답만 돌아왔으니까. 무튼, 질문들 642개 중에서 몇 개만 뽑아봤다.

 


7 '응', '음', '어...', '으음...'만으로 대화하는 장면을 써 보아라.

43 하고 나서 지금도 늘 후회하는 말

55 돈뭉치를 발견하다

85 기다리다

166 기대하지 않은 선물

305 고장 난 전자제품 문제로 고객 상담센터에 전화했을 때 담당자에게 진짜로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인가?

434 왜 당신이 하는 일은 항상 옳고 남이 하는 일은 잘못된 것일까?

 

 

 

책에 있는 642가지의 글감들은 대체로 이런식이다. 이것들은 그 중에서 내가 마음에 드는 것들로 몇개 체크해 놓은 것들 중 일부이다. 질문은 하나의 단어이기도 했고, 구체적인 상황을 주기도 했다. 자신이 정해놓은 문장으로 시작하는 글을 써 보기를 원하는 질문도 있었고, 덩그러니 문장만을 던져주기도 했다. 삶과 관련된 이야기도 있고, 상상해서 써보게 한다거나 혹은 무언가를 설명하게 하거나. 굉장히 번뜩이는 재치들이 들어있기도 했고, 정말 노멀한 질문을 던지고 있기도 했다. 연속되어 이어지는 질문들도 존재했고, 언뜻언뜻 이건 같은 사람이 질문하지 않았을까 하는 패턴들도 존재하는 듯 보였다.

 

글을 써본 사람들이라면 알 것이다. 글감을 정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는 것인지 말이다. 글감이라는 게 굉장히 무한한 것 같이 보이고 별로 어려워 보이지 않지만, 그 많은 글감들 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글감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는 것- 이 책의 질문들을 보면서도 느꼈다. 새로운 글감으로 글을 쓰는 건 꽤 두근거리는 작업이다. 그것이 누구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든 아니든. 이 책은 아마 642개의 질문을 다 생각해보기 전까지 펼쳐 볼 때마다 두근거림을 가져다 줄 것 같다.

 

 

 

 

덧) 질문에 답을 달아봤던 몇 개를 옮겨본다. 아마 어느날은 또 다른 답이 나올테지만, 오늘은 이런 답들을 달고 싶다.

 

85 기다리다

                   너를.

 

- 이 '기다리다'를 봤을 때 다른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처음부터 지금까지 내 머릿속에 생각나는 건 저 한 단어 '너를' 뿐이다.

가장 간단하면서도 내게는 꽤 울림이 되는 문장인 듯.

 

 

7 '응', '음', '어...', '으음...'만으로 대화하는 장면을 써 보아라.

 

"어...."

"응"

"어..."

"응"

"어..."

"응"

"어..."

"응....."

 

- 요즘 겨울이라 슬픈 발라드들만 들어서 그런가, 이 질문을 봤을때 단번에 헤어지는 연인을 생각했다. 이별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말을 끄는 한 사람, 그리고 이별임을 예감하고 말을 꺼낼 때까지 기다려주는 다른 한 사람. 이 연인은 서로를 배려함에 있어서 좋은 기억으로 남기를 바란다. 너무 아픈 상처로 남지 않기를 바라며.. 겨울은 사람을 꽤 감상적으로 만드는 계절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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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덟, 구두를 고쳐 신을 시간 - 한순간도 인생을 낭비한 적 없는 그녀의 이야기
김진향 지음 / 라이스메이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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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음 만났을 때는 엄청 상큼한 책인 줄 알았다. 그렇지 않은가. 책의 분위기도 꽤나 예뻤고 저자도 예쁘장한 미인이었으니까- 근데 읽어보면 읽을수록 그런 책이 아니더라. 꽤 많은 굴곡이 있었던 파란만장하다면 파란만장한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물론 본인이 선택한 굴곡이었지만 저자 본인은 그 일들을 당당하게 이야기 할 만큼 자신이 있는 듯도 했다. 스물 여덟이라는 많지 않은 나이- 남들 다 가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선택한 길들에서 직접 부딪혀 보고 깨지고 고생도 하고 깨달음도 얻으면서 달려온 8년이라는 시간. 아마 저자에게는 그 시간이 헛되지 않은 듯 하다.

 

나도 작가와 비슷한 나이 또래지만, 경험은 그렇게 풍부하지 않다. 공부를 나름대로 했었고, 그래서 꽤 편하게 대학교에 다녔었으며, 집안에서는 첫딸인데다 공부를 한다고 이런저런 일들을 안 시켰던지라 경험은 글쎄.. 남들보다 못하다고 하는 게 맞을 듯 하다. 그 흔한 아르바이트조차 엄마 가게에서 잠깐씩 일손을 돕는 게 다였었으니까 말이다. 지금보다 더 어렸을 적에 사회생활에 대한 경험이 부족해서인지 조금 무딘 성격을 지녔고 꽤 긍정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는 평을 주위 사람들에게 듣는 중이다. 경험은 많을수록 살아가는데 있어서 굉장히 많은 것을 제공해 주기도 하고, 사람을 성장시키기도 하지만, 굳이 그런 일들을 만들고 싶지는 않다. 안전한 것이 결코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말이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옛사람들의 말처럼, 모든지 안전하게 다녀서 나쁠 건 없으니까.

 

물론 안전한 것을 선택해서 재미가 있으면 그것이야말로 금상첨화겠다. 남들이 알아주고 아니고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자신의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것이지.. 솔직히 안전한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음에도 무모한 도전을 선택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 할 수 있지. 저자는 안전한 선택지를 마다하고 용기있는 도전을 했다. 몸으로 직접 부딪히는 일을 했고, 그리고 많은 것을 이뤄가려 노력했다. 하지만 책을 보면서 불편했던 점은, 그 고생과정이 전부 무용담으로 들린다는 것이다. "나는 이럴때 이런 식으로 했어요" 식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는 이렇게 이렇게 험난한 길을 걸어왔다"라며 자신의 인생을 자랑하는 듯한 그런 느낌. 책을 자세히 읽어보면 알 수 있지만, 저자는 순간순간의 자신의 기분에 느낌에 충실한 삶을 살았다. 그래서 무모하게 맞지도 않는 카페를 열기도 했고, 쇼핑몰을 운영해 보기도 했으면서, 강의도 해 봤다. 많은 것을 겪기는 했지만, 그 힘든 순간들을 헤쳐나가는 데에는 어느정도 운이 적용됐던 게 사실이다. 우연찮게 좋은 게 나와서라든가 우연찮게 누군가 인수해줘서,라는 식의 글을 봤을 때 '이건 좀 아니지 않나'란 생각을 했다. 그 일을 끌어가기 위해서 굉장히 노력했다는 건 알겠는데, 그 노력의 끝이 우연찮게 이뤄진 것들이라니. 그런 우연은 결코 내가 원한다고 해서 나에게 오지 않는 것 아니던가.

 

차라리 그런것들보다 '구두를 만들면서 고객들을 보고 느낀점'을 서술한 부분들이 더 정이 갔다. 처음으로 아내와 딸에게 똑같이 생긴 구두를 선물하는 아빠의 모습이라던지, 웨딩슈즈를 만들었던 부분이라던지. 그런 부분을 늘려서 사랑스러운 이야기들이 조금 더 들어갔다면 어땠을까.. 아쉽다. 중간중간 어이없이 튀어나온 '소설'은 도대체 왜 들어가 있는건지 잘 모르겠더라. 저자는 그런 말을 했다. 자신은 조금 들어준 것밖에 없는데 환하게 얼굴을 밝히고 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뿌듯하다고. 저자를 만나보지 않고 단지 책으로만 만나서 내가 갖는 선입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저자가 많은 것을 경험해봤음에는 틀림없고 그럼으로 그녀의 도전정신은 크게 사는 바이다.

 

구두를 고쳐 신을 시간, 사실 그건 늘상이지 않을까. 사실 주위를 둘러보면 기회는 항상 열려 있을 것이고 그것을 두드리느냐 마느냐는 오롯한 본인의 선택.

새로운 도전이 무조건 좋다는 것만은 아니지만 자신의 인생에 있어 책임을 질 수 있다면 도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성인의 특권은 도전이 자유롭다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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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아빠는 딸들의 첫사랑이었다 - 딸에게 물려주는 아빠의 아이디어 노트
이경모 지음 / 이야기나무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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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좋으면서 아프고 아련하면서도 여러가지 생각이 한꺼번에 느껴질 수 있는 몇 안되는 단어중에 으뜸인 단어는 이 단어밖에 없지 않을까. 바로 엄마 아빠. 곁에서 항상 함께하면서도 냉정한 조언자 역할을 가장 잘 해줄 수 있고, 언제나 나를 위한 사랑을 끊임없이 보여주는, 세상에 하나뿐인 내 편- 그런데 생각해보면 신기하게 엄마와 아빠에 대한 굉장히 다른 생각을 느끼게 된다. 여자인 내 경우를 보자면 엄마는 내 미래 모습과 자주 겹쳐보인다. 엄마의 솜씨 좋은 음식 레시피를 배우고 싶어하고, 엄마만의 육아 노하우도 닮고 싶어한다. 그래서 엄마는 내가 앞으로 '롤모델'로 삼고 싶은 마음이 크고, 아빠의 경우엔 '내 애인'으로 삼고 싶은 마음쪽이 크다. 물론 이 경우는 어렸을 때로 한정이 되긴 하지만, 세상에서 처음 접하는 남자고 나를 무조건 사랑해주는 유일한 남자이기 때문에 아빠는 어렸을때부터 이성적으로 느끼는 듯 하다. "나는 크면 아빠랑 결혼할래"라고 이야기 안 해 본 여자 아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이렇게 서로 다른 느낌의 엄마와 아빠. 엄마는 엄마대로 아빠는 아빠대로 애틋함이 다르다. (지금 내가 언급하려 하는 책은 '아빠'와 관련된 이야기니 이후에는 아빠에 대한 이야기 위주로 하려 한다.)

 

나는 굉장히 무뚝뚝한 딸이다. 어렸을 때는 꽤나 귀여운 척 좀 떨고 애교도 부렸던 걸로 어렴풋이 기억하는데, 머리가 좀 굵어진 뒤로는 애교나 귀여움 등을 누군가의 앞에서 보이는 게 어색하고, 지금 현재 내 덩치와는 맞지 않는 모습이라서 하지 않아버릇 했더니 여성스러움과는 좀 먼 생활을 하고 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되게 많이 보이쉬한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우리 아빠는 툴툴거릴때가 많다. 딸 같지 않다고. 근데 아빠도 경상도 사람이라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아서 그렇게 대화가 많거나 한 가정은 아니다. 대화가 없는 게 자연스럽고 각자의 공간이 따로 존재하는 아빠와 나의 관계.

물론 나도 엄마한테 엄청 혼난 다음에 아빠 퇴근할때까지 기다렸다가 울면서 달려들었던 어렸을 때의 기억이 아직 남아 있다. 아빠한테 울면서 내가 얼마나 아팠는지 엄마한테 맞았던 부위들 보여주면서 일러바치면 엄마가 옆에서 얘처럼 여우가 없다고 그랬던 기억도 아직 선명하게 기억난다. (어렸을땐 정말 여우 저리가라였던 것 같은데, 왜 지금은 곰이 된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나의 즐거움은 회사 다녀온 아빠와의 만남이었고, 아빠도 늦게 얻은 딸이라서 유독 예뻐했었다고 엄마가 그랬다.

 

그래서 제목과 책의 제목인 "모든 아빠는 딸들의 첫사랑이었다"라는 문장을 봤을 때 무언가 쿵, 마음을 울리는 소리를 들었다. 가족에 관한 이야기는 내게는 쥐약이라고 했던 포스트가 어딘가에 있을텐데, 이 책은 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내가 책을 고르는 취향은 제목으로부터 오는 느낌이 제일 먼저인데, 이 책은 읽으면서 더 좋아졌다. 아빠가 딸에게 해주고픈 이야기. 좀더 세상을 살아본 사람으로서, 딸을 사랑하는 한 남자로서, 아빠로서 해 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적어 놓았던 공책을 다듬어서 낸 책인데 와 닿는 것이 많았다. 무엇보다, 딸에게 이야기하듯이 쓴 구어체 문체가 읽어내려가면서 자연스럽게 아빠 음성을 불러와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우리 아빠는 살가운 친구같은 아빠가 아니다. 권위적이면서 대화를 별로 안하는, 한국의 아버지상에 퍽 잘어울리는 경상도 남자다. 지금이야 친구같은 아빠, 아이와 같이 놀아주는 친숙한 아빠가 대세이지만 나 자랄때까지만 하더라도 육아는 전적으로 엄마의 몫이었으니 누군가를 위하는데 있어서 조금 서툴다. 근데 이상하게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아빠의 음성으로 대체가 되면서 마치 우리 아빠가 내게 이런 저런 일들을 일러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아빠가 나에게 하는 당부 같은 느낌. 본문에 '아빠'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아빠는 말이다' 혹은 '아빠는 그랬으면 좋겠어' '아빠는 그렇단다. 너는 그렇지 않니?' 이런식으로. 그래서 더 잘 몰입하게 되는 부분도 있고.

 

저자는 "더 오래 산 인생의 선배로서 전하는 잔소리가 아닌 깨달음의 이야기"라고 머릿말에 소개했다. 자신이 적어내려간 말이 혹 잔소리가 되지 않을지 걱정하면서도 꼭 일러주고 싶은 것들을 적어놓은 노트. 얼만큼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그저 이 책이 있음으로 해서 우리 아빠가 나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도 이와는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아마 아빠도 무뚝뚝하지 않았다면 내게 이런 얘기를 해줬었겠지, 뭐 이런 생각. 책이 품고 있는 이야기보다 더 따뜻한건, 아마도 이 책을 쓴 '아빠'의 마음이 와 닿아서다. 아들을 대하는 아빠와는 절대 같지 않을 딸을 대하는 아빠의 조심스럽고도 사랑스럽고도 복잡복잡한 그 마음을 대변하는 책.

 

 

 

 

 

덧) 책의 마지막에 이런 구절들이 나온다.

 

"고마워 아빠. 아빠 딸이어서 참 행복했어."

"고맙구나, 딸."

"다시 태어나도 내 아빠 되어줄거지? 지금처럼."

 

책을 읽으면서 한 번도 울컥한 부분이 없었는데 마지막 이 평범하면서도 와닿는 구절들에 울컥했다. 살면서 절대로 내가 뱉을리 없는 저 말들이, 너무나도 내가 하고 싶은 말들과 닮아 있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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