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회 The Society -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One for all, All for one
십(10)쇄.안티구라다 지음 / 경진출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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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잡()수다>로 이름을 알린, 필명부터 독특한 두 저자가 새 책을 냈다. 책 표지 앞뒷면 모두 한글 하나 없는 블랙 일변도의 영어 표지는 충격이었다. 이는 매우 의도된 책 디자인인데, 궁금하다면 책의 프롤로그를 읽어보시라~! 여기에 이 책과 저자의 의도가 진하게 배어있는 느낌이다.


<북한 사회(The Society)>는 여러모로 기존의 상식과 궤를 달리하는 흥미로운 책이다. 저자들은 B급 서적을 자처하며 독자들에게 아무 생각 없이 영화 보듯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을 것을 당부한다. 그냥 그러려니 하라는 것인데, 북한 문제를 이렇게 무겁지 않게 다루어 접근성을 높였다는 점만으로도 이 책은 귀한 가치가 있다. <닥치고 정치>의 북한판 하위 버전 쯤의 느낌이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글이 매우 성글다. 책도 작은데다 페이지에 텍스트가 차지하는 분량이 적어서 책 넘기는 속도가 자연 빨라지게 된다. 문장은 심플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때로는 내용도 별로 없고 깊이는 더더욱 없는 문장이 이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그게 묘하게 매력이 있어 책을 계속 붙잡는 아이러니한 이유가 된다.


"북한에서 여성을 해방했다고 하는데, 사실 우리 사회도 남녀평등사회라고는 하지만 과연 이게 제대로 됐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그러니까 북한도 너무 따지지 말고 그러려니 하고 일단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262쪽) - 이 책이 북한 사회에 접근하는 시각과 자세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문장이다.


결혼 전 남자와 관계가 있는 처녀를 지칭하는 '해방처녀'와, 남자가 여자에게 작업건다는 뜻의 '사업한다'는 말은 흥미롭기도 했지만, 최근 북한 사회 세대 변화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평해튼'은 아마도 '평양+맨해튼'의 조합인 듯한데, 과장은 있겠으나 오늘날 평양의 변모된 모습을 웅변한다.



북한의 아파트는 김정은 체제의 업적을 상징하는 선전물로 정치적 의미가 강하다지만, 남북 모두에서 부동산의 키워드는 '신축 아파트' 라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강남에 비견되는 만수대 지구, 한강변 새 아파트와 다름없는 대동강변의 미래과학자 거리, 70층 높이의 아파트가 세워진 려명 거리는 우리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모습이다.


영어에 콩글리쉬가 있듯이 우리가 아는 북한 말에도 그런 것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날래 오라우~!" 라는 영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북한 사투리는 정작 그곳에서는 잘 안 쓰거나 처음 들어보는 말이라고 한다. '약하다'는 날씬하다는 뜻이고, '개고기'는 철면피를 뜻해서 남북이 통하지 않는 단어들도 많았지만, 카스테라를 '설기과자'로 부르는 표현은 멋스럽기도 했다.


색조 화장품은 생산과 유통 자체를 못하게 규제하고 색조 화장은 변태적 화장으로 취급되는데, 눈썹 문신은 비교적 자유롭게 하는 것 같다. 화장할 때 남한과 가장 큰 차이점은 화장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한다는 점이다. 체온을 이용해 부드럽게 바르는 것이 포인트~!



북한판 '걸그룹' 모란봉악단은 우리 시각에선 촌스럽지만 북한에서는 파격과 다름 없어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김정은 시대 변화의 아이콘으로 '음악정치'의 선봉에서 활약한다. 북한은 자신의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것이 아니기에 표절의 개념이 없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북한 영화는 김일성 시대부터 지금의 김정은 시대까지 한결같이 변함없이 재미가 없다는 저자의 지적에선 웃음이 터진다.


컬러 TV 방송을 북한이 남한보다 7년이나 빨리 시작했다는 점이 놀라웠고, 오락·예능 프로그램 전용 방송사도 따로 있다는 것도 예상 밖이었다. 얼마 전 방송에서 북한 주민들이 거리에 비치된 신문을 둘러서서 함께 보고 있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는 신문의 발행부수가 적은 편(로동신문의 경우 150만부 이상)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 사회(The Society)>는 모 방송의 '이만갑' 보다는 스펙타클과 자극적인 맛은 떨어지지만, 북한의 주민과 사회를 이해하는 데 훨씬 더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북한 바로 보기'의 시작은 북한을 그냥 있는 그대로 보기라는 점에서 저자 안티구라다는 이를 '북한 실학운동' 으로 명명하고 있다. 발랄한 접근으로 무겁지 않게 북한 사회를 다룬 좋은 책의 출간을 기쁘게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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