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자들의 평생 공부법 - 공자에서 모택동까지 공부하는 사람이 세상을 움직인다
김영수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책이란 게 참 묘하다.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끝을 봐야한다. 모으기 시작하면 배고픈 줄 모른다. 요즘 시대에 책에 대해 그토록 애정을 갖는 이들이 있을까마는 장서의 책을 소장하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질투와 부러움이 앞선다. 과거 중국을 이끌던 현인들 역시 책과 독서에 관해선 특별한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 아무리 좋은 책일지라도 손수 베끼라고 하면 손을 저을 것이다. 남송 때의 장서가 진진손은 귀한 책의 정보를 얻으면 기어이 찾아가 사거나 베꼈다고 한다. 그렇게 모은 책이 5만권이 넘는다니, 지금으로서도 상상이 가지 않는다.

 

현대인들은 공부에 관한한 지독한 강박을 가지고 있다. 태어나서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공부를 입에 달고 살지 않은 적이 없다. 현대인들에게 공부는 출세의 지름길이자 생의 격차를 가늠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그런데 현자들이 생각하는 공부는 현대인들과 분명하게 차이를 둔다. 그들은 공부를 입신뿐만이 아니라 삶의 지혜를 터득하는 최고의 길로 보았다. 공자의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라는 가르침은 현자들의 공부에 대한 생각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최고의 명언으로 기억되고 있다.

 

시대를 관통하는 예리한 지식과 이를 통합하는 현자들의 지혜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현자들의 공부법’은 사마천의 사기를 학문의 모태로 삼은 김영수님의 역작이다. 그는 중국 고대사를 이끈 독서광들을 기록한다. 청나라 학자 고염무는 만권의 책을 읽고 만 리의 길을 여행하라는 ‘독서만권(讀書萬卷) 행만리로(行萬里路)’는 말을 즐겨 사용했다. 만권의 독서도 대단하지만 만 리를 여행하며 실체를 확인하라는 고염무의 독서 철학엔 진정한 독서란 책상머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배운 것을 심화시키라는 의미를 담고있다. 고염무의 독서만권 행만리로는 산지식인이란 무엇을 추구해야하는지, 지식과 정보가 가득한 시대에 촌철살인과 같은 가르침을 전해준다.

 

‘책은 인류의 지혜가 고도로 농축된 최고의 유산이다.’ 매일 수천 권의 책이 발행되지만 우리의 기억에 남는 책은 1%도 되지 않는다. 덩달아 동네서점마저 고사위기에 몰렸다. 혹자들은 인문학이 설 땅을 잃었다는 표현을 서슴지 않는다. 대중은 언론의 짜인 틀 안에서 자유로우며 사고의 전환을 두려워한다. 인류가 만들어 놓은 최고의 유산이 더 이상의 효용가치를 잃어가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책은 더 이상 우리의 삶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지식이 늘어나지만 이를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의문이 사라지고 질문이 막혀버렸다. 송나라 철학자 육구연은 ‘작게 의심하면 작게 진보하고, 크게 의심하면 크게 진보한다.’는 독서와 공부에서 의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의문 없는 공부는 가장 위험한 공부법이다. 또한 자신이 아는 것을 모든 것이라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는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는다. 독서에도 단계가 있고 태도가 있다.

 

중국 고대사엔 뛰어난 유세가들이 등장한다. 소진과 장의, 장량, 손빈, 이사등은 중국 고대사를 통합한 불세출의 영웅들이다. 이들은 뛰어난 언변술 못지않게 대단한 독서가로 이름을 날렸다. 소진의 ‘추자고(송곳으로 허벅지를 찌른다)’는 그가 공부에 얼마나 지독하게 몰입했는지를 보여주는 고사 성어다. 그의 심화학습은 유세에서 뛰어난 성과를 발휘했는데 합종책을 선택한 그는 6국의 공동재상으로 천하에 군림하였다. 이에 비해 장의는 자신이 소진과는 대적할 수 없음을 깨닫고 그가 했던 모든 전략을 반대로 실행한다. 장의의 연횡책 역시 뛰어난 지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손무의 손자 손빈은 방연의 흉계에 빠져 빈형을 당하지만 처절한 복수를 준비한 덕분에 손빈 병법이라는 군사이론을 창간하고 마릉전투에서 원수 방연을 처리한다. 이들의 뛰어난 지략 뒤엔 저마다의 독특한 공부법과 철학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역발산 기개세라 불리던 항우가 초나라를 건립했다면 중국의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혹자들은 항우의 실패를 끈기부족에서 찾는다. 이에 반해 유방은 놀라우리만치 인내심이 강한 인물이었다. 항우에 대한 평가는 부하를 다스리는 방법으로부터 사람을 보는 방법까지 어느 것 하나 일관된 것이 없었고 오직 자신의 힘만을 의지했다고 한다. 특히 그는 무슨 공부든 끝을 보는 것이 없을 정도로 쉽게 포기했다. 그는 지독한 로맨티스트였는지는 몰라도 패권을 차지하기엔 너무도 나약한 군주였다.

 

현자들의 평생공부법은 내신 성적을 올려주기 위한 책은 아니다. 다분히 고리타분(?)하고 식상한 줄거리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공부에 대한 정의를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내용의 본질이 달라진다. 단순히 지식을 얻을 것인가 아니면 삶의 지혜를 습득할 것인가? 위대한 인물들의 발자취를 쫒아가는 현자들의 공부법엔 그들이 선택한 삶의 지혜가 가득하다. 그들은 독서를 통해 자신을 수양했고 타인과의 사고를 배웠다. 특히 읽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몸에 베이고 실천하는 삶을 사는 것이 독서와 공부의 주된 목적이라 여겼다. 책을 생의 친구로 삼고 독서와 공부를 통해 생의 목적을 달성코자했던 현자들의 공부법, 공부란 무엇인가, 어떻게 공부를 할 것인가? 그 울림의 소리를 들어본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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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00배 즐기기 : 부암동.북촌.인사동.신사동.한남동.이태원 외 - 2011~2012년 최신판 100배 즐기기
권현지.윤혜진.장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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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경제적 가치는 뉴욕이나 런던 동남아의 허브라 불리는 싱가포르와 어깨를 같이한다. 하지만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서울이 실질적으로 뚜렷한 경쟁력을 가졌는지는 저마다 엇갈린 의견을 보인다. 최근에 발표된 각 분야의 도시경쟁력 순위는 서울이 차지하는 위치를 정확히 보여준다. 세계적인 도시로 성장했으나 아직 내세울만한 특징이 없다는 것이다. 뉴욕, 시카고, 상하이, 싱가포르 등은 도시 자체를 상징하는 특별함을 지니고 있다. 뛰어난 경제순위 못지않게 서울의 특별함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지방에 내려온 지 벌써 10년이 지나간다. 자주 가던 국회의사당의 벚꽃 길과 영등포 시장, 명동의 사람냄새가 그립다. 있을 땐 지옥 같더니 떠나보니 그리움을 안다고 해가 지날수록 과거의 기억이 새롭다. 가끔 올라가는 서울은 하루가 멀다 하고 변화를 거듭한다. 저층 아파트 일색이었던 잠실은 과거의 흔적조차 사라졌다. 오히려 롯데월드가 초라해 보일 지경이다. 매일 보는 이들에겐 변화가 쉽게 오지 않지만 수년 만에 찾은 서울 곳곳은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분주한 사람들의 발걸음뿐이다.

 

이제 서울은 여행코스가 되었다. 오히려 서울에 있을 때보다 더욱 많은 관심을 가지는 장소가 되었고 가보지 않았던 고궁과 박물관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아무리 서울지리에 익숙하다 하더라도 서울의 구석구석을 알 수는 없다. 이름난 곳이야 물어갈수 있지만 정작 가보고 싶은 곳은 서울의 숨겨진 장소다. 또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맛 집을 찾아가는 것도 여행에선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여행가이드도 좋지만 발품을 팔아 이곳저곳 살펴보는 것이 훨씬 좋은 이유는 자신만의 자유와 여유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가이드 북은 테마별, 주제별, 지역별 이동 가능한 경로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주말을 이용해 서울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코스여행은 더욱 각광을 받는다. 지인들은 출장을 위해 레지던스나 호텔을 눈여겨본다. 주중이면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시설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있는 학부모라면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이 무역센터다. 코엑스는 발전하는 서울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독보적인 곳이다. 온갖 이벤트와 전시회, 세미나가 발길을 잡으며 서울의 본 모습을 알리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서울의 진정한 목소리는 다른 곳에 있다. 양반들의 문화와 멋을 간직한 북청동,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거리 인사동, 젊음의 문화 특구 홍대, 패션몰이 몰입되어 있는 동대문, 서울은 마치 거대한 유기체처럼 살아 숨쉬고 있다.

 

‘서울 100배 즐기기’는 서울의 베스트 볼거리를 시작으로 서울을 대표하는 명소를 수록하고 있다. 아직 가보지 않은 북촌8경은 서울을 탐닉하기 위해선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손꼽힌다. 대학시절 가끔 들렸던 홍대 앞은 특히 기대되는 곳이다. 예쁜 카페와 클럽이 즐비하다고 한다. 젊음이 만들고 있는 문화잔치에 발걸음이나마 옮기고 싶다. 서울은 기억하고 추억할 것 못지않게 전국에서 모여든 먹을거리 또한 풍성하다. 서울에 도착하면 가장 아쉬운 것이 고향의 맛이다. 몇 년 전부터 주요 전시장과 박물관에선 유명화가들의 작품전시회가 한창이다. 이런 작품들이 지방에 내려올 확률은 거의 없다. 서울 방문시 전시회 일정을 알아보는 것은 최소한 문화적 혜택을 즐기는 방법이다.

 

서울 100배 즐기기는 서울의 요소요소를 멋진 사진과 함께 세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출발시점부터 도착지까지, 길을 가다 만나는 문화재엔 역사적 설명이 깃들여있고 군데마다 포진해 있는 맛 집이 인상적이다. 여행의 즐거움은 낯선 곳과의 만남이라는 말도 있지만 서울이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서울을 더욱 심도 있게 즐기기 위해서는 짜인 여행을 해보는 것도 무척 좋은 방법일 것이다. 이젠 서울 올라가는데 그리 외롭지 않을 것 같다. 또한 어디를 가야하는지 걱정 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지도 한 장 들고 버스 노선 물어가며 찾아가던 고궁과 박물관을 보다 풍성하게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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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트라우트의 차별화 마케팅 -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
잭 트라우트 & 스티브 리브킨 지음, 이정은 옮김 / 더난출판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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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어귀를 도는 순간 네온사인이 번뜩인다. 어느 순간에 빈 공간을 가득 메운 커피숍들은 저마다의 특징을 내세워 고객을 유혹한다. 한때 유행이었던 로스팅도 한물간 느낌이다. 여기저기서 커피 볶는 냄새가 진동하니 특별함을 기대하기 어렵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커피는 우리 삶을 송두리째 지배해버린것 같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커피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세가 지속중이다. 커피의 본고장에 들어간 스타벅스, 브라질 젊은이들은 스타벅스 로고가 새겨진 커피를 홀짝거리며 미국문화를 즐긴다. 이에 시샘이라도 하듯 스타벅스는 한국 상권을 장악하기로 마음먹는다. 이젠 어렵지 않게 동네 마다 스타벅스를 만날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호황을 마냥 즐기고만 있을 순 없는 이들이 있다. 이미 거품이 낄 데로 낀 소위 커피전문점을 론칭한 가두매장들이다. 이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오픈하는 이름 모를 커피숍들과 대형 프랜차이즈 틈에서 고군분투를 한다. 소비자의 선택은 무한정 넓어졌지만 정작 생산자의 입장은 속이 탈 지경이다. 하지만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커피 시장은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에 관한, 마케팅에 관한 이보다 더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시장이 있을까? 커피숍을 보는 내내 우린 ‘차별화’란 단어를 자연스럽게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잭 트라우트는 ‘포지셔닝’이란 단어로 일약 경영계의 구루로 떠오른 인물이다. 그가 이번엔 로저 리브스의 USP(Unique selling proposition)이란 개념을 들고 차별화를 부각시킨다. USP는 광고는 소비자에게 구체적인 제안을 해야 하며, 경쟁사가 아직 내세우지 않은 독창성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수백만의 소비자를 움직일 만큼 강력한 제안이 뒤따라야 함을 강조한다. 리브스의 견해는 사실상 공급과잉에 처한 시장경제를 정확히 읽고 있는 셈이다. 아무리 뛰어난 제품도 하루가 지나면 소비자의 기억에서 사라져버린다. 이젠 품질경영만으론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 품질은 기본이 되었다. 독창적이고 구체적이며 마음을 흔들릴 정도의 광고만이 그나마 소비자의 눈길을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트라우트가 리브스의 USP를 차별화의 새로운 개념으로 선택한 이유는 차별화에 대한 기존의 의미가 크게 희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기업을 기억하는 이는 드물다. 과거의 상품을 기억하는 이는 더더욱 드물다. 현대사회를 모방의 시대라 평가하는 이유도 과거의 대체상품이 일상을 도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 수천 개 혹은 수만 개의 새로운 상품이 시장에 깔린다. 그중 우리의 선택을 받는 것은 채 1%도 않는다. 99%는 재고로 남거나 가격할인을 통해 판매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상품들이 빈 공간을 가득 채우고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린다. 선택받기 위한 마케팅은 더욱 교묘해지고 어려워지며 복잡해지고 있다. 포지셔닝은 아마도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유일한 대책일는지 모른다. 하지만 최초, 최고, 독보적이라는 의미의 이 단어는 난공불락의 마케팅을 뜻하기도 한다.

 

트라우트는 대형화의 위험을 경고한다. 자신의 지닌 최고의 자질을 더욱 개발하고 포지셔닝하는 것이 시장을 선점하는 길이지 남들이 좋다고 하는 분야에 뛰어드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하지만 마케팅이 갈수록 치열해질수록 결국 규모와 자금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최근 로얄마케팅과 VVIP 마케팅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젠 빵 하나를 사려고 해도 차별화를 주장한다. 고급 마케팅은 불황이 없다는 속설은 불황기에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차별화에 대한 주장이 너무 식상한 것 같지만 매출이 오르고 성장하는 기업엔 분명 다른 기업과의 차별성이 존재한다. 전통이든, 전문성이든, 최첨단제품을 가장 빨리 선점하든, 차별화는 기업의 생존과 맥락을 같이한다. 세계는 더욱 평평해지고 있다. 이젠 조그만 아이디어도 차별화가 가능하다면 억만장자가 우습지 않다. 치열해진 만큼 기회 또한 많아진 것이다. 포지셔닝의 대가 트라우트가 선장한 새로운 차별화 전략 USP, 그 실행을 준비하고 있는 세계적 기업들의 차별화 전략을 심도 있게 분석해본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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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코리아 2012]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트렌드 코리아 2012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미래 시장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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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는 인간의 욕망을 부추 키거나 잠재울 수 있는 독보적인 행위이다. 최근 모 명품브랜드의 세일이 시작되자마자 런던은 때 아닌 특수를 누렸다고 한다. 불황기일수록 매출이 증가한다는 명품의 속성이 결코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꼭 명품이 아니더라도 소비는 인간에게 적절한 만족과 행복을 전달해준다. 그런데 소비는 뚜렷한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과도한 소비를 거품이라 폄하하지만 소비를 전혀 하지 않는다면 성장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적절한 소비의 기준은 무엇일까? 사실, 소비만큼 상대적인 기준이 적용되는 분야도 드물 것이다. 소비는 남과 다른 나만의 존재감을 부여한다. 불황기일수록 명품소비가 늘어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소비를 이해하면 정치와 경제를 읽을 수 있다. 현대인들은 더 이상 상품구매만을 위해 소비를 하지 않는다. 생산의 주체가 바뀌듯이 트렌드의 주체도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기업은 이러한 변화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조직이다. 최근 마진의 일부를 소매상에게 전가한 모 식품회사 상품의 반입거부는 그동안 거래의 우위에 집착했던 유통방식이 소비의 다양화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동안 기업들은 규모와 브랜드에 치중된 마케팅을 펼쳐왔다. 여전히 위력적이다. 하지만 SNS를 중심으로 자체 평가를 서두르는 소비자들을 따라잡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대인들은 어디에서든 자신의 흔적을 남긴다. 기업보다 몇 발자국 앞선 소비자의 선택은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며 트렌드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제 100-1=99가 아니라 0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TWO RABBITS,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2011년도 소비트렌드 이니셜이다. 김난도 교수를 중심으로 한 분석 팀의 트렌드 적중률은 2011년도에도 변함이 없었다. 특히 폭발적인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덕분에 1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데이터들이 속출했다. 이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의외로 차분했는데 정보가 많다고 소비가 성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새로운 트렌드의 시각을 보여준 한해였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트렌드가 즉석경제라 불리는 Ad-hoc economy다. 2011년도는 가파르게 상승하는 물가의 영향력 때문인지 과거의 영향권을 벗어난 소규모의 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왔다. 특히 파격적인 할인율을 이슈로 내건 티몬이나 쿠팡과 같은 기업들은 인터넷 상거래 매출을 선도하며 새로운 시장을 형성해 나갔다. 즉석경제는 소비자의 미래에 대한 불안한 심리를 반영한다. 또한 줄어든 가처분 소득에 대한 실질적인 구매의 패턴이 과거와는 다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뜻하지 않는 변수로 치러진 서울시장선거는 최근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의 심리를 엿볼 수 있는 눈에 띄는 이슈였다. 선거의 쟁점은 진정성이었다. 기존 정치에 싫증을 느낀 2040세대들은 3%의 지지자를 서울시장으로 선택했다. 과거에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를 바라보았던 정치, 경제, 소비학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기득권에 대한 반란은 이제 시작일지도 모른다. 이는 과거의 영욕에 사로잡힌 기업들에게는 선전포고와 다름없다. 진정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는 마이너의 성장과도 맞물린다. 규모의 경제, 브랜드의 경제만이 능사라는 생각은 더 이상 실효성을 찾기 어렵다.

 

DRAGON BALL, 2012년도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10대 키워드다. 중심 키워드는 진정성이다. 지나치리만치 오픈된 사회구조에서 인간의 고립감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그만큼 믿기 어려운 시대가 오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기성정치와 기득권에 대한 염증은 마이너의 대두와 더불어 진정성에 대한 진정한 시험무대가 되고 있다. 진정성과 더불어 ‘세대공감’이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이다. 세대 간의 극심한 격차가 사회문제로까지 야기되는데 소비분석팀은 세대공감에 대한 이견을 내놓았다. 이는 문화적으로 이해하는 편이 빠를 것이다. 젊은 세대들은 나는 가수다를 비롯한 TV 프로그램을 통해 과거의 향수를 전달받는다. 아저씨는 드라마에 빠져들고 미씨들은 프로야구에 열광한다. 성 파괴와 더불어 세대 간의 경계는 문화와 스포츠를 중심으로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소비패턴을 양산할 것이다.

 

2012년도는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이슈가 준비(?)되어 있다. 미국과 EU는 여전히 암울한 경제를 예견한다. 과거와는 판이하게 달라진 날씨도 우리의 마음을 괴롭게 한다. 2012년도의 핵심이 진정성이라면 예기치 않는 변수에 대한 위기관리능력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방어가 될 것이다. 현대인들은 소비를 통해 다양한 감정표현을 하고 경험을 축적한다. 소비에 대한 기준이 무의미한 것도 소비를 선택하는 기준이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소비는 상대적이지만 절대적이다. 소소한 일상의 주제로부터 전 지구적인 문제까지 트렌드를 이해하는 것은 생존과도 직결되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의 2012 시장전망, 트렌드 분석팀의 바램대로 드래곤볼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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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학부모가 헛고생하고 있다 - 잔혹한 입시전쟁, 길 잃은 학부모를 위한 최강의 지침서
최영석 지음 / 꿈결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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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일로만 생각되었던 입시가 현실로 다가왔다. 중2에 올라가는 아이의 진로가 걱정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수차례 이야기를 나눠왔지만 어느 것도 정해진 것이 없기에 고등학교 진학문제가 더욱 머리를 짓누른다. 대한민국 학부형이라면 결코 벗어나지 못할 입시지옥이 눈앞에 펼쳐진 느낌이다. 그런데 아이의 진로를 상담하기위해 가장먼저 만난 사람이 또래의 엄마들이다. 엄마들은 놀라울 정도로 많은 정보를 알고 있었다. 이런 정보를 알아내려고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을까 하니 공짜로 얻는 것 같아 조금은 미안하기도 하다. 최근에 외고에 들어간 딸을 둔 엄마의 목소리는 한층 높았다. 모두들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보니 아직까지 외고는 외고라는 생각을 해본다.

 

교육에 관한한 한국 학부모들은 세계 최고를 자랑하지만 교육정책을 예로 들면 글쎄요 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 수차례의 전면개정과 매년 반복되는 부분개정, 정부가 바뀔 때마다, 교육수장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은 그들의 입맛에 맞게 바뀐다. 하지만 이를 가장 즐기는 이들이 따로 있다. 바로 대학과 학원가다. 이미 과도한 학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대학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익집단이란 표현을 벗어나기 어렵다. 차라리 공개적으로 이익을 추구한다고 선언하면 흉하지는 않을 것 같다. 대한민국 교육정책은 학생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대학을 위한 정책이라는 말이 곧잘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아무리 부정하려해도 한국 입시전쟁의 실체는 대학이다. 하지만 수많은 부모들의 생각은 이와 다르다. 도대체 사회의 어떤 부분이 대학에 그토록 강한 면죄부를 씌워주고 있는 것일까?

 

‘99%의 학부모가 헛고생하고 있다.’ 본 책의 저자는 수년간 사교육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다. 그는 실제로 경험했던 학원에 대한 진실을 가감 없이 토로한다. 특히 정부의 정책에 따라 흔들리는 시장의 혼란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지, 사실상 직접적인 대상자로서 그가 선택한 학원에 대한 평가는 놀라우리만치 차갑다.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평범한 아이들의 진짜 모습을 찾으라는 것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슈퍼스타들의 반열에 자신의 아이들이 들어가기를 기대하며 온갖 고생을 사서하는 것은 결국 아이와 부모 둘 다에게 어떠한 이익도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7막7장의 주인공 홍정욱씨로부터 최근의 금나나씨에 이르기까지 공부독종, 혹은 공신들의 공부 방법을 소개하며 왜 이들의 전략이 평범한 아이들에겐 불가능한지를 조목조목 설명한다. 이들의 성공은 충분히 칭찬할만한 일이지만 베스트셀러 속의 내용은 부모의 간절한 바람일 뿐 어떤 아이들도 이 책을 통해 자극을 받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오히려 아이들은 ‘아빠라면, 그렇게 할 수 있어’ 라고 반문을 한다. 공부에 대한 선입견은 여전히 부모세대들의 관념을 지배학고 있다.

 

흔들리는 교육정책에 가장 큰 혼란과 이익을 보는 곳이 학원가다. 우후죽순처럼 생겨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학원의 풍토를 뭐라 말할 입장은 아니지만 해마다 되풀이되는 학원가의 필생전략은 한국 교육의 현실을 단면적으로 보여준다. 아이들에겐 방과 후도 방학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단 한 번의 시험, 수능을 위해 12년이란 세월을 준비해야만 한다. 이를 자극하는 곳이 대학이라면 두려움을 해갈하기위한 곳이 학원이다. 학원이 이미 부모나 학생의 심리적인 안식처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일까? 사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전무한 상황에서 아이들은 여전히 무거운 짐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학원에 대한 생각을 바꾸라고 일침 한다. 필요에 의한 선택을 하는 것이 학원이지, 단순한 시험이나 내신등급을 위해 선택한 학원은 반드시 후회를 한다는 것이다.

 

공부는 아이 스스로 하는 것이다. 누가 이를 몰라서 하는 말일까? 저자의 ‘철이 든다’ 는 표현은 기성세대가 경험했던 과거를 연상케 한다. 결국 시대나 환경은 바뀌었어도 공부에 관한 방법이나 전략은 어느 것 하나 바뀐 것이 없다는 뜻이다. 어느새 자신의 선택을 의심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대학을 다니는 목적이 직업을 얻기 위한 것이라면 이미 그런 직업을 삶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인생의 목적에 대해 물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는 방법일 것이다. 현대사회는 더 이상 ‘무엇’에 만족하지 않는다. 이는 자신의 선택이 미래뿐만이 아니라 사회에 특별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린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남들과 같은 길을 선택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혼란과 불안이 지속된다면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누구의 선택이고 누구의 책임일까? 헛고생한다는 말이 강하게 다가온다. 윗물이 맑아야 아래물이 맑듯이 부모가 바뀌어야 아이가 바뀐다. 학원을 전전한다고 아이가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 1%의 다른 선택이 올바른 길이라면 그 길을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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