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미술관 - 가볍고 편하게 시작하는 유쾌한 교양 미술
조원재 지음 / 블랙피쉬 / 2018년 8월
평점 :
품절



'미남'(미술관 앞 남자) 조원재 님이 팟캐스트로 방송한 '방구석 미술관'의 내용을 다듬어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팟캐스트를 듣고 책을 접한 것이 아니라 책을 읽고 팟캐스트를 접해서 그런지, 개인적으로는 책이 더 재미있고 스토리텔링도 더 탄탄하다고 느꼈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팟캐스트는 편안한 느낌의 대화 형식으로 신변잡기적 내용부터 배경지식까지 다채롭게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방구석 미술관> 책은 총 14개 챕터에 15명의 화가를 다루고 있다. 피카소에 대한 11장의 이야기는 앙리 마티스를 빼놓고는 진행이 불가능한 것이어서 사실상 2명을 다루고 있으니, 챕터수로는 14명이지만 실제로는 15명이라고 봐야할 듯하다.



각 챕터의 시작은 늘 도발적이고, 표현은 발칙하기 짝이 없다. 그렇게 시선을 확 잡아끄는 데 성공한 필자는 이후 천천히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으며 왜 그런 표현이 나왔는지 설명한다. 뒤통수 맞을 정도는 아니지만 흥미로운 스토리 전개는 한번 잡아둔 시선을 놓치지 않는다. 제대로 된 스토리텔링의 힘과 매력이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껴지는 부분이다.


서양 미술에 대해서는 몇년전 이탈리아 여행 후 르네상스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덕에 대여섯 권의 책을 찾아읽은 것이 전부다. 반면 <방구석 미술관>은 그런 르네상스 미술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난 근대 모더니즘의 미술계 거장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름만 알뿐 사전 지식이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책이 어렵지 않게 읽히는 건 예술가들의 삶과 생각들이 문장 속에 다이내믹하게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발레리나의 화가 에드가 드가에서는 19세기 후반 파리에서 발레리나의 삶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하게 알게 되었고, 이러한 현실 속 평범한 여성들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가졌던 품넓은 남자를 만날 수 있었다. 루브르가 선택한 최초의 중남미 화가인 프리다 칼로와 멕시코의 국민화가 디에고 리베라의 사연은 현실은 늘 영화보다 잔인하고 복잡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끊임없이 상처받으면서도 남편 디에고에 대한 사랑을 놓치 못한 그녀의 선택은 애증의 미로에 빠진 우리네와 다를바 없다.


19세기 파리지엔의 마음을 사로잡은 술 압생트의 이야기는 그것만으로도 흥미롭다. 그 주향에 취했던 면면들은 더욱 기라성 같다. 랭보, 모파상, 헤밍웨이, 마네, 피카소 등등... '녹색요정'이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그 술이 반 고흐의 인생과 예술, 강렬한 노란색과 이렇게나 깊은 관련이 있었다니 놀라울 뿐이다.


'키스'로 유명한 구스타프 클림트는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 이해를 못했었다. 하지만 보수적이었던 오스트리아 빈의 주류 미술계와 단절하고 전쟁을 선포한 '팔라스 아테나' 라는 작품은 그를 새롭게 보게 하기에 충분했다. '시대에는 예술을, 예술에는 자유를' 외치던 메시지가 귓가에 들려오는 듯하다. 그럼에도 그의 '유디트' 그림은 여전히 쉽지 않다. ^^;;



원근법을 거부한 '평면성'과 정교함을 탈피한 '단순성'으로 근대 미술의 신대륙으로 가는 문을 발견하고 길을 알려준 마네, 카메라의 원리를 연구해 광학을 자신의 회화론으로 끌어와 회화 종말의 위기를 극복하고 근대 미술의 문을 열어젖혀 그 신대륙에 처음 발을 디딘 모네. 모네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나이 18세 때의 풍경화를 보라. 푸른 하늘을 담은 물빛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다시점으로 본 사물을 쪼갠 후 그 조각들을 캔버스라는 공간에서 재구성하는 것이 피카소의 '입체파' 라는 것을 이제서야 이해할 수 있다. 천재화가 피카소의 첫째 아버지가 세잔이라면 둘째 아버지는 마티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야수파의 마티스와 입체파의 피카소, 그 둘의 해피엔딩은 훈훈하다. 그러나 피카소에게 명예와 지위를 빼앗긴 앙리 마티스의 눈물겨운 재기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엔딩이다.



<방구석 미술관>은 책 뒷면의 카피 문구처럼 읽다보면 빠져드는 미술 입덕 교양서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 잘 짜여진 스토리텔링은 미술로 가는 문턱을 낮추고 우리를 흥미로운 미술의 세계로 친절하게 안내한다. 혹시 중간에 책 읽기가 지루해진다면 각 챕터의 끝에 있는 QR코드를 읽어 팟캐스트를 들어보자. 방구석에서 뒹굴거리며 편안하게 들을 수 있으니 그야말로 '방구석 미술관'의 진수를 누릴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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