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해교실
이토 준지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총평 : ‘악마, 사과, 녹아내리는 신체‘라는 소재는 괜찮지만, 반복되는 단순한 플롯은 지루하다.
(재미-중, 난도-하)

다작 및 괴작으로 유명한 일본의 공포 만화가 ‘이토 준지‘의 연작 만화.
「용해교실」 연작 만화 외에 단편 만화 2편이 수록되어 있다.

(줄거리) 누구한테나 극진히 사과하고 다니는 오빠 ‘아자와 유우마‘와 소름 끼치는 외모와 언행을 일삼는 여동생 ‘아자와 치즈미‘는 거듭 이사를 하게 된다.
왜냐하면 유우마의 사과를 받는 사람들은 뇌 또는 다른 신체가 녹아버리면서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동생 치즈미는 이를 악마와의 계약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한 동네에서 오랫동안 머물 수가 없다.
이 기괴한 남매의 여정과 과거를 따라가보자.

만화책 초반부터 유우마는 시종일관 사과한다.
잘못한 게 없어도 사과를 하지만, 잘못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정말 진심을 다해서 잘못을 빈다.
여동생 치즈미가 무서운 외모로 사람들을 놀래키고 다니는 것에 대해서도, 피해자 가정을 직접 방문하여 사과한다.
이런 설정이 초반에는 어이가 없어서 웃기다. 무슨 ‘사과 마니아‘ 또는 ‘사과 전문가‘, ‘인생의 목표가 사과인 남자‘가 등장한 것만 같다.

하지만 가면 갈수록 사과만 해대는 그의 모습이 조금은 지겹기도 하다.
‘사과를 받는 사람들의 뇌가 녹아버린다‘라는 설정은 끝까지 반복된다.
이야기의 플롯은 단순하고 비슷하다. 치즈미는 사고를 치고 유우마는 계속 사과한다. 그리고 사람들의 뇌는 녹아버리고.
만화의 마무리를 위해서, 끝에 가서는 스케일이 커지기도 하지만, 급조된 결말이라는 인상을 남길 뿐이다.

두 주인공의 비중과 캐릭터성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악마와의 계약과 사과(apology)라는 독특한 의식을 통해 실질적인 사건을 이끌어내는 오빠 유우마에 비해, 동생 치즈미는 약간의 사고 유발과 상황 설명을 제외하면 없어도 무방한 캐릭터이다.
유우마가 없다면, 치즈미는 못 배워서 못된 동네의 골칫거리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이토 준지의 만화를 찾는 이유는 뭘까?
바로 그의 상상력에서 비롯된 스토리와 기괴한 묘사 때문이 아닐까?
그러한 점에서 이 만화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여동생의 외모가 다소 무섭고 ‘얼굴의 구멍에서 녹아버린 뇌가 흘러나온다‘라는 초현상에서 파생된 상황만 그로테스크할 뿐, 그 외에는 특별하달 것이 없다.
무난한 소재로 구성한 스토리가 나름 재미는 있지만, 독창적이거나 임팩트가 있지는 않다.

이상 설명한 연작 만화 끝에, 단편만화가 두 편 있는데, 딱히 언급할 정도는 아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