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 한 그릇
구리 료헤이 지음, 최영혁 옮김 / 청조사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총평 : 억지스럽지만, 그래도 물질주의를 좇고 있는 스스로를 조금이나마 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재미-중하, 난도-하)

동화 같은 단편 2개로 이루어진 작품.
필자가 읽은 버전은 5번째 개정판으로, 지금까지 8번째 개정판이 출간된 것으로 보인다.
종합병원에서 10년 정도 근무한 ‘구리 료헤이‘의 동화 「우동 한 그릇」과 프로듀서 ‘다케모도 고노스케‘의 단편 「마지막 손님」으로 구성되어 있다.
원제 ‘一杯のかけそば‘는 ‘가케소바 한 그릇‘이라는 뜻이다.

(줄거리)
「우동 한 그릇」 : 매년 섣달 그믐날, 우동집 ‘북해정‘을 찾아오는 세 모자는 우동을 한 그릇만 주문해서 나눠먹고 간다. 1.5인분 같은 1인분을 대접하던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우동집 주인 부부는 그들의 사연을 알고 눈물을 흘린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세 모자가 나타나지 않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
「마지막 손님」 : 작은 과자점 ‘춘추암‘에서 근무하는 ‘게이코‘는 가난한 집안에서 동생 5명을 먹여살리고 있다. 이런 힘든 상황 속에서도 물질주의에 휩쓸리지 않고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직접 보여주는 과자점 직원들과 게이코의 이야기.

감동적이고 따뜻한 분위기의 동화와 단편이지만, ‘어른도 아이도 함께 우는 감동의 화제작‘까지는 아니다.
약 20쪽에 달하는 짧은 동화 「우동 한 그릇」은 억지스럽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냅다 이런 눈물 나는 사연이 있다고 안타까운 분위기를 급조하는데, 한국식 신파 냄새가 솔솔 난다.
(필자 기준에서 잘 쓴 동화라고 보기는 힘들다.)
그래도 연말, 겨울, 그리고 ‘따뜻한 우동 한 그릇‘이라는 조합 하나만큼은 그자체로, 연말 특유의 묘한 감성을 자극한다.

필자에게는 표제작보다 「마지막 손님」이 더 좋았다.
돈보다 다른 가치를 더 중요시하는 직원들과 때묻지 않은 효녀 ‘게이코‘가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그나마 좀 더 현실적이다.
물질주의가 판치는 세상에서 스스로와 주변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이 다소 과하게 반응하고 행동한다. 그들이 하는 대사에서 우리가 잊고 있던 소중한 무언가를 찾아볼 수 있기도 하다.

물론 더 공감이 가고 익숙하다고 여겨지는 건, 물질적인 성공을 거둔 ‘나카가와‘라는 캐릭터가 하는 대사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뜻하지만 어리숙하고 비합리적으로 여겨지는 ‘춘추암‘ 과자점 사람들의 언행에 마음이 가는 건, 돈보다 더 중요하고 소중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쳇바퀴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내가 너무 삭막하고 계산적으로 살고 있지는 않은가‘하는 생각을 들게 해주는 가벼운 책이다.
하지만 책에 대해서 서칭하다가 알게 되었다.
「우동 한 그릇」의 저자 ‘구리 료헤이‘가 사기꾼 범죄자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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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물고기 : 합본판 - 개정판
이토 준지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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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기발한 아이디어를 그만의 기괴망측한 그림체로 그려낸다. 뒤로 갈수록 지독해지는 전개에 정신이 아득해진다.
(재미-중상, 난도-하)

원제 ‘ギョ‘. ‘물고기‘라는 뜻이다.
‘기괴하고 괴이한 만화‘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만화가 ‘이토 준지‘의 대표작 중 하나.
2012년에 그의 만화 중 가장 먼저 애니화되었다.
보너스 느낌으로 단편 2개가 추가 수록되어 있다.

(줄거리) 오키나와로 놀러 간 커플 타다시와 카오리는 이상한 생명체를 맞닥뜨리게 된다.
그 정체는 바로 시취가 심하게 나는 다리 달린 물고기.
곧이어 물고기뿐만 아니라 다리 달린 해양생물들이 일본 곳곳에 상륙하기 시작하고, 현대 문명은 혼란에 빠진다.
한편 카오리는 몸이 부풀어 오르고 시취를 뿜어내는 등 이상 증세를 보이는데... 타다시는 과학자인 삼촌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이토 준지의 기괴하고 끔찍한 그림체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다.
역겨움에 대한 역치가 낮은 독자라면 읽기 힘들 수도 있다.
물고기에 달린 다리는 곤충의 그것과 흡사하게 움직인다. (생선 공포증과 곤충 공포증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극상의 공포를 선사해 줄 것이다.)
독립된 존재인 ‘다리‘는 그 어떤 동물이든 숙주로 삼을 수 있는데, 이는 해양생물에 국한되지 않는다.
부패하는 숙주에게서 발생하는 가스를 연료 삼아 움직이는데, 이에 대한 묘사 역시 끔찍하다. 신체의 각종 구멍으로 삽입된 가스관은 언럭키 촉수물 그 자체다.
만약 이 만화가 실사화된다면... 필자는 상상하고 싶지 않다.

그림체만큼(?) 스토리 구성도 훌륭하다.
‘다리‘의 탄생 비화, 심각해지는 상황, 인간 존엄성 파괴, 업그레이드되는 기구 등, 소재와 아이디어를 적절히 잘 팽창한다.
다만 타다시와 카오리의 관계는 어떻게든 마무리되지만, 아포칼립스를 암시하면서 아득해지는 결말은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일을 크게 벌여놓고 ‘세상은 이렇게 망하게 된답니다‘와 같은 인상을 준다.

‘가스‘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만하다.
단순히 ‘다리‘의 연료 역할만 하는 줄 알았는데, 의식과 의도와 의지를 가지고 있는 정체불명의 무언가로 보인다.
(어쩌면 ‘가스와 다리‘의 관계를 ‘사람과 자동차‘에 빗대어 볼 수 있지 않을까.)
가스에 나타나는 표정들과 가스끼리의 유인력 등이 이에 대한 증거인데, 필자는 이렇게 갑자기 등장하는 판타지스러운 요소에 지금껏 쌓아오던 미스터리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살짝 흔들린다고 느꼈다.
다만, 불가사의한 존재의 등장에 또 다른 두려움과 궁금증이 생기긴 한다.

『공포의 물고기』가 왜 이토 준지의 대표작 중 하나인지 알 수 있는 작품이다.
암울한 분위기와 기괴한 그림체, 경계선 따위 없는 듯한 상상력의 발현, 그리고 흥미진진한 스토리 짜임새까지 이토 준지 그만의 역량을 마음껏 보여준다. (역시 여캐도 잘 그린다!)
추가로 수록된 2개의 단편 중 「기괴한 아미가라 단층」은 그의 상상력과 결말이 탄탄한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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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해교실
이토 준지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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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악마, 사과, 녹아내리는 신체‘라는 소재는 괜찮지만, 반복되는 단순한 플롯은 지루하다.
(재미-중, 난도-하)

다작 및 괴작으로 유명한 일본의 공포 만화가 ‘이토 준지‘의 연작 만화.
「용해교실」 연작 만화 외에 단편 만화 2편이 수록되어 있다.

(줄거리) 누구한테나 극진히 사과하고 다니는 오빠 ‘아자와 유우마‘와 소름 끼치는 외모와 언행을 일삼는 여동생 ‘아자와 치즈미‘는 거듭 이사를 하게 된다.
왜냐하면 유우마의 사과를 받는 사람들은 뇌 또는 다른 신체가 녹아버리면서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동생 치즈미는 이를 악마와의 계약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한 동네에서 오랫동안 머물 수가 없다.
이 기괴한 남매의 여정과 과거를 따라가보자.

만화책 초반부터 유우마는 시종일관 사과한다.
잘못한 게 없어도 사과를 하지만, 잘못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정말 진심을 다해서 잘못을 빈다.
여동생 치즈미가 무서운 외모로 사람들을 놀래키고 다니는 것에 대해서도, 피해자 가정을 직접 방문하여 사과한다.
이런 설정이 초반에는 어이가 없어서 웃기다. 무슨 ‘사과 마니아‘ 또는 ‘사과 전문가‘, ‘인생의 목표가 사과인 남자‘가 등장한 것만 같다.

하지만 가면 갈수록 사과만 해대는 그의 모습이 조금은 지겹기도 하다.
‘사과를 받는 사람들의 뇌가 녹아버린다‘라는 설정은 끝까지 반복된다.
이야기의 플롯은 단순하고 비슷하다. 치즈미는 사고를 치고 유우마는 계속 사과한다. 그리고 사람들의 뇌는 녹아버리고.
만화의 마무리를 위해서, 끝에 가서는 스케일이 커지기도 하지만, 급조된 결말이라는 인상을 남길 뿐이다.

두 주인공의 비중과 캐릭터성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악마와의 계약과 사과(apology)라는 독특한 의식을 통해 실질적인 사건을 이끌어내는 오빠 유우마에 비해, 동생 치즈미는 약간의 사고 유발과 상황 설명을 제외하면 없어도 무방한 캐릭터이다.
유우마가 없다면, 치즈미는 못 배워서 못된 동네의 골칫거리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이토 준지의 만화를 찾는 이유는 뭘까?
바로 그의 상상력에서 비롯된 스토리와 기괴한 묘사 때문이 아닐까?
그러한 점에서 이 만화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여동생의 외모가 다소 무섭고 ‘얼굴의 구멍에서 녹아버린 뇌가 흘러나온다‘라는 초현상에서 파생된 상황만 그로테스크할 뿐, 그 외에는 특별하달 것이 없다.
무난한 소재로 구성한 스토리가 나름 재미는 있지만, 독창적이거나 임팩트가 있지는 않다.

이상 설명한 연작 만화 끝에, 단편만화가 두 편 있는데, 딱히 언급할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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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2 사계절 만화가 열전 21
이창현 지음, 유희 그림 / 사계절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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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가볍고 캐주얼하게 돌아온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이제는 너도 나도 즐길 수 있다!
(재미-중상, 난도-하)

만화가 듀오 ‘이창현 X 유희‘의 만화이다. (작가에 대한 별다른 정보가 없다.)
전작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의 후속작이다.
출판사 ‘사계절‘의 ‘사계절만화가열전‘의 21번째 책이기도 하다.

전작의 등장인물과 배경, 스토리를 공유한다.
독서 관련 활동 및 독서클럽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만화로 보여준다.

기대에 한참 어긋나서 실망스러웠던 전작에 비해, 이번에는 소소한 재미와 대중성을 확실히 잡았다.
(필자 생각) 1권은 고전 및 전문서적을 읽는 헤비 독서가들만이 제대로 즐길 수 있지만, 2권은 책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어려운 고전과 서적을 나열하지도 않고, 배경을 알아야만 이해할 수 있는 유머도 없다.

누구나 쉽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일상적인 유머가 즐겁다.
사서가 겪는 직업병, 독서법과 글쓰기 등, 적당히 즐길 수 있는 책과 관련된 유머는 가볍게 즐기기에 적절하다. 그 외의 소소한 유머와 뜬금없는 유머도 좋다.
필자가 1권에서 느꼈던 무리와 억지스러움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2018년 12월에 출간된 1권의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면, 가볍게 일독하고 2권을 읽기를 권한다.
필자처럼 1권에 실망했더라도, 십여 분만 시간을 내서 부담 없이 가볍게 훑어보기만이라도 권한다.
만화 자체를 읽는 것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1권에서 형성된 캐릭터, 관계, 과거 등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2권을 제대로 맛보고 즐기려면 1권 완독이 반필수적이다.

가벼워져서 돌아온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을 환영한다.
‘1권을 오독했나‘ 또는 ‘당시 컨디션이 나빴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번 독서가 꽤나 즐거웠다.
어쩌면 필자의 책에 대한 가벼운(?) 애정과 한때 사서를 꿈꾼 적도 있는 과거, 기대가 전혀 없는 상태 등이 이번 독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준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만큼 1권을 재미있게 읽었던 독자에게는, 2권이 너무 가볍다거나 알맹이가 없다는 없다는 혹평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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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시 괴담 일본 도시 괴담 1
김성욱 엮음 / 북클릭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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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뻔한듯한 괴담도 쌓이고 쌓이다 보면 괜히 오싹해진다. 제대로 읽고 싶다면, 밤에 혼자서 읽기를 권한다.
(재미-중, 난도-하)

저자는 2023년 4월까지 직접 일본 괴담을 번역하여 공유하는 ‘괴담의 중심‘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했었다.
그 블로그에서 일본의 인기 괴담을 추려서 책으로 엮었다.

총 51개의 일본 괴담이 수록되어 있다.
길이는 대개 2~3장으로, 끊어읽기에 적합한 분량이다.
대개의 이야기는 인터넷에 떠도는 괴담과 유사하다. 공포도, 난도도, 구성도 그렇다.
(책 표지 글귀와 달리, ‘책을 펼치는 순간 차원이 다른 공포가 시작‘되는 수준은 아니다.)
필자가 어릴 적 유행했던 ‘빨간 마스크‘ 괴담처럼, 현실과 맞닿아있는 경험담 형식의 괴담이 많다.
일본과 한국의 환경이 비슷한 만큼, 한국 괴담이라고 해도 괜찮을 정도로 현실적이기도 하다.

책의 초반부를 읽을 때는 뻔하고 시시한 길거리 괴담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지만, 예측을 넘어서는 괴담도 간혹 있어서, 은근히 사람을 놀라게 하고 오싹하게 만든다.
필자에게 가장 섬뜩했던 괴담은 「코토리」라는 원양어선과 관련된 괴담이다.
작금의 한국에서는 거의 불가능하겠지만, 과거 원양어선과 해적선에서는 충분히 있음 직한 이야기다.
이야기를 사진으로 첨부했으니, 충격적이고 불쾌한 괴담을 맛보고 싶다면 읽어보시길 바란다.
(‘꿈의 궁전‘ 괴담이 떠오른다.)

특정 이야기와 관련된 삽화나 사진이 수록되어 있어서, 담력이 낮은 분들에게는 주의를 요한다.
넋 놓고 괴담을 즐기면서 페이지를 넘겼는데, 갑자기 튀어나오는 그림이나 사진에 놀랄 수 있다.

적막한 밤에 나 홀로 읽는다면, 은근한 공포를 느낄 수 있는 괴담 모음집이다.
‘에이 뭐야~ 이게 뭐가 무서워‘ 하면서 넘길 수 있는, 인터넷을 뒤지면 충분히 찾을 수 있는 괴담이 대부분이지만, 이런 이야기들도 하나둘씩 쌓이다 보면, 괜히 어둠과 밤이 두려워지고 오싹해진다.
필자가 그랬다.
(참고로 저는 왕겁쟁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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