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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시 한 잔 - 오늘도 시를 읽고, 쓰고, 가슴에 새기다 ㅣ 감성필사
윤동주 외 55인의 시인 지음, 배정애 캘리그라피 / 북로그컴퍼니 / 201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시집이다.
시를 멀리했던 시간이 이렇게 길었나 생각하곤 새삼 놀란다.
이 시집의 제목은 너무 멋지다. 누가 지었는지 모르지만 정말 상주고 싶다~^^
<매일, 시 한 잔>은 윤동주 외 55인의 시 중에서 가려뽑은 시 모음집이다.
김억, 김소월, 백석에서부터 정호승, 도종환, 안도현까지 근현대의 우리 시인들과,
릴케, 예이츠, 워즈워스, 랭보 등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외국 시인의 작품도 함께 실려 있다.
배정애의 캘리그라피는 시의 감성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힘이 있다.
고재종의 '첫사랑'은 그 시어와 배경 때문에 봄에 꽃망울을 터뜨리는 매화와 벚꽃을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연일 계속되는 미세먼지 속에 바라마지 않던 푸른 하늘로 인해 펴보게 된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은 제주 4.3의 희생자들과 고독한 독립혁명의 길을 걷던 임시정부를 연상케 했다.
젊은날 읽었던 예이츠는 왜 그대를 바라보며 한숨짓는지 그 풀리지 않는 의문은 여전했고, 하늘의 무지개를 볼때마다 뛰었던 마음이 늙어서 그러하지 않거든 목숨을 거둬가라는 워즈워스의 시는 이제는 마음 깊이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나태주의 '그리움'은 예사로운 사랑 노래가 아닌데, 왜 복면가왕의 불광동 휘발유가 불렀던 케이윌의 '그립고 그립고 그립다' 가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 시를 읽느냐에 따라 떠오르는 단상과 느낌이 다른 것은 익히 경험한 것이지만 그게 또 새삼스럽다.
황동규의 '조그만 사랑 노래'는 그의 또다른 작품 '즐거운 편지'와 어딘가 닮아 있었다. 그시절 얼마나 많은 청춘남녀들이 '즐거운 편지'를 읽고 서로 건네주며 사랑에 가슴설레어 했던가. 지난 젊은 날과 그때 그시절이 아련하게 추억으로 떠오른다.
신경림 시인의 작품이 하나도 실리지 않은 것은 개인적으로 좀 아쉽다. 그러고보니 작년 30주년 스페셜 에디션이 나왔던 김초혜의 <사랑굿>도 없다. 사랑굿을 떠올리니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 300만부 넘게 팔리며 한국 시집 출판의 역사를 새로 쓴 서정윤의 <홀로서기>도 생각난다.
창비시선 200 기념시선집 <불은 언제나 되살아난다>가 마지막으로 산 시집이었으니, 실로 오랜만에 만나는 시집이어서 더욱 반가웠다. 이 작은 시집이 젊은날의 추억과 감성으로 나를 이끌고, 따뜻한 카페라떼 처럼 내 눈과 마음을 다사롭게 감싸준다.
오랫동안 시를 잊은 나에게... 매일 시(詩) 한 잔, 마시고 싶다~!
오늘은 어떤 시를 고르고, 내일은 또 어떤 시를 마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