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아스 생각하는 힘 :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 1
호메로스 지음, 진형준 옮김 / 살림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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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 전 30권의 첫 시작을 화려하게 장식한 책이 바로 <일리아스>입니다. 진형준 교수는 홍익대 불문과 교수로 한국문학번역원 원장을 역임했으며, 작품 자체에 대한 성실한 이해를 중시하는 문학 평론가이기도 합니다. 그는 전공자인 자신에게도 어려운 고전을 읽으라는 위선은 그만두자는 생각으로 10년의 시간을 바쳐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전30권의 세계문학 축역본을 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번역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외국에서는 번역을 단독저서와 다름없는 당당한 학술업적으로 취급할만큼 중요하게 평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10년의 시간을 들여 이런 번역본을 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역작이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축역본이란 게 원작의 느낌을 여실히 살리면서도 유려한 번역이 필수라고하니 그 어려움이 얼마나 컸을지 쉽게 상상이 됩니다.


일리아스는 '일리온 이야기'라는 뜻인데, 일리온은 트로이의 옛 이름이랍니다. 그러니 일리아스는 결국 '트로이 이야기' 라는 뜻입니다. 부끄럽지만 이번에 처음 알았네요~ 그래도 트로이 전쟁을 다룬 이야기라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쟁의 시작과 경과도 안나오고(원전에는 중간에 회고 방식으로 설명된다네요), 아킬레우스가 파리스의 화살 맞고 죽는 '아킬레스건' 이야기도 안나오며, 그 유명한 트로이의 목마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책 말미의 해제와 웹서핑을 통해 좀 알아봤더니 트로이 전쟁을 다룬 여덟 편의 그리스 서사시를 '에피코스 키클로스'라고 부르는데, 그중 두번째 이야기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랍니다. 호메로스의 또다른 작품인 <오디세이아>는 일곱번째 서사시구요.


아무튼 <일리아스>는 트로이 전쟁 중(9년째) 아가멤논과의 갈등으로 전투 참여를 거부하는 아킬레우스 이야기로 시작하여 헥토로의 죽음과 트로이 왕 프리아모스가 아들의 시신을 되찾아와 장례를 치르는 것으로 끝이 납니다. <일리아스>에서 트로이 전쟁의 주역은 사실 전면의 인간이 아니라 그 배후에 있는 올림포스의 신들인 것처럼 보입니다.


하긴 신화라는 게 인간의 희망과 상상을 신을 빌어 이야기하는 것이니 신이 주인공처럼 나오는게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네요. 어찌보면 인간과 다를바 없이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키는 올림포스의 신들은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그리스와 트로이의 편으로 나누어 전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합니다. 때로는 직접 병사들을 앞정서 이끌기도 하고, 화살과 창을 빗나가게 하거나 병사들의 용기를 북돋아주기도 합니다.


트로이 전쟁 중 양측의 인간들은 특히 명예를 중시하며 주체적 결단에 따른 행동을 취합니다. 하지만 전쟁의 향배는 결국 신의 뜻에 따라, 제우스의 뜻에 따라 결정됩니다. 그속에서 아킬레우스의 운명도, 헥토르의 운명도, 트로이의 운명도 결정됩니다. '모사재인 성사재천(謀事在人 成事在天)' 의 진리는 동서양이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전장에 나서는 헥토르를 만류하는 아내의 말과 그의 대답은 지금 당장 현실로 옮겨놓아도 손색이 없습니다. 아들의 시신을 찾기 위해 아킬레우스를 찾아온 프리아모스의 간청과 그에 대한 아킬레우스의 대답은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과 그에 대한 연민을 절절히 느낄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일리아스와 그리스 로마 신화가 지금도 공감과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지은이 진형준 교수는 어느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문학이란... 개인에게 배달되는 마음이에요. (중략) 문학으로... 작가가 창조한 타인의 영혼을 받아들이고 그 마음이 되어보는 기회를 얻는 거예요."  (인터뷰 내용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한번 읽어보시는 걸 추천해요. 원문은 다음 기사 참조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15/2017091502798.html) 


호메로스가 창작하고 진형준 교수에 의해 새롭게 재탄생한 또 하나의 원전 <일리아스>(축역본)를 읽어보면서 호메로스의 영혼과 진형준 교수의 마음을 음미해 보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예전 브래드피트가 아킬레스로 나왔던 영화 '트로이'를 다시 한번 보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개봉 당시에도 말이 있었지만 원작과 영화가 조금 다른데 그 차이점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겠습니다. 



카페 '책과 콩나무'의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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