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회 The Society -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One for all, All for one
십(10)쇄.안티구라다 지음 / 경진출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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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잡()수다>로 이름을 알린, 필명부터 독특한 두 저자가 새 책을 냈다. 책 표지 앞뒷면 모두 한글 하나 없는 블랙 일변도의 영어 표지는 충격이었다. 이는 매우 의도된 책 디자인인데, 궁금하다면 책의 프롤로그를 읽어보시라~! 여기에 이 책과 저자의 의도가 진하게 배어있는 느낌이다.


<북한 사회(The Society)>는 여러모로 기존의 상식과 궤를 달리하는 흥미로운 책이다. 저자들은 B급 서적을 자처하며 독자들에게 아무 생각 없이 영화 보듯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을 것을 당부한다. 그냥 그러려니 하라는 것인데, 북한 문제를 이렇게 무겁지 않게 다루어 접근성을 높였다는 점만으로도 이 책은 귀한 가치가 있다. <닥치고 정치>의 북한판 하위 버전 쯤의 느낌이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글이 매우 성글다. 책도 작은데다 페이지에 텍스트가 차지하는 분량이 적어서 책 넘기는 속도가 자연 빨라지게 된다. 문장은 심플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때로는 내용도 별로 없고 깊이는 더더욱 없는 문장이 이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그게 묘하게 매력이 있어 책을 계속 붙잡는 아이러니한 이유가 된다.


"북한에서 여성을 해방했다고 하는데, 사실 우리 사회도 남녀평등사회라고는 하지만 과연 이게 제대로 됐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그러니까 북한도 너무 따지지 말고 그러려니 하고 일단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262쪽) - 이 책이 북한 사회에 접근하는 시각과 자세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문장이다.


결혼 전 남자와 관계가 있는 처녀를 지칭하는 '해방처녀'와, 남자가 여자에게 작업건다는 뜻의 '사업한다'는 말은 흥미롭기도 했지만, 최근 북한 사회 세대 변화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평해튼'은 아마도 '평양+맨해튼'의 조합인 듯한데, 과장은 있겠으나 오늘날 평양의 변모된 모습을 웅변한다.



북한의 아파트는 김정은 체제의 업적을 상징하는 선전물로 정치적 의미가 강하다지만, 남북 모두에서 부동산의 키워드는 '신축 아파트' 라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강남에 비견되는 만수대 지구, 한강변 새 아파트와 다름없는 대동강변의 미래과학자 거리, 70층 높이의 아파트가 세워진 려명 거리는 우리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모습이다.


영어에 콩글리쉬가 있듯이 우리가 아는 북한 말에도 그런 것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날래 오라우~!" 라는 영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북한 사투리는 정작 그곳에서는 잘 안 쓰거나 처음 들어보는 말이라고 한다. '약하다'는 날씬하다는 뜻이고, '개고기'는 철면피를 뜻해서 남북이 통하지 않는 단어들도 많았지만, 카스테라를 '설기과자'로 부르는 표현은 멋스럽기도 했다.


색조 화장품은 생산과 유통 자체를 못하게 규제하고 색조 화장은 변태적 화장으로 취급되는데, 눈썹 문신은 비교적 자유롭게 하는 것 같다. 화장할 때 남한과 가장 큰 차이점은 화장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한다는 점이다. 체온을 이용해 부드럽게 바르는 것이 포인트~!



북한판 '걸그룹' 모란봉악단은 우리 시각에선 촌스럽지만 북한에서는 파격과 다름 없어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김정은 시대 변화의 아이콘으로 '음악정치'의 선봉에서 활약한다. 북한은 자신의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것이 아니기에 표절의 개념이 없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북한 영화는 김일성 시대부터 지금의 김정은 시대까지 한결같이 변함없이 재미가 없다는 저자의 지적에선 웃음이 터진다.


컬러 TV 방송을 북한이 남한보다 7년이나 빨리 시작했다는 점이 놀라웠고, 오락·예능 프로그램 전용 방송사도 따로 있다는 것도 예상 밖이었다. 얼마 전 방송에서 북한 주민들이 거리에 비치된 신문을 둘러서서 함께 보고 있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는 신문의 발행부수가 적은 편(로동신문의 경우 150만부 이상)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 사회(The Society)>는 모 방송의 '이만갑' 보다는 스펙타클과 자극적인 맛은 떨어지지만, 북한의 주민과 사회를 이해하는 데 훨씬 더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북한 바로 보기'의 시작은 북한을 그냥 있는 그대로 보기라는 점에서 저자 안티구라다는 이를 '북한 실학운동' 으로 명명하고 있다. 발랄한 접근으로 무겁지 않게 북한 사회를 다룬 좋은 책의 출간을 기쁘게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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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이젠 나도! 유튜버 - 지금 시작해도 괜찮아
전은재 지음 / 성안당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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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1인 방송, 비제이(bj), 유튜버 등의 이름이 자주 들리더니, 이제는 바야흐로 1인 크리에이터의 전성 시대인 듯하다. 그중에서도 유튜브는 전세계의 사람들을 온라인 공간에서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대표적인 동영상 플랫폼이다. 요즘은 초등학생도 미래의 직업으로 꿈꾸고 희망한다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그것이 궁금해 펼쳐본 책이다.



책의 앞부분에는 유튜버 되기 4단계 코스와 7단계 학습 방법이 제시되어 있어 이 책을 어떻게 활용하여 유튜버가 될 수 있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당장 시작할 수 있는 3일 코스에서 완성형 유튜버의 3주 코스까지 책을 읽는 독자의 관심과 필요에 따라 해당 코스를 밟아나가면 되겠다. 개인적으론 아무래도 3일 코스는 다소 무리인 듯하고, 1~2주 코스면 부족하나마 바로 시작할 수 있을 듯하다.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유튜버가 되기 위한 준비물에 대한 설명이다. 영상 촬영에 필요한 필수 장비, 간단한 촬영팁, 영상 편집 도구 등을 간략히 소개하고 있다. 2장은 유튜브 사용 매뉴얼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이미 유튜브를 사용하고 있다면 대부분 아는 내용이지만, '유튜브 키즈' 사용하기 코너는 나처럼 어린 자녀를 둔 사람들에게는 매우 유용하다.


3장은 유튜브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크리에이터 스튜디오를 이용하여 영상을 편집하고 업로드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영상을 자르고 붙이기, 자막 넣기, 카드 영상, 종료 화면에 영상 박스 넣기, 악성 댓글 차단 등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어 이것만으로도 기본적인 영상 편집은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영상 변환시 설명되는 곰인코더 사용법은 좋은 보너스이자 덤이다.


영상을 업로드할 때 지정하는 공개 부분을 읽다가 문득 들었던 생각은 직접 유튜버가 되지 않더라도 우리 아이들의 동영상을 비공개로 올려 우리 가족만 보는 앨범을 만들 수도 있겠다 하는 것이었다. 다만 그런 수고로움을 감당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겠지만.


크리에이터 스튜디오의 영상 편집 기능이 좀 밋밋하고 단조롭다 싶을 때는 5장의 '영상 편집하기'로 바로 넘어가면 된다. 여기서는 무료 영상 편집 프로그램인 곰믹스를 통해 영상을 보다 화려하고 다채롭게 꾸밀 수 있는 다양한 방법과 기능을 상세히 설명한다.



영상을 자르지 않고 필요한 부분만 선택하기, 화면 전환 효과를 활용해 서로 다른 영상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기, 영상 색상을 밝고 선명하게 보정하기, 예능 자막 부럽지 않은 자막 입히기, 귀차니스트를 위한 템플릿 활용, 말풍선 효과로 포인트 주기 등이 생각만큼 어렵게 보이지 않는다. 책의 서두에서 얘기했던 1주 코스, 2주 코스가 과장이 아님을 느낄 수 있다. 스노우 앱은 영상 속 얼굴 보정을 할 수 있는 기능이 대표적인데, 뷰티 영상을 찍거나 자신을 보다 예쁘게 꾸미고자 하는 여성 유튜버들에게 인기있을 법하다.


4장의 내 채널 관리하기는 개인 홈피나 블로그를 꾸미듯 내 채널을 깔끔하고 보기 좋게 만드는 법을 배울 수 있다. 핵심은 주제별 섹션 만들기, 재방문 구독자용과 신규 방문자용으로 나누어 채널 레이아웃을 관리하는 것이다. 여기에 6장에서 말하는 구독 워터 마크 만들기와 미리보기 썸네일 만들기까지 할 수 있다면 이젠 나도 하나의 당당한 유튜버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7장의 수익 설정과 채널 분석은 유튜버로 활동하면서 차근차근 해나가도 늦지 않을 것이다.



<유튜브, 이젠 나도 유튜버> 책은 프로그램의 기능과 영상 편집의 과정을 단계별로 화면을 캡처해 제시하고, 사용자가 클릭할 곳에 번호를 하나하나 붙여가며 방법을 설명하고 있어서 이를 그대로 따라하며 기능을 익히기에 매우 좋다. 유튜버가 되는데 필요한 스킬과 기능 등 기술적 부분은 이 책 한 권으로 충분하다고 하겠다. 단 콘텐츠에 대한 고민은 본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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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미술관 - 가볍고 편하게 시작하는 유쾌한 교양 미술
조원재 지음 / 블랙피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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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남'(미술관 앞 남자) 조원재 님이 팟캐스트로 방송한 '방구석 미술관'의 내용을 다듬어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팟캐스트를 듣고 책을 접한 것이 아니라 책을 읽고 팟캐스트를 접해서 그런지, 개인적으로는 책이 더 재미있고 스토리텔링도 더 탄탄하다고 느꼈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팟캐스트는 편안한 느낌의 대화 형식으로 신변잡기적 내용부터 배경지식까지 다채롭게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방구석 미술관> 책은 총 14개 챕터에 15명의 화가를 다루고 있다. 피카소에 대한 11장의 이야기는 앙리 마티스를 빼놓고는 진행이 불가능한 것이어서 사실상 2명을 다루고 있으니, 챕터수로는 14명이지만 실제로는 15명이라고 봐야할 듯하다.



각 챕터의 시작은 늘 도발적이고, 표현은 발칙하기 짝이 없다. 그렇게 시선을 확 잡아끄는 데 성공한 필자는 이후 천천히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으며 왜 그런 표현이 나왔는지 설명한다. 뒤통수 맞을 정도는 아니지만 흥미로운 스토리 전개는 한번 잡아둔 시선을 놓치지 않는다. 제대로 된 스토리텔링의 힘과 매력이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껴지는 부분이다.


서양 미술에 대해서는 몇년전 이탈리아 여행 후 르네상스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덕에 대여섯 권의 책을 찾아읽은 것이 전부다. 반면 <방구석 미술관>은 그런 르네상스 미술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난 근대 모더니즘의 미술계 거장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름만 알뿐 사전 지식이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책이 어렵지 않게 읽히는 건 예술가들의 삶과 생각들이 문장 속에 다이내믹하게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발레리나의 화가 에드가 드가에서는 19세기 후반 파리에서 발레리나의 삶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하게 알게 되었고, 이러한 현실 속 평범한 여성들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가졌던 품넓은 남자를 만날 수 있었다. 루브르가 선택한 최초의 중남미 화가인 프리다 칼로와 멕시코의 국민화가 디에고 리베라의 사연은 현실은 늘 영화보다 잔인하고 복잡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끊임없이 상처받으면서도 남편 디에고에 대한 사랑을 놓치 못한 그녀의 선택은 애증의 미로에 빠진 우리네와 다를바 없다.


19세기 파리지엔의 마음을 사로잡은 술 압생트의 이야기는 그것만으로도 흥미롭다. 그 주향에 취했던 면면들은 더욱 기라성 같다. 랭보, 모파상, 헤밍웨이, 마네, 피카소 등등... '녹색요정'이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그 술이 반 고흐의 인생과 예술, 강렬한 노란색과 이렇게나 깊은 관련이 있었다니 놀라울 뿐이다.


'키스'로 유명한 구스타프 클림트는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 이해를 못했었다. 하지만 보수적이었던 오스트리아 빈의 주류 미술계와 단절하고 전쟁을 선포한 '팔라스 아테나' 라는 작품은 그를 새롭게 보게 하기에 충분했다. '시대에는 예술을, 예술에는 자유를' 외치던 메시지가 귓가에 들려오는 듯하다. 그럼에도 그의 '유디트' 그림은 여전히 쉽지 않다. ^^;;



원근법을 거부한 '평면성'과 정교함을 탈피한 '단순성'으로 근대 미술의 신대륙으로 가는 문을 발견하고 길을 알려준 마네, 카메라의 원리를 연구해 광학을 자신의 회화론으로 끌어와 회화 종말의 위기를 극복하고 근대 미술의 문을 열어젖혀 그 신대륙에 처음 발을 디딘 모네. 모네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나이 18세 때의 풍경화를 보라. 푸른 하늘을 담은 물빛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다시점으로 본 사물을 쪼갠 후 그 조각들을 캔버스라는 공간에서 재구성하는 것이 피카소의 '입체파' 라는 것을 이제서야 이해할 수 있다. 천재화가 피카소의 첫째 아버지가 세잔이라면 둘째 아버지는 마티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야수파의 마티스와 입체파의 피카소, 그 둘의 해피엔딩은 훈훈하다. 그러나 피카소에게 명예와 지위를 빼앗긴 앙리 마티스의 눈물겨운 재기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엔딩이다.



<방구석 미술관>은 책 뒷면의 카피 문구처럼 읽다보면 빠져드는 미술 입덕 교양서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 잘 짜여진 스토리텔링은 미술로 가는 문턱을 낮추고 우리를 흥미로운 미술의 세계로 친절하게 안내한다. 혹시 중간에 책 읽기가 지루해진다면 각 챕터의 끝에 있는 QR코드를 읽어 팟캐스트를 들어보자. 방구석에서 뒹굴거리며 편안하게 들을 수 있으니 그야말로 '방구석 미술관'의 진수를 누릴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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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스 생각하는 힘 :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 1
호메로스 지음, 진형준 옮김 / 살림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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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 전 30권의 첫 시작을 화려하게 장식한 책이 바로 <일리아스>입니다. 진형준 교수는 홍익대 불문과 교수로 한국문학번역원 원장을 역임했으며, 작품 자체에 대한 성실한 이해를 중시하는 문학 평론가이기도 합니다. 그는 전공자인 자신에게도 어려운 고전을 읽으라는 위선은 그만두자는 생각으로 10년의 시간을 바쳐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전30권의 세계문학 축역본을 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번역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외국에서는 번역을 단독저서와 다름없는 당당한 학술업적으로 취급할만큼 중요하게 평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10년의 시간을 들여 이런 번역본을 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역작이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축역본이란 게 원작의 느낌을 여실히 살리면서도 유려한 번역이 필수라고하니 그 어려움이 얼마나 컸을지 쉽게 상상이 됩니다.


일리아스는 '일리온 이야기'라는 뜻인데, 일리온은 트로이의 옛 이름이랍니다. 그러니 일리아스는 결국 '트로이 이야기' 라는 뜻입니다. 부끄럽지만 이번에 처음 알았네요~ 그래도 트로이 전쟁을 다룬 이야기라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쟁의 시작과 경과도 안나오고(원전에는 중간에 회고 방식으로 설명된다네요), 아킬레우스가 파리스의 화살 맞고 죽는 '아킬레스건' 이야기도 안나오며, 그 유명한 트로이의 목마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책 말미의 해제와 웹서핑을 통해 좀 알아봤더니 트로이 전쟁을 다룬 여덟 편의 그리스 서사시를 '에피코스 키클로스'라고 부르는데, 그중 두번째 이야기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랍니다. 호메로스의 또다른 작품인 <오디세이아>는 일곱번째 서사시구요.


아무튼 <일리아스>는 트로이 전쟁 중(9년째) 아가멤논과의 갈등으로 전투 참여를 거부하는 아킬레우스 이야기로 시작하여 헥토로의 죽음과 트로이 왕 프리아모스가 아들의 시신을 되찾아와 장례를 치르는 것으로 끝이 납니다. <일리아스>에서 트로이 전쟁의 주역은 사실 전면의 인간이 아니라 그 배후에 있는 올림포스의 신들인 것처럼 보입니다.


하긴 신화라는 게 인간의 희망과 상상을 신을 빌어 이야기하는 것이니 신이 주인공처럼 나오는게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네요. 어찌보면 인간과 다를바 없이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키는 올림포스의 신들은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그리스와 트로이의 편으로 나누어 전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합니다. 때로는 직접 병사들을 앞정서 이끌기도 하고, 화살과 창을 빗나가게 하거나 병사들의 용기를 북돋아주기도 합니다.


트로이 전쟁 중 양측의 인간들은 특히 명예를 중시하며 주체적 결단에 따른 행동을 취합니다. 하지만 전쟁의 향배는 결국 신의 뜻에 따라, 제우스의 뜻에 따라 결정됩니다. 그속에서 아킬레우스의 운명도, 헥토르의 운명도, 트로이의 운명도 결정됩니다. '모사재인 성사재천(謀事在人 成事在天)' 의 진리는 동서양이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전장에 나서는 헥토르를 만류하는 아내의 말과 그의 대답은 지금 당장 현실로 옮겨놓아도 손색이 없습니다. 아들의 시신을 찾기 위해 아킬레우스를 찾아온 프리아모스의 간청과 그에 대한 아킬레우스의 대답은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과 그에 대한 연민을 절절히 느낄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일리아스와 그리스 로마 신화가 지금도 공감과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지은이 진형준 교수는 어느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문학이란... 개인에게 배달되는 마음이에요. (중략) 문학으로... 작가가 창조한 타인의 영혼을 받아들이고 그 마음이 되어보는 기회를 얻는 거예요."  (인터뷰 내용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한번 읽어보시는 걸 추천해요. 원문은 다음 기사 참조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15/2017091502798.html) 


호메로스가 창작하고 진형준 교수에 의해 새롭게 재탄생한 또 하나의 원전 <일리아스>(축역본)를 읽어보면서 호메로스의 영혼과 진형준 교수의 마음을 음미해 보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예전 브래드피트가 아킬레스로 나왔던 영화 '트로이'를 다시 한번 보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개봉 당시에도 말이 있었지만 원작과 영화가 조금 다른데 그 차이점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겠습니다. 



카페 '책과 콩나무'의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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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만이 뽑은 대한민국 대표 요리 152 - 평생 먹는 집밥 한 권으로 해결 700만이 뽑은 요리
만개의 레시피 지음 / 만개의레시피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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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요리를 할 때는 모든 게 새로웠다. 레시피에 나온대로 이런저런 재료와 갖가지 양념을 섞으면 이렇게 맛나는 음식이 만들어지는게 신기했다. 요리책 없이는 뭐하나 제대로 할수 없었지만, 책을 따라하며 만들수 있는 음식을 하나씩 늘려가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재료 손질이 힘들어졌다. 음식의 레파토리를 늘려가는 것도 더이상 흥미롭지 않았다. 이제는 요리책을 보지 않아도 할 수 있는 몇가지 요리를 돌려가며 반복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음식 만드는 피로가 누적된 것인지 모르지만, 아무튼 새로운 시도를 하기에는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무언가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런 와중에 이 책 <700만이 뽑은 대한민국 대표요리 152>를 만나게 되었다. 700만 회원을 보유한 국내 1위 요리앱이라는 '만개의 레시피'에서 출판한 책이다. 만개의 레시피는 예전에 음식 만드는 법을 검색하다가 여러번 마주친 적이 있었기에 익숙한 이름이다. 이 책은 밥, 반찬, 국, 면 요리부터 간식, 도시락, 영양식, 손님접대 요리까지 총 152개의 레시피를 담은 종합 요리서이다.


책은 총 10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덮밥, 볶음밥 등의 밥요리부터 동서양을 넘나드는 면요리, 손님초대를 위한 접대요리, 심지어 열무김치와 깍두기 등 저장식 요리까지 다채롭게 구성되어 있다.



첫 챕터인 '요리 기초 노하우'에서는 계량하기부터 육수 만들기, 재료 손질하는 법, 요리 초보의 단골 Q&A 등이 실려 있다. 요리의 기본이라고 하지만 사실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손에 익혀두지 않으면 결코 기본이 될 수 없는 소중한 정보이다. 쌀 씻을 때 첫물은 쌀 안으로 잘 흡수되기 때문에 빠르게 버리는게 좋다는 걸 나는 이 책을 보고서야 알았다.


부문별 각 요리는 '만개의 레시피' 랭킹을 이용해 순서를 정했다. 평점과 후기로 종류별 베스트 요리를 뽑아서 만들었다고 하더니 이렇게 반영되어 있는게 나름 흥미롭다. 완성된 요리사진 오른쪽 하단에서 랭킹을 확인할 수 있다. 상단에는 요리의 특징과 매력 등 해당 음식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이 나와있고, 소요 시간과 몇인분의 분량에 해당하는지 간략히 표시했다.



책을 펼치면 왼쪽 페이지에는 완성된 요리사진이, 오른쪽 페이지에는 재료와 조리법이 사진과 함께 단계별로 제시된다. 두 페이지에 모든 게 담겨 있어서 책을 뒤적일 필요가 없다. 재료 준비하고 요리 과정 중간마다 책을 참고하는 나같은 초보에게는 이런 구성이 보기에 편하다. 요즘 다수의 요리책들이 이렇게 편집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 것도 그런 이유일 듯하다.


책 말미에는 인덱스가 있어 찾아보기 편하다. 가나다순, 주재료별, 주재료 가격순까지 총 3가지로 나와있는데, 냉장고에 남아있는 음식재료로 뭘해먹으면 좋을까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주재료별 인덱스만큼 유용한 것도 없을 것이다. 제대로 된 레시피북 하나 집에 갖고 있는게 이렇게 든든하다.



책을 보고나서 오랜만에 도전하고픈 음식이 생겼다. 반찬요리 랭킹 4위 제육볶음이다. 그것도 기사식당 스타일에 불맛까지 풍긴다니 더욱 기대가 된다. 목살 스테이크는 오랜만에 다시 한번 해보고 싶고, 주변의 지인들에게 맛있다고 몇번 들어봤던 대패삼겹살숙주볶음도 조만간 해봐야겠다. 개인적으로 맛이 만족스럽지 않아 늘 고민이던 소고기미역국도 책의 레시피를 따라 해볼 생각이다. 들기름에 까나리액젓을 쓰는게 나와 다르니 맛도 분명 다를 것이다.



카페 '책과 콩나무'의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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