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착순 채용으로 세계 최고 기업을 만들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선착순 채용으로 세계 최고 기업을 만들다 - 스스로 일하게 하는 회사 주켄공업 이야기
마츠우라 모토오 지음, 이민영 옮김 / 지식공간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 선착순 채용으로 세계 최고 기업을 만들다 ] 는 [ CEO 켄지 ] 와 마찬가지로 지식공간사가 작년부터 꾸준히 출간하고 있는 CEO 라이브러리 시리즈의 네 번째로 출간된 책입니다(이 시리즈는 현재 다섯 권이 나와있습니다). [ CEO 켄지 ] 가 전문 경영 컨설턴트의 경영 전략을 소설 형식을 빌려 쓴 경영 전략 시뮬레이션이었던 데 비해, 이 책은 일본에서 쥬켄 공업을 창업하여 45년 간 최고 경영자로 경영하고 있는 사장인 마츠우라 모토오가 직접 쓴 자서전 형식의 책입니다. 보다 전형적인 형식의 책인 셈이지요.

쥬켄 공업은 100만 분의 1 그램 기어 휠로 대표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초정밀 가공 기술로 세이코, 샤프, 엡손, 카시오, 삼성, LG 같은 세계적인 대기업들의 최신 제품에 들어가는 초정밀 부품들을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회사로 우리나라와 대만, 중국 등 8국에 모두 12개의 지사와 14개의 해외 공장을 두고 있으며, 초정밀 기어 휠 가공 분야에서 세계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등 독자적인 지위를 탄탄하게 굳히고 있는 특급 중견 기업입니다.


선착순 채용이라는 현대 기업에서는 다분히 비현실적으로 여겨지는 책 제목을 보고 목소리 크고 밥 빨리 먹는 사람을 우선 채용한다는 [ 일본 전산 이야기 ] 같은 류의 일본 특유의 ‘곤조’ 정신만을 앞세우는 책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도 솔직히 들었는데, 저자가 직접 쓴 머리말을 읽고 깜짝 놀랐습니다.

머리말의 첫 문장에서부터 저자는 2008년 전세계를 뒤흔든 미국 발 금융 공황의 주범인 미국의 금융 공학을 생산 활동은 하지않고 마켓 머니를 이용해 이익을 내는 ‘세계적인 다단계 판매’라고 칭하며 이런 시스템이 위기에 봉착할 것을 일찍부터 짐작하고 있었다고 날카롭게 비판합니다. 그리고 기업은 이익보다도 더 중요한 사회적 책임을 져야하며, 무분별하게 미국식 무한 경쟁 체제를 도입해 기업 내부를 전쟁터로 만들고 사람들을 소모품처럼 버리는 행태를 지양하고, 사원들에게 안심과 희망을 주어야 하는 기업의 본질과 미래를 다시 한 번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올해 나이가 73세인 연배로써는 놀랄만큼 경제와 경영의 핵심을 꿰뚫어보는 식견이고, 세계 경제의 핵심을 정확하게 파악한 통찰력이라고 감탄할 수 밖에 없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혜안은 책 전체를 통해 반복해서 나타납니다.

제목으로 사용된 ‘선착순 채용’에 대한 선입견도 본문에 서술된 자세한 설명을 들어보면 금방 오해가 풀립니다.
쥬켄 공업은 별도의 입사 시험은 커녕 이력서조차 받지않고 희망자는 선착순으로 입사시키고 있는데, 이는 일반적인 기업의 채용 절차가 실제로는 별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자의 견해에 의하면 이미 상당 부분 평준화된 대학 과정을 마치고 입사 시험과 1, 2차 면접을 거치는 과정에서 각 개인들의 개성은 사라지고 똑같은 하나의 필터로 걸러진 똑같은 사고와 행동 방식을 지닌, 즉, 기준에 맞춰 생각하고 행동하며 거기에서 벗어나는 것을 겁내는 획일적인 사원들만이 남겨지게 되고, 이런 조직원들만으로 구성된 회사는 필연적으로 관료화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경영자는 ‘쓸 사람이 없다’고 한탄한다는 것이지요.

쥬켄 공업은 학력이나 국적, 외모 등을 일절 따지지 않고, 빈 자리가 있을 때 입사를 희망하는 사람이 오면 묻지않고 채용한다고 합니다. 당연히 직원들의 자질에 대한 우려가 따르겠지만, 실제로는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피어싱을 한 폭주족 출신의 젊은이들도 잘 적응하여 훌륭하게 기술자나 사원으로 성장한다고 합니다. 물론 이는 제조업이라는 특성상 일할 의지가 없는 사람은 버티기가 힘들기 때문이라는 점도 있지만, 부모와 선생들이 20여년 간 공들여 키운 사람을 단 몇 분 간의 면접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는 저자의 신념이 바탕에 깔려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일단 이렇게 뽑은 사원들에게는 가능한 한 각자가 원하는 바를 최대한 들어주고자 합니다. 현재 직종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싶다면 즉시 원하는 부서로 발령을 내려주고, 어학 연수를 원하며 즉각 받아들여 줍니다. 사원들도 이러한 신뢰에 보답하고자 최선을 다해 노력하여 성과를 거두고 있고요.
얼핏 보기에는 지나치게 이상론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언제나 인력란에 시달리는 일본에서 대기업이 아닌 중소 제작사에 취업을 희망하는 젊은이라면 특별히 높은 보수나 지위를 탐내서 온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고, 오히려 다른 기업에는 취업하기 어려운 조건을 가진 경우가 많을 것이므로, 까다롭게 따지지 않고 신뢰하여 받아준 기업에 열심을 다하는 것은 당연할 테이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면 개인적인 성취감은 물론 회사 전체로 볼 때도 자기가 흥미를 느끼고 원해서 전문적으로 파고든 일이 결국 가장 좋은 성과를 낼 것이기 때문에 이런 일련의 과정은 심리적으로도 경영적으로도 최상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중졸이나 고졸 혹은 고등학교 중퇴 학력의 쥬켄 사원들이 독학으로 고급 기술과 외국어를 익혀 박사급의 대학 연구원들이나 대기업 연구직, 외국 기술자들을 대상으로 영어는 물론 독일어와 한국어, 중국어로 강의를 하는 모습은 이러한 방식이 옳다는 것을 실증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원들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투자도 중소기업으로는 생각하기 힘든 수준입니다. 거액을 들여 최첨단 컴퓨터를 도입해 사원들의 컴퓨터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고, 쓸데없는 인력 낭비를 막기 위해 출근부는 물론 출장 경비 정산마저 일절 없앰으로써 사원들이 오직 업무에만 전념하게 한 점 등 철저하게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회사를 운영하는 점도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이런 혁신적이고 과감한 경영 방식의 밑바탕에는 젊은 시절 회사에 입사하자마자 사무 합리화를 위한 매뉴얼을 만들고, 사비를 들여 첨단 기술을 익히고 개인 연구실까지 얻어 기술을 개발하였고, 영업에서도 평균치의 8배가 넘는 실적을 올렸을 정도로 온 몸을 던져 노력하고 고민했던 마츠우라 모토오 사장의 경험이 베어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내심 놀랐던 것은 2차 대전 이전에 태어난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경제 흐름이나 첨단 기술에 대한 이해도와 적응력이 무척 높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일본산 가전 제품들이 미국과 전세계를 휩쓸 때 일본의 힘에 환호하던 분위기와는 반대로 왜 미국 회사들이 가전 사업에서 철수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고민하다가 단순 가전 제조업의 쇠퇴를 예상하고 거래 분야를 다각화한 점이라든가, 모바일과 IT 산업의 대두를 직면하고 거기에 맞는 대처 방식을 고민한 점 등 세계 경제의 조류가 10년 단위로 빠르게 바뀐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발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은 많은 것을 생각케 합니다.

단순 제조업은 인건비가 싸고 자원이 풍요로운 중국이나 인도, 동남아시아 등에 결국 밀릴 수 밖에 없으므로 제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은 제살 깎아먹기 식의 원가 경쟁이 아니라 나노 테크놀러지로 대표되는 첨단 정밀 가공 기술로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길이라는 저자의 논리는 애플과 디즈니 등 세계 초일류 기업들의 디자인 혁신을 이끌었던 프로그 디자인의 하르트무트 에슬링거의 주장과도 정확하게 일치하는 혜안입니다.


이렇게 기업 경영의 정도를 걸으며 안정적인 기업을 구축한 쥬켄 공업이지만, 이런 초우량 기업조차 버티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일본의 경제와 기업 현실에 대한 개탄과 건의를 저자는 후반부에서 피력하고 있습니다.
거품 경제의 붕괴가 기업의 땅투기를 방관하거나 심지어는 조장까지한 일본 정부 당국의 무책임함과 무능력에 원인이 있다는 지적과 함께 수익의 60%가 넘는 중소기업에 대한 과도한 세금 체제와 회사 자산 및 비상장 주식 상속에 대한 비현실적일 만큼 과도한 과세가 결국에는 일본 내의 제조업들을 죽이고 말 것이라는 경고, 중소기업의 지적 재산이나 창안에 대해서는 아무런 댓가도 지불하지 않고 착취하는 일본 대기업의 이기주의는 일본 제조업이 쇠퇴하고 있는 이유를 짐작케 합니다.


73세의 중소 제조업체 경영자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책 속에 담겨있는 내용들은 꾸준한 자기 정진과 경영 혁신, 세계 경제 조류의 파악, 인사와 재무 관리의 원칙 등 많은 점에서 기업과 경영의 정도가 무엇인가를 배우고 느낄 수 있게 만든 좋은 내용으로 가득 차있어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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